나아간다. 아름다움은 관계의 발전한 정도를 나타낸다.
관계의 발전한 정도 곧 ●만나기●맞물리기●맞서기●하나되기●소통하기에 따라 아름다움은 다섯 가지
모습으로 나타난다. ●예쁘다●곱다●어울린다●아름답다●멋지다가 있다.
다섯이 모두 아름다움을 나타내지만 수준의 차이, 레벨의 차이가 있다. 예쁘다는 단순한 아름다움을 나타내고
곱다, 어울린다, 아름답다, 멋지다로 갈수록 더 복잡한, 심오한, 추상적 아름다움을 나타낸다.
[만남은 예쁘다]
1) 만남에서 '예쁘다'는 눈에 띈다는 뜻이다. 그것은 자극적이며 달콤하고 두드러진, 명백한, 쉬운 것이다.
'예쁘다'는 만남의 단서, 사건의 단서가 된다. 모든 사건을 일으킨다. 모든 아름다움의 출발점이 된다. 그것은
매력이다. 타인의 눈길을 끌고 마음을 건드린다. 예쁜 것은 당신을 유혹한다.
[맞물림은 곱다]
2) 맞물림에서 '곱다'는 계에 밀도를 부여한다. 두 사람이 더욱 가까이 다가서게 한다. 곱지 않은 것은 징그러운
것이다. 예쁜 장미라도 가시가 있다면 곱지 않다.
곱다는 다가오는 상대방을 배척하지 않는 것, 밀어내지 않는 것, 관계를 더욱 긴밀하게 하는 것이다. 포유류의
부드러운 털과 조류의 깃은 새끼를 기르기 위함이다. 새끼가 엄마에게 다가올 수 있게 하기 위함이다.
파충류는 새끼를 기르지 않는다. 뱀은 새끼가 엄마에게 다가가지 않는다. 그러므로 털이 없고 깃이 없고 곱지
않다.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게 하는 데서 아름다움은 극적으로 심화된다.
포근한 것, 뽀송뽀송한 것. 섬세한 것. 손에 묻어나지 않는 것. 잡아채지 않고 놀래키지 않고 꾸지람하지 않고
편안히 다가올 수 있게 하는 것. 푹신한 침대처럼 뒹굴뒹굴 해도 좋은 것. 관계를 심화시키는 그것이 곱다.
[맞섬은 어울린다]
3) 맞섬에서 '어울린다'는 햄버그와 콜라처럼 잘 어울려서 앙상블을 이루는 것이다. 잘 어울리기 위해서는 대등해
야 한다. 한쪽이 다른 한쪽에 종속되면 균형이 무너지고 앙상블을 잃는다.
여자와 남자도 평등해야 하지만 색깔과 명암과 구도의 밸런스 역시 정과 동, 강과 유가 50 대 50으로 평형을 유
지해야 한다. 그럴 때 사건은 통제가능하게 된다. 다스릴 수 있게 된다.
바구니의 빵이 의자 위의 와인을 지배해서 안 되고 반대로 와인이 빵을 억압해서도 안 된다. 둘은 대등해야 한다.
그럴 때 아름다움은 크게 일어난다. 흥취는 크게 고조된다. 손발이 척척 맞아진다. 얼쑤! 흥이 절로 난다.
어우림, 앙상블 곧 밸런스는 하나의 기준으로 양쪽을 동시에 제어할 수 있는 것이다. 서로 다른 둘을 한 바구니에
담아둘 수 있는 것이다. 두 사람의 위상이 대등할 때 한 송이 꽃으로 두 사람이 서로 손을 맞잡게 할 수 있다.
[하나됨은 아름답다]
4) 하나됨에서 '아름답다'는 무질서한 여럿을 보듬어안아 통일성을 준다. 아름은 팔로 안아서 한 아름이다. 그렇게
안을 수 있는 것, 통일할 수 있는 것, 하나의 기준에 모을 수 있는 것, 그것이 아름다움이다.
들판에 제멋대로 흐드러진 일만송이의 꽃이 한 사람의 미녀를 바라보고 있듯이. 밸런스에 방향성을 부여하는 것
이다. 대칭의 교착을 타개하고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다. 진도 나가주는 것이다.
팔은 안아서 동그라미를 그린다. 통일성은 계에 동그라미를 부여한다. 두 팔이 동그라미를 그리면
마음도 동그라미를 그리고, 세상도 동그라미를 그린다. 그렇게 하나가 된다.
●예쁘다●곱다●어울린다●아름답다●멋지다가 다 아름다움이지만 우리말 아름다움은 조화
된다는 뜻이다. 여러 식구가 한 집안에서 공존함에 밖으로 시끄러운 소리가 나지 않는 것이다.
칼라와 명암과 구도와 원근과 인물과 배경이 서로를 다치게 하지 않고, 각자의 향기를 잃지
않으면서 공존하기에 성공하는 것이다. 만약 그렇게 할 수 있다면 세상은 아름다우리라.
[소통은 멋지다]
5) 소통에서 '멋지다'는 서로 다른 두 세계를 잇는다. 백악관과 흑인대통령! 그것은 서로 연결될 수 없는 완
전히 다른 세계다. 영원히 만날 수 없을것 같았던 두 세계를 오바마가 이었다. 그래서 멋있다.
아름다움을 뜻하는 개념이 많지만 '멋지다'가 진정한 아름다움이다. 아름다움의 완성이다. 그것은 공존의
논리, 공존의 룰, 공존의 문화로 하여 가능하다. 그럴 때 아름다움은 기품을 얻고 품격을 얻고 고상해진다.
성스러운 고결함에 도달한다.
검정 고무신과 양복처럼 전혀 어울릴 수 없는, 절대 공존할 수 없는, 가까이 다가설수록 위태로워지는 세계
가 있다. 그러나 시인이 그 자리에 있다면, 천상병과 중광이 있고, 이외수와 김용택이 있다면, 멋지게 어울
릴 수 있다. 그래서 멋있다.
서로 만날 수 없는 두 세계를 잇는 연결하는 데는 에너지가 필요하다. 파워가 필요하다. 기운이 필요하다.
내공이 필요하다. 겉멋으로는 부족하다. 흔들리지 않는 심지가 있어야 한다. 당차게 밀고 나가지 않으면
안 된다. 예술의 최종결론은 멋이다. 멋은 빛난다. 아우라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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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쁘다●곱다●어울린다●아름답다●멋지다의 전개에서 단계적으로 구조를 집적하고 있음을 아는 것
이 중요하다. 예쁜 것은 그냥 혼자서 예쁜 것이다. 멀리서봐도 예쁜 것이다.
곱다는 다르다. 포근하고 부드럽고 아늑하고 온유한 그것은 누군가가 가까이 다가가서 접촉해보아야 한다.
만져보고 안다. 그러므로 관계의 밀도가 더 높다. 더 깊은 관계다.
어울린다는 적어도 둘 이상이 있어야 한다. 햄버그와 콜라를 공존하게 하려면 쟁반이 있어야 한다. 최소한
한 쌍을 이룰 둘이 있어야 하고 그 둘을 맺어줄 무대가 있어야 한다.
아름답다는 더 많은 단위의 공존을 가능케 한다. 리더가 있어서 가능하다. 앞에서 끌어주는 기관차가 있다.
아기를 돌봐주는 엄마가 있고 아기새를 돌봐주는 둥지가 있고 어린이를 보호하는 울티리가 있다.
멋지다는 울타리를 넘어선다. 바깥을 지켜주는 장벽을 걷어낸다. 보호막을 걷어낸다. 그럴 때 위태롭다. 그
위태로움을 극복하는 것이 진정한 멋이다.
진정한 멋은 용기와 열정, 치열함에 의해 가능하다. 뜨거운 사랑에 의해 가능하다. 방해물이 있지만 그것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정상에서 본 풍경을 기억할 때 가능하다. 정상에서 한 걸음 더 초극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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