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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459 vote 0 2009.06.18 (20:59:30)

창의성을 깨닫기

창의한다는 것은 다르게 한다는 것이다. 다르게 하기 쉽다. 쉽기 때문에 모두 같은 방식으로 다르게 한다. 그러므로
다시 획일화 된다. 색깔로 다르게 하면 울긋불긋 같아져 버리고 모양으로 다르게 하면 뒤죽박죽 같아져 버린다. 의미
있게 다르게 하려면 전략이 필요하다. 질서있는 다름이 필요하다.

진정한 창의는 막연히 다르게 하는 것이 아니라 새로 길을 내고, 가지를 치고, 물길을 여는 것이다. 새 길은 큰 길에
서 갈라져 나가야 하고, 새 가지는 큰 줄기에서 가지쳐 나가야 하고, 새 물길은 흐름의 주류에서, 본류에서 갈라져 나
가는 지류여야 한다. 그 흐름 계속 이어가야 한다. 

깨달음은 진짜 창의다. 그것은 더 많은 창의를 낳는 창의다. 더 많은 작은 오솔길을 낳는 갈림길을 열고, 더 많은 잔
가지를 낳는 새 가지를 키우고, 더 많은 작은 지류를 낳는 큰 흐름을 이어가야 한다. 낳음이 창의다. 낳음을 낳는 낳
음이 창의다. 끝없이 이어지는 낳음의 대열 선두에 서는 것이 진정한 창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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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눈길 끄는 그림 

1.jpg

창의하기는 쉽다. 인간의 원초적 본능을 건드리는 '자극하기'로 눈길을 끌 수 있다. 앳된 어린아이의 모습, 화려한 꽃과 
반짝이는 구슬, 귀여운 동물의 모습은 본능적으로 눈길을 끈다. 귀여움은 새끼가 어미의 보호를 받아 살아남는 진화의
전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창의의 깊이는 얕다.

2.jpg

창의하기는 쉽다. 감정과잉으로 눈길을 끌 수 있다. 울고, 웃고, 슬퍼하고, 기뻐하고, 화내고, 토라지고. 그 감정의
강도를 높이기만 해도 창의가 된다. 더 많은 조미료 치고, 더 많은 웃음 넣고, 더 많은 눈물 쥐어짜고, 더 큰 과장과
허세로 관객들에게 어필할 수 있다. 그러나 항상 뒤쫓아온 모방자에 의해 추월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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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하기는 쉽다. 극단주의로 눈길을 끌 수 있다. 괴기, 공포, 마법, 살인, 섹스,  잔혹, 유령, 외계인, 미스테리, UFO들
있다. 그러나 극단주의는 막장에서 끝난다. 막장드라마, 막장방송, 막장정치로 끝난다. 악다구니 쓰다가 끝난다. 극단
으로 갈수록 보편성을 잃는다. 예술성을 잃는다. 관객이 공감하지 못한다.

5.jpg

창의하기는 쉽다. 매너리즘 기법으로 눈길을 끌 수 있다. 그것은 변형이다. 팔과 목 혹은 다리를 길게 늘이거나
혹은 머리를 작게 하거나 등등의 방법으로 인체를 왜곡, 과장, 변형하는 것만으로 아이디어가 된다. 그러나 과학
성에 의해 뒷받침되지 않으므로 가짜다. 잠시 눈길을 끌지만 곧 식상해진다. 품위가 없다.

4.JPG

창의하기는 쉽다. 기발한 아이디어로 눈길을 끌 수 있다. 사람을 놀래킬 수 있다. 닮은 꼴 착시효과는 웃음과 아이디
어를 생산하는 기법이 된다. 역시 그러나 소재주의 한계를 벗어나지 못한다. 아이디어들은 자연의 원본을 변형하고 있
기 때문에 더 변형하고 싶어진다. 훼손하고 싶어진다. 작품의 격이 낮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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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는 '다르게 하기'지만 '질서있는 다름'이 아니면 진짜가 아니다. 눈길을 끄는 자극하기, 감정과잉, 극단주의, 매너
리즘, 아이디어 기법들로 창의가 가능하지만 얕은 수준에서의 창의에 지나지 않는다. 이들은 다르게 하기 위해 자연
의 원본에 손댄다. 그것을 변형하거나 과장한다.

한 번 원본을 변형하면 두 번 변형하고 싶어진다. 귀여운 것은 더 귀엽게, 무서운 것은 더 무섭게, 웃긴 것은 더 웃기게.
자극적인 것은 더 자극적이게, 과장된 것은 더 과장하여 변형하고 싶어진다. 그럴수록 작품은 권위를 잃고 유치해진다.
이 작품에 '단 한 부분도 손댈 수 없다'는 느낌이 들어야 격을 얻는다.

진정한 창의는 과학성에 기반하는 것이어야 한다. 완벽성에 도달하는 것이어야 한다. 한 글자도 고칠 수 없어야 한다.
존재 그 자체의 구조원리에 기반한 과학적 탐구의 결실로서의 보편성있는 새로운 루트를 개척할 때 그것은 가능하다.
그 새로운 루트는 인류문명의 진보라는 본류와 연결되어야 한다.

그리고 더 많은 진보를 낳는 위대한 어미가 되어야 한다. 새로운 지평을 열고 신대륙을 개척하는 것이어야한다.  막힌
곳을 뚫고 끊어진 것을 잇는 것이어야 한다. 그럴 때 무수한 아류가 생겨난다. 그럴때 작품은 아우라를 얻는다. 권위
를 얻고 격을 얻는다. 비로소 세상을 바꿀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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