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론실
[제민포럼]스스로 결정할 줄 아는 사람으로 키우자
이광서 ㈜아이부키 대표·논설위원
 등록 : 2014년 07월 16일 (수) 19:56:13 | 승인 : 2014년 07월 16일 (수) 19:59:32
최종수정 : 2014년 07월 16일 (수) 20:0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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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체적 의사결정이 우리 시대의 화두가 됐다. 이 주제 앞에서 그 어떤 교육적 이슈도 자질구레한 것이 된다. 행복을 원하는가. 자기 삶의 주인이 돼라. 성공을 원하는가. 주체적인 인격을 가져라. 무엇보다 살기를 원하는가. 주체적으로 판단하는 의사결정능력을 키워라.  
 
지금까지 우리는 아이에게 스스로 결정하지 말 것을 암묵적으로 강요해왔다. 방어적인 관점에서 교육을 해온 것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없는 세상에서 하나라도 스스로 결정할 수 있는 것을 발견해가는 시도가 있어야 한다. 공세적인 관점으로 교육을 바라보는 관점의 전환이 필요하다. 
 
아이를 보호한다면서 온갖 결정권을 빼앗아버리는 경우가 흔하다. 이것은 더없이 소중한 교육적 기회를 빼앗는 일이다. 스스로 결정할 수 있도록 적당한 간격을 둬야 한다. 이 간격에 긴장이 채워지고 그럴수록 관계는 더 굳건하게 연결된다. 아이 곁에 바싹 붙어서 꽉 붙잡거나 거리가 멀어져 보이지 않게 되면 관계의 긴장이 풀어진다. 적당한 거리를 내어주어 동적 긴장을 유지하는 일이 바로 사랑의 다른 표현이다.
 
아이는 대부분의 경험이 '첫' 경험이다. 이 첫 경험이 얼마나 소중한 것인지 알아야 한다. '날카로운 첫 키스의 추억은 나의 운명의 지침을 돌려놓았다'는 만해(萬海) 한용운 선생의 노래처럼 첫 경험은 운명과 곧장 연결된다. 처음 그어 보는 선, 처음 만져보는 눈, 처음 가보는 길, 첫 심부름, 처음 그린 그림, 이 첫 경험이 우리 삶 전체의 운명과 맞닿아 있다. 첫 대면에서 생기는 긴장감의 고조와 그 이완을 통해 자신의 운명과 대면하는 것이다.
 
인류에게 예술적 성취는 어떤 의미가 있는가. 그것은 바로 '최초'로서의 의미다. 첫 번째가 가지는 비상한 긴장감, 그리고 그 긴장이 인류에게 준 의식의 고양을 고려할 때 진정한 예술작품에 매겨지는 값은 결코 평가절하될 수 없다. 달 표면에 새겨진 첫 발자국과도 같이 인류의 의식에 선명하게 새겨진다. 그렇게 인류는 새로운 역사를 향해 성숙해간다.
 
아이가 자신의 첫 경험들을 뿌듯한 느낌으로 채워갈 수 있게 작은 것이라도 스스로 할 수 있는 공간과 시간과 일을 줘야 한다. 온갖 비싸고 좋은 배움으로 다 채워버린 시간, 스스로 완수할 수 없는 일들, 하루가 채워지지 않은 채 다음 날 할 일을 걱정해야 하는 아이들이다. 이래서는 행복하지 못하고 주체적으로 자라지 못한다. 
 
아이들이 자신에게 무엇이 좋은지 찾고 표현할 여유를 주어야 한다. 아무리 유용한 것이라도 아무 때나 억지로 주려고 하면 나중에라도 그것을 스스로 자신의 것으로 만들 기회마저 빼앗게 되는 것이다. 다양한 물질과 접촉하고 타인과의 다양한 관계의 국면에 맞서보면서 쓸데 없는 짓으로 보이는 충분한 시간을 보내야 한다.
 
작은 것이라도 자신의 감각으로 접촉하고 스스로 이해에 도달하도록 허용하며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도록 해야 주체성이 자란다. 그 첫 접촉의 소중함을 존중해야 한다. 어른들이 자신의 입장에서 좋고 유용하고 유익하다고 생각하는 것들로만 밥상을 차려 아이에게 떠먹이려 해서는 안된다. 
 
사람은 다시 오지 않을 첫 경험을 가장 순수한 의식의 표면에 오롯이 새겨 그 청사진으로 삶의 온갖 역경과 맞선다. 위급한 순간에도 회피하지 않고 주체적으로 의사결정할 수 있는 힘이 거기서 나온다. 어린시절 이러한 교육이 없다면 스트레스에 약해지고 필요한 순간에 의사결정을 회피하게 된다. 이러한 의사결정 회피가 쌓이고 쌓여 사람의 삶을 나약하고 초라하게 만든다.
 
이제 우리 교육에서도 의사결정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논의해야 한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체로 설 수 있기 위한 근본적인 관점의 전환이 필요한 시대기 때문이다. 강한 개인이 우리 사회를 더 건강하게 만들고 민주주의를 성숙시키며 세계속에서 우리의 역할을 발견하고 자신있게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준다.

[레벨:2]지리산인

2014.08.13 (15:08:17)

부모의 유식이 아이를 망치는 것도 있죠.

 

저희 부모는 아버지는 초졸, 어머니는 무학의 농부입니다.

 

아버지는 5학년때 돈을 주면서 자전거를 타고 읍내 

펌프가게에 가서 부품을 구입해오라는 심부름을 시키셨죠.

 

저에게 큰 경험있습니다.

 

아버지 말씀

 

" 남자는 이런 것도 해봐야...

 

" 고등학교때는 없는 살림에 텐트와 코펠 배낭을 사주고 남자는 여행을 가야 한다고 해서

   매년 지리산으로 등산도 갔던 기억이 있습니다. "

 

어머니는 중학교부터는 돈을 주고 직접 옷과 신발을 구매하게 했습니다.

언제나 너의 선택을 존중하겠다고 하셨는데 그래서 그런지 고등학교 대학교 그리고 사업, 결혼 기타 등 등

모든 제 갈길은 스스로 선택하고 부모님은 응원하시거나 지켜보는 것으로 만족하셨구요.

 

요즘 부모들은 자신들이 너무 유식해서 아이들에게 모든 길을 자신이알고 있다고 착각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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