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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순형 당선은 백번 잘된 겁니다. 꼴보기 싫은 사람 테레비에 한번이라도 덜 나오는 거, 그게 어딥니까? 사실 저는 보름 전까지만 해도 추미애 당선을 은근히 기대했거든요. 57살 노무현 밑에서도 못견디겠다는 것들이 45살 추미애 밑에서 어떻게 견딥니까? 대소동이 일어날테지요.

『그때 주무시더니 아직도 주무시네요.』

그 소동 지켜보는 재미가 쏠쏠하겠다는 꿍심이 있었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추미애가 망언을 일삼아서 저를 망신주더군요. 반성 많이 했습니다. 그러기에 사람은 곧 죽어도 정도를 가야 합니다. ‘추미애가 대표 되면 민주당이 물구나무를 설텐데’.. 그런 기대도 잔머리겠지요.

조순형, 송금특검에 찬성한 사람 아닙니까. 그런 사람을 당 대표로 뽑았다는건 배신운운하던 그동안의 논리를 하루아침에 쓰레기통에 던져버렸다 이거지요. 뭐 놀랄 일은 아닙니다. 정치란 본래 그런거지요. 법통이니 명분이니.. 개가 웃을 소립니다.

김상현은 DJ를 배신하게 되어 있고, 추미애는 노무현을 배신하게 되어 있고, 민주당은 DJ를 배신하게 되어 있지요. 뼈다귀라도 하나 던져주면 덥썩 무는 것이 정치인이거든요. 그래서 저는 추미애가 변절해도 놀라지 않았습니다.

김상현도 결국은 DJ 밑으로 돌아갔듯이, 추미애도 언젠가는 민주당에 소박맞고 울면서 우리당으로 돌아오겠지.. 하고 기대했던 겁니다. 근데 지금 생각해보니 저의 그런 생각도 옳지 않았군요. 김상현이 울고불고 매달려도 DJ가 김상현을 용서하지 않았던 이유가 이해가 됩니다.

물구나무를 서서라도 국회에 등원하고야 말겠다는 사람은 절대 국회에 들여보내주면 안되고, 언젠가 민주당에 소박맞고 돌아오는 날 추미애 우리당에 받아줘서 안됩니다. 그런 정치자영업자들의 구태정치는 이 쯤에서 끝내야 합니다. 김상현, 추미애, 조순형 아니래도 정치할 사람 이 나라에 많다 이겁니다.

김근태가 최병렬과 악수하고 히히덕거리는 사진이 연합뉴스에 잘 나지요. 뻔뻔스럽기는.. 저라면 비위가 상해서 그렇게 못합니다.(썩어야 준치 김상현은 벌써 했고 그 다음이 김근태 차례인데.. 김근태가 언제쯤 최병렬 단식 위로방문 하나 하고 시간 재고 있는 중)

그게 여의도방식이라 이거지요. 의사당에서는 입에 거품물고 삿대질하다가 돌아서면 선배님 후배님 하는 정치인들 행태 말입니다. 조선시대 당쟁 때는 안그랬습니다. 노론이고 소론이고 당이 다르면 얼굴도 쳐다보지 않았다는데 말입니다.

저는 역겹습니다. 그것이 국회의 정치라면 국민의 정치는 따로 있다고 말하고 싶습니다. 하나의 진짜가 그립습니다. 임기 4년간 한나라당 의원과는 악수도 안하고, 인사도 안하고 지내겠다고 공약하는 총선후보 어디 없습니까? 그런 후보가 지역구에 출마한다면 꼭 찍어주고 싶습니다.

하여간 정치는 그런 겁니다. 법통이니 명분이니 말로 줏어섬긴 건 다 거짓말입니다. 그러니 대통령 욕해서 반사이익 챙기려는 추미애 나무랄거 없고, 송금특검 맹비난하다가 하루아침에 돌아서서 특검수용 주장한 사람을 당대표로 모시는 쓸개빠진당 욕할거 없고, 뜨물단식 최병렬도 욕할 것도 없어요. 장사꾼들은 원래 그렇게 하는 거랍니다.

진짜 욕을 먹어야 할 사람은 저런 하수에 머저리들을 뽑아준 국민들입니다. 국민이 깨어야 나라가 바로서지요. 유권자들을 깨우치기 위해서 우리는 힘들어도 지름길 놔두고 이렇게 먼길 돌아가야 합니다.

정치의 요체는 행동통일
중요한건 행동통일입니다. 대통령은 적어도 국민 70퍼센트의 행동통일을 이끌어내야 나라를 책임질 수 있습니다. 지지자들을 실망시킨 노무현의 결정들은 그 70퍼센트의 행동통일을 꾀한 거지요. 그 70퍼센트 안에는 일부 한나라당 지지자도 포함됩니다.

그렇다면 노무현도 포기한 나머지 30의 수구는? 퇴출되어야 합니다. 파병문제 대북문제 등에서 한나라당에 두루 양보해놓고도, 다시 각을 세우고 대결을 취하는 노무현의 전략은 그 30퍼센트의 수구퇴출에 있습니다.

그 30퍼센트를 이 쯤에서 잘라내지 않고는 대한민국을 끌고갈 수 없다는 거지요. 30퍼센트는 대한민국 바깥으로 밀어내놓고, 남은 70퍼센트 우리끼리 손맞추어 진도 나가자 이겁니다. 물론 대통령의 입장이 그러하다는 말일 뿐 저는 아닙니다. 저라면 대한민국의 100 안에서 왼쪽 55프로의 행동통일을 추구합니다.

이 55프로는 내년 총선에서 적어도 한나라당에는 투표하지 않을 사람입니다. 한나라당도 용인할 수도 있다는 45프로는.. 정균환, 박상천도 용인할 수 있다는 45프로는 일단 ‘우리’에서 배제해놓고.. 남은 55프로 우리끼리 손발맞추어 진도나가자 이겁니다.

결론적으로 대통령 노무현이 가는 ‘70프로 통합의 길’과 서프라이즈가 가는 ‘55프로 통합의 길’은 다른 길입니다. 대통령에게는 대통령의 길이 있고, 서프에는 서프의 길이 있고, 우리당은 우리당의 길이 있는 겁니다.

좌파들이라면 왼쪽 30프로의 행동통일만 이끌어내도 대성공입니다. 지난해 지자체 선거에서 강준만이 이문옥을 지지했더라면 그 30프로의 행동통일이 이루어져서 좌파와 범개혁세력이 사안별연대의 모범사례을 만들었을텐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지요.

진중권의 최근 글이 재미나더군요. 하긴 자유주의자 주제에 좌파인 척 하는 것도 전략은 전략입니다. 그쪽이 더 행동통일이 쉽다는 거죠. 55프로의 행동통일? 사실 무리지요. 서프라이즈나 오마이뉴스 같은 대형매체가 있으므로 꿈꿀 수 있는 겁니다.

어차피 강준만은 이문옥 지지 안할거, 어차피 자유주의자와의 연대는 불가능할거, 좌파들 끼리 똘똘 뭉치는 수 밖에.. 진중권의 판단도 당연한 겁니다. 서프나 오마이가 없다면 당연히 그렇게 가는 것이 정답이지요.

진중권이 틀린 것이 아니라 세상이 바뀐 거지요. 3년전만 해도 진중권의 지금 포지셔닝이 정답이었던 것입니다. 그러나 세상은 변했고 우리에겐 서프라이즈가 있습니다. 오마이뉴스도 있어요. 더 큰 규모의 행동통일이 물리적으로 가능해졌다 이겁니다. 55프로의 대통합을 꿈꾼다 해도 무리가 아닌 시대가 되었다 이겁니다.

강준만 말도 다 틀린건 아닙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강준만이 정답이었지요. 그때는 서프라이즈도 없었고 오마이뉴스도 없었습니다. 우리당이 깃발을 내걸어도 그 메시지는 유권자들에게 바로 전달되지 않습니다.

“쟤들이 왜 집을 나가 따로 살림을 차렸지? 난 도무지 이해가 안돼”

정말로 이해가 안되는 겁니다. 그 사람들은 진짜로 이해를 못하고 있는 거에요. 그들을 이해시키려면 한나라당과 싸움을 세게 붙어야 합니다. 그래서 노무현이 이번에 특검거부로 각을 세워서 최병렬에게 뜨물을 먹이고 있는 거구요.

문제는 행동통일입니다. 코드가 맞아야 하고 메시지가 전달되어야 합니다. 수단은 언론인데 조중동을 한나라당이 장악하고 있어요. 그렇다면 55프로의 아슬아슬한 싸움 포기하고 정균환, 박상천이 힘이라도 빌려야지 어쩌겠수.. 이게 강준만 생각입니다. 서프와 오마이가 없던 3년전까지만 해도 맞는 말이었지요.

동그라미입니다. 많은 동그라미에요. 동그라미 안에 동그라미가 있고, 동그라미 안에 또다른 동그라미가 있습니다. 진중권의 동그라미가 있고 강준만의 동그라미가 있어요. 진보누리의 동그라미가 있고 서프라이즈의 동그라미가 있어요.

누구나 남보다 큰 동그라미를 그리고 싶어하지요. 가능하다면 추미애도 끼워주고, 조순형도 끼워주고, 정균환 박상천도 포용하여 한나라당보다 더 큰 동그라미를 만들 수 있겠지요. 천만에요. 질량이 있고 구심점이 있습니다. 그 비누거품 같은 동그라미 안에 핵이 있습니다.

그 핵이 움직이면.. 그 거품 동그라미는 깨지고 맙니다. 그러므로 우리가 추미애 조순형까지 포용하려 한다면 과욕입니다. 우리는 그만치 잘난 존재가 아니에요. 그 핵 때문에, 그 구심점의 이동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포용하고도 진도 나갈 능력이 없는 거에요.

노무현의 동그라미는 대한민국의 70프로를 아우르는 커다란 동그라미입니다. 그래도 깨지지 않습니다. 왜? 대통령이니까요. 힘이 있으니까요. 그러나 우리는 다릅니다. 우리는 그만치 잘나지 않았지요. 우리는 겸손하게.. 대한민국 100을 기준으로 했을 때 왼쪽 극단을 기점으로 55프로의 소통합만 꿈꾸어야 합니다.

내년선거.. 동그라미 만들기 시합입니다. 승리하기 위해서는 최대한의 동그라미를 그려야 할테지요. 민주당도 끼워주는 커다란 동그라미를 그리면 좋겠지요. 천만에.. 그건 안됩니다. 그래서는 핵이 붕괴하고 말지요. 모두가 합격하는 시험은 없듯이 진도 나가려면 탈락하고 낙오하는 사람도 나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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