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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찔하다. 천억! 나는 상상력 있는 사람이다. 기절하고 나자빠진 것은 아니다. 우리끼리 이야기 할 때는 ‘자슥들이 천억만 해먹었겠는가’ 하며 쑥덕거리곤 했었다. 그러나 막상 ‘차떼기’로 현실화 되니 눈앞이 깜깜하다.

돈다발을 차떼기로 바리바리 실어와서 당사 사무실에다 그득히 쌓아놓고 당직자와 의원들이 다투어 견학하며 거기다 뺨을 부벼대고 눈물을 흘리면서 ..‘그래 돈이야 돈, 이 돈이 우리에게 권력을 앵겨준다 이말이쥐’.. 하며 감격했을 장면을 연상하니.. 현기증이 난다.

솔직히 그 정도일 줄은 몰랐다. 말이 천억이지 진짜로 천억일 줄이야. 세상을 알 만큼은 안다고 믿었는데.. 아직 멀었다 싶다. 흥분해서 글이 써지지 않는다. 손가락이 덜덜 떨린다. 지금 이 심정을 어떻게 하면 독자들에게 전달할 수 있을까.

이게 다 뭔가? 쿠데타인가 돈데타인가? 돈으로 권력을 찬탈하려 했지 않은가? 여당도 아닌 야당이 이런 짓을 하다니.. 과거 여당이 권력으로 돈을 끌어가면, 야당은 보다 못해 억울해서 좀 얻어쓰는 정도와는 차원이 다르다.

노골적인 권력찬탈의 시도이다. 국민을 바보로 알고.. 그들은 밤중에 카빈총 들고 한강을 넘어왔는데 이것들은 백주 대낮에 돈을 차떼기로 실어날랐다. 국가와 국민에 대한 반역이다. 당사째로 난지도에 끌어묻고 그 위에다 천억짜리 기념비를 세워야 한다. 후손들을 경계하기 위해서.

생각하자. 이인제가 민주당 후보가 되었다면 더 했을 일 아닌가? 야당에 천억이 갔다면 수완도 좋은 여당후보 이인제는 못해도 3천억은 끌어왔을 사람이다. 이인제, 유능하다. 이쪽 방면으로는 기술있다. 알아주는 사람이다.

노무현은 그 수천억을 국민들에게 되돌려준 것이다. 이것만으로도 칭찬받아야 한다. (얼마전 중앙일보에 난 기사 한토막이 생각난다. 노무현이 돈을 적게 쓰는 바람에 야당도 300억 이하로 적게 써서 지난 대선은 유례없는 깨끗한 선거가 되었다고.. 그렇게 개혁은 착착 진행되고 있으니 서두르지 말자고.. 그 기사를 쓴 사람은 정녕 모르고 썼단 말인가?)

항상 하는 말이지만 개혁.. 원래 잘 안된다. 실정이 이렇기 때문에 잘 안되는 것이다. 추미애 왈 ‘개혁은 천천히 하는 것’이라지만.. 강준만 왈 ‘개혁은 오버해서 안된다’고 말하고 있지만.. 실정이 이렇기 때문에 개혁은 천천히 해서 안된다. 오버해도 아주 세게해야 한다.

쇠뿔은 단김에 빼야 하고, 개혁은 기회를 잡았을 때 성난 파도처럼 밀어붙여서 ‘굵고 짧게’, ‘한방에’ 끝내야 한다. 이회창, 구속해야 한다. YS, 잡아 쳐넣어야 한다. 이 범죄가 이회창 혼자 짓이 아니지 않은가? 안풍, 세풍은 YS 작품이다. 정치인의 정치적 책임은 무한이다.  

분명히 말한다. 민주당 난닝구패거리들은 개혁세력 아니다. 개혁은 원래 독선이며, 독주이며, 독단이며 자기희생이다. 굵고 짧게 끝내려면 이 방법 밖에 없다. 중구난방으로 안되고 질질 끌어서 안된다. 리더에게 전권을 위임하고 우리는 조용히 협력해야 한다.

리더에게 권한을 위임하지 않겠다면 그건 이미 개혁세력 아니다. 그들은 개혁에 발목을 잡는 장애물일 뿐이다. 총선에 지는 한이 있더라도 이 참에 확실히 선을 그어야 한다. 이건 정말 ‘건수’ 제대로 잡은 거다. 노무현은 이미 건수잡은 만큼 정치개혁 이거 하나라도 확실히 해야한다.

추미애, 조순형, 강준만 솔직히 아깝다. 생살이 떨어져나가는 고통을 느낀다. 존경심은 아직 남아 있다. 미련이 남아서 자꾸만 언급하게 된다. 그러나 강해져야 한다. 결심을 굳혀야 한다. 확실히 마음 정리 해야 한다. 뒤도 안보고 진도나가야 한다.  

이렇게 정리가 된거다. 그들은 역사를 배신했다. 그들이 의도하지 않았지만 역사가 먼저 그들을 버리므로서 결과적으로 일이 그렇게 되고 말았다. 그러므로 역사는 냉엄한 것이다.

백범 김구선생의 말을 빌면 구한말 격변의 시점에서 일제의 의도를 꿰뚫어보고 바른 길을 선택한 사람은 조선사람 중 2프로에 지나지 않았다 한다. 20년 동안 혹독하게 고생을 해보고서야 뒤늦게 깨우쳐서 한마음 한뜻으로 삼일만세를 불렀던 거다.

언제나 그렇듯이 앞서 가는 사람은 극소수이다. 민중은 20년씩 늦게 깨우친다. 그 많던 독립투사들도 일제 말기에는 다들 친일파로 돌아섰다. 서울의 봄 때 서울역 앞에서는 그 깨우친 2프로도 오판을 저질렀다. 전두환 말기 대학생들만 데모하고 있을 때 상황판단이 적절했던 사람은 국민의 5프로에 지나지 않았다.

세월이 흐르면 뒤늦게 깨우쳐서, 다들 처음부터 일제에 반대하고, 처음부터 전두환 반대하고, 처음부터 개혁에 찬성한 것처럼, 자기 기억을 조작하고 있지만 진실은 그렇지 않다. 가슴에 손을 얹고 곰곰이 생각해보라!

당신은 전두환 노태우 찍어놓고 나중 민주화되자 뒤늦게, '처음부터 전두환을 반대했던 것처럼' 자기 기억을 조작하고 있지 않았던가?

『 그들을 용서하지 마소서. 그들 자신이 무슨 짓을 저지르고 있는지 깨우쳐 주어야 합니다. 』

노무현이 지도자로 우뚝 설 수 있는 찬스
우리나라와 같이 정당정치가 자리잡지 않은 상황에서 권력은 쉽게 탄생하지 않는다. 노무현은 여전히 권력기반이 불안하다. 인도네시아의 와히드처럼, 페루의 후지모리처럼, 필리핀의 에스트라다처럼 불안정하다. YS와 DJ가 30년간 고생해서 일군 그것이 노무현에겐 없다.

회창과 YS를 파묻어야 노무현이 국민 앞에서 지도자로 대접받을 수 있다. 보스로 인정받는거 말이다. 맘 속으로 복종하는거 말이다. 지금 노무현대통령을 자신의 지도자로 인정하는 사람은 열린우리당 안에도 유시민 한 사람 빼고 없다.

진보, 보수 구도로 정당정치가 자리를 잡기 까지는, 이념에 기반한 정당정치가 대통령의 든든한 백이 되어주기까지는 이대로 가는 수 밖에 없다. 지금처럼 이념에 기반하지 않은 정당정치는 조순형, 추미애, 김경재처럼 언제든지 지도자의 등에 비수를 꽂을 수 있다.

와히드, 에스트라다, 후지모리들이 정당이 없어서 제거된 것이 아니다. 그 정당이 이념에 기반하지 않은 사꾸라정당이기 때문에, YS나 DJ처럼 30년 정도 고생을 하지 않으면 절대로 정당이 대통령의 권력기반이 되어주지 않는다. 이건 철칙이다.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

1) 30년 정도 고생해서 인맥에 의한 권력기반 만들기
2) 진보 대 보수 구도로 가서 이념정당에 의한 권력기반 만들기

이 외에 다른 길은 원초적으로 존재하지 않는다. 70 노인 회창옹을 당선시키거나 정치개혁을 하거나다.

지금 상황은 중요하다. 대통령이 내년 3월이나 되어야 우리당에 입당하겠다고 말하고 있다. 정확하게 보고 있다. 부안문제 해결하겠다니 안심이 된다.(근데 부시가 결국 배신을 때리고 북핵문제 해결을 거절했으니 역시 파병문제는 잘못 판단한 거.. 북핵문제 해결해도 파병은 잘못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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