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주객이
전도된 현실을 지금 바로잡아야 한다.』

밝혀진 것만 700억을 넘고 드러나지 않은 것을 포함하면
‘상상을 초월하는 액수’
라는 보도를 접한다. 참 상상력 없는 사람들이다.
조중동이 그 상상력 억제한다고 그동안 욕 많이 봤다는 생각이 든다.


인간은 상상하는 동물이다. 상상력이야 말로 동물과 인간을 구분짓는 경계선이
아니겠는가. 전두환 노태우가 3000억 테이프를 끊은 이래 안풍, 세풍을 통과하면서
한국인의 상상력은 발달해 왔다. 1000억 정도는 껌값으로 아는 나라가 되었다.


실정이 이럴진대 발달된 한국인의 상상을 초월하려면 털어서 조 단위는 나와야
하지 않겠는가.


정치 또한 상상력이다. 생각하면 우리도 상상력 하나를 밑천으로 여기까지 왔다.
불과 몇 개월 전만 해도 상상에 지나지 않았던 것들이 지금은 현실이 되어가고 있다.
‘이회창 엮어넣기’ 말이다. 최병렬의 단식은 이회창에
대한 최후통첩이 아니고 무엇이란 말인가.


어저께 허참옹을 만났다는 '병팔이의 일기'를 입수한 바 있다.


병팔 “아무래도 성님이 한번 들어갔다와야 겠슴다.
식솔은 지가 보살필테니 염려 놓으시고..”
허참
“허 참! 야가 시방 무슨 소리 하고 있노?”
병팔 “노무현의
무대뽀 공격에 맞서 저도 열흘 단식 성의를 보였으니 이만하면 됐다 아잉교?”


결국은 우리가 옳았다는 판단을 한다. 신자유주의니 정리해고제니 해서 말은 많았지만
DJ가 햇볕정책 하나로 정권재창출 성공했듯이 우리당이 설사 내년 선거에 진다 하더라도
정치개혁 하나만 제대로 해치우면 정권재창출은 무난하겠다.


우리에겐 꿈이 있다.
꿈(dream)의 어원을 찾아보면 어딘가로
’데리고 간다’
는 뜻이 있다. 어근을 같이 하는 단어로는 백성을 데리고(이끌고)
가는 사람으로 공작(duke)이 있다. 교육(educate)은 밖(ex)+데리고 감(duke)이다.
‘우물 안의 개고리’를 우물 바깥으로 이끌어(데리고)
내는 것이 교육인 것이다.


우리는 지금 그 우물과 우물바깥 세계의 경계선에 서 있다. 우물 바깥의 세계는
두렵다. 지역주의와 온전히 결별하고도 우리가 적들을 이길 수 있을까? 한 번 써먹은
영남포위전략을 버리고도 한나라당을 제압할 수 있을까? 생각하면 두렵기 짝이 없다.
  


그 두려움을 넘어설 수 있어야 한다. 왜? 희망은 증오보다 건강에 이롭기 때문이다.
신뢰가 불신보다 사회에 이롭기 때문이다. ‘종자가 다른’
정균환 박상천의 힘을 빌려서는 현재의 상황을 고착화 하는 후유증을 남기기
때문이다. 그래서는 한나라당만 이득을 보기 때문이다.


간단하다. DJ가 총재일 때는 DJ가 직접 공천권을 행사했다. 그 결과로 나눠먹기를
극복하고 이른바 ‘중진’이라 불리우는 기득권 철밥통들을
낙엽처럼 떨어뜨려 승리할 수 있었다. 노무현이 민주당을 물려받았다. 그러나 공천권은
물려받지 못했다.


당정분리다. 정균환 박상천들을 공천에서 걸러낼 방법은 원초적으로 없다. 필패다.
어쩔 것인가? 신당의 창당은 한나라당과 내통한 수준의 이적행위를 한 정박후세력을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었던 것이다.  


YS, DJ 그리고 노무현의 싸움
역시 우리가 옳았다. YS도 숙군은 했다.
그러나 국민과 함께 하는 것은 아니었다. 하나회 숙청 정도야 쉽다. 보안만 철저히
하고 타이밍만 잘 잡으면 된다. 햇볕정책은 어렵다. 우리의 성의만으로 안되고 김정일이
맞장구를 치도록 유도해야 했다.


YS도 남북정상회담 하려 했다. 김일성이 죽어서 뜻대로 되지 않았을 뿐이다. 문제는
김일성사망 직후 YS의 대응이다. 조문논란이 벌어지자 당황해서 비상경계령 발동하고
그러다가 결정적인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다. YS은 좁은 소견머리로는 통일이라는
큰 그릇을 빚어낼 수 없었던 것이다. 비록 뒷탈이 있었지만 DJ가 김정일을 회담장소까지
끌어낸 점은 높이 평가되어야 한다.


YS의 숙군작업이 및실에서 10~20명의 팀을 지휘하여 1개월 안에 해치우는 정도의
결정이라면, DJ의 결단은 광범위하게 사람을 파견하여 조치할 건 조치하고 수습할건
수습해야 했다는 점에서 적어도 1백명 이상의 인원이 1년 이상 손발을 맞추어 움직여줘야
되는 규모의 일이다.


노무현의 개혁작업은 원초적으로 그 차원이 다르다. 2500만 유권자와 함께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몇 명의 팀을 움직여서 안되고, 몇백명의 조직을 꾸려서 안된다.
천시와 지리와 인화가 삼박자로 조화를 이루어야만 가능하다.


어찌 보면 무모한 일이다. 검찰을 움직인다 해서 다되는 일이 아니고, 재신임카드를
내밀어 국민들 앞에 본인의 진정성을 보여준다고 해서 다되는 일이 아니다. 신당을
창당하여 국민들에게 희망을 심어준다고 해서 다되는 일 또한 아니다.


여전히 우리는 첫 단추를 꿰는 일의 첫 삽 밖에 뜨지 못하고 있다. 서생 강준만이
노무현의 이런 무모한 계획에 놀라 뒤로 나동그러지는 현상도 놀랄 일은 아니다.


왜 개혁을 해야만 하는가?
여러 이유가 있지만 현실적으로 개혁세력의
총체적인 역량이 적들의 힘에 비해 너무나 미약하다는 것이 개혁을 서두르는 가장
큰 이유다. 지난 대선의 승리는 지역구도에 의존한 한나라당의 자살골이지 우리가
자력으로 일구어낸 승리가 아니다.


그러므로 개혁을 여기서 멈춘다면 우리가 다죽는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DJ와
노무현은 적의 힘을 역이용하는 방법으로 승리했던 것이며, 개혁세력의 자력으로
승리할 수 있는 발판을 얻어내는 단계까지 가야 비로소 개혁의 베이스캠프 정도는
설치했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다 치고 2004년 총선을 앞두고 왜 지금 이 시기에 이런 방법으로 다른 개혁도
아닌 정치개혁을 하는가? 또 언론개혁이 왜 다른 어떤 부분의 개혁보다 우선하는가?
간단히 말하면 선거권을 유권자에게 돌려주기 위해서이다.


지금까지는 유권자가 자신이 지지하는 정당의 후보에 투표한 적이 없다. 나는
92년까지 투표하지 않았다. 경주에는 원래 김씨가 먹게되어 있기 때문이다. 김일윤에
김순규 얼씨구. 안동에는 권씨가 먹고 점촌은 신씨가 먹게 되어 있듯이 말이다. 권오을에
권정달 지화자.


물론 점촌에서 얼라리요 신국환 신영국 두 사람이 나오면 예천에 황씨 황병태가
명함을 내밀게 되기도 하지만 그래도 예천 황씨가 점촌 신씨에 맞선다는건 소선거구제
이후로는 꿈도 꿔서 안되는 일이 되었던 것이다.


안동 하면 ‘안동 김씨’를 떠올리는 분도 있겠지만 모르시는 말씀. 세도정치로
유명한 안동김씨가 안동에 살았던 것은 아니다. 안동은 권씨가 꽉 잡고 있어서 무슨
모임의 상석에는 권씨가 않도록 되어 있다.(안동 사는 분께 들은 말로)


이게 말뚝뽑기지 선거인가?  


우리도 선거 한번 해보자는 것이다. 말뚝이 아닌 사람을 뽑자는 것이다. 이젠
그럴만한 때가 되지 않았는가? 경주에 김씨, 안동에 권씨, 문경에 신씨, 영주에 박씨
하는 식으로 지역별로 호족이 들어차 있어서 그 성씨에 들지 않는 사람은 애초에
정치 하려고도 않는다.


그러므로 똑똑한 인재가 재벌로 들어가고 관가로 들어가서 정치 쪽에는 원초적으로
인재가 없다. 수준 떨어지는 정치인을 비난할 것이 아니라 똑똑한 인재들이 꿈을
포기하고 정치를 지망하지 않는 구조와 시스템을 업글해야 한다는 말이다.


개혁이 무엇인가? 이렇듯이 막혀 있는 데를 뚫어주는 것이 곧 개혁이다. 조중동으로
막히고, 강남으로 막히고, 서울대로 막히고, 족벌로 막히고 두루두루 다 막혔다.
이걸 뚫어서 경쟁체제를 만들어줘야 피가 돌고 맥이 뛰고 온기가 통한다. 이 정도는
굳이 말 안해도 알 거 같은데.


덧글..
미애도 가고 순형이도 가고.. 이 분들 인터뷰 한 거 보니 이
양반들은 정말로 개혁을 왜 하는지 모르는 모양이다. 이런들 어떠하리 오늘은 전두환과
손잡고, 저런들 어떠하리 내일은 DJ와 악수하여 조순형.. 그렇게 만수산 드렁칡이
얽혀서 잘도 해먹는게 정치다. 그렇다. 과연 강준만들의 그 말이 맞다. 그 말이 진짜로
맞기 때문에 내가 이런 소리를 하는 것이다.  


강준만씨! 그래 당신말이 다 맞다구 칩시다. 그게 정치라면, 노무현이 뭣도 모르고
오바질 해서 그 정치에 반기를 드는 사고를 치고 있다면.. 그렇다면 그 정치를 지금
엎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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