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렸을 때 본 시골 정미소는 거대했다. 그렇게 큰 기계는 머리털 나고 처음 본 것이었다. 천장에는 거대한 벨트가 돌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방아는 어디에 있지? 방앗간이니까 방아가 어딘가에 있을 텐데. 방아확이 있고 절굿공이가 있을 텐데. 찾았다. 달걀만 했다. 앞에 추가 막고 있고 뒤에 볼트가 돌아가며 볍씨를 밀어내고 있었다. 볼트와 추 사이에 끼어서 마찰로 볍씨에서 왕겨가 벗겨지고 있었다. 기계가 아무리 거대해도 핵심이 되는 부품은 작다. 전축의 바늘과 같다. 레코드판은 그냥 판대기다. 지능은 바늘에 있다. 바늘이 홈을 감지하는게 지능이다. 어떤 장치든 칼날과 도마가 있다. 전축의 바늘이 칼이면 홈은 도마다. 문제는 바늘이 어떻게 홈을 찾아가느냐다. 내리막 경사가 필요하다. 볍씨를 볼트와 추 사이로 밀어넣는 문제다. 지능은 방아확의 적절한 경사다. 컴퓨터가 커도 실제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부분은 작다. 하드디스크나 그래픽 카드는 지능이 아니다. 보조장치에 불과하다. 인간의 두뇌도 마찬가지다. 지능을 결정하는 부분은 아주 적은 숫자의 바이트로 만들 수 있다. 경사를 결정하는 알고리즘이 문제일 뿐이다. 인간의 뇌가 많은 것을 기억한다. 그러나 기억이 지능은 아니다. 기억은 도서관에 맡기면 된다. 굳이 사람 머리에 집어넣고 다닐 이유가 없다. 딥러닝이라는 것은 자동으로 코딩을 하는 장치다. 입력과 출력 사이에서 숨은 질서를 자동으로 찾아내는 역할이다. 코딩에 드는 비용과 시간을 줄인다. 그게 지능인가? 그건 보조장치가 아닌가? 한국경제에 인공지능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의 기사가 떴다. 인공지능이 과장되어 대중에게 환상을 심어준 것은 맞다. 알파고를 인공지능이라고 할 수 있을까? 알고리즘은 의미 있다. 그러나 대부분 본질과 관계없이 변죽을 올리는 것이다. 알파고는 빠른 연산속도를 이용하여 반칙을 한다. 딥러닝으로 고양이를 인식해봤자 그것이 지능은 아니다. 카메라를 좋은 것으로 써도 같은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전략이 들어가야 인공지능이라 할 수 있다. 작은 것을 내주고 큰 것과 바꿔치기 할 수 있어야 인공지능이다. 대칭을 만들고 상황을 압축해 가는게 지능이다. 지능이 뭐냐? 지능은 뒤집어보는 능력이다. 30억 년 전 최초의 단세포 생물은 먹이를 삼키다가 소화가 안 되면 뱉어낸다. 반대로 행동하는 것이다. 쥐는 미로를 가다가 막히면 뒤로 간다. 머리가 나쁜 참새는 유리창으로 막혔는데도 계속 대가리를 박는다. 앞으로 못 가면 뒤로 가야 하는데 그렇게 못한다. 앞과 뒤의 대칭이 없기 때문이다. 머리가 좋으냐 나쁘냐는 뭘 하다가 막히면 방향을 트느냐 반복하느냐다. 이러다가 안 되면 저러는 것은 머리가 좋은 것이고 이러다가 안 되는데 계속 이러고 있는 것은 머리가 나쁜 경우다. 기억력도 지능을 구성하지만 보조수단이다. 핵심은 여러 가지를 시도하는 것이다. 그냥 반대로 가면 된다. 반대의 반대로 레벨을 높일 수 있어야 한다. 앞뒤로 안 되면 좌우로, 좌우로 안 되면 상하로, 돌려서 안 되면 밀어보고, 밀어서 안 되면 당겨보고, 당겨서 안 되면 눌러보고, 이쪽에서 안 되면 저쪽에서 계속 바꿔가며 시도하는 것이 지능이다. 그런 바꿔서 시도하기는 대칭을 따라가고 대칭의 축을 찾아내는 것이다. 대칭의 축은 권력이다. 권력은 연동되어 있음이다. 맞물려 있으므로 반대편을 생각하는 것이다. 중심을 의식하고 있으며 중심이 흔들릴 때 스트레스를 받는다. 대부분의 사람은 지능이 없다시피 하다. 그냥 반대쪽을 살펴보면 되는데 그 정도를 시도하지 않는다. 머리가 좋은 사람은 공감각의 형태로 태그를 붙여놓는다. 느낌을 떠올려서 반대쪽을 볼 수 있다. 놀림을 당하면 불쾌해진다. 주도권 뺏기면 화가 난다. 이기려면 맞서야 한다. 맞서려면 반대쪽을 봐야 한다. 머리가 나쁜 사람은 기분이 나쁘지 않으므로 반대쪽을 보지 않는다. 유튜브 영상에 동물을 구조하는 영상이 많다. 자신을 구하러 온 사람을 공격하려고 한다. 이판사판이므로 사람에게 복종하는 것도 해볼 만한데 말이다. 한번 입력된 명령을 바꾸지 못한다. 이러다가 안 되어 저러려면 내가 이러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야 한다. 대칭적으로 범주화 하는게 지능이다. 지능의 핵심은 피아구분이다. 전략적 바꿔치기를 하려면 범주화할 수 있어야 한다. 카테고리를 나누는 능력. 그것을 게임화, 전략화, 구조화할 수 있는게 지능이다. 이거 아니면 저거로 만드는 것이다. 승리 아니면 관종, 이기지 못하면 현찰, 이걸 내주고 저걸 가져오는게 지능이다. 대칭의 2분법을 적용하여 한 방향으로 계속 진행하게 만들 수 있어야 한다. 딥러닝도 필요하지만 인공지능의 본질은 아니다. 인공지능이 잘 되고 있다면 내가 이런 말을 할 필요가 없다. 가다가 막히면 반대쪽으로 가보는게 지능이다. 지금 인공지능 연구자들은 가다가 막혔는데도 참새처럼 계속 유리창에 대가리를 박고 있는게 아닌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