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틀즈의 let it be 무슨 뜻일까? 혹자는 ‘순리에 맡겨라’고 번역하기도 하고 혹자는 ‘내버려두라’고 번역하기도 한다. ‘그대로 될지어다’로 번역한 것도 있더라. 대략 매끄러운 번역이기는 하지만 지나친 의역의 소지가 있다. 직역해야 진짜 의미를 안다. 문제는 be와 is의 차이다. is는 it에서 온 말로 턱으로 눈앞의 사물을 가리키는 말이다. be는 by와 통하는 말로 입술로 어떤 추상적인 사건의 존재를 가리키는 말이다.
"너 지우개 있냐?" "너 아버지 있냐?"
같은 '있다'라도 두 말은 쓰임새가 다르다. 아버지를 소유하고 있다는 뜻이 아니다. 있기는 있는데 그게 눈앞에 있는 물체가 아닌 경우가 있다. 그것은 주로 포지션이다. 눈에 보이는 물건은 is이고, 어딘가에 소속되어 있는 포지션은 be다. 이에 해당하는 우리말은 ‘바’다. 바는 ‘아는 바 없다’는 식으로 다른 말에 붙여쓰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바의 의미를 잘 알지 못한다. (필자는 20살 무렵 ‘바’를 깨닫기 위해 3년 이상 줄곧 생각했다. 그리고 '바를 깨닫는 것이 깨닫는 것이다' 하고 말하고 다녔다. 물론 3년동안 밥먹고 딱 그것만 줄곧 생각한 것은 아니다.) ‘바’는 ‘바로’와 가까운 말로 어떤 소속, 어떤 포지션의 존재를 나타내며, 멀리 떨어져 있지 않고, 다른 어떤 과정을 거치지 않고, 곧바로 가까운 곳에 속해 있다는 뜻이다. '바'는 공간적으로 근처에 달라붙어있다는 뜻이며, 동시에 추상적으로 어떤 사건이 벌어져 있다는 뜻이다. 바는 바로다. 기승전결로 곧장 포지션이 연결되는 것이 by다. 말하자면 축구시합에서 바로 패스를 받을 수 있는 포지션이 by다. 곧 be다. ‘바’다. 기성용과 차두리 콤비처럼 딱 붙어있는 단짝이다. let it be는 '그것이 거기에 소속된 채로 있도록 하라'는 뜻이다. 그러므로 ‘그대로 될지어다’가 그럴듯하다. 물론 아주 딱 맞는 말은 아니다. ‘내버려두라’거나 ‘순리에 맡겨라’도 좋은 표현이기는 하지만 과잉의역의 소지가 있다. '그냥 있는대로 두라'고 해도 되겠다. '내버려두라'고 하면 '버리다' 때문에 포기하라는 인상을 주어 약간 허무하다. '순리에 맡겨라'고 하면 어떤 법칙에 의존하라는 뜻이 되며 너무 엄격하다. 이 둘은 서로 충돌한다. '내버려두라'는 너무 소극적이고, '순리에 맡겨라'는 너무 적극적이다. ‘그대로 될지어다’가 그나마 본래의 의미에 가깝다. let it be는 '사명이 이루어질 거'라는 긍정적 표현이다. 결코 ‘냅둬유’가 아니다. ‘내비도’가 아니다. 어떤 위력적인 법칙에 맡기고 손떼라는 말도 아니다. 직역하면 let it be는 하라+그것+바(소속, 포지션)다. 쓸데없이 건들어 파토내지 말고 이것이 속해 있는 자연스러운 그 결대로 하라는 거다. '그 있는 바를 따르라'다. 왜 부바키키프로젝트를 하는가? 번역이 엉터리이기 때문이다. 성모 마리아님이 주신 지혜의 말씀이 '깝치지 말고 순리에 맡겨라'는 권위적인 말씀일 리도 없고, '얌마 그냥 냅둬!' 하는 자포자기의 말씀일 리도 없기 때문이다. 각자의 맡은 '바'대로 이루어진다는 축복의 말씀일거라.(실제로는 폴의 어머니를 뜻하지만 종교적인 맥락상.)
폴 매카트니가 음반이름을 'get back'로 하려고 했는데 존 레논이 반대했다는걸 보면 '원래대로 두어라', '초심으로 돌아가자'는 뜻이 숨어있다고 볼 수 있다. 멤버들이 분열되기 이전의 좋았던 처음 모습 그대로 두어라는 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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