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사랑과 연민이 

흘러넘쳐야 좋은거라고 믿죠?

왜 북극과 사막에 

기상이변이 몰아닥쳐야 한다고 믿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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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부분의 사람들은 

사소한 것에 관심을 갖기를 좋아하고 

중요한 일에 대해서는 회피하고 두려워 합니다. 

만약 중요한 일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을 때는 

주먹에 불끈 주고 눈을 부릅뜨고 

입을 씨불거리며 연신 콧김을 내뿜으며 얼굴표정이 굳어지고 맙니다.

깨달음을 말하는 사람들은 대개 사소한 것에 연연해 하며

눈을 가늘게 뜨고 등을 벽에 기대고 비스듬히 자빠져 앉아서 나른한 표정으로

떵이나 방구나 바람이나 풀잎이나 지렁이나 매미나 자연이나 산수나 

이런 시시한 것들을 입에 올리곤 하죠. 

포대화상이 저자거리를 헤매며

어린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는 것은 시시한 일입니다.

사람들에게 사랑과 연민을 베풀어주는 것이 그다지 이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중요한 일에 관심을 가져야 하며 중요한 일은 인간의 불행이 아니라 신의 고독이지요.

입전수수의 진정한 의미는 뭐 장터거리에 폼잡고 앉아서 

애들하고 씨씨덕거리며 입씨름 하는게 아니라

인간의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라고 봅니다.

이 길이 본래 나의 의지로 내가 원해서 선택한 길이 아니고 

내가 한국인으로 혹은 남자로 혹은 21세기 사람으로 나고 싶어서 그리 결정한 것이 아니고

태어나 보니 이미 한국인으로, 남자로, 이 시대의 사람으로 결정되어 있었더랬죠.

그 길이 내가 본래 가던 길이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것이 중요합니다.

포대화상이 저자거리로 간 것은 애들에게 사랑과 연민을 나눠주기 위해서가 아니고

북극과 사막에 기상이변을 일으킬 목적이 아니오라

그 길이 포대화상이 전생에서부터 계속 가던 길이었으므로 이왕 가던 그 길을 계속 가는 거지요.

중요한 일에서도 얼굴이 굳어지지 않고

사소한 일에서도 얼굴이 나른해지지 않아야 한다고 봅니다.

왜냐하면 옛부터 가던 길을 계속 가는 것이니까요.

천년 만년 계속 가야 하는 길이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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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주자가 깨달으면 

음악의 역사 1만년간 음악이 가는 길이 그냥 보입니다.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입니다.

화가가 깨달으면 

회화의 역사 1만년간 회화가 걸어온 길이 그냥 보입니다.

그 길을 계속 가는 것입니다.

포대화상이 저자거리로 간 이유는 

저자거리가 1만년간 걸어온 길, 걸어갈 길이 보였기 때문이지

흘러넘치는 사랑과 연민을 주체 못해서 

그걸 애들에게 나눠주려고 간 것은 아닙니다.

본래 어디서 왔고 지금 어디까지 도달해 있으며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내가 누구인지 내가 왜 사는지 내가 왜 이 길을 가는지 안다면 그 길을 계속 가는 겁니다.

모르고 가는 길과 알고 가는 길은 다르지요.

 깨달음으로 갑자기 신통방통해진다는게 시대가 무지하고 사람이 너무 모를때 이야기에요. 지금도 바보는 많지만.

세상은 계속되는 신의 실패.

그렇다면 애초에 신이  이성이라는 미약한 장치에 자신의 운명을 맡긴 이유는 뭐요?

북극은 계속 춥고, 사막은 계속 삭막하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