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lsung Kim [페북펌]
트윗의 전반적인 취지에는 동의합니다. 다만 한 두 가지 짚고 싶은 게 있습니다.
1.
적자생존이라는 말이 진화론에서 사용되는 건 사실입니다만, 진화는 “강하고 냉혹한 경쟁”이 아닙니다. 진화를 이렇게 이해하면 진화에 특별한 의도나 과정이 개입되는 것처럼 착각할 위험이 있습니다.
진화는 유전차 풀이 내적·외적 충격에 변화하는 동적 과정입니다. 내적 충격은 주기적으로 발생하는 임의적인 돌연변이고, 외적 충격은 환경의 변화입니다. 진화는 그 변화에 따라 유전차 풀이 변화하는 것 뿐입니다.
거의 모든 유전자의 요동은 짝짓기를 통해 발생하고, 짝짓기는 유전자 - 유전자가 아니라 개체 - 개체 사이에 이루어지는 것이어서, 유전자만을 생각하는 것은 시야를 좁힐 위험이 있지만 - 이 점에서 스티븐 제이 굴드 등의 지적이 의미를 갖습니다 - 기본적으로 진화의 본질은 유전자의 요동입니다. 그런 유전자 풀들이 변화하고, 분열하는 과정에서 종이 생기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합니다. 전적으로 randomness의 영역 문제일 뿐, 생태지위를 두고 의식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2.
진화가 의식적인 경쟁 과정이 아니기 때문에, 생명체가 반드시 무한경쟁만을 하는 것은 아닙니다. 물론 “경쟁”으로 해석될만한 상황이 많은 것은 사실이지만, 때에 따라서는 협력 관계도 당연히 나타납니다. 이 협력은 어디까지나 주어진 상황 내에서 최적해가 협력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지, “협력은 좋은 것”이기 때문에 나타나는 것이 아닙니다.
자연과학에 가치평가를 덧씌우는 것은 흔히 보이는 오류입니다만, 그런 오류가 가장 자주 보이는 과학이 생물학입니다. 아마도 우리 자신이 생물이기 때문에 그러는 게 아닌가 싶습니다만, 생물학을 포함한 자연과학에서 이념적 가치의 정당성을 찾으려는 것은 매우 위험합니다. 자연과학의 본질과 벗어날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지 않은 결론을 정당화하는 도구로 쓰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3.
문재인 전 대통령이 언급한 책이 그런 오류를 범했는지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만,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트윗에서 그런 오류의 느낌이 묻어나는 건 사실입니다. 그럼에도 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결론에 반대하지 않습니다. 많은 경우, 가장 좋은 결과를 도출하는 최적해는 “만인의 만인에 대한 경쟁”이 아니라 “적절한 수준의 협력”이기 때문입니다. 이념적 가치가 그렇다는 것이 아니라, 게임 이론을 들여다보면 그렇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멀리 갈 것도 없이, 잘 알려진 “죄수의 딜레마”만 생각해도 이 사실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이 딜레마에 등장하는 죄수들 사이에 신뢰관계가 있는 경우가, 신뢰관계가 없는 경우보다 훨씬 더 죄수들에게 이익이 되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지금 우리 교육의 큰 문제는 협력하는 방법을 가르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무한 경쟁만을 강조할 뿐, 협력하고, 이해하고, 공통의 이익을 찾는 방법은 가르치지 않습니다. 그러다보니 우리 사회도 경쟁만이 최선인 것처럼 생각하고 작동합니다.
협력은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수학의 문제, 경쟁의 문제입니다. “사회와 국가의 번성”의 문제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저는 문재인 전 대통령의 트윗에 동감합니다.
4.
그렇지만 제가 이 트윗을 보고 든 첫번째 생각은, 문재인 전 대통령이 위험할 수도 있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은퇴한 문재인 전 대통령이 자신의 개인적인 삶을 마음껏 누리는 것을 비판할 수는 없습니다. 문재인 전 대통령은 편안한 삶, 하고싶은 일을 하면서 인생을 누릴 권리가 있습니다. 그러나 현 대통령의 지지율이 끝없이 곤두박질치고, 대규모 사정 정국이 닥칠 거라는 우려가 팽배한 지금, 이렇게 SNS 등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위험할 수 있습니다.
저도 이런 이야기를 해서 씁쓸합니다만, 조금만 조심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진짜 걱정이 되어서 하는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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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 페북글의 글쓴이 김필성은 좀 아는 사람인데 역시 모든 과학자가 범하는 진부한 오류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기본적으로 진화의 본질은 유전자의 요동이다. 그런 유전자 풀들이 변화하고, 분열하는 과정에서 종이 생기기도 하고 소멸하기도 한다. 전적으로 randomness의 영역 문제일 뿐, 생태지위를 두고 의식적인 경쟁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Pilsung Kim]
즉 진화는 랜덤이라는 말이다. 과연 그럴까? 천만에. 화석을 보면 대멸종 직후에 굉장히 다양하고 기이한 변이가 나타난다. 불필요하고 과잉된 변이가 나타난다. 그리고 점차 소멸한다. 이 경향은 모든 종에서 관찰된다. 왜 그럴까? 포식자가 없으면 열성인자가 살아남기 때문이다. 생존에 불리한 종이 살아남는다. 그러나 오래가지는 못한다. 진화압 때문이다.
왜 눈이 넷이고 코가 셋인 사람은 없을까? 진화압 때문이다. 즉 어느 시점에 압박을 받는다. 사피엔스의 뇌가 작아진 것은 선택압 때문이라고 한다. 처음에는 압이 없다. 다양한 변이가 나온다. 핀치새의 부리는 왜 다양할까? 포식자가 없기 때문이다. 진화압, 선택압이 약하다. 포식자에 의해 압박 받으면?
압력을 줄이는 방법은 회전율을 높이는 것이다. 식당에 손님이 많으면? 패스트푸드를 팔면 된다. 햄버거는 회전율이 높아서 압력을 낮춘다. 쥐는 빠르게 번식한다. 길고양이는 야생 고양이보다 빠르게 임신하고 번식한다. 일생의 주기가 짧다. 인간들이 짜고 달고 나쁜 음식을 주기 때문에 수명이 짧다.
인류가 등장하자 많은 동물의 몸집 크기가 줄어들었다. 공룡이 있을 때 포유류는 몸집이 작았다. 공룡이라는 포식자가 사라지자 선택압이 감소한 것이 다양한 변이로 이어졌고 덩치 큰 포유류를 등장시켰으며 다수는 인간이 멸종시켰다. 포식자는 작은 놈을 사냥하는데 인간은 큰 놈만 사냥하기 때문이다.
의사소통 능력에 의한 친화력은 선택압을 감소시킨다. 의사결정 속도의 빠르기는 의사결정의 폭을 넓힌다. 남이 한 번 결정할 동안 열 번 결정한다면? 13억 중국이 한 번 결정할 때 한국은 열 번 결정한다. 북한 지도자가 한 번 바뀔 때 일본 총리는 열 번 바뀐다. 시행착오와 오류시정의 기회가 증가한다. 의사결정의 성공률이 높다.
화살의 명중 횟수를 높이려면 활을 많이 쏘면 된다. 주변과 협력해도 된다. 단 여기에 전략이 들어간다. 숲에 사는 호랑이는 단독생활을 하고 사바나에 사는 사자는 협력생활을 한다. 자연법칙에 선악이 없지만 사바나에 사는 하이에나는 선악이 있다. 집단생활을 하는 늑대, 개, 사람, 사자는 조금이라도 선한 종이 살아남는다. 협력을 더 잘하는 개체가 선하다.
김필성류 보통 지식인의 보통 주장은 보통 틀린다. 구조론과 맞지 않기 때문이다. 장기를 두는데 상대방이 기물을 한 번 옮길 때 나는 두 번 옮긴다면? 내가 이긴다. 바둑을 두는데 상대는 물러주기 없고 나만 열 번 물러주기로 허용된다면? 전체주의 공산주의는 물러주기가 없으므로 바둑에 진다. 자본주의는 정권이 교체될 때마다 물러준다. 누가 이기겠는가?
정답.. 의사결정 속도가 빠르면 유리하다. 생애주기가 빠르면 생존확률이 높다. 적합한 생태적 지위를 찾아갈 확률이 높다. 남이 주사위를 한 번 던질 때 나는 세 번 던져서 가장 큰 수를 고른다면? 당연히 주사위를 많이 던지는 사람이 이긴다.
김필성이 게임이론을 들먹이는 점에 유의하자. 게임은 상대가 있다. 상대가 있으면 이미 랜덤이 아니다. 전략이 들어간다. 랜덤설과 게임이론이 충돌한다는 사실을 왜 모르는가? 본인의 주장과 모순되지 않는가? 전략은 1차전을 져주고 2차전을 이기는 것이다. 전략은 랜덤이 아니다.
랜덤설은 골프공을 여러 개 쳐서 우연히 하나가 홀인원이 되는 것이다. 1만 개를 치면 우연히 홀인원이 될 수 있다. 전략은 일부러 홀 근처에 공을 보내고 조금씩 좁혀서 파 세이브를 하는 것이다. 종은 우연한 홀인원이 아니라 필연적인 파 세이브를 노리기 때문에 랜덤설이 틀렸다.
1. 포식자가 없고 영토가 무한히 넓으면 선택압, 진화압이 걸리지 않는다.
2. 영역이 좁고 포식자에 의해 선택압, 진화압이 걸리면 의사결정을 잘하는 쪽이 이긴다.
3. 남이 한 번 결정할 때 두 번 결정하는 쪽이 이긴다.
4. 몸집을 빠르게 키워서 포식자를 이기는 방법도 있지만 생애주기를 빠르게 하는 방법도 있다.
5. 사바나 환경에서 협력적 의사소통은 의사결정의 성공률을 높인다.
6. 개가 인간을 길들여 집사로 만드는데 성공한 것은 친화력이 높기 때문이다.
7. 개는 인간과 협력을 잘하는 아종의 생존확률이 높다.
8. 침팬지는 4년마다 임신하는데 인간은 매년 임신하는게 생애주기가 빠르다.
9. 인간은 성인이 되는데 많은 시간이 걸리는 것은 생애주기가 느리다.
10. 인간이 늦게 어른이 되는 이유는 할머니가 애들을 봐주기 때문이다.
11. 생애주기가 늦어지면 독립이 늦어지는 대신 사회성이 높아진다.
12. 의사결정은 전략이 있고 전략은 단기전과 장기전 국지전과 전면전 중에서 선택한다.
13. 전략이 있기 때문에 랜덤이 될 수 없고 환경변화에 맞추어 변신을 잘하는 쪽이 이긴다.
14. 인간은 자연계의 모든 종 중에서 북극에서 사막까지 가장 넓은 환경을 커버한다.
15. 환경을 장악하는 정도가 넓은 쪽이 이긴다.
16. 원숭이는 나무를 떠날 수 없고 물고기는 물을 떠날 수 없으므로 환경변화에 취약하다.
17. 종이 환경을 장악하면 자연선택은 무의미하다. 도태되어야 할 변이가 살아남는다.
학계의 정설로 되어 있는 랜덤설은 자연의 입장과 종의 입장이 충돌할 때 자연이 선택하며 그것은 우연이라는 말이다. 둘이 '아다리'가 맞아야 하는데 기어 단수가 안 맞으면? 기어를 바꾸면 된다. 기어 단수가 높은 차가 연비가 높다. 기어 단수가 높은 종이 살아남는다는 이론이 구조론이다.
학계의 랜덤설은 기어 단수가 하나뿐이며 모든 차가 1단 기어이고 기어비가 우연히 맞으면 자연선택이고 안 맞으면 도태된다는 말이다. 바보냐? 기어 바꾸면 되잖아. 기어를 많이 바꾸는 방법은? 변이의 속도를 높이는 것, 유전자 복제 횟수를 늘리는 것, 협력하는 것 등의 다양한 방법이 있다. 자연이 선택하기 전에 인간이 자연을 장악해 버리는 수도 있다. 사바나에서는 협력을 잘하는 하이에나와 사자가 유리하다. 늑대도 협력을 잘한다. 정글에서는 협력이 불가능하므로 호랑이는 단독생활을 한다.
구조론은 전략설이다. 상대가 있는 게임에는 전략이 있다. 전략에는 우선순위가 있으므로 방향성이 있다. 인간이 지능이 높아지는 쪽으로 진화한 것은 우연이 아니다. 자연이 인간을 선택한 것이 아니라 인간이 자연을 장악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