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토록 뜻밖의 뇌과학’이라는 책이 입소문을 타는 모양이다. 사람이 물을 마시면 10분이 지나서 세포에 공급되는데 뇌는 미리 시원함을 느낀다고. 물이 세포에 충분히 전달될 때까지 계속 마시면 곤란하다. 뇌는 신체의 상태를 예측하고 조절해서 비용을 절감한다. 뇌의 예측이 빗나가면 멀미를 한다. 운전자는 괜찮은데 조수석에 타면 멀미를 하는 이유다. 뇌가 하는 일의 대부분은 신체를 효율적으로 관리하고 운영하는 것이다. 생각? 생각은 예측이 빗나갈 때의 대응이다. 예측이란 무엇일까? 객체와의 연결을 유지하는 것이다. 특정한 타겟에 작용하는게 아니라 언제든지 작용할 수 있는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다. 자동차는 예열되어야 하고 소총은 겨냥되어야 한다. 냉혈동물인 뱀을 사육하는 사람은 한 달에 한 번 정도 닭 한 마리를 먹인다. 작은 뱀은 보통 일주일에 쥐 한 마리를 먹인다고. 냉혈동물이 연비가 좋은 것이다. 온혈동물은 신체를 예열하는데 에너지를 낭비한다. 닭은 적은 사료를 먹고 많은 고기를 생산한다. 인간의 뇌는 준비된 상태, 긴장된 상태, 고도의 집중상태에 머무르며 에너지를 과소비한다. 신경질적인 사람이 살이 안 찌는 이유다. 돼지도 발정기에 스트레스를 받아 살이 찌지 않는다. 수컷을 거세하는 이유다. 인간이 동물 중에서 가장 연비가 나쁘다. 연비가 나쁘면 생존에 불리한데 왜 연비가 나쁠까? 인간의 집단을 하나의 생명체로 본다면 인간은 다른 동물들에 비해 오히려 연비가 뛰어나다. 개체로 보면 연비가 나쁘지만 집단으로 보면 연비가 좋다. 많이 뛰는 패스축구가 더 많은 골을 생산한다. 뇌는 신체를 지배하지만 집단은 영역을 지배하기 때문이다. 신체에 비해 연비가 나쁘지만 영역에 비해서는 연비가 좋다. 여기서 어디까지가 신체인지가 문제다. 뇌는 신체의 안팎을 구분하지 못한다. 인간은 도구를 사용한다. 눈코입귀는 도구가 아닐까? 지능은 도구를 장악하는 능력이다. 원숭이의 손발은 도구가 아닐까? 맹수의 이빨은 도구가 아닐까? 눈으로 느끼는 시각, 코로 느끼는 후각은 인체 바깥의 존재인 것일까?
코딱지나 비듬은 인체에 속하는가? 장 속의 바이러스는 인간에 포함되는가? 모낭충은 특히 미묘하다. 숙달된 운전자는 자동차를 신체의 일부로 느낀다. 자동차가 인간의 도구라면 몸은 뇌의 도구다. 뇌는 신체를 관리하고 운영하지만 몸 바깥의 대상도 포함시킨다. 동물은 자기 영역을 관리하고 침입자를 격퇴한다. 새도 틈틈이 둥지를 청소한다. 호랑이는 호숫가에 물 마시러 오는 사슴을 사냥한다. 호수 주변의 다른 호랑이를 퇴치하고 호수를 독점한다. 친딸에게만 영역 일부를 분양하고 아들 호랑이는 다른 곳으로 보낸다. 동물의 영역관리와 뇌의 신체관리가 다르지 않다. 영역도 일종의 도구다. 연결상태를 유지해야 한다. 경쟁자가 침입하면 연결이 끊어진 셈이다. 연결이 끊어지면 불안하다. 연인에게서 문자가 오지 않으면 불안이 엄습한다. 뇌와 연결된 영역이 모두 신체에 해당된다. 신체도 뇌의 도구다. 환경도 뇌의 도구다. 도구냐 아니냐는 대상을 장악하고 있느냐에 달려 있다. 환경을 장악하면 도구이며 장악하지 못하면 도구가 아니다. 그러므로 이겨야 한다. 지면 도구가 아니다. 식물은 지표를 장악하려고 한다. 종은 환경을 장악하려 한다. 문제가 되는 것은 가성비다. 비용보다 편익이 커야 한다. 비용 대 편익의 비율이 1을 넘으면 많이 장악할수록 좋다. 큰 신체, 가족과 동료, 넓은 영역, 다양한 환경을 장악하면 유리하다. 눈코입귀와 신체와 마음을 도구로 우리는 동료들과 연결하고 환경을 장악한다. 도구는 객체를 이긴다. 침팬지가 돌을 내리쳐 호두를 깬다면 돌이 호두를 이긴다. 돌이 깨지면 안 되고 호두가 깨져야 한다. 호두가 박살나도 안 되고 껍질만 깨져야 한다. 무거운 돌을 사용한다면 힘의 낭비다. 지능은 자원을 효율적으로 사용하여 대상을 이겨낸다. 칼을 휘두르려면 칼을 이겨야 한다. 불을 사용하려면 불을 이겨야 한다. 투입된 에너지가 얻는 이득보다 크면 진다. 그 경우 지속가능하지 않다. 세 가지 미션이 주어진다. 첫째, 연결을 유지할 것. 둘째, 비용보다 편익이 클 것. 셋째, 상대방의 맞대응을 예측할 것이다. 양치기 개가 양떼를 몰이한다면? 양떼 가운데로 돌진하면 안 된다. 양떼가 빠져나갈 수 있는 외곽을 차단하며 좁혀야 한다. 울타리가 있는 쪽의 반대편으로 달려가야 한다. 여친과 무슨 일이 생기려면 섬에서 막배가 끊겨야 한다. 과거엔 심야에 통행금지가 있었다. 파트너가 통금시간을 잊어버리기 바란다. 자신이 원하는 쪽으로 양떼를 이끌 수는 없지만 자신이 원하지 않는 쪽을 막기는 쉽다. 타짜는 상대방의 판돈을 테이블로 끌어내야 한다. 호구가 중간에 급한 일이 있다며 집으로 가버리면 낭패다. 도박판에 붙잡아놔야 한다. 인간을 움직이는 것은 스트레스와 흥분과 이완이다. 스트레스는 두 가지 임무가 겹칠 때 이전에 주어진 임무를 까먹지 않게 자극한다. 흥분은 에너지를 끌어올려 표적에 달려들게 한다. 이완은 잘 했을 때의 보상이다. 심부름 하는데 중간에 목적을 잊으면 곤란하다. 상기시켜 주는 자극이 필요하다. 신발을 잊는 일은 없다. 맨발로 가면 발이 아프기 때문이다. 우선순위를 잘 판단하면 잊지 않는다. A를 하지 않으면 B를 할 수 없는 구조로 만들면 중간에 까먹는 일이 없다. 자동차 키를 차 안에 두면 차문이 잠기지 않게 해야 한다. 절차를 건너 뛸 수 없게 설계해야 한다. 그것이 일머리다. 일머리를 모르면 프라 모델을 조립하다가 빠진 부품을 발견하고 다시 분해하게 된다. 공간을 먼저 연결하고 도구를 다음 장악하고 마지막에 표적을 노린다. 먼저 도마를 받쳐놓고 칼을 쥐고 생선을 토막낸다. 1. 환경과의 연결 공간을 장악하지 못하면 스트레스를 받고, 도구를 손에 쥐면 흥분하고, 목표를 달성하면 이완된다. 파트너와 전화로 연결되는 것이 첫째다. 연결이 끊기면 스트레스를 받는다. 도구를 통제하지 못해도 스트레스를 받는다. 인간은 집단과의 관계설정이 가장 중요하다. 집단과 연결될 때 존엄을 느낀다. 반대로 소외되면 허무하다. 집단이 자신의 뜻대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 권력이다. 구체적인 실행은 그다음이다. 먼저 연결되고, 다음 권력을 쥐고, 마지막에 원하는 것을 얻는다. 관종이 기행을 벌이는 것은 집단과 연결되려는 거다. 도박꾼은 돈을 잃는 것보다 도박판에서 쫓겨나는 것을 무서워 한다. 집단이 모이면 기세가 만들어진다. 기세의 호흡 속에 머무르려고 한다. 기세의 출렁임을 피부로 느끼려고 한다. 유행을 만들고 이슈를 띄우고 집회를 열고 분위기를 만들고 난리를 치는게 그러하다. 자동차라면 시동을 걸어야 연결된다. 시동이 걸린 상태, 예열된 상태, 라이브 상태, 생방송 상태, 호흡이 유지되는 상태, 상호작용이 이어지는 상태, 셔틀콕의 랠리가 오가는 상태로 되는 것이 먼저다. 다음은 뜻대로 핸들링 되어야 한다. 원하는 대로 가고 서야 한다. 그것이 권력이다. 브레이크를 밟아도 차가 서지 않으면 그게 권력이 없는 거다. 원하는 목적지로 가는 것은 그다음이다. 인간은 차를 타고 어딘가로 가려는 것이 아니라 자동차를 통해 집단의 흐름의 중심과의 연결을 유지하려는 것이다. 차가 없으면 소외되니까. 여기에 밸런스가 있다. 밸런스가 깨지면 비효율이다. 힘이 센 타자는 큰 방망이를 사용한다. 환경과 연결의 밸런스, 도구 통제의 밸런스, 목적달성의 밸런스가 차례로 작동한다. 집단은 너무 가까워도 좋지 않고 멀어도 좋지 않다. 가까우면 휩쓸리고 멀면 외롭다. 도구는 손에 착착 감겨야 한다. 칼이 너무 잘들면 손을 다친다. 식사 중에 나이프로 고기를 자르는데 말이다. 밸런스가 어긋나면 연결이 끊어지거나 비용이 편익을 초과한다. 집단과 연결이 먼저, 도구의 통제가 다음, 마지막이 목적달성이라는 순서가 깨지면 안 된다. 지금까지 논의되는 인공지능 개념에는 이러한 내용이 보이지 않는다. 파 세이브를 노리지 않고 한 방에 홀인원을 기대한다. 바람을 읽고 라인을 살펴서 단번에 그린에 올리려 한다. 단계적으로 범위를 좁혀가는 과정이 보이지 않는다. 상대가 대응을 하지 않으니까. 1차전 져주고 2차전 이긴다는 개념이 없다. 1차전을 져주지 않으면 호구의 판돈을 끌어낼 수 없다. 상대가 이길 자신이 없으면 도박판에 들어오지 않는다. 낚시를 해도 밑밥을 던지고 미끼를 제공하는데 말이다. 주는게 먼저고 받는 것은 나중이다. 연결이 먼저이다. |
까마귀가 개를 건드리는 이유가 중요한데, 까마귀가 그러는 이유는 원래 그렇기 때문입니다. 강을 건너던 전갈이 개구리를 공격하는 이유죠. 원래 그러니깐. 기본 세팅이라는 말입니다. 예전에 같이 휴가를 나온 군대동기와 기차를 타고 부산까지 가는데, 저는 혼자서도 잘 노는데 동기는 심심해서 난리를 치더군요.
저한테 말도 걸어보고, 화장실도 가고, 과자도 먹고, 손가락도 꼼지락거리다가, 그것도 안 되니깐 괜히 혼자서 갈팡질팡. 맞습니다. 이놈은 원래 주변을 끊임없이 두들기는 놈인 겁니다. 왜? 원래 그러니깐. 생물은 항상 idle이 걸려있는 상태를 가집니다.
눈 앞에 보이는 것에 무조건 반응합니다. 왜? 원래 그러니깐. 그런데 어떤 놈이 눈 앞에 뭐가 보였음에도 반응하지 않는 이유는? 장기전을 하는 겁니다. 그놈은 원래 그러니깐의 전제인 범위가 다른 거죠.
인간이 외부에서 내부로 먹잇감을 던져주지 않으면 신체는 만인대만인의투쟁을 시작합니다. 이를 두고 생존을 위해 일부를 희생한다고 하는데, 이는 잘못된 언어죠. 배가 고파서 밥을 먹는 게 아니라, 밥을 안 주면 난리를 치니깐 밥을 먹는 겁니다.
비행기 추락으로 오지에 떨어지면, 공기 없이는 3분, 물 없이는 3일, 음식 없이는 3주를 버틸 수 있다고 하죠. 공기는 혈액과 관련, 물은 위장과 관련, 음식은 근육 등과 관련된 것일 텐데, 무슨 말이냐, 이게 없으면 해당 자원을 두고 경쟁하던 신체 내부의 개체들이 투쟁을 벌인다는 말씀. 처음엔 지방을 소비하다가 나중에는 근육, 그것도 떨어지면 내장을 갉아먹습니다.
투쟁하기 시작하면 서로가 서로를 잡아먹는데, 굶은 햄스터가 다른 햄스터를 잡아먹는 것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이런 게 인간 군집에서 나타나면 보수로도 나타나거나 박지현 현상이 됩니다. 외부에 접점이 없으니깐 내부를 공격하는 것이죠. 생존이 문제가 아니라 그냥 메커니즘입니다.
그리고 이런 건 물리적인 것뿐만 아니라 정신적인 것으로도 나타납니다. 정신분열증이 대표적입니다. 내부가 왜 분열하겠어요? 외부에서 정보 유입이 차단되었기 때문입니다. 거꾸로 인간이 외부에 호기심을 보이는 것은 아직 어리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 수록 인간은 정신분열증으로 자연스럽게 들어갑니다.
쓰레기를 모으는 할머니와 같아요. 인간의 두뇌가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은 정해져 있는데, 외부에서 정보가 유입되면 자연스럽게 내부가 일치단결하여 정보를 처리하지만, 나이가 들어 이게 차단되면 내부가 갈라서기 시작하는 것. 청년과 노인의 차이는 미래의 유무입니다. 청년이야 살날이 창창하니깐 새로운 정보에 대해 여유가 있지만, 노인은 그게 적은 거죠. 그래서 점점 외부를 걸어잠그는데, 사람에 따라서 젊은 나이에도 이게 심해지면 정신분열증이 되는 거.
늙는다는 것도 이런 것으로 생각할 수 있는데, 인체는 나이가 들수록 점점 비효율이 증가합니다. 도시가 노후화 되는 것과 정확히 같은 이유 때문이죠. 나이가 들 수록 점점 인체 내부에 감당할 수 없는 비효율이 쌓이는데, 처리할 수 없는 쓰레기가 도처에 쌓이는 것과 같습니다. 성공한 만큼 쓰레기도 쌓이는 거죠. 처음에는 대충 묻어두지만 결국엔 도시를 집어삼키게 됩니다. 두뇌가 신체를 장악해야 하는데, 나이가 들면 점점 신체가 두뇌를 장악하다가 멸망하면 죽음.
이런 기본적인 모듈이 설계된다면 지능을 만들 수 있습니다. 인간과 바퀴벌레의 차이는 집단의 크기와 하드디스크의 크기 차이 정도입니다. 바퀴벌레가 어떤 인간보다 더 뛰어나다면 외부 환경의 크기가 작거나 내부의 하드디스크가 작기 때문이지 바퀴벌레가 원래 더 똑똑해서는 아닙니다. 결과적으로 그렇다는 거. 인간은 바퀴벌레 보다 더 다양한 환경에 적응한 동물입니다. 그래서 더 다양한 운동을 할 수 있지만 대신 최적화 할 공간의 크기가 너무 큽니다. 그래서 띨한 놈이 나오는 거.
인간이 잠잘 때 꿈을 꾸는 이유는 단지 신체 사정에 따라 외부의 정보가 차단되었을 때 두뇌의 관심이 내부로 향하기 때문입니다. 보통은 기억을 정리하여 장기기억 어쩌고 하는데, 아예 틀린 말은 아니지만, 애당초 목적이 다릅니다. 그냥 외부가 없으니깐 내부에서 상대적인 외부를 만들어내는 게 결과적으로 꿈이 됩니다. 그네식 창조경제를 하는 거죠. 내부를 쥐어짜기.
꿈을 꾸지 않는 보통의 상황에서 뇌는 일단 내부로 들어온 정보를 내부의 정보와 차례로 대칭시킵니다. 단계별 필터로 걸러서 대상에 다가가는 거죠. 구조론으로 말하자면 5단계쯤 될 꺼고.
위 장면을 통해 까마귀의 뇌에서 일어나는 몇가지 내용을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을거 같습니다.
1.환경과의 연결
- 개 크기 파악(공간장악1)
- 개와 나와의 정확인 거리 파악. (공간장악2)
- 개 유형 파악(비교적 재빠르지 않는 개)
- 개가 나와의 반대방향으로 튈것을 예상하지만 혹시 모를 만약의 상황을 대비해
나도 반대 방향으로 튈 만반의 준비를 하여 안전거리 확보. (예측)
2.도구의 장악
- 개몸중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개꼬리의 한부분을 개가 깜짝 놀랄 강도로 부리로 쫀다.(실행)
3.목표달성
- 예상데로 깨깽 소리내며 도망가는 개를 보며 쾌감 호르몬 분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