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745 vote 0 2021.06.29 (21:28:19)

    인간은 자기 자신과 비교한다. 자기보다 크면 크다고 하고, 자기보다 작으면 작다고 한다. 자신이 기준이므로 주관적이다. 그것은 관측자의 위치에 따라 상대적이다. 이런 식이면 믿을 수 없다. 여러 사람의 의견을 들어보고 중간 값으로 어림짐작 한다. 그럭저럭 쓸만할 때도 있다. 이것이 과학의 방법론은 될 수 없지만 참고는 된다.

    수학은 1과 비교한다. 2는 1의 두 배고 3은 1의 세 배다. 비교기준이 객체 내부에 있으므로 객관적이다, 관측자가 1로 고정되므로 절대적이다. 수학의 방법은 믿을 수 있고 확실하지만 한계가 있다. 자를 갖다 댈 수 없는 부분이 있기 때문이다. 죽은 사물은 수학의 잣대로 잴 수 있는데 살아있는 사건은 자로 잴 수 없다.

    수학의 관측법이 합리적이나 죽은 사슴을 관찰할 뿐이다. 살아있는 사슴에 자를 댈 수 없고 저울에 매달 수도 없다. 수학은 고정된 것을 계측할 뿐 변화를 추적할 수 없다. 수학은 기준이 1로 고정되기 때문이다. 변화는 기준이 계속 바뀌는 것이다. 수학의 방법으로는 현재 진행중인 사건의 다음 단계를 예측하지 못한다.

    변화는 객체 내부에서 일어난다. 죽은 사물을 깨뜨려서 내부를 들여다볼 수 있으나 살아있는 사건 내부로 들어갈 수는 없다. 살아서 뛰어다니는 사슴의 내부로 어떻게 들어갈 것인가? 수시로 진로를 바꾸는 태풍의 내부를 어떻게 들여다 볼 것인가?

    구조론은 대칭이 기준이다. 대칭은 객체 내부에 있으므로 절대적이다. 구조론은 안과 밖의 대칭을 적용하여 객체 내부로 진입한다. 객체 내부에서 머리와 꼬리의 대칭을 찾아낸다. 대칭은 나란히 가는 것이다. 변화 중에서 나란한 것이 구조론의 기준이다. 나란히 가므로 구조론은 살아있는 변화를 추적할 수 있다.

    우리는 두 가지 관측방법을 알고 있다. 관측자에 따라 달라지는 주관적이고 상대적인 관측법과 수학의 1을 기준으로 하는 객관적이고 절대적인 관측법이 있다. 구조론은 여기에 살아있는 변화를 추적하는 새로운 관측법을 추가한다.

    무엇이 다른가? 수학은 결과를 판단하고 구조론은 원인을 판단한다. 수학은 드러난 외부를 보고 구조론은 감추어진 내부를 본다. 수학은 고정된 사물을 분석하고 구조론은 살아서 움직이는 사건을 예측한다. 수학은 죽은 것을 보고 구조론은 산 것을 본다. 수학은 불변을 추적하고 구조론은 변화를 추적한다. 수학은 부분을 뜯어보고 구조론은 통짜덩어리로 합쳐서 본다.

    달리는 사슴을 관측하려면 외부에서 피상적으로 관찰해도 안 되고 사슴을 붙잡아서 기둥에 묶어놓고 자로 재도 안 된다. 달리는 사슴과 나란히 달려야 한다. 사슴 내부로 들어가야 한다. 사슴의 머리가 꼬리를 보는 것이 구조론이다.

    우리는 두 가지 관측방법을 알고 있다. 예술가의 관측법과 수학자의 관측법이다. 항해하는 배의 주변을 돌아다니면서 어림짐작으로 보는 예술가의 관측법과 배를 부두에 세워놓고 자로 재는 수학자의 방법이 있다. 둘 다 한계가 있다. 전자는 사건을 볼 수 있지만 흐릿하고 후자는 확실하지만 사물에만 적용되는 점에서 절반의 지식이다. 구조론은 새로운 관측법을 추가한다. 우리는 달리는 배에 올라타야 한다. 배의 이물에서 고물을 관측해야 한다.

    사건이라는 배의 내부에서 일어난 의사결정의 결과가 외부에 그림자로 비친 것을 보는 것이 아니라 사건 내부로 들어가서 실제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을 보는 것이 구조론이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공지 지정학의 의미 김동렬 2024-12-23 1921
5366 일원론과 다원론 김동렬 2021-07-01 4657
5365 누가 불쌍한 쥴리에게 돌을 던지나? 2 김동렬 2021-07-01 5604
5364 심리학은 사기다 김동렬 2021-07-01 4423
5363 악취가 진동한다. 윤석열 1 김동렬 2021-06-30 4585
» 구조론 한마디 김동렬 2021-06-29 3745
5361 윤석열 일당의 발호에 대하여 1 김동렬 2021-06-29 4889
5360 어리광 공화국의 비극 김동렬 2021-06-29 4387
5359 신은 있다 김동렬 2021-06-28 4468
5358 동양이 서양을 이긴다 1 김동렬 2021-06-28 4393
5357 원시인의 성생활 김동렬 2021-06-28 3786
5356 주인이냐 종놈이냐 김동렬 2021-06-27 3890
5355 외계인은 없다 김동렬 2021-06-27 3186
5354 이성과 감성 2 김동렬 2021-06-26 3642
5353 대의명분과 괴력난신 김동렬 2021-06-25 4806
5352 이유극강의 원리 김동렬 2021-06-24 4493
5351 악법도 법이다? 2 김동렬 2021-06-23 4380
5350 이기는 법 김동렬 2021-06-22 4489
5349 외계인은 없다 2 김동렬 2021-06-22 4493
5348 결정론 자유의지론 상호작용론 김동렬 2021-06-21 4351
5347 일본 알바생의 바이트 테러 김동렬 2021-06-21 469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