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483 vote 0 2021.06.26 (20:45:53)

    이성과 감성


    너희 미군은 육체가 크구나. 우리 일본군은 정신력이 뛰어나지. 정신과 육체의 이분법이다. 그런거 없다. 정신과 육체, 이성과 감성, 영혼과 육신, 마음과 물질, 돈이냐 사랑이냐. 죄다 개소리다. 저급한 이분법으로 세상을 바라보면 안 된다. 상호작용을 깨닫고 방향성으로 수렴하는 법을 터득해야 한다.


    사건의 주체와 객체가 있다. 상호작용의 형태로 게임이 진행되며 거기서 의사결정이 일어난다. 우리는 추상적인 사건의 주체를 나타낼 단어가 없어서 영혼이라고 하고, 정신이라고도 하고, 마음이라고도 한다. 추상을 추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죽은 사람의 몸에서 빠져나간다는 3그램의 영혼물질은 없다. 


    왜 이게 문제가 되는가? 사건의 역설 때문이다. 사건이 사물을 이긴다. 아니다. 처음에는 사건이 진다. 지다가 고비를 넘기면 갑자기 이긴다. 반드시 이기는건 아니고 끝까지 가야 이긴다. 기에서 출발하여 승과 전을 거쳐 결까지 도달하면 사건이 이기고, 영혼이 이기고, 정신이 이기고, 마음이 이긴다. 


    거의 다 이겼는데 포기하면 아깝잖아. 그래서 신이라는 말이 있는 것이다. 사건의 초기에는 선이 이기고, 악이 이기고, 정의가 이기고, 불의가 이기고 개판이지만 끝까지 가면 정리가 된다. 지류가 본류와 합류하여 바다까지 가면 선이 이기고 정의가 이긴다. 그 필연성을 표현하는 단어가 신이다.


    문명 단위의 큰 사건을 일으켜야 한다. 하극상과 역주행의 혼란은 상호작용 과정에 용해된다. 일베가 이기고, 워마드가 이기고, 조중동이 이기고, 국힘당이 이기고, 배신자가 기세를 올리는 역사의 반동은 판돈을 올려 큰 싸움을 벌이는 과정의 투자유치다. 투자가 부족하므로 더 많은 에너지를 끌어내는 과정에 역주행이 빈발하는 것이다. 


    1차전은 육체가 이긴다. 2차전은 정신이 이긴다. 1차전은 돈이 이긴다. 2차전은 사랑이 이긴다. 단기전은 사물이 이기고 장기전은 사건이 이긴다. 끝까지 가면 전략이 전술을 이긴다. 이성과 감성의 차이는 원리적으로 없다. 이성이 정신의 집중된 상태라면 감성은 육체의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고도로 집중한 사람은 신경질적이다. 이성은 신경질적이고 날카롭고 예민하고 섬세하다. 이성은 칼날과 같다. 조심하지 않으면 가슴을 베인다. 상처 입는다. 진정으로 이성적인 사람에게는 거룩한 분노가 있다. 노무현의 분노와 같다. 격정이 있고, 열정이 있다. 감성은 이성의 하부구조이기 때문이다.


    정신의 집중이냐 육체의 흥분이나 호르몬의 종류가 다를 뿐 본질은 같다. 사상가의 정신이 집중되어 있을 뿐 아니라 권투선수의 육체도 집중되어 있다. 고도로 집중한 피아니스트나 극도로 흥분한 스포츠맨이나 본질은 같다. 맹수가 사냥할 때는 먼저 감정을 끌어올린다. 화를 내며 사냥한다. 


    성범죄자도 마찬가지다. 성범죄자가 피해자 탓을 하는 이유다. 범죄를 저지를 때는 화를 낸다. 인상 쓰기와 욕설하기로 에너지를 끌어올린다. 링 위에 오른 최홍만의 입을 보면 욕설하는 사람의 입 모양과 같다. 야구선수 중에도 입술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있다. 뻐큐를 날리는 입 모양과 같다. 


    감정을 끌어올려야 범죄에 집중할 수 있다. 맹수는 화를 내야 사슴을 물어뜯을 수 있다. 웃으며 사냥하는 호랑이는 없다. 범죄자는 맹수의 본능에 따라 화를 내면서도 내가 화가 난 것을 보니 아마도 상대가 뭔가 잘못했기 때문이라고 편리하게 생각해 버린다. 


    기레기가 성범죄자에게 마이크를 건네주면 여자가 심야에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하고 되레 화를 낸다. 방자하게 사슴이 호랑이 앞에서 궁뎅이를 실룩거리며 돌아다녀도 되는 거야? 호랑이의 분노는 에너지를 끌어올리는 절차다. 공격적인 호르몬이 나오고 근육이 팽팽하게 긴장되어야 한다.


    논리적 사고에 집중하면 이성이고 육체적 행동에 집중하면 감성일 뿐 그 명확한 경계는 없다. 이성도 호르몬이고 감성도 호르몬이다. 이성은 분별이며 분별은 고도로 집중에 의해 달성된다. 이성의 집중은 얼굴에 나타나지 않고 감성의 집중은 얼굴에 나타난다는 차이가 있을 뿐이다.


    무표정한 사이코패스는 이성적일까? 천만에. 사이코패스가 잘못을 저지르는 이유는 집중하지 않기 때문이다. 집중력이 떨어지는 산만한 사람이 앞뒤를 재지 않고 즉흥적으로 일을 저지르는 사이코패스다. 부끄러운 줄 알아야지. 노무현의 격정 속에 이성이 있다. 집중하여 에너지를 끌어올리지 않으면 안 된다. 


[레벨:30]솔숲길

2021.06.27 (18:34:28)

K-001.jpg


유튜브 구조론 방송에 나온 댓글 문장도 본문에 넣어주시구랴. 

"운 안에 있는 필연성이 신이다."

첨부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21.06.27 (20:05:19)

다음에 한 문장 더 보태야겠군요.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 이성과 감성 2 김동렬 2021-06-26 3483
5353 대의명분과 괴력난신 김동렬 2021-06-25 4626
5352 이유극강의 원리 김동렬 2021-06-24 4362
5351 악법도 법이다? 2 김동렬 2021-06-23 4245
5350 이기는 법 김동렬 2021-06-22 4349
5349 외계인은 없다 2 김동렬 2021-06-22 4373
5348 결정론 자유의지론 상호작용론 김동렬 2021-06-21 4213
5347 일본 알바생의 바이트 테러 김동렬 2021-06-21 4555
5346 구조론 3분 스피치 김동렬 2021-06-19 4329
5345 탈북여성의 착각 2 김동렬 2021-06-18 4940
5344 진보 영역본능 보수 서열본능 김동렬 2021-06-17 4765
5343 이재명 윤석열 그리고 강한국민 1 김동렬 2021-06-16 5136
5342 의리 권력 자유 평등 정의 김동렬 2021-06-16 3875
5341 방향성에 목숨을 걸어라 김동렬 2021-06-15 4902
5340 철학은 전략이다 김동렬 2021-06-14 4547
5339 바가바드 기타의 노래 1 김동렬 2021-06-13 4618
5338 공자의 길로 가라 김동렬 2021-06-13 4268
5337 이기는 진보가 진짜다 김동렬 2021-06-12 4417
5336 구조론의 길 김동렬 2021-06-11 3887
5335 구조론 사람의 자격 김동렬 2021-06-10 446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