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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391 vote 0 2021.06.24 (19:38:05)

    이유극강以柔克剛이라 했다. 노자 말이 맞다. 유가 강을 이긴다. 강은 사물이고 유는 사건이다. 사물은 견고하고 사건은 느슨하다. 세상을 강고한 사물로 보는 결정론적 사고를 버리고 유연한 사건으로 보는 구조론적 관점으로 갈아타야 한다.


    사건이 사물을 이긴다. 단 동원절차가 있다. 사물은 고체형태로 결합해 있지만 사건은 기승전결의 단계를 거치며 자원들이 동원되어 마침내 탄탄하게 결합된다. 자원들을 결합시키는 숨은 플러스알파가 기세다. 초반에는 견고한 사물이 이기지만 막판에 기세를 타면 사건이 이긴다. 초반에는 강이 이기고 막판에는 유가 이긴다.


    사건은 느슨하고 애매하다. 문제는 그 느슨함과 애매함이야말로 사건의 치고 나가는 기세를 만드는 원동력이라는 점이다. 사건은 처음 느슨하지만 기세가 대칭의 축을 이동시키는 특이점을 지나면서 갑자기 견고해진다. 그것이 사건의 방향성이다. 초반의 애매함은 천칭저울을 만드는 절차였던 것이다. 사건 내부에 천칭의 축과 대칭이 만들어지면 방향성이 적용되어 이후 돌이킬 수 없게 된다. 판도가 굳어버리는 것이다. 기승전결로 진행되며 갈수록 에너지가 수렴된다. 하나가 전체를 대표하므로 막강해진다. 크레인을 움직이는 유압장치나 물로 쇠를 자르는 워터제트와 같다. 축이 움직여서 그때그때 필요한 곳으로 몰아주기 때문이다.


    밀라노를 습격하는 나폴레옹군이 흩어져 있다가 오스트리아군 주력부대가 포착되면 사방에서 벌떼처럼 모여드는 것과 같다. 몽골군이 흩어져서 허겁지겁 도망치다가 사전에 약속된 장소에 일제히 모여들어 독일군을 포위하는 것과 같다. 내부에 단계를 거치는 축과 기세가 만들어져 있느냐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전투력은 완전히 달라진다. 징기스칸은 금나라의 편제를 모방하여 부족 중심의 전투체제를 걷어치우고 신속한 이합집산이 가능한 신진법식 편제를 만들어낸 것이다.


    사물은 형태가 사전에 결정되어 있지만 사건은 형태가 없으므로 확률에 달려 있다. 확률은 믿을 수 없지만 오히려 믿을 수 있다. 큰수의 법칙이다. 주사위를 한 번 던지면 알 수 없지만 100만 번 던지면 명확하다. 수학은 하느님도 못 건드린다. 신문지를 한 번 접으면 두께가 얇지만 백 번 접으면 거리가 134억 광년이다. 안드로메다은하를 2천500번 왕복해야 한다. 어지간히 개김성이 있는 독종이라도 이 정도면 항복해야 한다. 명확한 진리에도 불구하고 사소한 걸로 트집잡아 집요하게 말대꾸를 하면서 어떻게든 개겨보려는 사람은 안드로메다를 2500번 왕복시켜야 한다.


    한강 의대생 사건을 보면 알 수 있다. 천안함이든 세월호든 지구평면설이든 마찬가지다. 모든 음모론은 사건의 원심분리기에 태워서 몇 바퀴 굴려주면 낱낱이 격파된다. 단계를 거치며 에너지가 수렴되기 때문이다. 혹시 모르잖아 하며 끝까지 '겐또' 짚으려는 자는 안드로메다로 보내드려야 한다.


    사람들이 오판하는 이유는 사건 안에서 단계적인 수렴을 거치는 확률의 강력함을 보지 못하기 때문이다. 사건이 아닌 사물로 세상을 바라보기 때문이다. 사건 안에서 신문지 접기가 일어난다. 신문지를 열 번 접으면 두께가 십센티다. 거기서 다시 열 배를 곱하여 백 번을 채우면? 천장에 닿겠군. 잘하면 지붕도 뚫겠어. 이러는데 안드로메다 2500회 왕복이란다.


    강한 어퍼컷을 먹이는 것이다. 지구로의 귀환은 불가능하다. 사건이 우습냐? 반대로 생각해야 한다. 사물이 우습고 사건은 강력하다. 사건은 기승전결을 거치며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대칭이 적용되므로 꼬리를 한 번 물 때 마다 두 배로 강력해진다. 구조론은 하나의 사건에서 5회에 걸쳐 에너지를 수렴한다. 하나의 사건에서는 3125배 강력하다. 단계마다 다섯 가지 변인이 추궁되기 때문이다. 대칭을 적용하여 두 배씩 증가시켜도 32배다.


    사건의 진행이 에너지를 수렴하여 신문지를 접는다. 사물이 신문지 두께인 0.2밀리 곱하기 백 번으로 2센티를 전진할 때 사건은 안드로메다 편도 5000회로 강하다. 구조론에서 맞다고 하면 절대로 맞는 이유다. 이러한 사건의 강력함을 이해하지 못하면 초보자인 당신은 절대로 도박에서 돈을 따지 못한다. 왜냐하면 상대는 경험으로 알거든. 노름꾼들은 사건의 패러독스를 이용하여 덫을 놓는데 당신은 단계적 수렴을 보지 못하고 확률을 잘못 계산한다.


    동원의 문제를 생각하자. 동원은 집단의 구성원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다. 100명의 집단에서 의견이 50 대 50으로 갈리면 구성원 100명 모두에게 소식이 전달된다. 긴장이 고조되어 팽팽해진다. 그러나 90 대 10으로 의견이 갈리면 소식이 전파되지 않는다. 뻔한 승부에 긴장이 풀려서 느슨해진다. 조직은 언제든 동원된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흩어지면 다시 모이기 어렵기 때문이다. 한 번 흩어진 촛불이 코로나 때문에 2년째 모이지 못하고 있다. 인지부조화와 같다. 태도와 행위가 어긋날 때 인간은 행위를 따라가려고 한다. 행위에는 비용이 드는데 그동안 쏟아부은 에너지가 아깝기 때문이다.


    도박장에 온 사람은 어떻게든 베팅을 계속하려고 한다. 거를 게임을 거르기만 해도 돈을 딸 수 있는데 말이다. 자신 있는 경주에 베팅하고 자신 없는 경주는 쉬어야 하는데 왜 마바리들은 모든 경주에 베팅할까? 집중력 때문이다. 계속 에너지가 업된 상태를 유지해야 머리가 팍팍 돌아가기 때문이다. 고수들은 긴장을 쉽게 끌어올리므로 모르는 경주는 쉬고 아는 말이 나오면 베팅하지만 하수는 긴장이 풀리면 다시 집중하기 어렵기 때문에 두 눈을 질끈 감고 무조건 베팅한다. 자신이 집중되어 있다고 착각하고 그 상태를 유지하려고 한다.


    김연아가 한 말이 있다. 다음 시합에 또 출전하겠느냐고? 시합은 별거 아닌데 그 지옥 같은 긴장 속으로 들어가기 어렵다고. 한 번 들어가면 승부욕 때문에 빠져나오지 못한다. 긴장하기 싫어서 시합을 회피하지만 이미 마음을 먹고 긴장했다면 눈에 보이는 것이 없다. 번뜩이는 광기 속으로 빠지는 것이다. 온몸의 근육과 세포 하나하나의 변화를 느끼는 고도의 집중상태에 들어가준다. 올백을 맞아야 하는 시험 전날의 수험생처럼 신경이 날카로워진다.


    고수는 언제든 긴장을 끌어올려 고도의 집중상태로 들어갈 수 있다. 그래서 쉴 게임을 쉰다. 하수는 그게 안 되므로 모든 게임에 베팅해서 거지가 된다. 그 차이는 크다. 고수와 하수 사이에 134억 광년의 거리가 있다. 쉽게 고수가 안 되지만 한번 고수가 되면 쉽게 밀려나지도 않는다. 1군과 2군 차이, 프로와 아마의 차이, 전문가와 일반인의 작지만 큰 차이다. 기술의 차이는 작은데 방향성의 차이가 큰 것이다.


    행동을 계속 연결하여 자신을 긴장된 상태, 업된 상태, 집중된 상태, 수렴된 상태, 대칭된 상태, 팽팽한 상태, 동원된 상태, 소집된 상태에 두려는 심리는 집단에서도 나타나고 개인에게도 나타나며 개인의 내면에도 나타난다. 자기 전략이 없는 지도자는 상대편의 반발이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 없어 불안하다. 의사결정할 수 없다. 계속 집적대며 간을 본다. 운 좋게 성공하면 누가 자신의 앞을 막아설 때까지 죽어보자고 폭주한다. 나 좀 말려줘가 된다. 히틀러와 윤석열만 그런게 아니다. 반기문은 현찰이 거덜나서 겨우 빠져나왔지만 안철수는 아직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정치 도박판 주변을 기웃거리고 있다.


    어린이는 선생님이 야단칠 때까지 사고친다. 머리가 굵어져서는 그때 왜 매질을 해서라도 자신을 잡아주지 않았느냐고 항변한다. 소년의 나쁜 짓은 부모의 주의를 끌려는 관종행동이다. 주변과의 관계를 긴밀하게 만들려는 것이다. 선행보다 악행이 더 긴장을 끌어올리기 쉽다는 사실을 경험으로 안다.


    인간은 어떻게든 상대의 반응을 끌어내야 의사결정이 가능하다. 집단은 에너지를 수렴하여 의사결정할 수 있는 긴장된 상태, 준비된 상태, 동원된 상태, 엔진이 예열된 상태, 즉시 반응하는 예민한 상태를 만들려고 한다. 민주당이 옳은지 국힘당이 옳은지는 관심 없고 누가 판돈을 올려 긴장을 고조시키는지에 관심이 있다.


    흔히 '가오'라는 일본말을 쓴다. 얼굴을 뜻하는데 인상을 쓰는 것이 가오다. 군대에서는 '쪼갠다'는 표현을 쓴다. 긴장시키려는 것이다. 웃어버리면 망한다. 언제 지휘검열이 나올지 모르므로 병사는 긴장하고 있어야 하며, 자세는 각을 잡아야 하며, 이빨 보이면 화장실 뒤로 끌려가서 쪼인트를 까인다. 쌍팔년도 이야기다. 고참이 책임회피를 위해 신참에게 긴장을 떠넘기는 것이다.


    의사결정은 대칭의 축을 움직인다. 먼저 대칭을 만들고 축을 도출해야 한다. 거기까지는 알 수 없다. 축이 만들어지기 전까지는 사물이 이기고 강이 이긴다. 가속도를 이루는 플러스알파가 축이다. 관성력을 낳는 기세다. 축은 움직임에 의해서만 도출된다. 멈추면 기세가 죽고 천칭의 축이 사라진다. 밸런스가 사라진다. 동적상태를 유지해야 기울어진 축구장이 저절로 원위치 된다.


    비행기의 수직 꼬리날개는 작아도 크게 영향을 미친다. 배의 키는 작지만 거함의 방향을 틀 수 있다. 본체가 움직이기 때문이다. 정지한 것을 움직이는 데는 많은 비용이 들지만 움직이는 것의 방향을 트는 데는 적은 비용이 든다. 조직은 적은 비용으로 방향을 틀 수 있는 팽팽하게 긴장된 상태, 톱니가 맞물린 상태, 변화에 민감한 동적환경에 머무르려고 한다.


    회원이 백 명인 모임이 있다. 인원이 많으면 느슨해져서 회의가 진행이 안 되므로 10명을 선발하여 위원회를 만든다. 간격을 좁혀 긴밀하게 만드는 것이다. 바쁜 사람이 이런저런 핑계를 대고 위임장을 쓴다. 시간이 지나면 대부분 위임장을 쓰고 서너 명만 출석한다. 결국 한두 명이 의사결정을 독점하다가 망한다. 회의장을 긴밀하게 만드는 방법은 인원을 줄이는 것이다. 반대로 느슨하게 만드는 방법은 인원을 늘리는 것이다. 박정희가 유정회를 만들고, 전두환이 통일주체국민회의를 만들고, 카이사르가 원로원 의원을 늘리는 이유는 느슨하게 만들어 의사결정을 방해하려는 것이다. 공산당의 전인대와 같다. 3천 명이 회의장에 모이면 회의 진행은 불가능하다. 민주주의를 확실하게 방해하는 방법은 나폴레옹 수법으로 국민투표에 붙이는 것이다. 우리는 신문지 접기로 대응할 수 있다. 정당이 의견을 수렴하는 절차를 반영하여 신문지를 몇 번 접으면 금새 안드로메다를 왕복한다. 옳고 그름은 명확해 진다. 반대로 조중동이 여론을 조작할 때는 나폴레옹 수법을 쓴다. 다수의 의견을 반영하는 척하면서 실제로는 의사진행방해를 계속한다. 한겨레가 걸핏하면 이상한 사람의 개인적 견해로 지면을 도배하는 속임수다. 조중동은 조은산인지 뭔지 이상한 사람을 이용하고 법세련인지 뭔지 수상한 단체를 이용한다.


    대주주가 51프로의 지분을 가지면 주주총회는 무의미하다. 회의 참여자가 소수일 때는 화백회의나 쿠릴타이와 같은 만장일치로 가야 긴장이 유지된다. 느슨해지는 것을 막고 긴밀하게 동원하려는 것이다. 소수파는 뭔가 반대급부를 받아낼 요량으로 괜히 반대한다. 회의를 위한 회의가 계속된다. 의사결정에는 관심이 없고 찬성해주는 댓가로 무엇을 뜯어내는가에만 관심이 있다.


    이런 일은 자연에서도 일어난다. 동원의 딜레마다. 게임은 더 큰 게임의 수렴에 의해서만 정당화된다. 우리는 노무현 시절의 국민경선과 같이 전국을 돌며 단계적 수렴절차를 두어 동원된 정도를 높이는 방법으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토너먼트를 몇 번만 거치면 매우 강력해진다. 의사결정 방해 꼼수가 먹히지 않는다.


    결정론이 틀린 이유는 갈수록 강해지는 동원의 역설 때문이다. 이유극강이 적용되어 느슨하고 애매하고 믿을 수 없는 확률이 몇 번의 수렴절차를 거치면 매우 강력해진다. 반대로 미리 답을 정해놓으면 허약해진다. 아무도 의사결정에 관심이 없고 결정된 사항이 구석구석에 전달되지 않는다. 625 전쟁이 터져도 산간오지에서는 무슨 일이 있었는지 모른다. 애매함과 불확실함에서 출발하여 내부에 대칭을 조직하여 단계적인 수렴절차를 거치는 방법으로 강력해지는 것이 민주주의다.


    우리가 세상을 이유극강이 아니라 이강극유로 보는 결정론적 사유를 극복해야 한다. 결정하면 진다. 상대가 신문지를 열 번만 접어도 당해낼 방법이 없다. 민주주의는 단계적으로 신문지를 접어서 강해진다. 반대로 조중동과 한경오는 신문지를 못 접게 방해하는 꼼수를 쓰다가 리스크를 높인다. 갑자기 윤석열 엑스파일이 터져나오면서 신문지가 접힌다. 엑스파일이 문제가 아니라 대응부재가 문제다. 박근혜는 경선일정을 늦추고 TV토론을 거부하는 방법으로 신문지 접기를 피한다. 그러다가 촛불로 신문지가 접혀서 탄핵을 당했다.


    사건이 사물보다 강하다. 단계적 검증이 사전결정보다 강하다. 미리 답을 정하면 안 되고 밑에서부터 차례차례 접어서 위로 올라가며 수렴해야 한다. 세상을 그러한 상호작용 원리, 게임의 원리, 맞대응의 원리, 전략의 원리, 주체과 타자성의 원리, 권력의 원리, 기세의 원리로 이해해야 한다. 단계적인 수렴과정을 거치는 동원의 원리가 핵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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