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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162 vote 0 2014.11.26 (23:19:49)

    너 없이 나 없다.


    의사결정은 작용 반작용의 대칭을 거친다. 의사결정은 입자 단위로 일어나고 대칭이 입자를 구성하기 때문이다. 입자는 외력에 대응한다. 외부에서 작용해오는 힘의 방향을 결정하면 입자다.


    ‘나’라는 개념은 나를 입자로 보는 것이다. 내가 하나의 의사결정단위로 기능한다. 그러려면 먼저 바깥에서 작용해오는 외력의 존재가 전제되어야 한다. 처음에는 국가도 없이 그냥 사는 거다.


    적이 침략해오면 어떻게든 대응하게 되어 비로소 국가가 분명한 모습을 드러낸다. 대응하지 않으면?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나의 존재를 규정하는 것은 너다. 너 없이 나 없다.


    인도는 원래 없었는데 영국이 침략해오자 비로소 하나의 의사결정단위로서의 인도라는 개념이 생긴 것과 같다. 내 존재는 가만있는 너를 내가 후려쳤을 때 그 되돌아오는 반응을 보고 안다.


    너와 나 사이에 확실한 경계가 존재함을 깨닫는 것이다. 그 경계의 존재를 살떨리게 의식하는 것이 중요하다. 초보운전자가 초보운전 딱지를 떼려면 자동차를 자신의 신체일부로 여겨야 한다.


    초보운전자는 왜 후진을 잘 못하는가? 자동차의 뒤쪽 트렁크 부분을 자신의 엉덩이로 여기는 훈련이 되어 있지 않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앞바퀴 둘은 나의 오른팔과 왼팔로 인식해야 한다.


    차를 확장된 나의 몸통으로 여기면 저절로 감각이 생긴다. 더 나아가 차선까지도 자신의 신체에 포함시켜야 한다. 차의 전방은 미래에 있을 내 차의 위치다. 나의 미래까지 나에게 포함된다.


    초보운전자는 쓸데없이 룸미러를 본다. 내 차선에 대한 독점의식이 없기 때문에 뒷 차의 눈치를 보는 것이다. 고속도로에서 차는 빠르게 내달리므로 안전거리 안쪽은 나의 신체일부라야 한다.


    누가 끼어들면 절대 용서하지 않는 것이 독일 운전자들이라고 한다. 반면 한국 운전자는 차선을 바꾸며 깜박이조차 잘 안 넣는다. 내 차선이 내것이 아니므로 남의 차선도 남의 것이 아니다.


    끼어들기는 길거리에서의 신체접촉과 같다. 한국인들은 지하철에서 몸을 부딪혀도 사과하지 않고 아줌마 파워로 막 밀어붙인다. 외국인들은 작은 신체접촉에도 반드시 사과한다는데 말이다.


    문화상대주의로 볼 일이 아니다. 부족민이라면 남의 물건도 막 집어간다. 인디언은 다 도둑이라는 말이 있듯이 인디언은 원래 소유권 개념이 없다. 적이면 반드시 죽이고 친구면 나눠갖는다.


    이누이트는 심지어 부인도 공유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인도를 방문하는 여행자는 조심하라는 경고가 있다. 물건 간수를 잘못한 네 잘못이라며 도둑이 적반하장으로 나오는 수가 있다고.


    소유권 위주의 자본주의 시스템을 존중하라는 말이 아니다. 문명인이 되려면 의사결정훈련이 필요하다. 너와 나의 경계면을 주의해야 한다. 운전 중에 사이드미러를 보는 것은 차선을 바꿀 때다.


    남의 차선이므로 깜박이를 넣어 양해를 구하고 조심스럽게 들어가야 한다. 여기서 내 영역이 확정되면 남의 영역도 분명하다는 점이 중요하다. 둘은 동시에 결정된다. 서로 연동되기 때문이다.


    대칭을 이루는 둘 중 하나가 결정될 때 나머지 하나는 자동으로 결정된다. 이것이 구조론이다. 나와 타자 사이를 가르는 경계면에 대한 살 떨리는 긴장이 있어야 한다. 경계면에서 소리가 난다.


    모든 연주는 경계면을 건드리는 거다. 기타줄을 치든 북가죽을 치든 마찬가지다. 두려워 하지 말고 과감하게 의사결정해야 한다. 경계면을 밀고 당기는 것으로 밀당을 즐기며 연주해야 한다.


    영화 ‘굿 윌 헌팅’에서 로빈 윌리엄스가 맷 데이먼에게 해주는 말이 있다. ‘너의 잘못이 아니야.’ 많은 사람들이 나와 너의 관계를 분명하게 정하지 않기 때문에 내 잘못이 아닌데 고통받는다.


    남이 내 험담을 한다면 그건 그 사람 잘못이다. 명박이 부정선거로 이겼다면 이명박의 실패다. 내가 최선을 다했으면 그 뿐이며 분명 나와 인류의 성공확률을 높였다. 나머지는 보험회사의 몫이다.


    보험은 확률에 의지한다. 성공과 실패의 경계면에서 연주하다가 성공의 확률을 조금 더 높이면 된다. 낱낱의 결과는 내가 신경쓸 이유가 없는 신의 몫이다. 신이 인생의 보험회사이기 때문이다.


    누가 나를 모함하거나 내가 억울한 일을 당했다 해도 그건 가해자의 잘못이다. 굳이 누명을 벗을 이유는 없다. 반대로 도둑이 범죄를 저지르면 도둑놈이 된 사실 자체가 범인에게 큰 징벌이다.


    ‘강아지 똥’의 권정생 선생은 시골마을에서 조용하게 살았다. 권정생 선생의 장례식때 검은 차가 새카맣게 몰려오는 것을 보고 그제서야 마을 사람들은 권정생 선생이 특별한 사람임을 알았다.


    왜 ‘나 이런 사람이오.’ 하고 이웃들에게 알리지 않았을까? 마찬가지로 범죄자를 색출하여 만인들이 보는 앞에서 ‘이 사람은 범죄자다.’ 하고 선포해야 한다고 믿는다면 그 또한 얼빠진 생각이다.


    그게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은 초딩심리다. 초딩은 교육받는 과정이므로 이건 나쁘고 이건 좋고 하며 분별하는 훈련을 한다. 잘한 일은 칭찬받고 못한건 꾸지람들어야 한다. 그러니까 초딩이다.


    그 시절은 지났고 지금은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닌데 왜 잘잘못을 평가하려고 하나? 어차피 보험회사에서 알아서 처리할텐데. 보험회사 믿고 사고걱정없이 운전을 하듯이 인생을 살 일이다.


    나의 선행을 구태여 남에게 알릴 이유가 없듯이, 내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보고 화를 낸다면 그 또한 이상한 것이다. 화를 낸다는 것은 다른 사람의 잘못을 나 자신에게 꾸짖는 셈으로 된다.


    잘못한 가해자가 고통받아야 하는데 왜 피해자가 고통을 받지? 우리가 이명박을 보고 약이 올라서 화를 낸다면 남산이 높지 않다고 화를 내는 것 만큼이나 허무한 일이다. 이명박이 웃는다.


    이명박을 처분함은 그게 우리의 마땅히 해야하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이지 그 일 때문에 우리가 마음까지 상할 이유는 없다. 인생은 내 차선을 확실히 차지하고 남의 차선을 존중하면 된다.


    너가 나를 규정한다. 너는 누구인가? 신이어야 한다. 내 인생은 오직 신을 상대하는 것이어야 한다. 이는 자동차보험에 가입하는 것과 같다. 운전을 하다보면 사고를 낼 확률이 분명히 있다.


    맘 졸이며 운전하다가 스트레스 받아 수명이 줄어든다. 안전운전 하면 보험료가 깎이고 난폭운전하면 보험료가 올라간다. 내가 선을 행하면 확률이 높아지며 결과는 보험회사에게 맡기는 거다.


    나는 하나다. 그런데 너는 여럿이다. 너가 여럿이면 나도 여럿이 된다. 이게 심하면 정신분열로 치닫는 거다. 내가 하나이므로 너도 하나라야 한다. 보험에 가입하면 전부 하나로 퉁치는 거다.


    인생의 문제는 대개 나를 규정하는 너가 여럿이거나 혹은 애매한 데서 비롯된다. 너가 하나라야 나도 하나다. 그래서 신이다. 신이 하나이므로 의사결정에서는 나도 하나가 되어 속이 편하다.


    인생은 그저 합리적인 판단을 해서 확률을 올리면 된다. 자질구레한 사건들은 퉁쳐서 일괄타결하면 된다. 내가 하나라야 정신분열 조짐을 극복하고 언제라도 합리적인 판단을 할 수 있다.


    아기가 태어나서 처음 포착하는 너는 엄마다. 내가 엄마를 건드렸을 때 되돌아오는 반응을 보고 나의 존재를 절절하게 인식하는 거다. 엄마가 너무 엄격하면 아기는 그만 의사결정에 실패한다.


    모든 것이 내가 건드리면 안 되는 남이 되고 타자가 된다. 나의 영역이 축소된다. 내 차선을 잃어버린다. 고속도로에서 속도를 내지 못하고 계속 룸미러로 뒷차를 확인하며 남의 눈치를 본다.


    부모가 아기에게 너무 너그러워도 의사결정에 실패한다. 나는 핸들을 잡아보지도 못하고 조수석에서 인생을 마치게 된다. 마마보이가 되어 아무 것도 결정하지 못한다. 의사결정권을 뺏긴 거다.


    너와 나 사이는 즐거운 긴장상태라야 한다. 너는 신이어야 한다. 만만한 외국인 노동자를 너로 삼으려는 저급한 유혹을 극복해야 한다. 너를 만만하게 보는 것은 나를 만만하게 보는 것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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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적어도 의사결정에 있어서는, 나를 제외한 나머지 전체를 통칭하는 개념이 있어야 합니다. 의사결정은 나와 나 아닌 것의 대칭으로 이루어진 입자상태에서 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나 아닌 것은 너입니다. 너는 우주도 아니고 세계도 아닙니다. 우리 우주 밖에 또다른 우주가 있을 수 있고, 우리 세계 밖에 또다른 세계가 있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나와 나 아닌 것 사이에 미묘하게 작동하는 경계면이 있으며 그 경계면을 연주하여 소리를 내는 것이 인생입니다. 그 경계면에 들어설 악보를 만들어가는 것이 각자의 임무입니다. 그 악보에는 좋은 소리도 나쁜 소리도 있어야 그 연주가 풍성합니다. 연주에 대한 평가는 그 연주가 끝나고 난 다음에 몰아서 한꺼번에 해도 늦지 않습니다. 누구나 마지막 반전 한 방은 남겨두는 법이므로, 그 이전에 미리 평가되면 9회말 역전을 앞두고 경기장에서 빠져나오는 것과 마찬가지로 손해잖아요. 


   


[레벨:10]다원이

2014.11.27 (01:36:48)

매일 배웁니다.
[레벨:7]새벽이슬2

2014.11.27 (06:20:18)

매일 새롭습니다. 감사합니다^^
[레벨:6]나투나

2014.11.27 (09:37:57)

안개가 걷히는 느낌입니다.

[레벨:3]파워구조

2014.11.27 (09:40:19)

'너'를 하나로 통칭한다... 눈이 번쩍 뜨이는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4.11.27 (14:05:43)

아주 소중하게 읽었습니다.^^&
이명박이나 박근혜 보고 감정 낼일이 아니고
처단해야 할일이다.
산이 높다고 왜 낮냐고 화낼일 아니다.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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