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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8203 vote 0 2014.11.27 (17:20:39)

     

    인간은 두 번 승부한다. 한 번은 소승의 개인전이고, 다음은 대승의 단체전이다. 그러므로 첫 번째 패를 바꾸어야 한다. 첫 번째 패는 개인기로 이기는 소승의 방법이기 때문이다. 단체전에서 팀플레이로 이겨야 진짜다. 그런데 두 번 이기고 난 다음에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집 사이에 길이 있고, 길 끝에 집이 있다. 소승은 집이고 대승은 길이다. 집으로 이긴 자는 길을 막아버리면 죽는다. 길로 이겨야 진짜다. 무력으로 이기는건 예선전이고 본 게임은 사귐으로 이겨야 한다. 그런데 이기면 다시 집으로 바뀐다. 그렇다면 이겨봤자 달라진 건 없다.


    삼성이 일시적으로 애플을 이길 수는 있으나 그 승리를 유지하지는 못한다. 승리를 유지하려면 무엇이 필요한가? 진보가 집권한 다음에는 무엇이 필요한가? 노무현 때 우리는 보았다. 이기면 즉시 분열한다. 많은 지식인들이 우리의 승리확정과 동시에 반노로 돌변했던 것이다.


    그들은 이길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보수는 다르다. 그들은 이긴 다음에 콩고물 나눠먹기라는 본게임에 들어간다. 지금 진보는 이길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긴 다음의 계획이 있는가? 이기자 마자 적으로 돌변할 태세가 아닌가? 아문센이 스콧을 이겼지만 개인전에서 이긴 거다.


    아문센의 승리는 이렇다 할 맥락이 없는 억지승리다. 그러므로 스콧을 지지하는 세력은 결과에 승복하지 않으려고 한다. 과학자 끼고 학술성과 내는 단체전으로 이겨야 진짜다. 그런데 단체전으로 승리한 후는 어떻게 해야 하지? 이순신 장군이 승리한 후에 어떻게 했어야 하는가?


    중국사에 전쟁에서 이기고 돌아온 장수가 합당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역모로 몰려 죽은 예는 무수하다. 많은 경우 승리자가 임금을 죽이고 새 왕조를 열었다. 그러나 곧바로 새로운 승리자에게 맞아죽었다. 승리를 유지하지 못했던 거다. 내용없이 역사책만 30사史로 두꺼워졌다.


    쓸데없이 많은 왕조이름을 남겨서 젊은이들이 역사공부를 기피하게 만들고 있다. 영웅들은 악비처럼 배신당했다. 원숭환은 살점을 한 점씩 뜯겨 죽었다. 복수왕 오자서부터 결과가 좋지 않았다. 한 번 이기는건 예비단계다. 겨우 첫 단추를 꿴 거다. 시스템을 만드는게 중요하다.


    삼국지만 해도 초반은 관우와 여포의 개인전이다. 후반은 사마의와 제갈량의 단체전이다. 누가 진정한 승자인가? 전쟁은 흐름을 타고 점차 맹장의 힘대결이 아니라 지장의 팀플레이로 간다. 사마의 이후 위나라는 진태, 종회, 등애 등이 귀신같은 팀플레이로 강유의 침공을 막아냈다.


    제갈량 사후 촉나라에는 명재상이 줄줄이 등장했다. 불행하게도 모두 단명했다. 일중독자 제갈량을 본받아 너무 많은 일을 했기 때문이다. 장완, 동윤, 비의가 모두 명재상이었는데 이들을 사상四相 혹은 사영四英이라고 한다. 이들은 촉을 특수한 관료국가의 성공사례로 만들었다.


    관료의 수가 4만이나 되었다는데 이는 인구가 많았던 오나라보다 훨씬 많은 숫자였다고. 게다가 촉은 위연 외에 죄를 지어 처벌받아 멸문을 당한 예가 없다고 한다. 어지간한 죄는 나중 모두 사면해 주었다. 나름대로 이상주의적인 모범국가를 만들어낸 것이다. 인정해줘야 한다.


    오와 위는 어떠했는가? 개판이었다. 왕족들이 서로 죽여 위는 권력이 사마씨로 넘어갔고 그 사마씨도 오래가지 못했다. 오는 손씨들이 친족 간에 서로 죽여서 권력 실세가 너무 자주 바뀌었다. 짧은 시기에 손량, 손휴, 손호, 손침, 손패, 손화, 손노반 하며 손씨 이름 외다 지친다.


    기가 막혀서 치를 떨다가 결국 삼국지를 접게 된다. 역겨워서 더는 읽어줄 수가 없잖아. 근데 이게 원소 자식들이 하던 짓이다. 원소도 원담, 원희, 원상 하며 이름 헷갈리는 아들들이 짜증나는 짓을 해서 삼국지연의를 재미없게 만든다. 상대적으로 유비는 친족이 없어 호감이 간다.


    ◎ 원소의 아들들 – 개판이었다.
    ◎ 손권의 자식들 – 개판이었다.
    ◎ 조조의 자식들 – 개판이었다.
    ◎ 사마의 자식들 – 개판이었다.


    무엇인가? 왕들 중에는 좋은 왕과 나쁜 왕이 반반 정도 있는게 아니고 열에 아홉은 나쁜 놈이다. 권력을 쥐고 폭주하지 않고 대략 현상유지만 해도 명군 반열에 들 수 있다. 그만큼 권력의 속성은 위태로운 것이다. 우리가 명군에 대한 환상을 버려야 한다. 절대 그런거 없다.


    특별히 나쁜 놈이 폭군이 되는게 아니라 모든 임금은 당연히 폭군이 된다. 명군은 까다로운 여러 조건이 맞아져야 겨우 등장하는 것이며, 대개 안팎에 경쟁자가 있을 때 명군이 탄생하는 것이며, 세종은 태종의 집요한 견제에 당하다 보니 단련되어 그나마 명군이 된 것이다.


    제갈량은 지속가능한 시스템을 시도했지만 성공적이지 않았다. 제갈량은 바보 임금 밑에서 명재상이 나라를 잘 다스린다는 터무니없는 환상을 만들었고, 이 환상은 아직도 질기게 살아남아 지금 한국을 망치고 있다. ‘영삼이 바보라서 너무 좋아.’ 하는 자들이 있다. 근혜씨도.


    러시아에도 ‘바보 이반’ 이야기가 있고 미국에도 ‘바보 부시’ 현실이 있다. 인물에 집착하면 안 된다. 정치판은 좋은 인물도 사람을 해칠 수 있다. 평가가 엇갈리는 태종 이방원이나 당태종 이세민이 그 예다. 나쁜 인물은 시스템을 해치고 폭군은 사람과 시스템을 다 해친다.


    시스템의 성공이 진짜 성공이다. 그런데 시스템을 성공시킨 다음에는? 미녀를 사이에 두고 두 남자가 다툰다면 상대편 남자를 거꾸러뜨리는게 싸움의 목적이 아니다. 미녀를 만나는게 진짜 목적이다. 그러나 많은 사람들은 승리에 집착한다. 왜 눈앞의 승리에 집착하는가?


    ‘평가받아야 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담임 선생님께 인정받고 싶은 초딩심리다. 졸업했으면 그만 잊어라! 대승의 팀플레이는 승리가 목적이 아니다. 길 끝에는 집이 있고 집 사이에는 길이 있다. 길은 움직여 가는 동動이요 집은 머무르는 정靜이다. 그러나 이는 인간의 관점이다.


    ◎ 인간의 관점 – 길은 동動이요 집은 정靜이다.
    ◎ 진리의 관점 – 길은 정靜이요 집은 동動이다.


    진리의 관점으로 보면 길은 정靜이요 집은 동動이다. 집은 이사를 다니지만 길은 언제라도 제 자리에 머물러 있다. 컴퓨터는 고장나면 갈아치우지만 네트워크는 변함없이 제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인간의 관점을 앞세우면 곤란하고 진리로 보면 이랬다 저랬다 변하는건 인간이다.


    진리는 변하지 않는다. 존재는 정靜+동動이다. 머무르는 진리가 먼저고 움직이는 인간이 나중이다. 최종적으로는 인간을 완성시켜 진리로 되돌아가는 것이며 노무현처럼 또하나의 길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인간이라는 존재가 마침내 극복해야 할 집이다. 길이 되어야 한다.


     ◎ 천하는 길이고 인간은 집이다.
    ◎ 인간은 길에서 일어나 승리하여 집을 얻는 것이며, 이긴 다음에는 다시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인간은 천하라는 길에서 왔으므로 ‘의미있는 의사결정’이라는 집을 완성한 다음에는 다시 길로 되돌아가야 한다. 되돌아가서 그 천하의 일부가 되어야 한다. 영웅들은 그렇게 만들어진 길이다. 개인전은 영토획득이 목표이나 단체전은 합당한 의사결정구조의 생성이 목표다.


    1라운드의 소승은 항우가 이겼다. 2라운드의 대승은 유방이 이겼다. 싸움은 또 일어난다. 유방도 결국 말 위에서 죽었다. 마지막에는 이념으로 이겨야한다. 이순신이 노량에서 죽지 않고 살아남아 인기를 얻고 우쭐대다 선조에게 역모로 몰리지 않으려면 이념을 제시해야 한다.


    이순신이 선조를 제거하고 왕이 되는 방법도 있지만 이는 조조나 사마의가 했다가 망한 길이다. 고려시대의 무신정치가 혼란했던 것도 그러하다. 조선 건국의 약속은 선비정치다. 제갈량이 4만명의 공무원을 먹였듯이 조선을 관료국가로 무신정치의 혼란을 극복하고자 한 거다.


    관료는 왕이 자주 바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리저리 줄 서기 바쁘기 때문이다. 사도세자와 정조임금 사이에서 줄 잘못 섰다가 목이 달아난 관료가 하나 둘인가? 그렇다면 승리자의 최종결론은? 이데올로기로 밀어야 한다. 너와 나 사이에 긴장된 전선을 만들어야 한다.


    그 지점을 연주하는 악보를 써야 한다. 그것이 제시될 이념이다. 이념이 정치에만 있는 것은 아니다. 정치에 이상주의라는 이념이 있듯이 음식에도 ‘최고의 음식은 이런 것이다’ 하는 이념이 있다. 중국의 음식이념이라면 ‘몸에 좋은 음식이 가장 좋은 음식이다.’ 하는 것이다.


    일본의 음식이념은 ‘원재료의 맛을 살리는 음식이 좋은 음식’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실제로는 모양을 반듯하게 다듬고 색깔을 예쁘게 내는 것이 좋은 음식이라는 것이다. 음식은 눈으로 먹는 것이며, 분위기로 먹는 것이어야 한다는 거다. 식탁은 맛이 아니라 향으로 채운다.


    눈과 귀와 코가 앞서야 하고 감히 혀를 들이댄다면 그건 상놈의 짓이다. 음식은 좋은 친구 앞에서 즐거운 대화를 끌어내는 무대연출의 일환일 뿐이며 음식이 무대를 압도하면 곤란하다. 어디까지나 사람이 주인이고 서로의 대화가 중요하고 음식은 옆에서 보조나 하는 것이다.


    패션이라도 ‘최고의 옷은 이런 것이다.’ 하는 이상주의가 있어야 한다. 내게 편하기만 하면 만고 땡? 상놈이냐? 타인에 대한 배려는? 츄리닝이나 입고 다닐 자가 아닌가. 츄리닝은 함흥비날론으로 만든 북한제가 최고라는데. 옷맵시는 상관없지만 옷에 스민 이념은 중요하다.


    부지불식간에 옷에 나타나는 이념을 들킨다는게 중요하다. 독일차라면 최고의 자동차는 이런 것이다 하는 이념이 있다. 사람이 타기에 좋은 차는 좋은 차가 아니다. 자동차 자신이 좋아하는 차가 좋은 차다. 자동차는 달리고 싶어한다. 일단은 제대로 달려주는 것이 중요하다.


    코너도 팍팍 돌아줘야 한다. 자동차의 내면에 잠재한 가능성을 최대치로 입증하는 것이다. 이게 정치로 가면 이상주의다. 사회주의 이념이 죽자 세계는 더 큰 혼란에 빠져버렸다. 세계적으로 극우주의가 난동을 부리고 있다. 이상주의를 잃자 음식맛에 대한 기준을 잃어버렸다.


    모르는 자가 나타나서 ‘음식은 원래 양으로 승부하는 거야. 듬뿍 달라고.’ 이러고들 있으니 다들 뚱뚱해졌다. 현대문명의 실패다. 음식은 먹는게 아니고 먹는척 하는 거다. 왜 먹냐고? 누가 먹으랬냐고? 비유로 말하자. 영화 인터스텔라를 보고 1) 그래도 돈은 아깝지 않아.


    2) 본받을 만한 감동과 교훈이 있어. 3) 뭐라도 하나 배운게 있네. 4) 애인, 부모, 친구와 같이 봐도 영화 잘못 골랐다고 면박당하진 않아. 이런 식으로 이유를 내세우는 자와는 진지한 대화를 하지 않는 것이 좋다. 영화는 원래 눈으로 보는게 아니고 다만 보는 척 하는 거다.


    그걸 왜 보냐고? 무엇인가? 이념은 합의가능한 미래의 제안이다. 미래가 반드시 시간적인 미래일 필요는 없다. 대뇌피질이 미래를 관장한다는 말은 과학자의 궁색한 표현일 뿐 미래가 뭔지 대뇌가 어떻게 알어? 사건이 기승전결로 가는 것이며 가다보면 저절로 미래가 된다.


    대뇌피질은 미래를 관장하는게 아니라, 사건의 완결성, 미학적 완전성을 지향하는 것이며, 하던 짓을 아름답게 완성시키려고 하는 것이며, 현재는 언제나 진행중이므로 완성은 언제나 미래가 된다. 공자처럼 엉뚱하게 그 완성이 과거에 있다고 해도 아주 틀린 말은 아니다.


    ◎ 합의가능한 것은 미래다. 그러나 그 시간을 타고 가는 사건의 본질은 미학적 완전성이다.


    공자를 복고로 모는건 모르는 사람이 하는 소리다. 공자에게 복고주의 측면이 있으나 그건 표현력 딸린 공자의 논술실패다. 섀클턴이 뛰어난 리더인 이유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다중의 합의가능성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간부가 양보하는 불평등 조정으로 다수의 합의를 끌어냈다.


    그것이 이념이다. 이념은 궁극적으로 세계통합을 가리켜야 한다. 세계를 보는 눈이 있어야 섀클턴의 부하들이 그 제안을 따른다. 그들은 남극종단이라는 작은 목표가 아니라 인류의 대표선수로 그 현장에 와 있었던 것이다. 남극종단은 성공해봤자 섀클턴 혼자만의 업적이 된다.


    인류팀의 성공사례는 차원이 다른 이야기다. 그 때문에 섀클턴의 선원 중 한 명은 섀클턴이 고양이를 죽였다는 이유로 끝까지 화를 냈다. 인류의 대표팀이라면 고양이도 챙겨야 하는 거다. 고양이는 필요없다고 죽이는 리더라면 부상당한 선원도 필요없다고 버리고 갈 것 아닌가?


    어쨌든 섀클턴은 성공했다. 인류의 대표임을 입증했다. 동학은 공간의 장악에 성공했을 뿐 시간의 장악에 실패했다. 조선의 미래를 합의하는데 실패했다. 일제의 침략을 물리치는 것은 현재다. 동학이 최종적으로 승리하려면 2단계 임무로 왕조의 대안을 제시해야 했던 거다.


    그러려면 오히려 일본의 신무기를 받아들여야 한다. 교조 신원은 작은 명분이고 더 큰 이념이 필요했던 거다. 조선의 개혁이 아니라 세계의 개혁이라야 먹힌다. 모택동의 허풍이 먹힌 것도 그랬다. 자기네가 인류의 대표가 된다고 하자 10억 중국인이 흥분해 버렸던 것이다.


    대개 정치적 기동이 초반에 잘 가다가 곧 좌초하고 마는 것은 다음 단계의 계획이 없기 때문이다. 항우가 진나라에 복수하자고 선동해서 승리를 이끌었으나 다음 단계가 없었다. 거기서 끝? 모두가 불만에 빠진다. 징기스칸은 중단없는 정복으로 억지 다음 단계를 만들어냈다.


    토요토미도 중국을 즈려밟고 인도를 치겠다며 허풍을 떨었다. 진보가 실패하는 이유는 그 다음 단계의 전략이 없기 때문이다. 노동자, 농민 운운은 다음 단계가 아니다. 복지제도? 이런건 박근혜가 잘 가로챈다. 우리가 세계를 이끌어 가는 다음 단계의 전략을 내놓아야 한다.


    ◎ 1단계는 힘으로 이긴다.
    ◎ 2단계는 팀플레이로 이긴다.
    ◎ 3단계 이념의 제시로 매조지한다.


    한 번 발동이 걸린 엔진을 중간에 멈추면 죽는다. 힘으로 이기는 1단계는 적의 힘을 역이용하는 손자병법도 좋다. 그러나 꼼수에 능한 염경엽의 변칙이 대비가 철저했던 유중일의 정공법을 이기지 못했다. 정공법으로 가는 오자병법으로 이겨야 진짜다. 그 오자도 쓸쓸하게 죽었다.


    고대사회의 위대한 근대인이었던 한비자도 죽었다. 역시 중세의 근대인이라 할 마키아벨리도 죽었다. 그들은 싸움에 이기는 법만 알았지 마무리짓는 법을 깨닫지 못한 때문이다. 한신을 이기는 법을 알았지만 제갈량은 마무리짓는 법을 알았다. 3단계까지 치고나가야 완전하다.


    승리한 그 지점이 가장 위태롭다. 계속 가야 한다. 인생 승부는 두 번에 걸쳐서 일어난다. 첫 번째는 힘으로 이기고, 두 번째는 팀플레이로 이기고, 최후에는 이념으로 완성한다. 이념은 무엇인가? 정치적 이상 뿐 아니라 영화, 음악, 예술, 음식, 건축 등 전방위적 이상주의다.


    승리는 상대가치다. 내가 잘난게 아니라 상대가 약한 거다. 인정되지 않는다. 승패를 떠난 절대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이념이다. 승리는 이념으로 가는 중간단계의 수단에 불과하다. 공장의 굴뚝 산업은 1라운드이며 2라운드는 미학이고, 디자인, 패션, 문화, 건축, 유행, 예술이다.


    삼성은 이 지점에서 애플에 졌다. 물건을 파는 척 하면서 이상을 파는 것이 진짜다. 물건이 좋다고? 누가 물건 좋은거 달래? 잡스에게는 팔아먹을 이상주의가 있었다. 이상을 소비하는 것이 진짜다. 극장에서 영화를 본다고? 미쳤냐? 그걸 왜 봐. 진짜는 이상주의를 보는 것이다.


    영화에 숨은 이상주의를 말하지 못한다면 영화평이 아니다. 어디 가서 영화봤다고 말하면 안 된다. 그건 안 본 거다. 너와 내가 최종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완전성 뿐이며, 이상주의 뿐이며, 이념 뿐이다. 그 무엇이 없는 자와는 말도 하지 마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인가?


    이상주의라는 아기를 키우는 자가 최종적으로 승부를 마무리 짓는다. 조조에게는 그게 없었고 유비에게는 그게 있었다. 조조시스템은 조조 사후에 곧바로 망가졌고, 유비시스템은 적어도 제갈량을 거쳐서 장완, 동윤, 비의까지는 갔다. 유비에게는 관료정치라는 이상주의가 있었다.


    다산 정약용이 가졌던 그 이상 말이다. 나라를 살리는 것은 목표가 될 수 없다. 인류를 위대하게 하지 않으면 실패한다. 유비에게는 백성들을 짐승에서 인간으로 끌어올린다는 유교주의 약속이 있었다. 섀클턴이 끝까지 선원을 포기하지 않았듯이 유비는 백성을 포기하지 않았다.


    전쟁을 멈추고 평화롭게 잘 먹고 잘 살게 해주겠다? 그거 약발 오래 안 간다. 인간은 전쟁을 하면 당연히 불만이고, 평화를 하면 그래도 불만이다. 세종대왕의 치세에도 툴툴거리는 자는 있었다. 사는게 힘들다고? 만들어낸 불만이다. 불만이야 말로 민중의 힘이기 때문이다.


    좋은 사회가 된다해도 민중의 불만은 결코 사라지지 않는다. 오직 인간이 위대해질 때만 최종적으로 민중이 승복한다. 케네디가 인간을 달에 보내놓고 ‘인간이 위대해졌다.’고 선포한게 제법 먹힌 것이 그 예다. 미국 민주당이 케네디 때의 그 약발로 아직까지 버티고 있는 거다.


    달나라 쇼가 돈낭비라는거 몰라서 그런게 아니다. 그게 인간의 본질이다. 삶을 윤택하게 하기 보다는 성전이나 열심히 짓는게 인간이다. 인간의 위대함을 입증하자고 하는 선동에는 다들 뻑이 가는 것이다. 유교주의는 돈 버리는 뻘짓 안 하고 인간을 위대하게 해준다는 약속이다.


    그러한 유비도 놓친 것이 있다. 리더가 최종단계까지 결정권을 틀어쥐고 있어야 한다는 거다. 왕이 재상보다 똑똑하지 않으면 결국은 망한다. 마키아벨리나 오자나 한비자나 다 끝은 아름답지 않았다. 왜? 최종적으로는 신과의 일대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민중은 위를 쳐다본다. 시선이 포개지지 않으면 위태롭다. 봉건사회에 시대를 앞서간 근대인은 운명적으로 우울할 수 밖에 없다. 인간을 경멸하고 왕을 숭배하는 봉건인들에게 인간의 위대함을 가르치려고 한다. 그런데 과연 인간은 위대한가? 사실이지 인간은 위대하지 않다.


    막연히 인간이 위대하다고 우기는 것은 개나 고양이가 위대하다고 우기는 동물애호가와 같다. 뭐가 위대해? 위대한건 진리다. 인간이 진리에 맞설때다. 신과의 일대일에서 내려지는 의사결정이 위대하다. 섀클턴의 결정은 위대하다. 왕도 위대하지 않고 민중도 위대하지 않다.


    오직 인류와 진리가 일대일로 맞섰을때의 대표성만이 위대하다. 인간이 달에 간다고 별 수가 있는게 아니다. 그러나 음식은 이런 음식이어야 진짜다 하는 이상주의 고집은 별 수가 있다. 그 고집이 스티브 잡스를 만들었다. 그래서 사과만 먹다가 암 걸렸지만 그래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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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고의 우정은 이런 것이다' 하는, '최고의 사랑은 이런 것이다' 하는, '주말에 야외에서 괴기를 궈먹는 최고의 방법은 이런 것이다' 하는 이상주의를 끝끝내 포기하지 말아야 합니다. 왜냐하면 바로 그것이 개인이 인류의 대표성을 획득하고 진리와 일대일로 맞서는 유일한 통로이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진리의 팀에 들 때 만이 진정한 마음의 평안은 얻어집니다. 모함을 당해도 억울하지 않고, 내일 죽어도 아쉽지 않은 진짜배기 마음의 평안은 오직 이상주의에 의해서만 얻어집니다. 이상주의는 다중이 합의가능한 미래이며 이상주의로 얻는 것은 의사결정능력의 향상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1]까뮈

2014.11.27 (22:05:07)

시스템보다 중요한 것이 이상-말 그대로 그 이상-으로 이해 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4.11.27 (23:11:37)

이상주의, 이념, 완전성의 이해가 다가오다...


이상주의: "다중이 합의 가능한 미래"

이념: "인간의 위대함을 입증하자고 하는 선동",  인간을 뻑가게 하는.


" ... 너와 내가 최종적으로 합의할 수 있는 것은 완전성 뿐이며, 이상주의 뿐이며, 이념 뿐이다. 그 무엇이 없는 자와는 말도 하지 마라고 하면 지나친 표현인가?"

"섀클턴이 뛰어난 리더인 이유는 극단적인 상황에서 다중의 합의가능성을 제안했기 때문이다. 그는 간부가 양보하는 불평등 조정으로 다수의 합의를 끌어냈다. 그것이 이념이다. 이념은 궁극적으로 세계통합을 가리켜야 한다. 세계를 보는 눈이 있어야 섀클턴의 부하들이 그 제안을 따른다."


결론=> "이상주의로 얻는 것은 의사결정능력의 향상." 즉 노예로, 평생을 '을'로 살지않을 인생살이의 분별력, 판단력 향상인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4.12.02 (17:33:49)

이상주의는 특별한게 아니고

화장실에 갔을 때는 볼 일을 보고 물을 내려야 한다는 것과 같이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그런데 '똥만 싸면 되지 물을 왜 내려?' 하는 자들이 있는게 문제죠.

즉 어떤 일은 완결되어야 하는데 완결시키지 않는 자들이 있다는게 문제입니다.


문제는 띨한 아저씨들이 이미 완결되었다고 주장하는 거죠.

'이미 똥은 쌌고 됐거등. 완결되었거등?' 하며 말 안듣는 꼴통들이 있잖아요. 


세수를 하고 출근해야 하는데 '세수 안 해도 되거등, 완결되었거등' 하는 자들이 있습니다.

그러나 맞선 보는 자리에 세수도 하지 않고 내복차림으로 가면 안 되잖아요.


즉 어떤 사건을 잘게 쪼개서 보면 완결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금 확대시켜 보면 그게 완결이 안 되었다는 사실이 드러납니다.


그렇다면? 더욱 더욱 더욱 확대시켜 보면?

그게 이상주의라는 거죠. 최대한으로 인류단위로 확대시켜 보는 거.


세수 안 하고 출근 해도 돼. 내복 입고 출근해도 돼. 웃통 벗고 버스 타도 돼. <- 중국에 많음.

알몸에 수건 한 장만 걸치고 구내식당에 밥 타러 온 중국 여대생. 


'여대생이 알몸으로 밥 먹는게 뭐 어때? 수건으로 가릴건 가렸는데.'

근데 그 식당에 외국인 교환학생이 와서 보고 있다면?


그 외국인 학생이 페북에다 올려 전 세계에 중국 망신을 시킨다면?

그렇다면 식당에서 밥을 먹을 때는 적어도 옷은 입어야 한다는 논리가 받아들여지는 거죠.


결론은 이상주의란 어떤 일의 완결성에 대한 판단은

개인 단위가 아니라 인류단위, 역사단위, 문명단위로 확대시켜 보아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럴 때 합리적인 의사결정은 가능해 집니다. 

섀클턴이 만약 캘리포니아 금광에 금 캐러 가는 황금탐사대였다면?


금만 캐면 돼. 다 필요없어. 오직 금이야. 이러겠죠.

금만 캐면 된다면 부하는 죽어도 좋고? 


이렇게 되면 부하들은 대장이 황금에 미쳐서 자기들을 버릴 거라고 의심하죠.

그러면 금을 캐기도 전에 내분이 일어나서 탐사대는 파멸.


금만 캐면 되는게 아니고 인류의 대표팀으로서 역사적인 이정표를 세워야 한다면?

금을 캐기 위해 부하를 희생시키지는 않겠죠.


그 경우 부하가 팀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는 결정을 내립니다.

그게 이념이라는 거죠.


오직 금만 캐면 돼. 이건 이념이 아닙니다.

음식은 오직 맛만 좋으면 돼. 침을 뱉건 말건 상관없어. 이건 이념이 아니죠.


[레벨:3]이은지

2014.12.03 (01:47:50)

객관성은 어디다가 팔아먹었습니까??정신이 있는겁니까 없는 겁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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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7 깨달음의 문제 image 1 김동렬 2014-11-23 6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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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5 집과 길 그리고 자궁 image 1 김동렬 2014-11-20 68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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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80 신과 나의 관계가 나를 규정한다. image 3 김동렬 2014-11-17 8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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