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10545 vote 0 2008.07.31 (00:57:53)

사랑과 깨달음

무릇 존재의 영역에서 가치있는 것은 신(神)의 완전성 뿐이고, 앎의 영역에서 가치있는 것은 깨달음 뿐이고, 행함의 영역에서 가치있는 것은 사랑 뿐이다.

본래 신의 완전성이 있었으니 그것은 만유에 가득차 있다. 그 완성의 경지를 내 안에서 찾아내면 깨달음이요 그것을 행하면 밖으로 드러내면 사랑이다.

지(知)는 깨달음으로써 널리 소통하여 완성되는 것이며 행(行)은 사랑으로서 널리 실천하여 완성되는 것이다. 꽃 피우기다. 꽃 피워서 완성하기다.

사랑한다는 것은 그 사람을 웃게 만드는 것이다. 그 사람에게서 그 사람이 가진 최고를 끌어내는 것이다. 그 사람이 가장 잘하는 것을 하게 하는 것이다.

최선의 상태에서 최고의 자연스러움에 도달하는 것이다. 그 사람 내부에 감추어진 것을 전부 드러나 보이게 하는 것이다. 그럴 수 있어야 한다.

최고의 악기를 다루는 연주자와 같다. 그 악기가 좋기 때문에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 아니라 최고의 악사가 연주하기 때문에 좋은 소리가 나는 것이다.

대저 대한민국을 사랑한다고 떠벌이고 다니는 사람들은 좋은 연주자가 아니다. 단지 좋은 악기를 한 번 만져보고 싶은 어린아이일 뿐이다.

그들에게 대한민국이라는 악기를 내맡기자 온갖 소음이 발생하여 시끄럽다. 대한민국이라는 악기에서 좋은 소리를 끌어내지 못한다. 그 사랑은 실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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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란 활을 현 위에 올려놓는 것이다.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활은 현을 타야 한다. 연주해야 한다.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그래야 완성된다.

사랑은 자연의 깨달음이요 깨달음은 마음의 사랑이다. 깨달음은 현에서 소리를 끌어내는 것이며 사랑 역시 마찬가지다.

◎ 여기에 우리의 관심을 끌 만한 네 가지 특별한 방법이 있다. 선사(禪師)들의 대답은 항상 이렇다.
1. 모든 사물은 사실상 ‘하나’라는 대답.
2. 모든 사물은 사실상 ‘무(無)’요, ‘공(空)’이라는 대답.
3. 모든 사물은 있는 그대로 아주 ‘자연스럽고’ ‘옳다’는 대답.
4. ‘질문’과 ‘질문자’가 그 해답이라는 것.(아제님의 글을 재인용)

선(禪)의 본의는 화살을 시위에 매겨 팽팽한 긴장을 유도하는데 있다. 그럼으로써 만물을 깨어나게 한다. 바이얼린의 활을 현 위에 올리면 소리가 난다.

1. 사실상 모두 하나다.. 화살이 시위에 올랐으니 둘이 하나가 되었다는 뜻이다.

2. 사실상 ‘무(無)’요, ‘공(空)’이다.. 활이 현을 타니 소리가 난다. 거기에 가락이 있을 뿐 활도 없고 현도 없으니 공이다.  

3. 있는 그대로 ‘자연스럽고’ ‘옳다’.. 바이얼린이 자연스럽게 연주되고 있으니 떳떳하고 마땅하여 옳다.

4. ‘질문’과 ‘질문자’가 해답이다.. 질문자가 질문하는 것이 그 자체로 자신의 바이얼린을 연주한 것이니 밖에서 별도로 찾을 일이 없다.

사랑은 원래 그런 것이다. 그것은 둘이 하나가 되는 것이다. 무에 이르고 공에 이르는 것이다. 그러므로 자연스럽고 옳다. 그것은 본래 내 안에 있던 것이다.

사랑은 연주하는 것이다. 그 소리는 현에서 나왔을까 활에서 나왔을까? 사랑은 나로써 너를 연주하는 것이면서 동시에 너로써 나를 연주하는 것이다.

사랑은 너를 웃게 하는 것이며 너를 꽃 피우게 하는 것이다. 동시에 나를 웃게 하는 것이며 나를 꽃 피우게 하는 것이다.

내 안에서 감추어진 열정을 끌어내는 것이다. 나를 지극한 곳에 다다르게 하는 것이다. 그럴 때 인간은 춤 출 수 있다. 보기에 좋다. 완성된다.


[레벨:0]반쪽

2009.02.26 (00:56:44)

"비밀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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