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이 새 영화 제작에 본격적으로 착수했다. 제목은 <비몽>(가제). 한국에서도 인기가 높은 일본의 젊은 배우 오다기리 조가 남자 주인공으로, 국내 주연급 여배우가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꿈속에서 교통사고를 내게 된 남자 ‘조’. 그가 꿈에 보았던 그 장소로 가보니 정말 뺑소니 사고가 있었다. 경찰은 ‘란’이라는 여자를 용의자로 추적하던 중 집에서 ‘자고 있던’ 그녀를 체포한다. 하지만 ‘란’ 자신은 교통사고를 낸 적이 없다고 항변하면서도 몽유병이 있음은 인정한다. ‘란’이 범행을 거부하는 동안 ‘조’는 그 사고를 낸 것이 사실은 자신이라고 말한다. 두 사람의 꿈과 실제의 경험은 마치 한 사람에게서 일어나는 것처럼 점점 흥미롭게 얽혀간다. 김기덕 감독은 현재 마지막 시나리오를 수정중이며 1월4일경 촬영에 들어가 대략 25일까지 촬영할 예정이다. 전작들과 마찬가지로 비교적 저예산이지만 경제적으로 완성하겠다는 계획이다. 전작 <숨>에 이어 <비몽>의 프로듀서를 맡고 있는 송명철 프로듀서에게서 신작에 관한 그 밖의 소식을 들었다. -제목이 <비몽>이라고 들었다. (글) 정한석 mapping@cine21.com 김기덕의 모든 영화를 좋아하지만 실제로는 영화보다 그가 사회에 던지는 '화두'를 더 좋아한다. 이런 식의 이야기는 내가 평소에 늘 생각해 왔던 것이다. 상상만 하고 구체화 시키지 못하는 가볍고 흔한 소재들을 김기덕은 구체화시켜 낸다. 그것은 놀라운 능력이다. '나도 할 수 있다'는 느낌이 들지만 실제로는 할 수 없는 것이다. 사람들은 그 점을 놓친다. 자기도 할 수 있다고 착각하기 때문에 김기덕을 낮추어 보는 것이다. 그리고 '나도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영향을 받아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게 된다. 홍상수 영화도 그런 미덕이 있다. 다른 점은 김기덕은 늘 새로운 아이디어로 사람을 놀래키지만 홍상수는 한 가지 아이디어를 계속 반복한다는 것. 그래서 지루해 졌다는 것. 김기덕의 영화는 관객을 만드는 영화가 아니라 감독을 만드는 영화다. 많은 사람들에게 영감을 준다. 누구에게나 '나도 감독이 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준다. 감독이 되고 싶다는 욕망을 던져 준다. 30년 전 이상의 글을 처음 읽고 시와 소설을 쓰고 싶어졌듯이. 김기덕의 영화는 시놉시스만 봐도 영화 한 편을 다 본 것보다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 위에 나온 두어 문단의 짧은 글만 읽어도 7000원 이상의 가치를 얻는다. 광고포스터만 봐도 어지간한 영화 서너 편 이상의 쾌감을 얻는다. 그것은 화두의 힘이다. 나는 위 몇 줄의 글을 일주일 이상 내 입속에서 굴릴 것이다. 그리고 내 글에도 은밀하게 배어들 것이다. 그 가치는 매우 크다. 화두..! 영화를 본 사람이나 보지 않은 사람이나 모든 사람들의 마음 속으로 은밀히 침투한다. 모두가 영향을 받는다. 사실 김기덕의 많은 영화들을 보지 못했다. 최근에는 아주 영화와 멀어져서 봄에 한번 가을에 한번 극장을 찾게 되었다. 김기덕의 영화는 포스터와 영화평만 봐도 충분히 만족하기 때문에 굳이 극장을 찾을 필요를 느끼지 못한 것도 있다. 그래서 미안하다. 김기덕의 모든 영화들은, 내가 본 영화든 보지 않고 영화평만 읽은 영화든 다른 모든 영화들 보다 열배 이상 오래도록 내 머리 속에서 머무르곤 했다. 김기덕 영화 중에서 제일 재미없는 '활'은 지금도 하루에 열번쯤 떠오른다. 왜일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