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낙동강은 태백산 황지에 그 머리칼을 담그고 압록강은 백두산 천지에 그 손끝을 담근다. 큰 산은 큰 강과 친하다. 큰 강 옆에는 항상 큰 산이 있다. 강은 산을 침범하지 않고 산은 강을 가로막지 않는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래야 한다. 산과 강처럼 서로 달라야 한다. 다르면서도 이어져 있어야 한다. 큰 산이 큰 강을 품듯이 큰 강이 큰 산을 휘감아 돌듯이, 서로 침범하지 않고 서로 방해하지 않고, 서로 걸리적거리지 않고, 그러면서도 밀접해야 한다. 산이 끝나는 곳에서 강은 시작한다. 강이 끝나는 곳에서 산은 시작한다. 그렇게 서로를 높이어 완성시켜 주고 자신은 낮아져서 비로소 시작하는 것이다. 서로 명확히 다르면서도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는 것. 서로의 마음을 읽을 수 있는 것, 서로의 호흡을 알아챌 수 있는 것. 그러므로 전율함이 있는 것. 산이 우뚝하여 지켜볼 때 강은 휘감아 돌며 노래한다. 강의 품이 넉넉하여 그 바쁜 흐름을 쉬어갈 때 산은 거기 제 그림자를 비춘다. 이야기를 들려준다. 산은 강이 가야하는 방향을 일러주고 강은 산이 머물러야 하는 곳을 일러준다. 사람과 사람 사이도 그래야 한다. 좋은 사람은 영감을 던져주는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바라는 것은? 바깥으로 난 창을 원하는 거다. 산은 머물러 있으므로 강이 소식을 전해준다. 강은 흘러 가므로 산을 주소지로 둔다. 산은 강을 통하여 진정한 세상을 만나고, 강은 산을 통하여 더 한층 밀도있는 세계를 만난다. 서로는 서로에게 창이 된다. 그 창을 열어젖혀야 한다. 가장 좋은 파트너는 자신이 지금 어디쯤 와 있는지,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일러주는 사람일거다. 그렇게 깨어있게 하고 긴장하게 하는 사람일거다. 먼 여행을 떠나는 순례자에게는 동반자가 필요한 거다. 혼자가도 좋지만 일인이역이다. ‘사랑’이라는 두 글자를 사용하지 않고 사랑에 대해 이야기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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