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경주남산에 열암곡은

예전에 무더운 여름날 아제님과 헐레벌떡 올라서

 

넷이서 대청마루에 앉아 파전 안주 놓고

막걸리 한 사발 때린 바로 그곳이라오.

 

그 뒷편으로 절터가 있기에 많이도 찾아봤는데

우리동네와는 거리가 멀어서 다 뒤져보지는 못했다오.

 

남산이 작아보여도 무척 크다오.

남산을 다 뒤져보고 맨 마지막으로 뒤지던 곳이

 

고위산 천룡사 뒤로 산정호수 일대였는데

하필 그곳에서 2005년에 머리 없는 부처님이 발견되었다오.

 

 

 

그리고 그 주변을 찾아뒤지다가

머리없는 부처님의 머리도 찾아내었다오.

 

머리를 찾은 김에 주변을 더 샅샅이 수색하여 보니

연화대좌도 나오고 별게 다 나오는데

 

 

 

 

저 뒷쪽 파란 천막 속에

1300년 동안 누워계시던 부처님

 

 

 

 

아! 탄성이 절로

너무나 너무나 아름답소.

 

이 얼굴이야말로

신라인이 생각했던 지성미의 결정체

 

모나리자 미소가 유명하다 하나 지성미가 결여되었고

석굴암 본존불이 아름답다 하나 이념미의 엄숙함이 강조되었고

 

일본 호류지의 반가사유상이 걸작이다 하나

목조각의 한계를 극복하지 못하였고

 

게다가 거기 소승적 깨달음의 법열이 있을지언정

대승적 번민의 고뇌 한 자락이 없어 근본 가배야움을 면하지 못하오.

 

이 조각은 완벽하오.

진리의 거룩함과 대중을 포용하는 온유함과

 

고독한 깨달음의 기쁨과

대중의 고통을 함께 하는 자비심까지 갖춘

 

고전주의 미학이 강조하는 

이념미의 극치를 찍고 온 통일신라의 조각에서

 

미륵신앙을 반영하여 대중의 욕망을 앞세우는 고려시대의 조각으로 넘어가는

어떤 절정의 느낌이 나타나 있소.

 

막 절정에 도달할 때의 긴장감에서

마침내 그 절정을 넘어섰을 때의 편안함까지 한 얼굴에 품었다오.

 

 

4등신으로 처리한 것은

아래에서 올려다보는 이의 시선을 감안한 것이라 하오.

 

참고로 말하면 하두 두 끼를 먹는

신라인 평민의 평균 신장은 1미터 40 정도이오.

 

위 불상의 높이는 좌대까지 총 6미터에 가깝소.

보는 사람의 위치에서 가장 멀리있는 머리부분을 가장 가까이 끌어당기는 비례라오.

 

 

 

 

1300년을 누워있던 열암곡 부처님 벌떡 일어서는 날에

새로운 세상이 열리리라는 예언을 내가 방금 생각해냈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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