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론
read 8304 vote 0 2003.12.11 (14:01:04)

초보대통령 노무현에게 드리는 당부 초보지지자들이 초보대통령에 삐치고 등돌리면 절단이다.

『미학의 오다케』라면 이중허리 린 하이펑, 우주류의 다케미야 등과 함께 한 시대를 풍미한 일본 바둑기사다. 오다케의 기풍은 돌의 생사보다는 능률과 모양을 중시하는 것으로 승부를 중요시하는 요즘 바둑과는 다른 데가 있었다.

바둑의 미학은 무엇일까? 상대도 최선을 다하고 나도 최선을 다하였을 때 어떤 형태가 될 것인가를 추구하는 것이다.

미학의 명인 오다케
바둑의 본질은 무엇일까? 돌의 효율성이다. 가장 효율적인 위치에 돌을 놓으면 가장 모양좋은 바둑이 이루어진다.

효율이란 무엇일까? 하나가 둘을 겸할 수 있는 것이 효율이다. 안과 밖, 실리와 세력, 포위와 분할, 중앙과 변, 이렇게 서로 대립되는 두가지를 겸할 수 있는 절묘한 위치들이 있다. 맥이라고 한다. 바둑은 그 맥을 잘 짚어내는 사람이 승리한다.

상대를 속이기 위해 일부러 비효율적인 곳에 둘 수도 있다. 너죽고 나죽자는 식의 꽁수바둑이다. 그래서는 미학이 아니다. 오다케의 바둑은 너 살고 나 살기다.

미학은 절제와 양보다. 나의 행마가 우아해도 상대방이 지저분하게 끊고 나오면 미는 얻어지지 않는다. 상대방 역시 미로 따라오게 하기 위해서는 조금씩 양보해야 한다. 상대방은 내가 양보한 작은 이익을 바라고 이쪽의 페이스에 끌려오게 된다.

실리와 세력, 변과 중앙, 잇기와 끊기 들에서 『이쪽을 내주고 대신 저쪽을 가진다』 하는 대강의 구상을 머리 속에 그려놓고, 상대방이 그 흐름을 쫓아오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오다케는 바둑의 흐름이 자신의 구상과 어긋나면 지체 없이 돌을 던지곤 했다.

미학은 힘이 있다
재미있는 건 오다케가 일단 바둑을 자신의 페이스대로 끌고가기만 하면 그대로 승부를 결정짓는 힘이 있었다는 거다. 그렇다면 그 힘을 일러 『미학의 힘』이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다. 미학은 힘이 있다. 그 힘의 정체는 무엇일까? 아니 그 이전에 미(美)란 무엇일까? 그것은 둘이 합쳐져 하나를 이루는 것이다. 내가 한 수를 두면 상대방도 한 수를 둔다. 내가 둔 돌과 상대가 둔 돌이 여러 가지 방법으로 대칭을 이루고 있다.

중앙과 변, 세력과 실리, 잇기와 끊기들로 이루어진 대칭이 50 대 50으로 힘의 균형을 성립시킨다. 물리적 등방성과 대칭성의 원리가 작용하고 있다. 그 균형이 착착 맞아나가다 보면 쪼갤 수 없는 단 하나의 꼭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꼭지점은 짝수가 아닌 홀수다. 홀수이므로 나눠가질 수가 없다. 둘 중 한 사람이 그 꼭지점을 차지한다. 항상 오다케가 그 하나를 차지하곤 한다. 왜냐하면 그는 그 하나가 어디에 있는지 처음부터 알고 있으니까.

미학의 힘은 균형에서 나온이다
둘로 쪼개지면 미가 아니다. 뒤죽박죽으로 섞여도 미가 아니다. 미는 『균형과 조화』이다. 균형은 물리적 등방성의 원리가 작용하여, 서로 대립되는 둘이 맞물려 하나의 구조를 이룬 상태이다. 조화는 그 둘이 맞물리는 꼭지점의 하나가, 양 날개를 이루는 대칭구조의 둘을 지배하는 기세이다.

내가 한 수를 두면 상대방도 한 수를 둔다. 둘은 대칭을 이루고 그 대칭이 마주치는 지점이 맥이 되며, 그 맥과 맥이 이어져서 흐름을 만든다. 곧 형(形)이 세(勢)를 만드는 것이다. 형(形)은 균형의 형이고 세(勢)는 곧 조화이다.

조화란 무엇인가? 『통제 가능한 변화』이다. 바둑은 변화를 제어하는 기술을 겨루는 게임이다. 그 변화를 제어하는 힘은 포석단계에서 성립시킨 균형에서 나온다. 곧 바둑의 형세(形勢)이다. 바둑의 미학은 형세의 미학이다.

초반 포석 단계에서는 50 대 50으로 팽팽하다. 정석대로 두기 때문이다. 바둑이 점차 진행됨에 따라 검고 흰 돌로 반상이 메꿔지고 나면 이윽고 그 절대로 나눌 수 없는 하나의 꼭지점에 도달한다. 오다케 히데오가 그 꼭지점을 차지하곤 한다.

미는 압도적으로 강하다
그 나눌 수 없는 하나의 꼭지점이 내뿜는 압도적인 힘이 발견된다. 형이 세를 이루고, 균형이 조화를 낳고, 꼭지점이 양날개를 지배한다. 변화 가운데 질서가 있어서 아름답다. 질서를 유지하면서도 변화를 이뤄내니 힘이 있다.

미학의 오다케! 그는 굉장한 파괴력의 소유자였다. 흔히 미(美)라고 하면 연약한 여성의 이미지를 떠올리기 쉽다. 천만에! 오다케는 강했다. 미는 강하다는 것을 그는 입증했던 것이다.

바둑은 냉정한 승부의 세계이다. 아름다움과 우아함을 추구해서는 승부에서 진다. 천만에! 오다케는 그렇지 않다는 것을 증명했다. 진검승부에서도 그것이 통한다는 것을 입증했다.

정치의 미학은 무엇인가?
정치에도 미학이 있고 사랑에도 미학이 있다. 세상 모든 것에 알게 모르게 미학이 숨어있다. 그것은 서로 대립되는 마구 뒤섞이지 않고 절묘한 황금률의 균형을 찾아가는 것이다. 주거니 받거니 하며 맞물려 돌아간다. 그러다가 쪼갤 수 없는 어떤 하나의 극점에 도달하게 된다.

그 극점을 넘어 설 때 질적인 비약이 일어난다. 정치라면 그것은 민주주의의 발전이 되고, 수행자에게 그것은 깨달음이 되고, 예술이라면 그것은 위대한 작품으로 승화된다. 연인들이라면 멋진 사랑이 완성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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