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론
read 7659 vote 0 2002.09.09 (16:02:59)

제 5 장

{진정한 천재}

진정한 천재 - 시간에서 승부한다
또다른 싸움 - 마음에서 승부한다
서태지와 아이들 - 내공이 부족했다
개념접근 - 천재는 만들기의 프로그램
천재대국 - 천재는 중국에 많으나 노벨상은 받아가는 나라가 가져간다
한국사회의 척박함 - 팔방미인이 많되 천재가 없다




제 5 장


{진정한 천재}

진정한 천재 - 시간에서 승부한다

능숙한 장인은 필요한 물건을 직접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주문이 들어오면 곧 톱과 망치를 들고 산으로 올라갑니다. 재목을 골라 즉석에서 좋은 의자를 만들어 낼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천재로 불려도 좋습니다.
허나 참된 천재라면 주문을 받고 난 뒤에야 망치와 톱을 들고 끙끙거리지 않습니다. 모든 재료를 미리 준비해 두었다가 주문이 주어지는 즉시 제작해 냅니다. 필요한 목재와 페인트들은 사전에 준비되어 있습니다. 적어도 속도가 빠릅니다.
그러나 뛰는 자 위에 나는 자가 또 있습니다. 챔피언은 가구상입니다. 이미 수백개의 의자가 가게에 진열되어 있습니다. 필요한 의자를 손님의 주문에 맞추어 즉석에서 골라줍니다. 주문 즉시 배달입니다. 속도는 더욱 빠릅니다.
인간의 재능에도 이러한 측면이 있습니다. 한가지 공정한 방법의 경쟁이 있는게 아니라 여러 가지 다양한 경쟁방식이 있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시간을 지배하느냐의 여부가 천재의 성공을 결정합니다.
동일한 조건에서는 아무래도 재능이 뛰어난 이가 빨리 해내므로 이기겠지만 조건이 다같지 않아서 지름길로 빠지는 다른 방법이 있다면 경우가 달라집니다. 인생승부는 솜씨있는 목수를 부지런한 가구상이 이기듯이 미리 대비해 두어도 반칙이 아닌 것입니다.
진정한 천재는 이미 발생한 문제를 잘 해결하는 자가 아니라 문제가 생겨나기 전에 미리 주어진 시간상에서 노력하고 대비하여 조건들을 자기에게 유리하게 만들어 놓는 이입니다. 다음에 주어질 시합을 이미 내다보고 사전 준비를 해놓았기 때문에 재능만 있는 재사가 노력형 천재를 감당해내지 못하는 것입니다.
우리는 노력하여 대비할수 있습니다. 이것은 재능 이외의 또다른 변수입니다. 고로 천재는 만들어지는 것입니다. 재능뿐이 아니라 창의력 집중력에다 더하여 내공과 천시가 필요한 것은 시간의 문제에 대응하기 위해서입니다. 주어진 시간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활용하는가에서 승부가 납니다.
재능이란 공간적 변수일 뿐입니다. 동일한 조건, 동일한 시간이 주어진다면 재능있는 이가 이기겠지만 진짜 천재는 따로 있습니다. 천재란 시합이 있기 전의 시간들을 활용하여 조건들을 자신에게 유리하게 고쳐놓으므로서 재능있는 자를 거뜬히 이기는 자입니다.










또 다른 싸움 - 마음에서 승부한다

흥미와 관심, 즐거움이 주어져야만 노력할 수 있습니다. 곧 집중력입니다. 집중력이 있는 사람은 심리성격적으로 예민하여 누구보다 흥미와 관심 즐거움을 더 강하게 느낍니다. 고로 천재는 뛰어난 자가 아니라 예민한 자입니다.
흥미가 동기를 유발하고 관심이 두뇌를 긴장하게 하며 즐거움이 실패한 일에 두번 도전하게 합니다. 이는 어디까지나 머리가 아니라 마음입니다. 재능있는 이가 머리 좋다하나 마음까지 좋으란 법은 없습니다. 집중력은 정신영역에서의 지적 긴장이 감정과 신체를 지배하는 정도를 나타냅니다.
천재는 실패한 일에 거듭 도전합니다. 즐겁기 때문입니다. 만능천재는 없습니다. 만능천재는 지적능력을 비효율적으로 사용하게 되기 때문입니다. 재능은 만능이 아닌 한가지 재능이며 집중력은 그 한가지에 집중 투자하므로서 효율성을 높여줍니다. 재능을 낭비하지 않아야 합니다. 집중력으로 가능합니다.
천재는 공부를 잘하지 못하게 되어 있습니다. 공부를 잘하는 사람은 천재가 못됩니다. 창의가 천재의 핵심이고 집중력이 창의력을 유발하므로 천재의 두뇌에선 끊임없이 아이디어가 떠올라서 공부를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공부를 잘한다면 그저 공부의 천재인 것입니다. 한가지에 집중하면 다른 것들에 집중하지 못하는 법입니다. 재능이 다양하여 관심이 분산된 사람이 한가지 관심에 몰두하는 이를 이기지 못하는 것입니다. 공부의 천재는 공부를 잘 할 뿐입니다.
천재는 머리만으로는 안되며 마음의 제어가 중요합니다. 성격이 예민하여 호, 불호가 분명합니다. 좋아하는 것에 인생을 걸어버리고 싫어하는 것에 에너지를 낭비하지 않습니다.

























서태지와 아이들 - 내공이 부족했다

서태지와 아이들은 재능이 있었고 또 창의력이 있었으며 집중력까지 보여주었습니다. 때를 잘 만났고 능력을 최대한 발휘했습니다. 그런데 왜 조로하였을까요? 내공이 부족했기 때문입니다.
태지들의 음악은 재능에서 나온 것이지 체험에서 우러나온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내공을 연마했어야 했습니다.
태지들의 음악실력은 타고난 재능에서 나왔고, 독특한 스타일은 창의력에 의해 얻어진 것입니다. 한눈 팔지 않는 집중력도 보여주었습니다. 때를 잘 만나 필요한 때에 필요한 음악을 내놓았습니다.
그러나 그들의 성공은 한때의 성공일 뿐이었습니다. 상황은 지속적으로 변화합니다. 장수하기 위해서는 그들 스스로 변해야 했습니다. 음악은 지속적으로 변화해야 했으며 변화는 그들 스스로의 내적인 성숙에서 얻어진 것이어야 했습니다.
서태지 음악의 변화는 내적인 성숙과 상관없이 세태의 흐름을 민감하게 읽는 것이어서 곧 한계를 드러낼 수 밖에 없었습니다. 세태는 그리 빠르게 변하지 않는데 비해 팬들의 변화요구는 더 거세었기 때문입니다.
천재는 변화를 보여주어야 합니다. 변화를 위해서 에너지를 소모할 것이 아니라 더욱 충전했어야 했습니다. 자기 내부에 에너지를 감추어 두어야 하며 자기정신의 성장과 그 과정을 그들의 음악에 투영했어야 했습니다.
날아온 공을 쳐내듯 해서는 드리블링의 묘기를 보여줄 수 없습니다. 태지들은 자신의 기발한 생각을 보여주었을 뿐 내부에서 한바퀴 굴려 내는 즉 무엇을 보았고 어떻게 상처입었으며 어떻게 극복하였고 또 반전하고 주도해 내었는지를 보여주지 못했습니다. 즉 지속적으로 깊이를 더해가지 못하였다는 것이 치명적인 약점이었습니다.
축적된 체험의 깊이로 담보하는 내공이 장수를 보장하는 것은 타인의 모방이나 침해가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내공이란 개인적 체험의 반영이고 체험의 반영은 체험해 본 사람만이 할 수 있는 것입니다.
남이 결코 체험할수 없는 것, 곧 서태지들만이 체험한 그들 고유의 독점영역을 음악에 반영하여 그 체험의 깊이를 무기로 그들의 음악을 지속적으로 변화시켜 나갔다면 누구도 모방하거나 침해할 수 없습니다. 거기서 수명의 장수가 보장됩니다.
재기는 발랄하나 깊이가 없었으므로 모방에 넘어갔습니다. 강한 내공의 소유자는 자기내부에 깊은 울림과 떨림을 가지고 있어서 자기영역 안에서 독점합니다. 변화가 외부와 차단된 채 내부에서도 가능합니다. 타인의 모방을 나무랄 것이 아니라 베끼기가 불가능한 것을 만들어야 진짜입니다.
내공은 반복된 체험으로 연마하여 키워져야 합니다. 재능을 발산하고 소모해 버려서는 아니됩니다. 재능의 대강은 숨겨두고 다만 장전된 일탄만을 발사할 뿐입니다. 일탄이 발사될 때 또한 2탄과 3탄이 예비되어 있어야 합니다. 최후의 한방은 마지막 대반전을 위하여 끝내 쏘지 않는 법입니다.








개념접근 - 천재는 만들기의 프로그램

(천재만들기의 시간진행에서 개념도)

[시간의 흐름] 1 -> 2 -> 3 -> 4 -> 5
[천재조건] 재능 창의력 집중력 내공 천시
: : : : :
[기능] 두뇌주변기능 두뇌핵심기능 정신력 노력 시대의 요구
(개인환경)선천적 조건 <- -> 후천적 조건(사회환경)
[환경] 천부적 능력 지적 환경 성장환경 반복훈련 학습된 지식

천재의 다섯가지 조건은 개별요소들의 집합이 아니라 하나의 연속적인 과정입니다. 그 순서가 바뀌어서는 안됩니다. 이 연속과정을 하나로 통일하여 사회에서 천재의 대량생산 대량공급체계를 완성합니다.
천재의 대량생산 대량공급체계는 예의 5가지 조건들 중 재능과 창의력의 선천적 조건에 대해 상대적으로 후천적 조건인 집중력과 내공, 천시를 보장하는데 있습니다. 재능은 발굴할수 있고 창의력은 키울수 있으며 집중력은 향상시킬수 있고 내공은 훈련되며 천시는 확률적으로 보장될수 있습니다.
재능과 창의력의 문제는 개인차원에서 노력되어야 하고 내공과 천시의 문제는 사회적차원에서 협력되어야 합니다. 여기서 시간흐름의 순서를 지켜 단계적으로 기능을 유도해 가는 것이 시스템입니다. 사회가 그 시스템을 담보하므로서 천재가 증가하게 됩니다.



천재대국 - 천재는 중국에 많으나 노벨상은 딴나라로 간다.

천재는 확률의 면에서 국가간에 공정합니다. 인구대국 중국에 가장 천재가 많습니다. 그러나 그 사회의 사회화된 정도, 곧 공동체의 성숙한 정도에 따라 천재의 공급량이 결정됩니다. 후진 사회에선 천재가 재능을 발휘할 기회를 얻지 못하는 것입니다.
천재를 그 사회의 변화를 주도하는 인구 1만명 당 1명 정도로 본다면 우리나라 인구 4000만명에서 4000명의 천재가 있는 셈입니다. 거기서 미성년자를 제외하면 2000명 정도가 되고 상대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한 노약자, 장애자, 여성, 문맹자들을 제외하고 창의적 생산활동에 종사하는 약 500명에서 1000명정도를 천재라 말할수 있겠습니다. 후진국일수록 상대적으로 기회를 박탈당하는 비례수치는 증가합니다.
인구대국 중국은 우리 나라의 약 스물다섯 배이므로 천재만을 모아서도 도시 하나를 세울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진짜 천재는 인구가 만드는 것이 아니고 그 사회의 공동체적 성숙도가 만들어냅니다.
천재는 중국에 많지만 노벨상을 가져가는 나라는 따로 있습니다. 낙후된 사회는 천재에게 기회를 주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천재는 만들어집니다. 중국과 인도에 타고난 천재는 많아도 만들어지는 진짜 천재는 적습니다.
좋은 사회라면 모든 재능있는 자에게 기회를 주어 천재를 극대화 할수 있습니다. 그 사회의 공동체적 성숙도를 끌어올리므로서 천재의 대량생산 대량공급체계가 갖추어지는 것입니다.
우선으로는 편견과 고정관념을 깨뜨려야 합니다. 공부를 잘해서 서울대 법대를 들어가는 일은 천재에게 맞는 모양이 되지 않습니다. 재능의 낭비이자 에너지의 비효율적 공급입니다. 창의력 있고 집중력 있는 이는 성격적으로 예민해서 공부나 하고 있을수 없습니다. 끝없이 떠오르는 아이디어가 학습을 방해하기 때문입니다.
아이큐 만능의 환상을 깨뜨려야 합니다. 만능천재는 환상이며 재능은 더 다양한 형태로 존재합니다. 이것저것 다 잘하는 만능천재는 없어도 이것저것 다 덤비는 팔방미인은 이웃에 많습니다. 팔방미인을 천재로 착각해서는 안됩니다.
이것저것 다 잘하되 똑소리나게 잘하는 것 하나없는 이가 팔방미인입니다. 만능천재의 환상이 천재를 팔방미인으로 타락시킵니다. 당연히 시스템에 의거한 재능의 조직적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국사회의 척박함 - 팔방미인이 많되 천재가 없다

사회의 편견과 고정관념이 천재를 팔방미인으로 타락시키고 있습니다. 우리사회의 모범적 시민은 조선시대의 과거제도 전통에 기초한 고급관리로 되어 있으며 관리의 자질은 판검사형의 공부천재입니다.
예로부터 한국인은 이것저것 다 잘하는 전인격적 관료인 황희정승형을 모범으로 하여왔습니다. 그러나 과거의 모범일 뿐입니다. 이것저것 못하는 것 많아도 한가지 자기재능분야에 똑부러지는 새로운 모범이 창출되어야 합니다.
레오나르도 다빈치, 세종대왕이 과거의 모범적 천재형이라면 미래에는 미래의 모범 천재형이 필요합니다. 세상이 만능을 허용하지 않을 만큼 발달하였습니다. 국어를 잘하면 산수는 못해도 천재가 될수 있습니다. 산수를 잘하면 국어를 못해도 천재가 될수 있습니다. 사회가 환경에서 그것을 보장해야 합니다.
궁극적인 차원에서 진정한 천재는 그 사회의 내적역량이 만드는 것입니다. 그 사회가 배출하는 천재의 수에 비례해서 그 사회의 발달한 정도가 증명됩니다. 그 사회가 건강한 정도에 비례해서 배출되는 천재의 수와 질이 정해집니다.
천재의 대량생산 대량공급체계는 상당한 사회변혁으로 하여 궁극적 차원에서 담보됩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33 철학이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3-12-11 9849
32 나에겐 꿈이 있다 김동렬 2003-12-11 7406
31 타인의 동의를 구하기[철학3] 김동렬 2003-12-11 6403
30 동의하기와 동의하지 않기 [철학4] 김동렬 2003-12-11 5794
29 자연스러움 김동렬 2003-12-11 7007
28 미학의 주관성과 객관성 김동렬 2003-12-11 6793
27 미학의 오다케 김동렬 2003-12-11 8254
26 어떤 설법 김동렬 2003-12-11 6477
25 자연이 아름다운 이유 김동렬 2003-12-11 8065
24 모나리자의 미소 김동렬 2003-12-11 7884
23 예술의 두가지 성격 김동렬 2003-12-11 6899
22 황금률 김동렬 2003-12-11 6980
21 미란 무엇인가? 김동렬 2003-12-11 8631
20 제 1 장 [제안하기] - 권 1 천재론 김동렬 2002-09-09 7804
19 제 2 장 [천재가 되기 위한 다섯가지 프로그램] 김동렬 2002-09-09 9375
18 제 3 장 [내뇌혁명] 김동렬 2002-09-09 7306
17 제 4 장 [천재론] 김동렬 2002-09-09 7415
» 제 5 장 [진정한 천재] 김동렬 2002-09-09 7659
15 제 6 장 [천재교육] 김동렬 2002-09-09 6334
14 제 7 장 [아이디어] - 권 2 천재발상법 김동렬 2002-09-09 42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