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가르치지 않는다
'가르치지 않는다'와 '쥐어패서라도 가르친다' 중 어느 쪽이 더 성적이 나을까? 당연 두들겨 패서라도 가르치는게 성적이 낫다. 그런데 왜 우리는 그 점에 대해서 생리적인 거부감을 가지는 것일까?
이미 충분히 두들겨 패봤기 때문? 혹은 왕년에 박 터지게 맞아봤기 때문? 어쨌든 머리 나쁜 아이는 가르쳐봤자 진도가 안 나갈 뿐이고, 머리가 좋은 아이는 가르치지 않아도 스스로 진도가 나가줄 뿐이고.
결국 방법에 달려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아이의 재능에 달려있다는 것이 구조론의 관점이다. 그 재능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이다. 인간과 그 인간의 사회가 정답을 제시한다. 좋은 사회가 좋은 교육을 낳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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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르치기와 안가르치기. 야구로 치면 김성근 감독의 관리야구와 이광환 감독의 자율야구다. 어느 쪽이 나은가? 김성근의 SK가 지금 1위를 하고 있으니 패서라도 가르치는게 성적은 낫다.
왜냐하면 원초적인 기량의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기량이 안 되는 애들은 일단 가르쳐야 뭐라도 반응이 나온다. 기량이 되는 애들은 내버려두어도 연봉만 넉넉히 주면 자기가 다 알아서 한다.
결국 관리야구란 애초에 기량이 안 되는 B급 자원을 데려다놓고 연봉을 짜게 주려니까 어쩔 수 없이 그렇게 되는 거고, 자율야구란 원초적으로 기량이 되는 A급 자원을 데려다가 연봉을 메이저리그 수준으로 왕창 주니까 되는 거고.
본질은 기량과 연봉의 함수관계 하나라는 말씀.
무엇인가? 관리야구는 관리야구대로 이론이 있고 자율야구는 자율야구대로 이론이 있는 것이 아니다. 둘은 동전의 양면이다. 하나의 이치가 밸런스 원리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 뿐이다. 이는 구조론의 일방향성이다.
방향은 하나다. 정답도 하나다. 우리는 보통 대립된 둘이 팽팽하게 균형을 맞추고 있다고 믿지만 실제로는 하나의 정답만 존재한다. 역사는 오직 진보할 뿐이고, 자본은 오직 팽창할 뿐이고, 생물은 오직 진화할 뿐이다.
결론은 아이들에게 기량이 있어야 가르치지 않는 방법이 먹히는 것이고, 또 뭐라도 댓가가 있어야 가르치지 않는 방법이 먹힌다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든지 뭐라도 지불해야만 하는 것이다. 그냥 막연하게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진도에 있다. 진도가 뒤처진 애들은 당연히 가르쳐야 한다. 그런데 창의적인 교육은 원래 진도라는게 없다. 오늘은 학교에서 몇 페이지 배웠다는 그런게 원초적으로 없다.
그러므로 가르치는게 아니고 결국 서로의 아이디어를 내놓는 것이다. 선생의 것을 학생에게 이식시켜 주입시키는 것이 아니다. 각자의 아이디어를 모아서 커다란 아이디어 은행을 건설하고 거기서 필요한 만큼 대출해 가는 것이다.
학생들이 각자 가져온 것들 한데다 버무리는 것이다. 한넘은 콩을 가져왔고, 한넘은 수수를 가져왔고, 한 넘은 감자를 가져왔다면, 그것을 한데 모아다가 지지고 볶고 양념쳐서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이다.
그런데 이건 공격적인 방법이다. 전술로 말하면 공격은 그 중 가장 강한 창끝 하나가 전체의 수준을 결정하고, 수비로 말하면 그 중 가장 약한 고리 하나가 끊어지면 전체가 망하게 되어 있다.
공격은 가장 뛰어난 천재 1인이 전체의 수준을 끌어올리고, 수비는 어리버리한 구멍 하나가 혼자서 팀을 망가뜨린다. 그러므로 수비가 약한 팀은 공격전술을 구사하여 수비쪽으로 공이 넘어오지 않게 해야 한다.
그라운드 절반만 쓰고 상대방 팀이 중앙선을 넘어오지도 못하게 압박하는 것이다. 문제는 국영수 같은 암기과목은 수비전술이 먹히고 예술과 같은 창의과목은 공격전술이 먹힌다는데 있다.
그리고 어떤 과목이든 상위 10프로 안으로 들어가면 창의가 먹힌다. 수비적인 교육으로는 꼴등을 중간까지 끌어올릴 뿐, 중상위권을 정상으로 끌어올릴 수 없다. 이는 수비축구가 득점을 못해서 16강은 가도 4강은 못 드는 이치와 같다.
기아나 넥센처럼 수비는 좀 되는데 점수를 못내서 지는 거. 롯데처럼 공수밸런스가 안 맞아서 공격이 될 때는 수비가 엉망. 수비가 될 때는 공격이 침묵. 그러다가 우연히 밸런스가 맞으면 연승도 하고.
창의적인 교육과 암기위주 교육이 있다. 창의적인 교육은 가장 뛰어난 1인이 전체에 파급효과를 주어서 덩달아 잘하게 되는 거다. 그러므로 창의적인 교육을 하려면 인성을 닦고 친구를 잘 사귀어야 한다. 아이디어는 결국 동료의 머리에서 나오기 때문이다.
마음씨 좋고 즐겁게 잘 노는 애가 창의를 잘한다. 동료의 아이디어를 제것으로 만드는 재주가 있기 때문이다. 자연의 사물을 잘 관찰하고 소재를 잘 주물럭거리는 아이가 창의를 잘 한다. 아이디어는 그 자연의 소재에서 얻어오기 때문이다. 아이디어는 머리를 쥐어짜서 나오는게 아니라 소스에서 나온다. 소스는 동료, 아니면 자기 몸뚱이, 아니면 자연의 여러 소재들이다.
공격은 여럿 중에 하나만 잘해도 붐업이 일어나 다 잘되기 때문에 효과가 백배다. 효율이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그러므로 비용 대비 효과가 좋다. 수비는? 조낸 연습해야 한다. 밤 잠도 못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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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면서 난 할일 다 했다? 저XX들은 왜 저리 난해한거야. 어휴.하면설ㅋㅋ
누가 나보고 예측불허 장난꾸러기 녀석들을 사람만들어 놨다고 하오.
ㅎㅎㅎ 지들 스스로 그리 된 것인데.
난해한 것들을 풀어내서 같이 버무려가는 예술.
가르치지 않으며 함께하고 만들어 가는것.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주도권을 잃지 않을 수 있는 것,
뭐가 나오게하겠다며 그 한계를 쪼잔하게 미리 그려놓지 않을 수 있는 배짱과 용기
그러면서 커다란 자유와 창의의 바다를 헤엄치는 재미가 점점 쏠쏠하오.
우리 사회에
'놀아도 성공한다'
'다른 사람처럼 열심히 공부하지 않아도 성공한다'
'시험점수 형편 없어도 성공한다'
'아무도 하지 않는 거 해도 성공한다'
.....
이런 이야기들이 쏟어져 나와야 할 때가 되었소.
이렇게 신나는 이야기들이 변변치 않으니 사람들이 겁을 먹고
우글우글 몰려있으려고만 하는 것이오.
'노는게 공부다'
라고 말해야 공부교 신도인 한국인들이 솔깃해 할 것임. ㅎㅎ
언제, 어디서, 누구, 어떻게 노느냐지요.
시험이나 평가가 혹독해지는 조직은 이미 조직 전체가 위기에 처해 있기 십상입니다.
머리 처 막고, 시험이나 평가에 매달리는 편보다 훌쩍 떠나는게 상책일 수 있지요.
지금, 여기서, 너랑, 재밋게 노는 것도 좋지만,
좀 논다면,
좀 이르게, 인류가 와야만 하는 데서, 감있는 친구랑, 설정하며 노는 것이 쵝오.
인터넷의 발명과 구조의 발견은 필연.
좀 놀 줄 아는 이들은 제대로 놀아 줘야 하오.
파트타임 수비는 필패,
전력 수비는 인생낭비.
공격, 공략, 침노, 창의하기로 삶을 아껴야 겠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