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읽기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498 vote 0 2012.12.28 (13:09:27)

 

    마음은 어디서 나왔는가?

 

    문답의 의도는 시선이 어느 방향으로 향하여 있는가를 보는 데 있습니다. 시선이 하부구조를 바라보고 있으면 실패, 상부구조를 향해야 정답입니다.

 

    우리말 마음은 ‘머금다’는 뜻인데 의도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고 이는 하부구조에 가깝습니다. 한자어 심(心)은 중심, 핵심, 본심을 말하는데 상대적으로 상부구조에 가깝습니다.

 

    우리말 마음은 변덕스런 마음, 감정, 욕망을 의미할 때가 많으므로 한국에서는 ‘마음을 비워라’거나, ‘마음을 내려놓아라’거나 이런 말이 잘 먹히지요. 이미 실패입니다. 뭔가를 비우려고 하고 내려놓으려고 하면 이미 실패입니다.

 

    혜능은 거울을 닦지 않았습니다. 거울 안쪽을 보고 있으면 이미 실패입니다.

 

    중국의 심(心)은 다릅니다. 심은 광범위하게 쓰이는데 충(忠)자에 심이 들어가 있다든가, 일편단심이라든가 하는 말에서 보듯이 심은 불변의 마음을 의미합니다. 우리말 마음과 정반대의 의미로 쓰입니다.

 

    (일편단심은 ‘한 조각 붉은 마음’이 아닙니다. 이건 석봉 천자문이고 단(丹)은 황화수은입니다. 수은이므로 벌레가 먹지 않고 따라서 변하지 않습니다. 단 1편(片)으로 많은 도장밥을 만들 수 있지요. 도장은 변하지 말라고 찍는 거고.)

 9997.jpg

    주자학을 심학이라고 하기도 하고, 불교를 심학이라고 하기도 하고, 양명학을 심학이라고도 하는데, 여기서 중국인들이 너도 나도 심(心)을 탐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지요.

 

    심은 핵심이거나 본심이거나 중심이거나 속 고갱이의 심이거나 볼펜심이거나 촛불의 심지이거나 어떤 센터, 가운데를 의미합니다. 시소로 보면 시소의 중심축이 한자어 심이고 시소의 양쪽 날개는 우리말 마음입니다.

 

    한자 단어 심(心)은 ‘심지가 굳어야 한다’는 표현처럼 대개 불변의 마음, 의연한 마음, 당당한 마음을 나타내고 있습니다.

 

    마음은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하부구조는 상부구조에서 나왔습니다. 변덕스런 마음은 변하지 않는 마음에서 나왔습니다. 그것은 무엇일까요? 상호작용입니다. 마음은 자기 마음이 아닙니다. 이미 내 안에 많은 것들이 침투해 있습니다. 눈과 귀와 코와 입과 피부로 내 바깥의 환경이 들어와 있습니다.

 

    마음은 나의 작심한 의도가 아니라 바깥환경과의 대화이며 그 대화의 축이며 밸런스입니다. 그것은 기독교식으로 사랑이기도 하고 불교식으로 자비이기도 합니다. 마음은 환경과의 상호작용에서 나왔고, 그 상호작용은 사랑에서 나왔습니다. 사랑 역시 하부구조의 ‘사랑하다’가 아닌 상부구조의 보편적인 사랑을 의미해야 합니다. 한국사람은 뭐든 동사로 만드는 버릇이 있는데 아주 안 좋습니다.

 

    무엇인가? 활발한 상호작용이 있고 상호작용에 따른 대표성이 있고, 그 상호작용의 트래픽이 걸려 있고, 그 트래픽에 따른 온도가 있는 것입니다. 사랑의 온도가 있다는 말입니다. 한국의 사랑은 몇 도인가요?

 

    우리말 마음은 상호작용의 불안한 결과를 의미할 때가 많고, 한자어 심(心)은 그 상호작용의 떳떳한 대표성을 의미할 때가 많습니다. 마음의 본부가 있다는 거죠. 본부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그릇에 담은 내용물의 마음이 아니라, 그 내용물의 담을 그릇의 마음을 가져야 합니다.

 

    내용물은 여럿일수록 좋으나 그릇은 하나여야 합니다. 내용물은 채울수록 좋으나 그릇은 비워두어야 합니다. 그러나 중심은 잡아야 합니다. 막연하게 내려놓는다는 것은 그릇을 비우다가 쪽박을 깨는 경우이고, 빈그릇이되 중심이 낮아야 승객을 그 배에 태울 수 있습니다.

 

    비워야 1이 되고 1이어야 대표성을 얻어 외부와 소통합니다. 마음을 1로 보느냐 2로 보느냐가 이 질문의 의도입니다.

 

    자동차 운전을 하는데 연비를 높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여기서 물리학도의 답은 ‘운동에너지를 버리지 말라. 그 방법은 브레이크를 밟지 않는 것이다.’입니다. 기름을 아끼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귀에 쏙 들어오는 방법은 이것입니다.

 

    잡다한 중간과정 생략하고 전체를 하나의 통짜덩어리로 보는 관점입니다. 엔진이 만들어낸 운동에너지를 길바닥에 팽개쳐 버리지 않으면 됩니다. 어떤 식이든 브레이크를 최대한 안 밟으면 됩니다. 1로 답해야 합니다.

 

    세상을 통짜덩어리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상부구조를 보는 것이죠. 전체를 한 줄에 꿰어 판단하는 것입니다. 대부분 상대방의 행동에 맞서 응수하려고 합니다. 실패입니다. 상대방의 재반격이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경우는 2입니다.

 

    축을 잡아야 합니다. 심(心)을 차지하는 거죠. 그것은 상대방을 어떻게 대우하는가입니다. 상대방을 시소의 날개에 태우면 피곤해집니다. 축에 태워야 합니다. 사랑의 온도에 그것은 달려 있습니다.

 

    질문은 주관식이므로 정해진 답은 없으나 상호작용을 언급하거나 상부구조를 보는 시야를 보이신 분은 모두 맞습니다. 그러나 진짜 답은 자기 이야기를 해야 합니다. 질문에 답하려고 하면 이미 틀렸습니다.

 

   

[레벨:9]길옆

2012.12.28 (13:34:28)

단심, 변하지 않는 마음(부패하지 않는 마음)

단청, 부패방지

단심의 단, 단청의 단 

같은 뜻이었군요.

 

사랑의 온도? 하니까 엉뚱하게 이런 생각도 듭니다.

 

축에 태운다

불에 태운다

 

축에 태우는 거나, 불에 태우는 거나 같은 것이 아닐까하는....

 

그리고

자기 이야기 할려면 면벽 18년쯤 해야겠다는^^

 

 

 

프로필 이미지 [레벨:7]以人爲先也

2012.12.28 (13:40:22)

한국어의 마음과 한자의 심이 담고 있는 개념의 범주가 다르군요. 이 문제의 최대 함정이었습니다.
질문에 답하려 하지말고 자기 이야기를 하라.
오늘도 한 수 배워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2.12.28 (13:55:37)

'세상을 통짜덩어리로 보는 관점이 필요합니다. 상부구조를 보는 것이죠.

전체를 한 줄에 꿰어 판단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가장 큰 마음의 핵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그래서 가짜와 진짜를 구분하는 눈이 생기는것이구요. 

'통짜 덩어리'는 주제별, 자기 세계의 완성인 패턴화 그림그리기에서도

적용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이 안에 마음(핵심, 중심)이 들어 있었군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1]맹구 읎따

2012.12.28 (15:46:20)

문제 리플들 보니 동렬님 즐거운 표정이 떠오르네 푸흐 .

프로필 이미지 [레벨:10]id: 배태현배태현

2012.12.28 (15:53:12)

'그러나 진짜 답은 자기 이야기를 해야합니다'
이런것이 상부구조구나!라며 감탄하게 되는군요 선생님.
[레벨:2]soul

2012.12.28 (18:05:27)

즐겁다 '-'

[레벨:6]빛의아들

2012.12.29 (01:05:05)

마음은 어머니로부터......그리고 그 어머니는 신으로부터 마음을 받았겠지요.

신은  진리입니다.   진리는  결점이 없습니다.  악과 분리되어 있으며  오직 선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 중심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마음입니다. 

 

어머니의 마음은 사랑입니다.   사랑이  자녀들의 마음에 심어지는 것입니다.

자녀들의 마음에 어머니의 사랑이 새겨지고  어머니의 사랑은  곧 신의 사랑과 연결되어 집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29 (09:13:42)

선은 악과 같은 단어입니다.

선이라는 단어는 원래 지구상에 없고 선악이 있는 거죠.

자동차의 연비가 높다/낮다처럼 

선비(악비)가 높거나 낮은 거죠.

선하다고 주장하는 넘이 주제를 넘으면 악한 넘이죠.

그러므로 착한 넘과 나쁜 넘이 있는게 아니라 위험한 놈과 믿을만한 넘이 있는 거고

위험한 놈이 제 집에 짱박혀 있으면 착한 넘이고 집 밖으로 기어나오면 악한 넘이죠.

골수야당에 나꼼수 팬인데 박근혜 시다바리 했다는 조둥원인가 하는 넘처럼.

사람마다 주제가 있는데 주제를 넘는 순간 모든 선은 악이 되는 거죠.

그러므로 부처님 말씀도 쥐새끼가 들으면 악으로 변질됩니다.


[레벨:6]빛의아들

2012.12.29 (23:18:04)

정말  쉽게  잘 알아듣게 설명해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신은 뭐든지 할수 있습니다.

그러나  세상 어느것도 뚫을수 없는  방패를 만들수업속

세상 어느것도 다 뚫을수 있는 창을 한번에 만들수 없지요.

신은 할수 있어도  하지 않지요.

 

좋은 말씀 감사드립니다.

[레벨:10]다원이

2012.12.29 (11:59:30)

그러고 보면 '씨앗'을 땅에 '심는' 일에서
'씨' 와 '심'이 연결된 거 아닐까요? 근거는 더 찾아봐야겠지만 직감적으로 이런 생각이 드네요.
뭔가 속을 향한다든가, 알맹이랄까....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29 (12:08:44)

어원으로 보면 그렇습니다.

seed 씨

same 원래는 심다는 뜻. 콩 심은데 콩 나고 팥 심은데 팥난다=같다

seat 원래는 심다는 뜻.

cease 심다=멈추다. 심어놓으면 멈추어짐.

see 심다, look은 훑어보든 것이고 see는 눈동자를 심어보는 것임.

seminar  심는장소, 아테나 근처 들에서 농사짓다 쉬며 숲에서 노닥거린게 세미나
sow 씨
season 씨앗철
since 심어서 그 이후
side 심다>자라다>옆구리로 변함>나무는 옆구리가 자란다고 생각함
sir 씨
senior 심어진 손 위의
sole 심어놓으면 저절로 자란다는 뜻
sire 씨받이

 

마음은 씨앗이고 심어놓는 것이군요.

마음 심어라고 해야겠습니다.  

중요한걸 알았습니다.

[레벨:10]다원이

2012.12.29 (12:51:48)

아~~ 많이 배웁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17]안단테

2012.12.29 (14:25:48)

글씨, 말씨, 솜씨, 마음씨....^^

프로필 이미지 [레벨:6]id: id: 우야산인

2012.12.31 (11:10:08)

그래서 심心도 우리말 씨에서 나왔다고 보여 집니다.
심도 우리말이라 봅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29 (13:46:00)

요즘은 농사가 발달해서 복잡하게 심지만 원시적에는 심는 동작이 단순해서 접촉의 의미가 있습니다. 한자로 볼 시자나 see는 우리말 본다(알다)와 달리 만난다는 뜻이 있죠.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2.12.29 (13:56:39)

see>알다(인지하다), understand>완전히 알다(이해하다)

see가 심는 것이라면
understand는 왠지 땅에 뿌리 내리는 느낌
프로필 이미지 [레벨:18]차우

2012.12.29 (14:04:27)

look을 갈고리(괭이) 같은 이미지라고 한다면 lock과 연결도 될것 같은 느낌이 드네요. 오버인가요?
프로필 이미지 [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2012.12.29 (14:29:52)

look은 레인 레이더 계열인데 내리다 날다 연결되다이고 lock은 걸다입니다. 어원은 의미를 보면 안되고 동작을 봐야합니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3]울림북

2013.01.01 (00:35:47)

한때 마음이란것에 상당히집중해본적이있습니다.
결론부터 말하면 마음수련 따위는 없다이고
한줄로 꽤어지는 사상 철학은 있다입니다
List of Articles
No. 제목 글쓴이 날짜 조회
2548 풀이 – 건희들이 개새끼인 증거 image 17 김동렬 2012-12-31 14726
2547 구조론 문제 - 이 그림이 비싼 이유는? image 80 김동렬 2012-12-31 22907
» 마음은 어디서 나왔는가? image 19 김동렬 2012-12-28 12498
2545 문제 – 마음은 어디서 나왔나? 50 김동렬 2012-12-27 11209
2544 문제 - 종소리는 어디서 나왔나? 44 김동렬 2012-12-26 11428
2543 병맛은 리얼리즘이다 image 7 김동렬 2012-12-24 17053
2542 과연 지구는 멸망할 것인가? 10 김동렬 2012-12-23 15026
2541 동영상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image 3 김동렬 2012-12-22 12615
2540 그림으로 이해하기 image 2 김동렬 2012-12-18 12313
2539 기똥찬님의 아홉가지 질문 image 1 김동렬 2012-12-17 11166
2538 점수가 필요한 이유 image 9 김동렬 2012-12-15 11022
2537 돈오돈수가 옳다 image 12 김동렬 2012-12-14 11101
2536 깨달음 27문 27답 image 5 김동렬 2012-12-13 11889
2535 존엄과 경쟁 image 15 김동렬 2012-12-09 11962
2534 깨달음의 여러 스타일은 없다 image 13 김동렬 2012-12-08 12009
2533 손가락과 달 image 7 김동렬 2012-12-08 12046
2532 당신도 작가가 될 수 있다 image 11 김동렬 2012-12-05 13018
2531 금주의 과제 - 부코스키 보고 image 3 김동렬 2012-12-02 13827
2530 깨닫기를 바란다면 image 18 김동렬 2012-12-02 12201
2529 아이큐 테스트 image 2 김동렬 2012-11-29 199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