풀잎의 모양은
그 풀잎을 쓰다듬고 가는 바람의 모양을 닮고 있다.
벼포기처럼 뾰족한 풀잎을 보고 나는 뾰족한 바람이 있음을 알게 되었다.
담장 밑 작은 돌틈 사이에 수줍게 피어난 채송화 꽃잎처럼 오종종한 바람도 있음을 알게 되었다.
구름의 모양은 바람의 모양을 닮아 있다.
새털구름 새털바람 닮아 있고 뭉게구름 뭉게바람 닮아있다.
나에게는 나의 바람이 있고 그대에겐 그대의 바람이 있다.
각자에겐 각자의 바람이 있다.
파초잎처럼 넉넉하고 시원한 바람
넉넉한 품으로 싱긋 웃는 바람
도시에는 도시의 바람이 불고 있다.
패션은, 디자인, 예술은 바람의 모양을 하고 있다.
예술은 바람의 모양을 찾아내는 것.
깨달음은 바람의 중심을 알아채는 것.
역사는 바람의 가는 길이라면 진리는 근원에서 부는 바람.
자유가 나의 바람을 찾아가는 것이면 사랑은 나의 바람으로 너를 어루만지기.
바람의 마음을 읽어낼 수 있다면
바람이 될 수 있다면.
내 안에 부는 바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