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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6492 vote 0 2009.05.11 (19:4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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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님의 설법 장면을 상단 좋은 자리에 배치한 것이 이채롭다. 보통은 한쪽 구석 대나무 숲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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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은 널찍한 공간에 대 여섯개의 그룹으로 나누어져 각자 즐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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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16인 혹은 17인이 한 자리에 모여서 놀았을 가능성은 전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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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원아집'은 실제로 있었던 북송시대 귀족들의 사교 모임이 아니라, 왕안석의 법가주의 개혁 시도에 대한
 이데올로기적 반격 목적의 상상화로 보아야 한다. 그것도 몇 백년 후대에 와서 그려진.


물론 이와 유사한 사건이나 풍류는 더러 있었을 수 있겠다. 그 근본은 죽림칠현으로 거슬러올라간다. 위나
라 때 사마씨의 권력에 저항하다 죽어간 죽림칠현의 이상을 상상속에서 재현하고 있다.


이들은 일단 반권력적 입장을 취하고 있다. 왕안석의 개혁시기에 이들이 역적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스님
과 도사, 악사를 비중있게 배치한데서 보듯이 비유교적 성격을 강조하고 있다.


물론 반동적 지배집단이라는 점에서 시대의 한계가 있다. 일단 정치적 평가를 배제하고 예술, 문예사조의
관점에서 보아야 할 것이다. 이를 ‘하나의 사건’으로 보는 관점이 필요하다.


스님, 도사, 화가, 악사, 시인, 묵객의 공존! 그것은 현실에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왜? 그렇다. 현대성이
다. 이 그림이 나타내는 본질은 사실이지 이 그림이 그려진 대에는 존립이 불가능했던.


21세기 지금 이 시대에나 필요한 것이다. 이들이 모드의 문제, 모럴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는 점이 중요하
다. 무엇인가? 인터넷을 그려놓고 있다는 말이다. 인터넷을, 네트워크의 본질을 그리면 이렇게 된다.


다양한 생각, 다양한 마음이 공존하고 있는 이상세계. 실제로 그 시대에는 이렇지 않았다. 양반이 가마타고
가면 상놈은 길 아래쪽으로 내려서서 '소인 문안드리오.' 하고 굽신 절해야 했다.


수평적인 공존은 없었다. 수직적인 위계질서가 지배했다. 그러나 문화라는 것은, 예술이란 것은 그 수직적
위계질서를 해체하는데 존립이 있다. 아무리 높은 양반이라도 요리사가 요리하지 않으면 먹을 수 없다.


제 아무리 권력자 사마소라 해도 혜강이 광릉산을 탄주하지 않으면 곡을 감상할 수 없다. 그것은 무리다.
바로 그 지점에 예술의 평등성이 있다. 이 귀족의 별장에 모인 16인이 하나의 이데올로기에 속한다면.


모두 스님들이거나, 모두 도사들이거나, 모두 유생들이라면 곧 서열이 생겨나고 상하가 생겨나고, 이끄는
자와 추종하는 자가 생겨나지만, 이들은 다양한 존재들이므로 그것이 불가능하다.


어떤 관점에서 보면 이 그림은 봉건시대 귀족들의 변명 비슷한 것이다. 그들은 권력과 지배를 향유했지만
그들이 추구한 예술에는 평등과 보편의 정신이 있었더라는 말씀이 되겠다.


그렇다. 스님은 설법하고, 도사는 술법하고, 악사는 연주하고, 시인은 시를 쓰고, 요리사는 요리한다. 그 창조
의 현장에서 그 어떤 권력도, 신분도, 계급도, 위계질서도 무의미해진다. 그것은 사랑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4]id: 굿길굿길

2009.05.11 (22:17:53)

헉..이거야 원..똑같소.. 서원아집도가 뭔지도 모르고 소동파는 이름만 풍문에 넌짓 들은 정도였는데...
동렬님 말씀 듣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것이.. 그런게 있었나 싶었더만..
굿길이 속앓이를 거듭하며 지금껏 꿈꾸어온 굿판..축제판이랑 똑같소..똑같어..
모랄이나..모드란 말은 굿길한테 쉽지 않은 말이지만.. 그림 하나는 쏙 들어오오..

줄광대 줄놀이 구경하며 노는 사람..매구판 매구잽이와 뒤섞여 춤추는 이.. 술굿에 넋놓고 있는 이..
사주팔자에 관상,수상까지 대나무 꽂고 판 벌린 이.. 그저 국밥 한그릇, 수육 한접시가 아쉬운 이..
닭싸움..개싸움판에 판돈 걸고 콧김내는 이들.. 야바우꾼들에다..온갖 골동품과 물건으로 좌판 펼친 장사치들..
몸빼바지부터..운동화에 모자에 백구두까지 촌동네 패션은 첨단을 달리고...씨름판에도 한 무리 구경꾼...
그네타는 여인네들 치맛자락은 하늘 높은 줄 모르고 흩날리고..
널뛰는 아이들은 페이스 페인팅으로 낯짝이 알록달록..구엽고..
줄다리기 큰판 벌어지면 하나 둘 모여서는 줄꾼들 암줄..수줄..비녀목 꽂는 흥정을
청춘남녀 연애질 옅보듯 하며 웃고 낄낄대고..
줄싸움 끝나면 승패는 금새 쿨하게 잊고  숨겨논 낫과 칼로 가지줄을 끊어
어디 큰 황금덩이를 얻기라도 한 것처럼
손에 쥐고 어깨에 매고 의기양양 집으로 돌아가는 이들..
어디 이런 그림뿐이랴.. 저마다 가진 사연과 곡절들..
큰 굿판에 다 쏟아붓고 크게 아우르니 사랑이라..사랑이라..사랑이지..
사랑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절로 타령조가 흥얼거려지고...

지금이사 이런 굿판도 한 둘 옛맛을 잃고 스러지고 있기는 하지요..
그래도 이 그림 한판..전체 그림은 결코 지울 수 없고 그리길 그만둘 수 없는거지요..
왜냐....이런 그림이 빠짐없이 나와주어야 한판 굿, 큰 굿판이라 보니까요...
있어야 할 건 다 있어야하고..
그래서 큰 굿이 일어나면..없어도 될 것까지 마구 들어오게 만드는 힘이 생긴다 봅니다.

당대를 매력으로 유혹하고..당대와 끈질긴 샅바싸움을 이어가지 않으면 안되겠지요.
그러니 굿길은 고집불통 아웃사이더 싸움꾼이고..길손이고.. 여전히 어정쩡한 매구 어중잽이지요.

그려도 이곳에서 악공노릇은 재미지게 해볼 랍니다. ^^*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09.05.12 (10:25:03)

찾아보니
송말부터 청대까지 내노라하는 화가는  서원아집도를 안그린 사람이 없소.
그들의 로망이 조선까지 그대로 이어질수밖에 없었나보오.
모여 노는 것보다 좋은것은 없나보오.
프로필 이미지 [레벨:14]곱슬이

2009.05.12 (10:46:04)

서동 다동까지 넣으면 22명이나 되오.  햐 잼나겠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5.12 (11:19:56)

이 그림들을 보면서 자꾸 "서원명 고집도" 라는 생각이 드오.
왠지 짐작 한번 해보시구랴.


090508_clover.jpg

꽉 막힌 사무실의 꽃 보다는 바깥의 푸르름이 훨 낫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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