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블로그 관련 책을 공저로 집필하고 있습니다. 특히 제가 맡은 파트는 인터넷 글쓰기 부분인데, 글쓰기에 익숙치 않은 사람에게 글을 쓰게 하려니 막막하더랍니다. 시중에 나온 모든 글쓰기 책은 글쓰기의 스킬과 잘쓴 사례, 논리의 전개와 구성을 담고 있을 뿐, 진짜를 이야기 하는 사람은 없다고 봅니다.
글을 잘 쓰는 사람도 스스로 왜 잘 쓰는지 모르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물론 기술적인 부분이 반드시 필요하긴 하지만, 그것은 결국 하부구조의 얘기고, 본질은 '감정 표현' 에 있습니다. 전 국민을 글쓰기 바보로 만든 원흉, 그것은 초등학교 일기쓰기 숙제 입니다. 초딩들은 누가 시키기 않아도, "나는 오늘..." 로 글을 시작 합니다. 이것부터가 아이들이 마음에 상처를 받은 것 이지요.
뭔가 글을 쓰면, 그것을 어른들이 본다는 것을 아이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어른들은 일기의 내용을 빌미로 이것저것 훈계를 늘어놓습니다. 아이들 스스로 어른들로부터 사찰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는데, 일기에 제대로 된 자기 글을 쓴다는 것은 정말 바보 같은 짓이지요. 누구를 정말 좋아할 수도, 정말 미워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것을 표현 하는 순간 어른들의 비수가 날아옵니다.
그러니 아이들 사이엔 적당히 숙제는 숙제대로 하면서, 어른들에게 착한 아이로 비춰질, 아무 감정도 없고, 에너지도 없고, 단지 사건과 반성만 있는 "나는 오늘..." 로 글을 쓰고, 그러다가 흥미를 잃게되고, 자신감을 잃게되고, 글쓰기 바보가 되는 것 입니다. 이것 역시 구조의 얘기 입니다. 스스로 존엄할 수 없는데, 스킬만 가르친다고 될 문제가 아니라는 것 이지요.
"나는 오늘..." 이라고? 내가 내가 아닐 수도 있고, 오늘이 오늘이 아닐 수 있어야 합니다. 나는 오늘 어쩌구 하면서 사실관계나 읖조리는 건, 조중동 기자들도 잘 하는 짓이지요. 독서를 많이 해야 글을 잘 쓴다는 말도 안되는 얘기가 있습니다. 웃기는 소리... 지식인 중에도 글 제대로 쓰는 사람은 드문 경우 입니다. 이것도 귀납적 사고 입니다. 스스로 글을 써야, 남의 글이 읽히는 것이 맞습니다. 글의 맛을 알아야 글이 잘 읽히니까요. 영어도 자기가 말할 수 있어야 영어가 들립니다.
하여간 지금 계획하고 있는 것은, 구조론을 적용한 글쓰기 책을 써보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일전에 김동렬 님께서 글쓰기 전략에 관한 칼럼을 (www.changtle.com/442) 쓰셨는데, 지금도 참고하고 있습니다. 좀 더 완성도를 높여서 책으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구조의 원리에 관한 책과는 별도로, 구조론을 적용한 실용서도 가치가 있을 것 같습니다.
제가 구상하는건, 산술에 능한 중국수학자와, 프로그래밍에 능한 인도인, 장사에 능한 동남아인을 결합해서
보란듯이, 일본과 서구를 능가하는 집단을 만들고 싶은건데요.
신이 보기에 미소짓게 만드는, 사람이 보기에도, 그저 웃을수 있는
극단을 보고 싶은겁니다.
그 극단에서는 용쓰지 않아도, 삽질하지 않아도, 차별이 없는
그런 공간과 시간 말이죠.
그게 가능은 한일인지, 늘 되묻습니다.
다만, 그 일이, 신이 지향한 일이라면, 믿고 따를 뿐입니다.
그 와중에 만나는 사람들은 그저 허허 웃고 따를 뿐이지요.
부디, 건강하시고, 중간의 일들로 낙담하지 마시길.
확신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