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일러가 포함되었을지도 모릅니다. 요즘 영화를 안 봐서 감이 떨어졌지만.. 설국열차는 기대이상이었다. 중요한건 구조론의 관점이다. 하여간 영화를 재미로 본다거나, 감동타령, 교훈타령, 주제타령 하는 자와는 말도 하지 마라. 뇌 썩는다. 바보냐? 설국열차는 닫힌계의 설정 자체가 매우 구조론적이다. 구조론에서 강조하는 축과 대칭도 나온다. 영화 안에 구조론 강의가 통째로 들어 있다. 봉준호가 구조론을 안배웠을텐데, 신통하게 구조론을 적용했다. 물론 아는 사람에게만 보인다. 중요한건 공식이다. 사실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괴물에 실망했기 때문이다. 괴물은 대략 구조론과 안 맞다. 보편성이 없다. 괴물은 다른 나라에 안 먹힌다. 원래 괴수영화는 국경을 넘어야 하는데도 말이다. 가만 앉아서 공짜먹는 영화가 진짜다. 구조론은 간단히, 영화든 만화든 일정한 공식이 있고, 공식대로 만들면 무조건 대박보장한다는 거다. 그림은 선이 굵으면 되고, 영화는 뒤뚱대면 된다. 이 공식을 가장 잘 드러낸건 처키와 좀비다. 확실히 공짜 먹었다. 중요한건 보편성. 왜 처키시리즈는 무려 6편까지 나왔고, 좀비시리즈는 끝도 없이 계속되느냐다. 보편성이 있기 때문이다. 처키와 좀비는 공통적으로 잘 걷지를 못한다. 거기에 영화의 어떤 본질이 숨어있다. 뒤뚱거리기다. '나홀로집에'는 평론가들에게 가장 심한 악평을 받는 영화인데 왜 흥행될까? 멍청한 도둑들이 뒤뚱대기 때문이다. 뒤뚱대기만 하면 무조건 대박난다. 뒤뚱계의 원조는 누구인가? 찰리 채플린이다. 채플린 전기영화에 나오지만, 찰리 채플린은 원래 극장에서 술취한 주정뱅이 연기로 뜬 사람이다. 작은 키에 헐랑한 바지에 펭귄걸음이다. 모던 타임즈에서 양손에 연장을 들고 아줌마를 쫓아갈 때가 가장 웃겼다. 뒤뚱대서 재미본 사람이 또 펭귄 심형래다. 또 뒤뚱대서 재미 본 영화가 슈렉이다. 성룡의 취권은 말할 것도 없고. 와호장룡도 마찬가지다. 지붕 위에서의 피아노줄 액션은 중력을 무시하는 뒤뚱액션이었다. 휘청이는 대나무 위에서 폼잡는 주윤발도 그렇고. 뒤뚱대서 성공한 영화가 ET, 결정적으로 문워크의 마이클잭슨. 심지어 가수도 뒤뚱대면 뜬다. 뒤뚱으로 재미본 영화의 목록을 나열하면 한 천편은 나올 것이다. 뒤뚱액션이 없어도 잘 살펴보면 어떤 뒤뚱의 요소가 숨어 있다. 킹콩을 예로 들 수 있다. 킹콩이 살짝 움직여도 미녀의 옷이 확 벗겨진다. 거기에 어떤 아찔함이 있다는 거다. 이쯤되면 필자가 무엇을 이야기하는지 알아챌 법 하다. 어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지점을 클로즈업 하는 거다. 하이눈의 대결장면처럼, 'A면 B다'..이게 이렇게 되면 저게 저렇게 된다. 내가 뽑으면 상대도 뽑는다. 그런 식의 어떤 둘이 서로 연동되어 움직이는 것이 뒤뚱대기다.
필자가 30년 전에 구상한 시놉.. 구조론은 일단 닫힌계이므로, 바다 위의 배 안에서 일어나는 액션.. 구조론은 소거법이므로 마이너스를 행하여 한 명씩 제거된다. 인물이 감소할수록 대칭은 명징하고 뒤뚱은 심해진다. 배라는 공간은 특수하다. 갑판 속에서 뭐가 툭 튀어나올 수도 있고, 밧줄을 타고 공중에서 내리꽂을 수도 있다. 공간의 뒤뚱댐.. 결정타는 파도에 흔들리는 배.. 갚판 위의 사람은 파도 때문에 뒤뚱댈 수 밖에 없다. 이 구조로 영화 만들면 대박난다. 근데 배 좀 타봐야 안다. 배가 어떻게 흔들리고, 배 위에서 사람의 동작이 어떻게 되어야 하는지. 강조하는 바는 필자가 30년전부터 일관되게 한 이야기라는 거. 골프공이 홀컵을 살짝 핥고 들어갈 때, 농구공이 림을 한바퀴 빙그르르 동고 들어갈 때. 짜릿함을 느낀다. 어떤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극적인 지점에서 인간은 긴장한다. 이는 물리학이므로 토달 수 없다. 뒤둥댈 때, 선이 굵을 때 그런 효과가 난다. 연동된다. 하나의 동작에 다른 동작이 연동되어 움직인다. 구조론의 일의성이다. 뒤뚱대는 것은 불완전한 것이며 그러한 불완전성을 통해서 역설적으로 완전성을 깨닫게 된다.
이쯤해 두고 설국열차로 돌아가보자. 지난 목요일 팟캐스트 녹음때 일단 천만은 찍고 시작할거라고 말했다. 오늘 관람후 소감은 확실히 기대이상이라는 거다. 지난 수요일 구조론 게시판에 쓴 내용을 다시 보자. ### 설국열차의 진실은? 닫힌세계, 제한된 공간, 상당히 구조론적인 공간이라 할 수 있는데, 영화 큐브나 쏘우. 일본만화에 잘 나오는 밀실살인이라든가. 구조론의 공식은 닫힌계에서 하나씩 제거할 때 최후에 무엇이 남는가입니다. 우선순위 개념이 영화를 이끌어 가는 힘이 되는 거죠. 개인적으로 봉준호라서 별로 기대 안합니다. 봉이 구조론을 배웠을 리가 없잖아요. 일단 설정은 디스토피아+혁명선동인데 매트릭스나 인셉션 코스로 가다가 망가질란지 아니면, 폰부스같이 시작만 있고 내용은 없든지, 아니면 타란티노 장고나, 김지운 좋은놈 나쁜놈 이상한 놈 같은 짜깁기로 가든지. 괴물처럼 최악의 유치한 정치코미디로 갈지. 어디서 보니까 ‘지옥의 묵시록’이 언급되던데 그러려면 인간 캐릭터에 치중해야 합니다. 극단적인 상황에서 일어나는 장대한 인간폭로. 양들의 침묵과 같은 거. 인간탐구서. 비범한 인간에 대한 이해가 전제되어야 가능하오. 득도한 천재들의 광기에 찬 독특한 정신세계. 어떨거 같소? A급.. 극단상황에서의 인간군상 묘사.. B급.. 디스토피아의 세계 묘사 C급.. 구조론적 반전 함정 묘사 D급.. 유쾌상쾌통쾌 패러디의 향연 E급.. 정치풍자, 혁명선동영화. F급.. 워터월드 의견들 말해보시오. 주인공이 의식있는 계몽주의 청년-유치하기 짝이 없는-으로 설정된거 같은데 그딴 식이면 일단 A급은 글렀소. A급으로 가려면 주인공의 뇌를 제거해야 하오. B급은 시나리오가 좋아야 하는데 이건 뭐 그닥. C급은 저예산으로 아이디어 하나 믿고 만드는 건데 D급은 액션영화인데 이미 포스터보니 액션영화가 아닌거 같음. E급은 괴물 2인데, 국내용은 되나 해외시장을 노리려면 헐리우드 공식을 버릴 수 없어. 500억 퍼붓고 이런짓 곤란. F급.. 작심하고 말아먹기엔 또 500억이 넘 저예산. 영화를 만들려면 일단 인간에 대한 이해가 있어야 하오. 그냥 보스 나쁜놈 죽일놈 이런 초딩짓하면 그냥. 패줘버려야 혀. 기차의 주인은 어쨌든 살아있는 신이라는게 문제의 본질 이 영화는 신에 대한 영화여야 하오. ### 영화를 보고 와서 느낀 점으로 말하면, 이 영화는 신에 관한 영화가 맞다. 극단적인 상황에서의 적나라한 인간 군상을 묘사하는 A급 영화가 맞다. 천재의 광기를 통해 인간에 대한 탐구를 시도하는 영화가 맞다. A급 영화는 주인공이 또라이인데 송강호 또라이 맞다.(송강호의 비중이 약한건 아쉬움.) 과연 돈 키호테 선생이 와주셨다. 주인공이 맛간놈 맞다.(커티스는 진짜 주인공이 아니다. 이건 나의 견해.) 그 사람들은 열차 안에 갇혀 있지만, 사실 우리는 지구 안에 갇혀 있다. 기차를 탄 사람은 구원받은 사람이고, 그러므로 기차를 제작한 사람은 신이다. 물론 완벽하진 않다. 윌포드는 약했다. 중요한건 장준환 감독의 ‘지구를 지켜라’다. 이 영화는 저주받은 걸작으로 불린다. 흥행은 못했지만 영화를 보는 감독의 시선이 옳다. 근데 제목이 에러다. ‘지구를 버려라’가 맞다. 설국열차도 마찬가지. 더 이야기하면 스포일러고, 하여간 열차를 버려라. 왜 우리는 지구를 버려야 하는가? 안다는 평론가들이 지구를 버리기로 합의한 데는 이유가 있다는 말이다. 이 영화는 확실히 뒤뚱대는 영화다. 우선 열차라는 닫힌공간이 뒤뚱대는 공간이다. 뒤뚱댄다는 것은 연동된다는 것이다. 벌레가 꿈틀거리듯이 열차전체가 하나의 생명체처럼 꿈틀댄다. 좀비가 뒤뚱대듯, 처키가 걸어가듯 열차가 뒤뚱댄다. 선이 굵은 영화다. 열차는 통째로 굵고 긴 하나의 선이다. 스포일러 때문에.. 깊은 이야기를 못하겠다. 하여간 미스터고는 안봤지만.. 흥행이 저조하다고 하니.. 기대에 못미친 듯 하다. 고릴라 털 CG 잘했다고 자랑하는건 미친 짓이다. 그딴거 뭐하러 신경써? 아바타가 CG 잘해서 떴나? 천만에. 아바타의 공간이 뒤뚱대는 무중력공간이었기 때문에 뜬 거다. 바위가 공중에 떠 있다. 마이클잭슨의 문워크처럼, 지붕위에서 뒤뚱대는 와호장룡처럼. 중력이 없는 기이한 공간에서 뒤뚱댔기 때문에 뜬 거다. 그게 본질. 둘리가 CG로 처리된 실사판 둘리 나오면 영화 대박난다. 둘리 걸음걸이가 뒤뚱대기 때문이다. 또치나 도우너는 아무리 열심히 해도 잼없다. 오직 둘리 뿐. 필자가 헐리우드 영화.. 특히 '무슨 맨' 나오는 영화..를 비판하는 이유는 악당이 주인공보다 더 멋진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찌질이 주인공의 뒤늦은 활약보다 악당의 고뇌에 더 관심이 간다. 천재악당의 광기.. 그들은 초인이다. (헐리우드 맨영화 주인공이 찌질이인 이유는 관객들이 찌질하기 때문. 감정이입 하라고.) 설국열차에서, 약했지만 송강호가 악당보다 더 또라이였다. 진정한 또라이를 보고 싶다. 또라이는 뒤뚱대는 인간이기 때문이다. 초인이기 때문이다.
P.S. 덧붙이자면 미스터고에는 악당 고릴라가 나온다고 합니다. 전형적인 대칭행동. 망하는 공식. 근데 설국열차는 대칭으로 가다가 비대칭으로 끝납니다. 더 말하면 스포일러지만. 이건 고수만이 할 수 있는 결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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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의 정석 5회가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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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말하긴 좀 그렇지만 동렬님도 봉감독 (영화를 보기전에)이미 디스 한번 하셨는데요ㅡ,.ㅡ
사발님도 영화를 보셨으면서도 (동렬님이 분류하신)E급영화라고 별로 좋은평을 안하셨던걸로 압니다만..
좋은 지적입니다.
"설국열차" 보고 들어왔다. 왜 그렇게 평이 안 좋은지 알겠다. 취향을 무척 타는 영화다. 나? 개쩔었다. 이 정도 쿠얼리티로 영화 뽑아내기가 얼마나 어려운지 알랑가봉가...(야!) 물론 허무하게 설득력 떨어지는 엔딩이라던지
중간중간 논리의 비약이 말이 된다고 우길 맘은 없다. 그냥 영화의 전체적인 퀄리티가 수준급이라는 말.... 한국에서 흥행은 그냥저냥... 미국에서 흥행도 그럭저럭.. 유럽에서는 조금 잘 될 듯....
결과적으로 제 "예상"은 모두 틀렸습니다. 흥행은 광풍노도와도 같고 일반관객은 반반, 대다수 평론가들은 일관되게 악평하고 있는 현실입니다.
그리고 김동렬선생님이 이 영화를 "디스"했다고 표현하셨는데 사실과 다릅니다.
그때는 영화를 보시기 전에 안 좋을거라고 "예단"했던 것이고 보고나니 예상과는 다르게 "기대이상"이었다는 말씀이었습니다. 이 밑에 본인이 직접 답글 달기도 했지만....
고로 락에이지님이 하신 비판은 두 번 다 영화를 본 상태에서 말했던 저에게만 해당되는 것이지 김선생님은 해당되지 않습니다.
E급.. 정치풍자, 혁명선동영화. 풍자는 양념.
괴물스타일. 꼬리칸와 앞칸의 인간차별 비난. 졸렬한 영화. 자기 안의 증오 배설.
그리고 지금도 "보는 사람에 따라서" 이렇게 볼 수도 있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김선생님이 A급부터 F급까지 "성적순"으로 배열해 놓았다고 생각지 않습니다.
그냥 구별했을 뿐.....
설국열차의 유니크함은 무조건 송강호 캐릭터에서 오는 거다. 남궁의 성격, 남궁의 세계관, 남궁의 태도, 심지어 남궁은 (여전히)아버지고 딸을 위해서 희생한다. 괴물을 떠올려 보시라니깐. 매트릭스랑 어찌 같나. 매트릭스는 '러브'가 답이라고 했었고.
김동렬선생님이 이 영화를 디스했다고는 하지 않았구요 봉감독을 디스했다고 썼습니다.
아래 동렬님댓글에 댓글로 적었습니다.
봉감독의 전작들을 보시고 기대치가 낮아서 그렇게 쓰신거겠지만요.
역시 동렬님께서 설국열차에 대해 다시 글을 쓰셨군요.
동렬님께서 설국열차를 보셨다면 설국열차에대해 다시 글을 쓰실것이라고 예상했습니다^^
왜냐하면 보시기전에 위에도 올리셨던 봉준호와 설국열차에 대한 부정적인 견해를 쓰셨는데 보고난 후라면 그 예단이 바뀌지 않았을까 생각했기 때문이죠.
저는 설국열차를 8월2일 금요일 오후에 봤는데 일단 주말도 아닌 평일오후에 영화관에 사람들이 꽉차서 놀랐습니다. 제가 최근에 극장에가서 본 영화중에 사람이 꽉찬 영화가 거의 없었는데 사람이 꽉차서 조금 놀랐습니다.
보고 난 후의 대략적인 느낌은 일단 한국사람들이 좋아할만한 블록버스터급의(전작인 괴물같은) 영화는 아니라는것..
영화의 재미를 크게 기대한사람들은 실망할수도있는 영화일거라는것..
그래서 지금은 개봉된지 며칠지나지 않아서 아직은 성적이 괜찮지만 천만은 좀 어렵지 않을까하는 개인적인 생각임.
사실 전 이 영화를 기대를 했었던 사람이었는데 동렬님께서 구조론 게시판에 위에도 올리신 봉준호와 설국열차에 대해 꼭 그렇게까지 글을 쓰셔야했나 좀 아쉬웠습니다. 영화를 본 후였다면 모르겠지만 영화를 보기도 전에 그렇게 쓰신게 좀 그랬거든요..
암튼 저는 8월2일에 영화를 봤습니다. 봤는데 A급영화였다고 자신있게 말할수는 없었지만 그글에 몇몇분들이 댓글을 단것처럼 E급영화는 아니었습니다. 적어도 한국영화에서는 보기어려운 새로운 시도였고 화면이 볼거리가 있었으며 인간의 본질과 존재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영화라고 생각했거든요.
스포때문에 자세히 적진못하겠지만 암튼 영화 볼만합니다. 아니 이정도면 잘만든 괜찮은 영화라고 봅니다.
수요일과 토요일 사이에 반전은 당연히 있어야 하고
초반에 기대치를 낮추는건 당연히 해야할 행동입니다.
설국열차의 아이디어는 완벽하게 구조론적인 컨셉입니다.
그러나 멋진 아이디어를 소화하지 못하고 망친 영화가 얼마나 많습니까?
좋은 아이디어를 망쳐버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겁니다.
그리고 구조론의 관점에서 영화를 보는 기준은 보통사람들과 다릅니다.
세르지오 레오네는 서부극의 형식을 완전히 파괴했습니다.
선과 악의 대결, 선이 악을 제거하고 평화를 가져올 것이라는 대중의 기대.
이런걸 완전히 깨뜨리고 처음부터 주인공이 악당으로 나옵니다.
설국열차도 완벽하지는 않습니다. 송강호가 좀 비중이 작았지요.
이 영화는 기독교의 테마를 따라갑니다. 신은 두 번 지상에 출현합니다.
창세와 말세 .. 창세에 신은 인간에게 묻습니다. '너는 어디에 있느냐?'
말세에 신은 인간에게 다시 묻습니다. '너는 누구냐?'
이 질문을 들었다면 이미 목전에 다가온 지구의 종말입니다.
이런 구조를 이해하고 극장에 들어서는 사람이 누가 있겠습니까?
봉감독이 이 구조를 이해했을 거라는 기대는 안하는게 당연하지요.
감독은 영화를 시작하며 묻습니다. 너는 어디에 있느냐?
영화가 끝나면서 묻습니다. 너는 누구냐?
지구를 구하려는 자는 모두 죽을 것이다.
공동묘지에는 배트맨과 슈퍼맨을 필두로 많은 맨들이 잠들어 있는데
자기만의 지구를 새로 설계하는 자만 살 수 있다.
개인적으로 봉준호감독의 단편영화말고 장편영화는 다 봤는데(플란다스의 개, 살인의 추억, 괴물, 마더, 이번에 설국열차까지) 봉준호특유의 연출력과 위트감을 좋아해서 좋아하는 감독중 하나입니다.
구조론적인 관점으로 영화를 보시기때문에 설국열차 이전의 봉감독의 작품에서 그런면을 찾아볼수 없어서 별 기대를 하지 않으셨던걸로 생각합니다. 괴물도 그래서 실망하셨던거 같구요..
그래도 봉감독을 좋아하는 사람이 볼땐 영화를 보기도 전인데
개인적으로 봉준호라서 별로 기대 안합니다. 봉이 구조론을 배웠을 리가 없잖아요.
라든가
신의 고독을 봉이 이해했을리가 없잖소.
가당찮은 도전.
등의 표현이 솔직히 조금 거슬렸던것도 사실입니다. 봉준호가 김기덕, 홍상수와같은 예술영화수준의 영화를 만드는 감독은 아니지만 그래도 뛰어난 연출력과 아이디어, 자기만의 색깔을 가진 감독이라 생각하고 있었거든요.
개인적으론 설국열차가 전체적으론 괜찮았지만 봉감독 특유의 위트감과 연출력같은게 잘 드러나지 않는거 같아서 좀 아쉬웠습니다.
제가 볼땐 설국열차가 봉감독의 최고작이 될지는 아직 잘 모르겠지만 아직까지는 봉감독의 최고작은 장편데뷔작인
'플란다스의 개' 라고 생각합니다. 괴물 이후에 나온 '마더' 도 괜찮았구요.
혹시 동렬님께서 '괴물' 이나 '살인의 추억' 같은 영화만보고 봉감독에 대한 생각을 가지셨던거라면
플란다스의 개' 나 '마더' 같은 영화도 한번보시길 권해드리고 싶습니다. 보시고 난뒤에 봉감독에 대한 동렬님의 생각이 궁금합니다.
엔딩에서 좀 하품이 나오던데...
만화 원작은 어떻게 끝이 나는지 궁금.
미스터 고가 한국에서는 망했지만 다행스럽게도 중국에서는
괜찮은 흥행성적이 나왔다고 합니다. 인구많은 중국에서 손익분기점을
넘기를 바랍니다. 까다로운 한국팬들에게 맹점이 많은 이 영화가 성공하긴
쉽지 않았지만 좀 더 단순한 영화를 선호하는 중국에서는 나름 먹히나 봅니다.
솔직히 락에이지님 말에 공감 안 합니다.
그보다 더 이상한건 설국열차를 악평하는 사람이 굉장히 많다는 거.
그 사람들이 다 더 테러의 알바는 아닐텐데.
그렇다면 각자 자기 취향을 들이대는 걸로 봅니다.
자기 관점과 안 맞다고 골 내는 사람이 수준이하인 것과 마찬가지로
봉준호를 각별히 좋아하는 사람이 자기 관점을 들이대면 피곤한 거죠.
여기서는 구조론적 관점으로 보는게 맞습니다.
좀비영화 저도 안 좋아하지만 좀비의 보편성에 주목하는 식이죠.
좀비나 뱀파이어가 인간의 어떤 본능을 건드리기 때문에 어쩔수 없이 보게 되는 거.
설국열차의 흥행을 예상한건 이건 좋든 싫든 어찌됐든 보게 되는 영화이기 때문입니다.
설국열차 자체가 일종의 달리는 괴물이기 때문이죠.
괴물도 욕하는 사람이 많았는데 '괴물이 궁금해서 봤는데 잼없더라'는 식이죠.
자기 집 뒷마당에 괴물이 숨어 있다면 어찌됐던 가서 확인은 해야 하는 거 아닙니까?
제가 보는 포인트는 이 영화에 괴물에 없었던 보편성이 있느냐
헐리우드의 관습을 뛰어넘었느냐
이 두가지를 보는 것이고
그 점에서 기대이상이라고 하는 것이며
500억 짜리 일을 벌였으면 미국관객 의식해서 헐리우드의 관습을 따라가는게 맞지
이런 식의 결말로 가는건 그야말로 조선남아의 똥배짱인데
봉준호를 잘 모르는 제가 걱정하는게 당연한 겁니다.
박찬욱이 줄거리에 영향을 끼쳤을지도 모른다고 짐작은 하지만.
봉준호를 잘 모르면서 왜 나서느냐는 식이라면
비판되어야 할 대칭행동입니다.
구조론은 구조론의 결이 있고 따라서 어디든 발언권이 있습니다.
비대칭의 고유한 자기 계획이라는 거죠.
본문의 제목이 설국열차 기대이상이다 이고 내용도 그러한 내용인데 저의 댓글이 더이상 본문과 어울리지 않는다라는 생각이 들어서 댓글을 쓸지말지 고민했는데 일단 답변은 드려야할것 같아서 씁니다.
저는 봉준호를 각별히 좋아하지도않고 잘 알지도 못합니다.
그저 영화를만든 감독의 영화를 보고 그 감독에 대한 판단과 이미지를 가지는것 뿐이죠. 오히려 동렬님보다 봉준호를 잘 모를지도 모릅니다.
제가 쓴 위에 댓글이 봉준호를 잘 모르면서 왜 나서느냐는 라는 식으로 읽혔다면 좀 오해하신것 같구요.. 그럴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구조론은 구조론의 결이 있고 따라서 어디든 발언권이 있습니다... 라고 하셨는데 그 말씀 공감하고.. 그렇다면 제가 괜한 트집을 잡은게 되는건데..
다만 저는 어떠한 전제나 선입견을 배제하고 음악은 음악을 듣고나서 영화는 영화를 보고나서 판단하자라는 생각을 갖고있는편이라서
(음악은 듣기전의 생각과 듣고난후의 생각과 느낌이 다른경우가 무수히많고, 영화로 예를들면 본문에도 언급하신 장준환의 '지구를 지켜라' 포스터를 보면 이건무슨 예전 심형래의 우뢰매 스타일의 아동용 SF영화같은 느낌을 받지만 실제로 영화를 보면 약간 B무비같은 느낌이 있기는하지만 내용은 영화를 보기전 이미지와 완전히 반대인 것처럼 영화를 보기 전 이미지와 본 후는 다르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거의 일치하는 경우도 있지만요)
설국열차를 보기전에 쓰셨던 동렬님과 몇몇분들의 글이 좀 낯설고 봉준호와 설국열차를 폄하하는듯한 느낌을 받았던거 같습니다.
이점이 영화를 대하는 저의 방식과 차이가 있었던거 같고 위의 댓글들은 그래서 쓴 것이었구요.
보기 전에 예상하고
본 후에 맞춰보면 재미 두 배입니다.
그리고 구조론은 늘 그런 일을 해왔습니다.
저는 내심기대했습니다만 현실이 기대를 배반하는 예는 너무나 많죠.
A급 영화인 매트릭스를 제가 굳이 B급으로 구분한 이유는
제가 숙제를 내고 봉감독이 미션을 모두 달성하면 두 배로 칭찬할 의도입니다.
물론 500억의 무게에 짓눌려 망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있었죠.
여전히 망쳤다고 주장하는 평론가도 많은듯 하고.
모범생 커티스가 나온다는 말 듣고 실망한 것도 있고.
이 영화는 구조론에 관한 영화라고 보았기 때문에
흥행압박감에 눌려서
망쳐버리지 않을까 하는 우려가 컸던 것도 사실입니다.
1) 신에 대한 영화여야 한다.
2) 맛간놈이 주인공이어야 한다.
3) 비대칭으로 대칭을 극복해야 한다.
4) 천재들의 광기를 해부해야 한다.
(한국영화감독은 유교주의식 겸손을 구사하여 자기가 천재가 아니라고 표방하기 때문에
천재가 주인공으로 안 나옴. 대신 찌질이가 되어 7번방에서 울고 있음. 쿨하지 못하게시리.)
봉준호는 이런 미션들을 거의 달성했습니다.
물론 완벽하지는 않지만, 그건 기대치를 낮추면 되고.
특히 미국관객의 수준을 높게 본 것은, 혹은 무시해버린 것은
박수를 받을만한 점입니다.
이건 굉장히 기분 좋은 일이지요.
타란티노의 장광설을 연상케 하는 천재 윌포드에 대한 서사는
천재의 자신감을 내비친 것입니다.
자기 스스로 '나는 천재야' 하는 감독은 한국에 없죠.
박찬욱이 제작에 참여했더라구요.
일라이, 더 로드, 나는 전설이다... 등등 이런 영화들이 전반적으로 주는 느낌과 닫힌공간에 대한 해석과 인류보고서를 작성한듯한 영화일것 같다는....
설국열차는 가나안으로 들어가려는 사람과
가나안으로 가지 않고 영원히 사막을 떠돌고자 하는 사람들의 대립을 그린 기독교 영화이오.
컬트적 요소가 많은데 거기에 거부감을 느끼는 7번방 형님들이 많은듯.
주인공들의 임무는 모두 미션수행과 같은데, 가나안으로 가지 않으려는 자들은 그 안에 머물려 하는 것과 같아서 지금 상태에서의 주어진 질서에 만족하지만, 더 큰 질서...상부구조가 있다는 것을 몰라서라기 보다는, 상부구조를 손에 넣어 현체제를 통제하여 가나안이라는 다른데를 보지 못하게 하는데 더 큰 목적이 있는 것이라고 볼 수 있다고 보임.
주인공들의 미션은 인간성이 있는 상태에서 살아 남고자 하는 행위를 멈추면 안되고, 자신들도 그 미션이 정확히 뭔지는 모르나 어떤 이끌림이 있고, 닫힌 공간에서 무엇인가 수행하지 않으면 안되는 무엇인가를 찾는 것인데, 그것이 플랫폼 성격의 안내자이든, 끝까지 완주하는 것이든...의 차이는 있어도 뭔가 미션수행이라는 것은 분명함.
일라이에서는 대놓고 미션수행했고, 더 로드에서는 끝없이 있던 자리에서 벗어나 길을 나서야 하고, 나는 전설이다는 안내자이자 전달자라는 미션수행을 함.
비로소 자신이 누구인지 알게됨.
북적북적 많은 인간들이 있을때는 모르는데, 단 한 사람이 살아 남거나 극소수의 사람일때는 인간이 더 잘 보이는 법이어서... 머물고 싶지만 길 떠나는 주인공을 응원하는 이유도 그방향성이 맞다는 믿음 때문인듯.
원작에서는 아무도 문을 열고 나가지 않는(못하는) 모양이던데...
영화 안 봐서 모르겠지만
사실은 열차 밖보다 열차 안이 더 추운게 아닌감요?
해외에서 들려오는 설국열차 평가를 조금 소개하면;
... 이어 “시각적인 영상의 아름다움과 화려함, 훌륭한 묘사, 섬세한 캐릭터 등 한국의 천재 감독 봉준호의 야심과 더블어 관객들의 지적 수준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
-머니투데이 뉴스.
"관객들의 지적 수준을 존중" 이라는 대목이 눈에 띄는군요...
이어 "시각적인 영상의 아름다움과 화려함, 훌륭한 묘사, 섬세한 캐릭터 등 한국의 천재 감독 봉준호의 야심과 더불어 관객들의 지적 수준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이어 "시각적인 영상의 아름다움과 화려함, 훌륭한 묘사, 섬세한 캐릭터 등 한국의 천재 감독 봉준호의 야심과 더불어 관객들의 지적 수준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이어 "시각적인 영상의 아름다움과 화려함, 훌륭한 묘사, 섬세한 캐릭터 등 한국의 천재 감독 봉준호의 야심과 더불어 관객들의 지적 수준을 존중한다는 점이 인상적"이라고 극찬했다.
어쨌든 미국관객 수준은 확실히 설국열차를 따라오지 못할거라고 보오.
미국관객 수준을 신경쓰지 않은게 설국열차의 성공.
* 댓글에 스포 포함.
글 너무 즐겁게 잘 읽었습니다.
아직 영화의 흥분이 채 가라앉지 않는 시점이라...
하나 의아스러웠던 점이 클라이막스에서 주인공성이 양분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관객들이 감정이입해온 주인공의 퍼스낼러티가 180도 바뀌는 극적 지점...
커티스는 인간성을 회복하며 딴에는 할 역할을 다 했지요.
근데 카타르시스는커녕 이상하게 찜찜하더군요.
이유는 뒤이어 차원이 다르게, 오류의 근원을 아예 통째로 해결해버리는 능력자가 출현하니...
봉감독은 장르의 법칙을 철저하게 무시하고 가더군요.
(맨영화의 관성으론 커티스가 윌포드를 도륙내어 죽이고-혹은 아예 용서하거나, 직접 성냥을 그어 폭탄을 터트려야...;)
그래서 전 대칭을 깨는 역할을 주인공이 아닌 아예 제3자에게 부여했다고 생각했어요.
닫힌 공간 내에서, 노멀한 주인공만으론 이 세계의 오류를 극복할 수 없다는 고도의 계산이 깔린 건 아닐까.
봉준호란 사람이 장르를 모를 리 없으니 말이죠...
남궁의 선택은 개인적으론 무척 설레면서 벅차오르는 순간이었죠.
근데 이 글을 읽고보니 저도 그냥 송배우가 주인공이라고 생각하렵니다.
그게 맞는 것 같아요.
어쩜 감독이 의도한 묘한 지점일지도...
아마 결말에 대한 호불호가 나뉘는 것도 그 지점이란 생각이 듭니다.
커티스에게 감정이입을 해온 수많은 관객들은 실컷 다 와서 갈 길을 잃은 거겠죠.
사족)
엊그제 알렉산더 칼더 전을 보고 왔는데.. 다큐를 보니 칼더도 그랬더군요. "나는 대칭에는 관심이 없다. 대신 약한 지점을 건드려 모든 것의 균형을 잡는 일이 더 재미있다" 결국 그가 추구한 것도 조각(모빌)을 통해 우주의 천체와 질서, 본질을 표현하고 싶었다는... 시대와 호흡한 천재적인 예술가들은 서로 비슷하게 관통하는 무엇이 있다는 느낌이 들더군요.
방금 조조를 보고 이 글을 읽어 보니 구조론에 애착이 갑니다.
대략적인 내용은 앞에서 다를 얘기 하셨네요.
송강호에 대한 비중이 적었다기 보다는 촌철살인의 뜻이 있다고 봅니다.
윌포드와 길리엄의 마당에 커티스가 종횡무진하는 듯 하지만 커티스는 결국 닫힌계의 영웅일 뿐이죠.
모든 보안 시스템을 알고 있는 남궁은 본인이 좋아하는 인화물질로 수많은 사람이 누리는 천국을
폭파해버리고 말죠.
기계적 시스템에서 자연적 시스템으로 도전이며 요나는 그 생장점인 셈이라고 봅니다.
남궁이 없었다면 커디스는 닫힌계의 그냥 또 다른 영웅으로 끝나겠죠.
이 영화는 가나안과 사막의 기독교적 페러다임으로 분석한 동렬님의 생각에 동의 합니다.
본문의 '배안에서 하나씩 제거되는 이야기' 읽어보니 얼핏 생각나는
영화가 '라이프 오브 파이'네요. 아주 유사하진 않아도 연상되는 영화.
다 제거되고 호랑이와 사람 둘만 남지요. 많이 뒤뚱거리는 영화고요.
봉감독이 이 칼럼을 봐야 하는데....
대다수 평론가들이 다구리 놓는 바람에 봉감독 트라우마 입게 생겼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