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조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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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2682 vote 0 2013.07.28 (20:10:49)

    성재기의 완장


    성재기는 보름 전에 이미 ‘아내가 자살하려고 가출했다. 돌아오지 않으면 즉시 자살하겠다.’는 트윗을 올려 물의를 일으켰다고 한다. 이쯤 되면 더 이상 퍼포먼스를 말해서는 안 된다.


    그의 트윗을 본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움직였어야 했다. 그들은 자살방조의 혐의를 피할 수 없다. 열흘 전에 자살을 암시했던 사람이,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리겠다는데 그게 쇼라고?


    멀쩡한 아내가 있는 사람이 남성연대 대표로 여성을 공격한다는게 말이 되는가? 자기 아내를 공격했다. 운명은 결정되었다. 물론 이는 확률이다. 수영을 잘한다면 살아있을지도 모른다.


    성재기가 살아있다고 해서 문제의 본질이 변하는건 아니다. 우리는 확률에 대응해야 한다. 죽을 확률을 높였으면 살인이다. 이명박은 천안함에서 죽은 병사들에게 직접 책임은 없다.


    이명박은 단지 확률을 올렸을 뿐이다. 그 확률에 책임을 물어야 한다. 간접살인에 해당된다. 남성연대에 소속된 회원들과 변희재 등 그의 주변인물에게 도의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


    늘 하는 말이지만, 벼락스타가 된 연예인에게는 주변에 조언해줄 지식인 친구가 있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확률적으로 죽는다. 마릴린 몬로도 죽었고, 엘비스 프레슬리도 죽었다.


    마이클 잭슨도 죽었다. 한국도 많은 가수들이 요절했다. 물론 멀쩡히 잘 사는 사람도 있다. 그러므로 확률이다. 그렇다면 그 끔찍한 죽음의 확률은 어디에서 나오는가? 완장이다.


    성재기는 연예인도 아닌 주제에 스스로 완장을 찼다. 무려 ‘남성연대 상임대표’라는 완장을 차고 있으니 누가 그에게 조언을 해주겠는가? 오히려 주변에서 부추긴다. 문제는 완장이다.


    “눈에 뵈는 완장은 기중 벨볼일 없는 하빠리들이나 차는 게여! 진짜배기 완장은 눈에 뵈지도 않어!”


    윤흥길의 소설 ‘완장’의 대사다. 완장 차면 우쭐한다. 부추김을 받으면 이미 죽음은 눈앞에 와 있다. 눈에 보이는 완장을 차고 우쭐하던 성재기는 보이지 않는 완장의 세계로 달려갔다.


    보통 그렇게 한다. 완장을 찰 때 운명은 확률로 정해졌다. 권력중독이다. 타인을 향해 휘두르던 칼에 자신이 찔렸다. 많은 사람들의 착각은 인간을 이성적 존재로 여기는 것이다.


    이는 인류학에 대한 무지다. 인간은 이성적 존재가 아니다. 나치의 광기나 부시의 학살극을 들먹이지 않더라도 명백하다. 아니라면 샤르트르가 왜 ‘구토’를 쓰고 환멸을 말했겠는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성재기의 실존은 성재기의 본질에 앞선다. 본질로 보면 그는 젊고 양심적인(?) 보수 활동가다. 실존으로 보면 그는 멀쩡한 아내를 매일 칼로 찌른 사람이다.


    본질은 사람의 목적, 의도, 양심, 이성 이런 것이다. 실존은 환경과의 상호작용 그 자체다. 물에 빠진 사람은 자기를 구조하러 온 사람을 죽인다. 그게 처연한 인간의 실존적 모습이다.


    화장실에 빠진 개는 자기를 구조하려는 사람의 손을 물어버린다. 인간의 실존적 모습이다. 그래서 비참이다. 실존은 사건이고 본질은 사물이다. 실존은 존재론이고 본질은 인식론이다.


    실존은 실재론이고 본질은 관념론이다. 실존은 비대칭이고 본질은 대칭행동이다. 실존은 맥락이면 본질은 의미다. 실존은 스타일이면 본질은 주제다. 실존은 권權이고 본질은 가치다.


    실존은 역학이고 본질은 미학이다. 실존은 포지션이고 본질은 캐릭터다. 언제라도 사건이 앞장을 서고 사물은 뒤따른다. 존재와 맥락과 스타일과 권이 앞서 이끌고 역학이 앞장선다.


    우리는 성재기의 본질만 봤지 실존을 보지 못했다. 의미만 봤지 맥락을 보지 않았다. 내용만 봤지 형식을 보지 않았다. 완장 찼을 때 죽음의 질주는 시작되었다. 주변에서 잡았어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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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여러번 언급했지만, 영화 갈리폴리에는 연령미달로 전쟁에 갈 수 없게 된 18세 소년이 기를 쓰고 전쟁터에 가서 죽는 이야기가 나온다. 그야말로 죽고 싶어서 환장한 것이 인간이다.


    ‘밴드 오브 브라더스’에 나오는 노병의 증언도 그렇다. 한 마을에서 서너 사람이 전쟁에 가지 못했다는 이유로 자살했다고 한다. 그게 불과 60년전 미국사회의 모습이다. 이는 실화다.


    한 마을에서 그 정도였다면 미국 전역에서는 얼마나 많은 사람이 단지 전쟁에 가지 못한다는 이유로 죽었겠는가? 인간은 그야말로 죽기 위해서 기를 쓰는 동물이다. 그래서 구토다.


    그렇지 않다면 역사에 허다한 전쟁이 왜 일어났겠는가? 얼마전 병만족이 방문했던 아마존의 와오라니족은 문명화 되기 전에는 거의 대부분의 사람이 살인에 의해 죽었다고 한다.


    인구의 54퍼센트가 살인으로 죽었고 나머지는 질병으로 죽었는데 자연사는 8대까지 조사해서 겨우 두 명을 찾았다. 그 중 한 명은 예의상 마지막에 창으로 찔러죽여드렸다고 한다.


    와오라니족의 삶이야말로 인류의 실존적 모습이라 하겠다. 우리는 잘 세팅된 문명에 의해 겨우 살인의 관습에서 벗어났다. 그리고 언제 갑자기 그 끔찍한 세계로 되돌아갈지 모른다.


    명박근혜정은의 전쟁책동을 보라. 그야말로 살인하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게 바로 인간이다. 그들은 확률적 살인자다. 성재기는 왜 그랬을까? 모르겠는가? 실존은 본질에 앞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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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구조론 팟캐스트 4회입니다.
    http://gujoron.com/xe/gujo_podcast/372317


프로필 이미지 [레벨:12]wisemo

2013.07.29 (00:24:16)

무엇보다 실존과 본질에 대한 이해에 도움이 되는 글!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7.29 (05:00:01)

한 시점을 가정하여 본다면,

당시의 현재 삶이 실존, 당시의 지향점이 본질. 이 둘이 일치가 안될때 비참. 지향점이 높을수록 실존적 체험은 극에 달함. 비참함의 바다를 헤엄치게 됨. 이 낙차의 크기가 구원을 부름. 크게 비참해야 크게 보는 무엇인가가 일어남. 작용과 반작용. 그런데 왜,어떤이들은 자살하고 어떤이들은 깨달을까. 왜, 방향이 갈라지는 것일까... 세상과 환경과 상호작용에서 오는 불일치 때문일까...

기억은 실존이고 추억은 본질. 박그네류가 전쟁을 획책하는 것은 실존이기 때문인가? 시청광장 시국촛불집회에서 연설하는 이를 방해하는 어버이연합의 괴성에서, 짐승의 소리를 들었다. 짐승의 소리를 내는 이들에게 실존은 무엇인가.... 본질은 그들이 누군가들의 아버지라는 것인데... 그들의 실존은 왜, 짐승의 소리인가. 그들의 본질은 실존과 거리가 제로인가... 낙차가 없기에 비참함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것일까... 60년전이 아직도 현재다. 그들에겐.

사람의 실존은 기억때문이다. 이 실존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 본질을 필요로 한다. 미학의 쓰임새. 실존과 본질의 균형을 맞추려는 것. 그러나 실존과 본질의 낙차는 늘 생긴다. 그 생긴만큼 계속 도약한다. 이로서 자연스러움이 생겨난다. 예로 꿈을 꾸고 꿈을 향해 가는 것. 여기서는 실존이 꿈이 된다. 본질은 도달하고자 하는 것. 그러나 방법을 모르거나 좌절하게될때 다시 실존과 본질의 낙차는 커진다. 그 낙차가 사실은 힘이다. 금방 죽을것 같이 위태로워도 사람은 그 힘으로 버티고 산다. 다들 그렇게 살고 있지 않는가....

기억의 실존...현재를 살지 못하고 기억속에서 사는 것. 기억이 늘 현재화 되고 있는 것. 아픈 것. 전쟁의 상흔, 폭력의 상흔 등등 각인됨과 이것저것 뭉쳐져 혼재.

기억의 본질... 한 시점에 머물러 있다는 것. 시간의 낙차가 발생. 그 시간의 낙차로서 기억에 거리두기가 가능. 그럼으로 여유, 회복, 치유등등...구체적 개별적 접근.

사람은 누구나 기억 때문에 아프고 기억 때문에 즐 겁다. 기억을 제어하고 통제하는 것이 미학의 역할. 삶의 밸런스를 잡아냄. 실존과 본질의 균형을 맞추며 사람은 살고 싶어함. 실존적 체험은 사람에게는 정말 어렵고 힘든 것이 사실임. 그래서 대체로 본질속에서 사람은 살고자 하고 또 실재로 그런척하며 살고 있음. 한발짝만 본질에서 나가도 실존이라는 그것을 인정하려 않지만, 도망가지 못하는 순간은 반드시 삶에서 부닥치게 되어 있다고 보임.

도망과 정면으로 부딪힘에서..., 다시 작용반작용이 한 단계 상승하여... 실존과 본질을 통제. 존재라는 축이 작용하면 실존과 본질은 양날개의 포지션이 되는데, 축이 양날개를 제어하게 되면 깨달음이란 반작용에 의해 균형이 맞춰짐. 여기서 존재는 존엄이 있는 존재라 해도 무방할듯.
프로필 이미지 [레벨:20]아란도

2013.07.29 (05:47:59)

실존과 본질에서...
실존만 추구하거나 본질만 추구하거나...모두 허망하다.
실존만 추구하면 억울하고, 본질만 추구하면 허무하다.
억울함과 허무를 해결하는 것은, 낙차다.
삶과 지향점의 낙차가 클수록 에너지는 커진다. 실상 이 힘으로 세상은 굴러간다.
어느 한쪽이 아닌 그 사이에서 힘이 나오는 것.

김종학 피디의 죽음.
그는 어디에서 무너졌는가?
실존일까? 본질일까? 그 사이다. 그 사이에서 무너졌다.
본질을 가리기 위해 돈이 필요하다. 김종학 피디에게 실존으로 증명할 것은 이미 없었다. 살아온게 실존인데 더 무엇으로 증명할까... 본질의 세상이 그를 버린 것이다.

그렇다면 새눌들이 돈에 혈안이 되고, 돈 지상주의에 맛을 실컷 본 지금, 그들은 물러설곳이 없다. 물러서면 돈 지상주의에서 추락할 길 밖에 없기 때문이다. 그들은 본질을 돈으로 가렸다. 낙차가 없기 때문이다. 낙차의 힘을 돈으로 대신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들이 본질을 돈으로 가리고 그 안에 머물러 실존으로 한발자국도 나오지 않는 이유가, 정확히 김종학 피디가 죽어야 했던 이유와 같다고 본다. 김종학의 실존을 본 이들이 더이상 김종학을 필요로 하지 않았기 때문이다....<이 부분은 그저 내생각임.>

한국사회에서 실존이란 60년전이나 지금이나 두려운 것이다. IMF도 같은 연장선상이었다고 보이고..., 이명박 오년은 실존을 보면서 실존이 어떻게 가리워지고, 실존을 피하고자 하는 이들이 어떻게 돈 지상주의를 움직이는지 경험한 시기였다고 보인다. 사람들은 실존과 맞닥뜨리는 것을 두려워 한다. 그런데 이명박 오년은 바로 사람의 생활을 무너뜨리는 수법을 써왔고, 국정원이 바로 그 맨 앞에 있었다고 보인다. 실존과 부딪히기 무서운 사람들의 심리를 먼저 이용한것과 같다. 그결과 지향점이 되어야 할 본질이 모두 돈으로 대체되었다고 보인다. 즉 꿈을 꾸기가 어려워진 것이다. 이명박 오년의 가장 큰 피해는 그것이라고 본다.
본질이 뭔가로 대체되고, 실존을 만나는
것이 무서워지면 그 사회는 낙차가 발생하지 않는다. 진짜 부조리는 이것인지도 모른다. 정말 가상의 세계에 모두 갇혀 버리게 되는 것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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