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상록
read 11021 vote 0 2008.01.10 (17:00:26)

깨달음은 미학이다

여러번 설명했지만 달마실의 존재이유를 모르고 잘못된 리플을 다는 분들이 있어서 다시 한번 확인하고자 합니다. 거대한 벽이 있습니다. 근본적인 인식의 차이가 있습니다. 애초에 설득과 대화와 토론이 가능한 차원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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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미학이다. 미학은 오만하다. 석가의 ‘천상천하 유아독존’이 빈 말은 아니다. 공자의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는 말을 농으로 들어서는 곤란하다. ‘목숨을 걸고 쓰기’라고 이름했으면 긴장타야 한다.

촛불은 작은 불씨로 켤 수도 있고, 요원(燎原)의 들불처럼 크게 타오을 수도 있지만 물 한바가지로, 혹은 작은 입김으로도 꺼트릴 수 있다. 훅 불면 꺼지는 것이 촛불이다. 달마실은 가녀린 촛불과 같다.

도공이 맘에 들지 않는 도자기를 깨뜨리는 데는 이유가 있다. 성철스님이 굳이 3천배를 요구하는 것이 이유가 있다. 부디 엉기지 말라. 찌질대지 말라. 미학의 세계는 단호하다. 0.001프로의 티끌도 용납하지 않는다.

‘깨달은 사람이라면 관용이 있을테니 대략 봐주겠지.’ 이런 식으로 태만하게 나온다면 오해다. 그런 무개념들이 고흐와 이중섭과 이상을 자살하게 만들고 김기덕을 궁지로 몰아붙인다. 깨달음은 결코 그렇지 않다.

모나리자에 낙서는 허용되지 않는다. 명품일수록 고고하다. 달마실은 지금 그 작품을 함께 만들어가는 중이다. ‘도공이 삼천 개의 도자기를 깨뜨리고 난 다음에 하나를 남긴다면 어떤 것이어야 하는가’ 하는 질문에 대답하기 위하여.

득음을 하기 위해서는 똥물을 마실 자세가 되어 있어야 한다. 글자 한 자를 두고 밤새도록 고민해야 시인이다. 1초에 12개의 음을 치는데 단 하나의 음도 놓치지 않겠다는 고집이 있어야 연주자다.  

달마실은 마침내 인류가 몰락하고 수천년 후 찾아올 외계의 손님들에게 지구에 얼마나 위대한 문명이 있었는지 증거하기 위하여 단 하나를 남길 수 있다면 무엇을 남길 것인가 하는 기분으로 건설한 것이다.  

신 앞에서 인류가 도달할 최선이 어떤 수준인지 증명하기 위하여 유토피아를 구상하고 샹그릴라를 상상하고 무릉도원을 생각하고 청산별곡을 쓴다. 산이 좋아서가 아니다. 산 외에 어느 것도 용서할 수 없어서 청산에 살어리랏다.

‘달마실 이야기’에 있지만 이곳은 지구촌 인류의 0.0001프로를 위한 공간이다. 60억 중에 제일 입맛이 까다로운 1, 2, 3번째 사람이 이곳에 모여있다. 그렇게 까다로운 사람이 모이면 어떤 화학반응이 일어나는지 실험하기 위해서다.

깨달음은 인생 그 자체를 화폭으로 삼고 작품을 만드는 것이다. 대가가 작업중인 화실에 들어왔을 때는 잡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달마실은 그 자체로 하나의 작품이다. 물레 위에서 돌아가고 있는 진흙 아직 굳지 않았다.

예민하고 섬세한 사람이 제 분을 이기지 못하여 메이플라워호를 타고 마침내 신대륙을 개척한 것이다. 무던한 사람은 모두 영국에 남았다. 긴장하기 바란다. 정신이 번쩍 들기 바란다. 성철의 호통소리가 들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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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이 두려운 사람을 잡아두기는 쉽다. 겁주면 된다. 죽음이 두렵지 않은 사람을 잡아두려면 목숨을 걸어야 한다. 구속되어 있는 사람을 잡아두기는 쉽다. 자유인을 구속하기는 어렵다. 바람처럼 떠나버릴 수 있다.

거지를 유혹하기는 쉽다. 밥 한그릇으로도 붙잡아둘 수 있다. 부자를 유혹하기는 어렵다. 깨달은 사람을 유혹하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전두환이 그 권력으로도 마침내 성철을 백련암에서 내려오게 하지 못했다.

뭐가 아쉬워서 오겠는가? 무엇으로 홀려서 이곳에 잡아두겠는가? 고흐가 떠나고 이중섭이 떠난 것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약해서가 아니다. 미련이 없어서 떠난 것이다. 이미 완성되었는데 무슨 미련이 더 있겠는가?

그 무엇으로도 유혹할 수 없다. 당신의 가꾸어진 정원에 초대할 수 없다. 오직 99.9를 갖추어 놓는 방법으로 나머지 0.1을 가진 그를 초대할 수 있다. 마침내 100이 완성될 때의 전율함으로만이 그를 초대할 수 있다. 그것이 미학의 세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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