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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930 vote 0 2009.04.21 (15: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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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조되어야 할 현대성은 리얼리즘, 비판, 르포,
시스템(공동작업), 집단지능(문명과 양식)으로 요약될 수 있다.

리얼리즘은 그냥 '사실'이 아니다.
'팩트'만 들이댄다고 해서 그것이 사실은 아니고 또 그것이 사실이라 해서 곧 예술은 아니다.

예술이 사실을 강조하는 이유는 '사건'을 구성하기 위한 것이다.
주목해야할 현대성은 '사건'이라는 관점에서 보는 것이다.

사실을 '사건화' 한다는 것은 그것을 내게로 가져온다는 것이다.
작가의 생각을 독자와 상관있는 것으로 만든다는 것이다.

사실이 사건을 구성하려면 의미, 가치, 개념, 원리로 확대되어야 한다.
사건은 2차원 평면이 아니라 3차원 입체공간+시간상의 진행에 따른 '트렌드'를 나타내는 사건이어야 하기 때문이다.

다만 사실에서 끝나지 말고
사실의 배후에서 의미를, 의미의 배후에서 가치를, 가치의 배후에서 개념을 발견하고 

최종적으로 보편원리에 가닿아야 한다.
그 과정에서 리얼리즘은 필연적으로 비판, 르포의 형식을 띨 수 밖에 없다.

왜냐하면 사실은 그냥 보여주면 되지만
사건은 공간상에서 입체적으로 구성되고 외부에서 에너지를 공급받아 시간상에서 진행되는 역동성을 가지기 때문이다.

근대 리얼리즘 문학의 태두라 할 발자크의 인간희극은 파리 사교계의 적나라한 모습을 비판적으로 보고하고 있다.
왜 왕정을 지지하는 '보수주의자' 발자크의 문학이 근대성을 띠는가?

근대는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혼자서 북치고 장구치고 다 하는 것이 아니라

인류의 집단지능이라는 시스템 안에서 숨 쉬고 있기 때문에 '근대'인 것이다.
그냥 '난 이게 좋다.' <- 이건 예술도 뭣도 아니다. 누가 물어봤냐고?

그렇다. 중요한건 이거다. '누가 물어봤냐고?'
누가 물어본 것에 대하여 비판하고 보고해야 한다.

파리 사교계의 모습을 '누가 물어봤기 때문에' 발자크는 '파리 사교계 이렇더라' 보고하는 것이다.
그 이전의 소설과 달리 예컨대 장발장이면 장발장전이다.

홍길동전 춘향전에 맞먹는 장발장전.. 이건 근대소설이 아니다.
햄릿전, 맥베드전, 리어왕전, 돈키호테전이다.

전기소설 형식의 고대소설은 시스템이 없기 때문에 혼자서 해야 한다.
이 경우 소설 안에 왜 독자가 이 소설을 읽어야 하는지 설명하는 안내문이 들어간다.

이 소설은 교훈과 감동을 주고 즐거움을 주기 때문에 읽으면 몸에 좋고 정신건강에 좋고..
어쩌구 하는 안내가 들어가면 근대 아니고 고대다.

예술도 마찬가지.. '난 이게 좋더라' 하고 안내 들어가면 전근대다.
누가 물어봤냐고?

사실이 사건화 되지 않으므로 작가의 작품이 독자와 상관없는 것이 되기 때문에
쓸데없는 '안내문'이 들어가는 것이다.

'현대'는 그 사건화가 이미 전제되어 있기 때문에
'사건화 하여 독자가 말려들게 하는 과정'을 생략하고 바로 본론으로 치고들어가는 것이다.

그러므로 안내해서 안 된다.
감동, 교훈, 가르침, 주제의식, 계몽, 훈화말씀 다 빼야 한다.

위인전을 탈피해야 한다.
발자크의 인간희극은 뚜렷한 주인공의 활약상이 없이

2000명이라는 다양한 등장인물을 등장시켜 파리보고서를 낸 것이다.
'이것이 파리다'하고 보여준 것이다.

노신의 아큐정전도 비슷하다.
'이것이 중국인이다' 하고 중국인 보고서를 낸 것이다.

거기에는 장발장식 영웅 일대기가 없다.
중국인의 위선, 이중성, 져놓고 이겼다고 우기는 정신승리법. 중국인의 심리

이에 대한 비판과 보고가 핵심이다.
아큐정전은 사실이 아닌 즉 논픽션이 아니지만 그 어떤 소설보다도 리얼하다.

비판과 보고가 리얼리즘이다.
비판은 비난이 아니라 세세히 파헤침이다.

보고는 기름빼고 양념빼고 교훈빼고 감동빼고 사건에서 발을 빼고 객관적으로 기술하는 것이다.
입으로는 리얼리즘을 외치면서도 좌파들은 이게 안 되기 때문에 리얼리스트가 아니다.

좌파들은 반드시 양념넣고, 미원넣고, 설탕넣고, 교훈넣고, 감동넣는다.
리얼리즘을 표방해도 근대문학이 아니기 때문에 원초적으로 안쳐주는 것이다.

위고는 좌파, 발자크는 우파인데도
문학은 발자크가 리얼리즘의 본질에 충실하고 위고는 거의 고전소설이다.

물론 기름기 잔뜩 들어가서 과장되고 야단스런 발자크의 문체는
하드보일드한 현대소설의 문체에 비하여 고전적이지만 그 소설의 본질이라 할 이야기 내용은 현대적이다. 

아큐정전은 제목이 '전'이라도 내용이 르포이므로 중국 현대소설의 효시가 되고
춘원 이광수의 무정은 현대문체로 썼어도 '보고서'가 아니라 '전'이므로 가짜배기 형식적 현대소설에 불과하다.

왜 문학이 예술이 리얼리즘, 비판, 보고가 되어야 하는가 하면
앞에서 말했듯이 안내문을 빼야하기 때문이다.

왜 안내문을 빼는가?
누가 물어봤기 때문이다.

안내문이란 어떤 사람이 소설이든 예술이든
'나는 이렇게 생각한다' 하고 자기 의견을 말할 때 독자나 관객이 '누가 물어봤냐?'고 되치기를 시도하면

그걸 방어하기 위해
'아 이건 말이죠. 미원맛 설탕맛 교훈맛 감동맛 주제의식맛이 고루 들어가 있어서 몸에 좋기 때문이죠'

하면서 그 소설, 그 예술의 존재이유를 설명하려 하는 것이다.
요즘 좌파들은 주로 환경문제를 들어 그 작품의 존재이유를 정당화하려 한다.

'나는 환경재앙에서 인류를 구하기 위하여 그림을 그리지' 하는 식이다.
웃기고 자빠진 소리가 아닌가?

바로 그걸 빼야 한다.
왜 내가 소설을 쓰는지를 말하지 말아야 한다.

고전소설 곧 춘향전, 흥부전, 심청전은 권선징악이라는 타이틀이 붙어있다.
'이건 말이죠, 악을 징치하고 선을 권장하기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 위하여(위하여면 무조건 가짜.. 구조론)

'위하여 쓰는 소설이죠' 하고 변명부터 해놓고 이야기를 시작하는 거다.
그걸 빼고 쓰면 근대성이다.

위하여를 버리고 의하여를 얻어야 비로소 현대성의 획득이다.
왜인가? 문학은 예술은 과학의 시스템 안에서 기능하는 인류공동의 집단작업이기 때문이다.

문명차원의 시스템 안에서 확실한 자기 포지션을 가지고 자기가 탐구한 것을 인류에게 보고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렇게 미학적 양식을 만들어가는 것이다.

인류의 공동작업이므로 '누가 물어봤냐고?'에 대하여 대꾸할 필요가 없다.
교훈주고, 감동주고, 눈물주고, 환경보호하고, 애국애족하고, 권선징악하고, 외계괴물 퇴치하고 할 필요가 없다.

봉건우파들은 주로 외계괴물 퇴치, 지구악당 퇴치(헐리우드 슈퍼맨들)에 힘쓰거나
혹은 애국애족, 효제충신하여 국가주의에 힘쓰거나 봉건질서를 수호하며 감동눈물로 자기 타이틀을 내세운다.

봉건좌파들은 주로 환경보호 노동운동 정치비판 등으로 타이틀을 내세운다.
바로 이런 웃기고 자빠진 안내문을 버리고 리얼리즘, 비판, 보고, 시스템, 집단지능을 회복해야 현대성이다.
 
현대성을 획득하려면 일단 심플해야 하고(기름 빼고 양념 빼고 타이틀 뺐으므로)
내부에 심과 날의 방정식 구조가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인류의 집단지능이라는 커다란 나무 안에서 자기 포지션을 획득해야 하기 때문이다.
즉 집단지능과 접속할 안테나가 존재해야 하는 것이다.

 
1240240917_yves-lavallette-glamornoe-foto-fashion-24.jpg


이 사진에는 감동도 교훈도 없어야 한다.
단지 '나는 이것을 보았다' 하고 보고하는 형태여야 한다.


1240285709_01.jpg


감동도 교훈도 주제도 불필요
'나는 거기서 이것을 보았다네' 오직 이것 뿐.


1240289450_donkeys-fight-01.jpg


당나귀가 싸우면 소년은 굴러떨어진다는 방정식이 들어있어야 한다.
인류의 집단지능과의 연결점을 유지하기 위해서.


funny_27.jpg


까마귀가 생선을 훔치면 개는 도둑을 지킨다는 방정식이 들어있다.


1240288632_1.jpg


두 마리 잉어의 역동적인 몸짓.


프로필 이미지 [레벨:24]꼬치가리

2009.04.22 (10:55:43)

리얼리즘을 엑시덴탈리즘으로 바꿔야 리얼리즘의 모던한 의미를 지니겠습니다. 사건이 있고, 비평이 있고, 러뽀가 있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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