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가 추구하는 것은 모드다.
그것은 간단히 말하면 심플하게 가는 것이다.
옛날에는 혼자서 다 하려는 경향이 있었다.
18세기 귀족부인의 화려한 의상은 혼자서 무대를 독차지 하겠다는 야심의 표현이다.
당신이 뉴욕 거리를 걷는다면
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람이 한 분야의 세계 최고이거나 아니면 곧 세계최고가 될 사람일 수 있다.
그럴 때 저절로 전해져오는 긴장이 있다.
옷깃을 스칠 때의 전율할듯 전달되는 무엇이 있다.
혼자서 독점하려는 야심을 버리고
정상 대 정상의 유쾌한 스침을 추구하게 된다.
만약 당신이 까페에서 우연히 오바마를 만났다면
금새 오버하여 굽실대며 그에게 한수 배우겠다거나 혹은 주제넘게 그에게 한수 가르치겠다거나 하며
우쭐대거나 촐싹대는 촌스러움을 보이지 않고
당당하게, 마치 원래부터 오바마와 한 공간을 공유할 자격이 되는 사람인 것처럼
의자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느긋하게 커피향을 음미하며
오바마와 공유하는 공간 그 자체의 느낌을 즐길 것이다.
그럴 때 커피향은 유독 진하게 느껴진다.
그 순간 당신의 머리 속에는
'오바마 옆자리에 앉아서 커피를 마시는 나'라는 제목의 그림이 그려진다.
그것이 현대성이다.
그 컷을 얻기 위해 모드가 필요하다.
당신이 우연히 미인과 마주쳤다 해도 그렇다.
김용옥처럼 오버하여 촐싹대며 눈동자가 미인의 얼굴을 따라가서는
'미인과 공존하는 나'라는 그림을 마음의 카메라로 찰칵 찍을 기회를 놓쳐버린다.
안성기처럼 태연하게 앉아있어야 그 컷을 얻을 수 있다.
당신 인생에 오바마를 만날 일이 없다고 해서
오바마를 만날 일이라곤 없는 사람처럼 행동하면 당연히 오바마를 만날 일이 없는 사람이 된다.
고상하고 세련되게 간다는 것은
언제든 신을 만날 준비가 되어 있는 모드로 간다는 거다.
모드란 실행준비가 되어 있는 것이다.
당신은 지금 이대로 초대받아 신의 정원을 방문할 자세가 되어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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