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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2220 vote 0 2006.03.14 (11:11:07)

어제글과 맥락에서 이어집니다.

어제글과 맥락에서 이어집니다. 물적 토대가 변했습니다. 지식기반사회로 넘어가면서 생산력의 변화가 생산관계의 변화를 촉발하는 거지요. 밑바닥 판 구조의 변화에 힘 입어 변방에서 새로운 강자들이 출현하고 있습니다.

그들은 각 분야의 전문가요 테크니션들입니다. 이념이 아니라 기술, 정신력이 아니라 실력을 갖춘 자들입니다. 그들이 기존의 진보-보수 구도를 송두리째 엎어버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들어 가고 있습니다.

박정희 개발독재 시스템을 극복하는 노무현 패러다임입니다. 그들이 참여정부를 전략적 파트너로 선택한 것은 순전히 이해관계 때문입니다. 노무현의 판갈이로 혜택볼 사람은 바로 자기네들이라는 사실을 영리하게 꿰뚫어보고 있는 거지요.

‘그들이 항상 옳다’는 주장을 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그들은 강합니다. 강하기 때문에 악(惡)을 저지르지 않고도 승리하는 방법을 그들은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그들이 옳을 확률이 언제나 높습니다.

반드시 서프라이즈가 옳다고는 말하지는 않겠습니다. 그러나 국물연과 달리 당장 정치권에 기웃거릴 이유가 없는 즉, 자기 분야에서 안정된 토대를 갖춘 서프라이즈가 상대적으로 타락할 확률이 적은 것은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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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가 점장이가 아니라서.. 똑 부러지게 말하지는 않았지만 강준만이 이상하다는 느낌은 예전부터 갖고 있었습니다. 그가 지역주의 문제를 정면으로 제기한 것은 좋으나 원인은 놔두고 표피의 증상만 논하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원인이 뭐냐? 구질서와 신질서의 대결입니다. 구질서 아래에서는 인맥과 부패가 곧 경쟁력입니다. 박근혜가 식사도우미를 동원하여 성상납(?)을 연상시키는 범죄적 망동을 해야만 기름칠이 되는 시스템 구조였던 것입니다.

인맥이 유일한 경쟁력이던 시대에 특정지역을 원천배제하는 방법으로 경쟁을 줄이고 거저 먹겠다는 것이 곧 지역주의입니다. 이런 본질을 봐야하는 거죠.

그러므로 지역주의를 없애기 위해서는 인맥경쟁의 구질서에서 실력경쟁의 신질서로 원초적으로 판갈이를 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반드시 이렇게 가지 않으면 구지역주의가 신지역주의로 대체될 뿐입니다.

강준만이 딴잔련에 남은 것은 그러한 인식의 부재, 전망의 결여, 비전제시의 실패, 동기부여의 실패에 따른 본질에서의 한계 때문입니다. 요즘은 이문열과 형님아우 하면서 조중동에 아부하고 있다지요.

본질로 승부해야 합니다. 구질서에서 신질서로 판갈이를 해야 합니다. 이건 이념과 다른 겁니다. 지식기반 사회로 가는 문턱입니다. 이 시대에 이념의 강조는 실력없는 팀이 정신력 강조하는 것과 비슷한 겁니다.

물론 이념도 중요합니다. 제가 이념을 부정하는 건 전혀 아니에요. 이념은 공동체에 이념적 동질성을 부여한다는 면에서 반드시 필요한 겁니다. 이념은 정신력입니다. 정신력 없이 이길 수는 없다 말입니다.

그러나 히딩크가 말했듯이 진짜 정신력은 실력을 통한 자부심에서 나옵니다. 이를 악물고 눈에 힘주는 정신력이 아니라, 적의 실력을 훤히 꿰뚫어보고 평정심을 유지하면서 조금도 꿇리지 않는 태도에서 정신력이 나옵니다.

이념도 중요하지만 실력이라는 본질이 앞서가지 않으면 안됩니다. 실력없는 이념타령은 공염불입니다. 서프라이즈 눈팅의 판단은 항상 옳았고 조중동과 딴겨레의 판단은 늘 틀렸듯이 우리가 상황을 옳게 보고 있다는 사실이 우리의 실력이고 실력의 바탕 위에 개혁의 이념을 더하면 금상첨화입니다.   

왜 강준만은 틀렸는가? 강준만은 지역주의 문제를 제기할 뿐 지역주의의 진짜 원인을 모르고 있습니다. 진중권은 아예 지역주의의 존재를 무시합니다. 진중권은 지역주의가 문제가 아니라 진보가 안된게 문제라는 식으로 말합니다.

둘 다 틀렸습니다. 왜 노무현이 중요한가? 노무현은 탕평인사를 했는데도 정권이 유지되고 있습니다. 이게 원래 말이 안되는 거에요. DJ도 편중인사에서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왜? DJ가 나빴나요? 아닙니다.
 

국민의정부 - 탕평인사를 함부로 하면 비빔밥에 잡탕인사가 되어 내각이 붕괴된다. 전체적으로는 탕평인사를 했지만 권력 실세는 독점할 수 밖에 없었다.

참여정부 - 탕평인사를 했는데도 내각이 붕괴되지 않고 있다. 그것이 가능한 것은 책임총리제를 했기 때문이다. 이는 이전에 없던 노무현 그룹의 신기술이다.
 

왜 DJ가 YS시절의 지독한 편중인사에서는 크게 벗어났음에도 불구하고 권력 실세 부분에서는 탕평을 하지 못했는가? 그 경우 내각이 무너지기 때문에 권력의 위아래가 겉돌아서 팀이 돌아가지 않습니다.

왜 노무현은 탕평인사를 했는데도 불구하고 멀쩡한가? 이해찬 총리를 중심으로 책임총리제를 했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밑줄 쫙입니다. 이건 노무현 그룹의 신기술입니다. 노무현 아니고는 절대 이거 못합니다.

예컨대 이회창이 대통령이라고 칩시다. 탕평인사하면 정권이 곧바로 붕괴됩니다. 국정원 직원부터 정보를 야당으로 빼돌립니다. 검찰과 헌재 등이 발호하고 곳곳에서 권력누수 현상이 벌어집니다. 취임초기부터 레임덕입니다.

결국 이회창은 편중인사를 할 수 밖에 없습니다. 동생인 이회성이 정보를 틀어쥐고 왕의 남자에서 내시 처선이 했던 역할, 과거 YS 밑에서 현철이 했고, 노태우 밑에서 박철언이 했던 역할을 해줘야 합니다.  

이회창이 당선되었다면 현철-박철언-박지원-이회성의 악순환에서 결코 벗어나지 못합니다. 결국 지역주의의 철옹성은 다시 쳐지는 것입니다. 강준만은 이 지점을 꿰뚫어보지 못한 거지요.

그는 햇병아리 노무현 정권이 권력의 생리도 모르고 함부로 탕평질 하다가 그냥 붕괴되거나 아니면, 부산인맥을 중심으로 정권을 가져가서 도로지역주의를 하든가 할거라고 내다봤던 것입니다. 그게 틀렸습니다.

노무현은 멋지게 해냈습니다. 탕평하고도 정권 안망했습니다. 이해찬의 책임총리제 덕분입니다. 이는 노무현과 변방에서 온 신세력 만이 할 수 있는 특별한 노하우입니다. 이인제나 이회창은 죽었다 깨나도 못합니다.   

그렇다면? 지금 왜 강금실인가?

이해찬이 물러날 이유는 없지만.. 정치란 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으로 가는게 아니라 냉정하게 힘과 힘의 대결로 가는 법이므로, 힘에서 밀리면 물러날 수 밖에 없습니다. 지금 힘에서 밀리고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슬프지만 길게 보면 손실은 아닙니다. 박근혜의 도우미 상납사건은 최연희의 버티기에 묻히고 이해찬의 골프사건은 문제가 된다면 결국 누가 승리하게 될까요? 우리는 강철처럼 단련되고 그들은 구태의연하게 됩니다.

최연희가 버티면 같은 사건 또 일어납니다. 이번에 유야무야로 넘어가면 다음 번에는 박근혜가 보는 앞에서 성상납 사건이 터질 것입니다. 제 몸속에 암종은 놔두고 남의 당 눈에 든 티를 빼기에 열심인 한나라는 반드시 죽고 말것입니다.

이해찬이 물러날 타당한 이유는 없지만 힘대결에서 밀려 물러난다면 강금실도 좋습니다. 왜 강금실인가? 앞에서 말했듯이 책임총리제를 통한 지역주의 극복의 구도는 일종의 팀플레이와 같은 겁니다.

DJ나 YS는 펠레나 마라도나 같은 1인의 원맨쇼였습니다. 그의 사람들은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온 가신이었습니다. 이게 없으면 권력누수에 조기 레임덕으로 망합니다. 이회창은 가신이 있었고 노무현은 없었습니다.

그러므로 노무현이 되면 권력이 망해야 하는데 아직 안망하고 있습니다. 노무현은 책임총리제 신기술 덕분입니다. 책임총리제는 대통령 1인의 개인기에 의존함이 아니라 조직력으로 팀플레이를 하는 겁니다.

무엇인가? 노무현 대통령은 벌떼축구에 압박축구를 하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차기 책임총리는 팀의 유기적인 조화를 추구할 수 있는 박지성 같고 지단 같은 선수여야 한다는 말입니다.

강금실이 개인기가 약해서 득점력은 좀 떨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능란한 지휘자처럼 내각을 구성하는 장관들 각자의 역량을 최대한 끌어낼 수 있는 그런 선수입니다. 강금실 총리 혹은 강금실 대통령 밑에서 장관들이 더 역량을 잘 발휘한다는 말입니다.

무엇인가? 이것이 바로 신세력, 신질서, 변방에서 온 새로운 강자의 진정한 실력입니다. 그들은 가신그룹이 없어도 팀플레이로 권력누수를 막을 수 있는 새로운 초식을 연마해온 사람들입니다. 바로 노무현의 사람들입니다.    

왜 강금실인가? 바뀐 노무현 룰에서 자신이 승리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을 최대한의 동그라미로 묶어내기 위해서입니다. 강금실로 간다는 것은 개인기 대결로 가는 것이 아니라 팀플레이에 조직력으로 간다는 겁니다.

사실 강금실 개인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강금실은 가진게 없다 말입니다. 데리고 있는 가신그룹이 없습니다. 결국은 실력으로 승부가 나는 법인데 인맥이 실력이고 부패가 실력이고 뇌물이 실력인 구질서 하에서는 DJ나 YS처럼 사람 쳐다보고 정치하기 때문에 가신그룹이 필요하지만 실력경쟁의 신질서 하에서는 노무현이나 강금실처럼 팀을 바라보고 정치하는 것이 맞습니다.

노무현의 실력은 노무현 개인에게서 나온 것이 아니라 노무현 집단 특유의 팀플레이에서 나온 것입니다. 지금 참여정부 실세들 면면을 보세요. 이해찬, 정동영, 김근태, 진대제, 유홍준, 김명곤, 강금실 등등.. 다릅니다.

DJ 때만 해도 미국에서 혈혈단신으로 건너온 박지원이 혼자서 외롭게 고군분투 했을 뿐.. 거의 말도 안통하는 관료들이나 교수들 데려다 놓고 어렵게 했지 않습니까? 평소에 손을 맞춰본 적도 없는 교수나 관료들 중심으로 내각을 꾸려서 일이 되겠습니까? 노무현은 본질에서 다른 겁니다.
 

DJ, YS.. 주로 교수나 관료들이 내각을 장악했다. 이들과는 손발이 안맞으므로 어쩔 수 없이 가신들이 중간에서 역할을 해줘야 했다.

참여정부.. 정치인들이 내각을 대거 접수하고 있다. 서열이 같은 정치인과는 위아래가 없어져서 내각이 붕괴하기 마련인데, 신통하게도 잘 굴러가고 있다. 이는 노무현 만이 할 수 있는 신세력 특유의 노하우다.
 

정치인들은 원래 위아래가 없어서 팀플레이가 잘 안되는 인간들입니다. 다들 저잘났거든요. 예컨대 박계동이 과거 대통령과 친구먹었던 인연을 내세워 지금도 대통령과 맞먹으려고 찌질대며 엉기는 것이나, 송영길, 임종석이 주제도 모르고 유시민과 친구먹으려고 기어오르는 것이 그렇지요.

참여정부에서 유독 의원내각제에 가깝게 정치인들이 중용되었다는 것은 그것이 가능할 정도로 팀플레이가 가능했다는 겁니다. 이회창이라면? 전혀 아니지요. 그들은 교수나 변호사, 관료들에게 맡겨놓고 손발이 안맞아서 내각이 안돌아가니까 결국 자기 동생 이회성이나 부인 한인옥과 셋이서 국정 논의할 인간입니다.

왜 강금실이인가? 노무현 특유의 신질서, 신세력 노하우로 내각을 돌릴 수 있는 인물은 이해찬, 강금실 외에 잘 안보이네요. 나머지는 대략 구질서, 구체제, 옛 가신정치 스타일로 가는 것이 더 편한 인물들로 생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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