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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0907 vote 0 2006.03.07 (13:11:33)

주유소습격사건, 두사부일체, 마파도, 공동경비구역JSA, 웰컴투동막골, 실미도, 달마야놀자.. 그 외에 ‘라이터를켜라’ 등 박정우작가가 쓴 대부분의 시나리오.. 들의 공통점은 무엇일까?

첫째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는 점, 둘째 닫힌공간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는 점이다. 주유소습격사건의 주유소는 닫힌 공간이다. 마파도의 섬도 고립된 공간이다. 달마야 놀자에서 조폭들이 점거한 사찰도 그렇다.

동막골도 그렇고, 공동경비구역 JSA도 그렇고, 실미도도 그렇다. 이렇듯 닫힌공간을 무대로 한 영화는 거의 대박이 난다고 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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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가 대박이 나는 이유는? 대박의 법칙을 충실히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제작사들이 대박의 법칙을 잘못 해석하는데 있다.

쉬리, 동막골, JSA, 실미도, 태극기휘날리며의 공통점은?

첫째 남북문제를 다루었다는 점, 둘째 스타배우가 출연했다는 점, 셋째 애국주의를 바탕에 깔고 있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스타배우를 쓰고 남북문제를 다루되 애국주의를 바탕에 깔면 블록버스터 전략이 된다?

천만에! 이건 착각도 이만저만 착각이 아니다. 태풍은 블록버스터 전략에 충실했지만 실패했다. 왜 실패했을까? 흥행의 원인을 잘못 파악했기 때문이다.

동막골, JSA, 실미도는 고립된 무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고립된 무대에는 선과 악의 논리가 설 자리가 없다. 그러므로 고수와 하수의 대결로 반전된다.

태극기의 경우 초반에 원시적인 장비로 묻지마 돌격을 하던 오합지졸 군대가 점차 체계가 갖춰지면 공군과 포병의 화력지원을 받는 등 체계적인 전술로 발전하고 있다. 이 점을 눈여겨 보아야 한다.

왜 태풍은 망했을까?

첫째 태풍은 동막골이나 실미도, 마파도, JSA, 주유소와 같은 완벽하게 고립된 공간의 부각에 실패했다. 액션은 양념의 역할에 그치고 고립된 공간의 특성이 전면에 부각되어야 한다.

둘째 태풍은 쉬리의 스파이, 대장금의 궁중요리, 왕의 남자에서 광대와 같은 전문분야의 전문기술을 강조하는데 실패했다. 그 분야의 전문지식이 없는 작가가 시나리오를 쓴 게 문제였다.  

셋째 글래디에이터, 왕의 남자, 대장금, 등에서 나타나고 있는 단계적인 상승을 보여주는데 실패했다. 가장 낮은 신분의 노예나 광대, 궁녀가 황제를 갖고 놀 정도의 고수, 달인, 명인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부각시키지 못한 것이다.   

그렇다면 제작사의 생각은?

● 한국관객들은 수준이 낮으므로 스타배우를 쓰면 보러 온다.
● 한국관객들은 수준이 낮으므로 홍보를 왕창 때리면 보러 온다.
● 한국관객들은 수준이 낮으므로 애국주의를 바탕에 깔아주면 열광한다.

한마디로 관객을 깔보고 영화를 만든 것이다. 그러니 망하는건 당연지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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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대의 줄 위는 닫힌 공간이다. 무인도의 로빈슨 크로소우와 같다. 캐스트어웨이의 톰 행크스와 같다. 그곳은 선과 악의 잣대라는 사회의 룰이 개입하지 않는다. 아무도 간섭하지 않는다.

무인도에서는 누구나 왕이다. 줄 위에 서면 누구나 왕이다. 이 장면은 관객들에게 쾌감을 준다. 닫힌 공간에서는 누구나 왕이다. 전문분야에서는 기술자가 왕이다. 관객들은 언제라도 자기 분야에서 왕이 되고 싶어 한다.

요리사는 요리의 왕이 될수 있다. 운전기사는 운전의 왕이 될 수 있다. 그런데 왕이 되기 위해서 요리사는 주방을 떠나지 말아야 하고 운전기사는 핸들을 놓지 말아야 한다. 그러므로 닫힌 공간이 필요하다.

장생은 광대의 왕이다. 허준은 의술의 왕이다. 대장금은 궁중요리의 왕이다. 달마야 놀자에서 주지스님은 사찰의 왕이다. 조폭마누라에서 조폭은 비록 평범한 남자의 마누라이지만 조폭의 나와바리 안에서는 왕이다.

조폭영화들이 성공하는 이유가 그러하다. 조폭의 세계는 사회의 룰이 통하지 않는 닫힌공간이고 나와바리 안에서는 두목이 왕이다.

조폭영화는 조폭이 나와서 흥행한 것이 아니라 닫힌 공간을 제공하고 거기서 그 분야의 극한을 추구하기 때문에 흥행하는 것이다. 그것은 대중이 자신의 전문분야에서 최고가 될 때의 쾌감과 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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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딴 섬의 하나 뿐인 병원에서 한 사람 뿐인 의사는 그 섬의 왕이 될수 있다. 일본 드라마 닥터 고토의 진료소가 그러하다. 그 지점에서 그 의사는 신과 통하고 진리와 통하고 천하와 공명하는 것이다. 그럴 때 관객은 전율한다.

무인도에 두 사람이 있다고 치자. 사람은 둘인데 총을 한 자루다. 누가 왕인가? 먼저 총을 쥐는 자가 왕이다. 나머지 한 사람은 자동으로 하인이 된다. 왕이 잠드는 순간 하인이 총을 나꿔챈다.

왕과 하인의 신분이 1초만에 바뀌는 것이다. 이 공간은 코믹하다. 이는 마파도에서 순박한 할머니와 흉칙한 양아치의 우열관계가 순식간에 역전되는 것과 같다. 할머니가 양아치를 제압해 버리는 것이다.  

닫힌 공간에서는 선과 악의 논리가 통하지 않는다. 대신 고수와 하수가 존재할 뿐이다. 먼저 총을 쥐는 자가 고수다. 그 분야의 전문가가 고수다. 자기 분야에서 자신이 추구하는 가치의 극점을 찍고 온 자가 고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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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래디에이터의 원형경기장에서 황제와 노예가 대결을 벌인다. 신분은 하늘과 땅 차이지만 일단 경기장에 들어서면 둘은 평등해진다. 그 닫힌 공간에서 그 공간이 추구하는 가치의 극점을 찍는다.

무엇인가? 순수해 지는 것이다. 거기서는 어떤 논리도 변명도 통하지 않는다. 황제의 위엄도 제국의 권위도 로마의 법률도 필요없다. 거기서는 오직 무사의 실력만이 위대하다.

그것은 순수다. 그 순수가 폭발력을 갖는다. 위엄이든, 권위든, 법률이든, 제도든.. 그 모든 바깥에서의 간섭자를 완벽하게 제거했을 때.. 기어이 100프로의 순수에 도달했을 때.. 울림과 떨림이 가슴 깊숙히이 전해지는 것이다.

그 순간 관객은 깨달음을 얻는다. 인식의 비약에서 지적인 희열을 느낀다. 그 순간 그 닫힌 공간은 우주 전체를 집약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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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이 흥행에 실패하는 것은 분명한 이유가 있다. 그 원인을 180도로 뒤집으면 엄청난 대박이 된다.”

필자가 2003년에 쓴 글의 한 구절이다. 그 시점에 사극들은 연이어 실패하고 있었다. 성공이 뻔히 보이는데도.. 눈앞에 다가온 성공을 악착같이 외면하고 한사코 쪽박으로만 달려가는 영화감독들이 안쓰러워서 쓴 글이다.

왜 사극은 실패하는가? 실존인물의 일대기를 그리면 대략 망한다. 이재수의 란, 태백산맥, 장승업, 개벽.. 이런건 보나마나 망한다. 그런데 장군의 아들은 왜 성공했지? 일대기를 그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왕의 남자는 일대기가 아니다. 장생은 실존인물도 아니다. 물론 TV드라마로는 일대기를 그려도 성공할 수 있다. TV에서 사극은 인기있는 장르다. 단지 영화에서 안될 뿐이다. 왜? 영화는 90분 안에 승부를 봐야 하는데.. 한 인물의 일대기를 90분 안에 요약할 수 있는 테크닉이 없기 때문이다.

드라마 불멸의 이순신을 2시간 30분 짜리 대작으로 만들면 거의 망한다고 보면 된다. 물론 안망하는 방법도 있기는 하다. 문제는 제작사들이 그 방법을 아직도 모르는 데 있다.   

춘향과 몽룡이 결혼해서 딸 낳고 아들 낳고 잘 살다가 어찌되었다는 그 뒷이야기까지 쓴다면 무조건 망한다. 춘향전은 암행어사 출도에서 끝나야 한다.

조정래의 태백산맥을 최소 다섯편의 영화로 끊어서 시리즈로 만들었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것이다. 이재수의 란도 마찬가지다. 홍콩의 황비홍은 황비홍의 일대기를 그리지 않는다. 시리즈로 가는 것이다.

임꺽정이나 장길산을 영화화 한다면 어떨까? 임꺽정이 토포사 남치근에게 체포되는 장면이 들어간다면 대략 망할 확률이 높다. 누가 영웅의 실패담을 보고싶어 하겠는가?

어느 바보가 역도산의 실패담을 보고 싶어 하겠는가?(역도산을 그런 식으로 묘사한 작가와 감독은 정말이지 어처구니가 없는 인간이다.)

임꺽정의 산채는 하나의 작은 우주와 같다. 그 우주 안에서 임꺽정이라는 걸출한 인물이 천하에 고약하기로 비할데가 없는 도둑놈들을 멋진 전사(戰士)로 길들여 가는 과정의 묘사에 충실하다면 영화 임꺽정은 대박이 난다.

반면 영화 임꺽정이 선(善)한 청석골 산적과 악(惡)한 관군과의 충돌에 치중하면서 영화를 선과 악의 이분법적 대결구도로 가져간다면 영화는 망할 수 밖에 없다. 더욱 임꺽정의 소년기에서 죽음까지 다룬다면 백프로 망한다.

임꺽정의 부하들은 다 거칠고 난폭한 인간들이다. 흑선풍 이규같고 화화승 노지심같고 적발귀 유당같은 천하의 불한당들이다. 이 못된 인간들을 급시우 송강같고 청면수 양지같고 표자두 임충같은 권력의 주변부 인간들이 어떻게 그 난폭한 인간들을 완벽하게 제압하여.. 청성골이라는 작은 우주 안에서 질서를 잡을 수 있었는지의 묘사에 치중하면 영화는 그만 대박이 나는 것이다.

● 엘리트 그룹 : 표자두 임충은 60만 금군교두로 무반의 엘리트다. 청면수 양지와 탁탑천왕 조개 역시 엘리트다.

● 민초그룹 : 흑선풍 이규는 천하의 나쁜 놈이다. 적발귀 유당은 사악한 양아치 출신이고 화화상 노지심은 술이나 먹고 행패나 저지르는 악당이다.

● 두 세계의 중재자 : 급시우 송강은 하급관리 출신이다. 민중의 마음과 엘리트의 테크닉을 두루 소화할 수 있는 이중적인 인물이다.

왜 급시우 송강이 주인공이어야만 하는가? 엘리트는 민초들을 이해할 수 없고 민초들은 엘리트를 신뢰하지 않는다. 그러므로 민중의 세계와 엘리트의 세계를 두루 꿰고 있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될 수 밖에 없다.

왜 사극을 찍되 일대기를 그리면 반드시 망하는가? 예의 청석골 같고 양산박 같은 고립된 작은 우주를 통하여.. 천하를 하나의 작은 주머니에 담을 수 있는 그런 공간을 설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왜 TV는 일대기로 가도 되는가? 50분 한 회 분량 안에서는 그 작은 우주를 설정하는데 성공할 수 있기 때문이다. TV사극은 조연의 비중이 큰데 조연들은 각자 자기만의 우주를 가지고 있다. 조연들은 전문분야가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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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극은 원래 망하는게 공식인데 모처럼 사극이 흥행에 성공하고 있다. 사극을 외면하던 관객이 사극을 찾기 시작했다고 착각하고 임꺽정이나 장길산 따위를 영화로 만들면 반드시 실패한다.

그러나 임꺽정이나 장길산을 열편의 영화로 쪼개서 만들면 대박이 난다.

임꺽정이라면 양반계급의 가렴주구나 착취에 포커스를 맞출 것이 아니라 임꺽정이라는 무식한 인간이 어떻게 더 무식한 불한당, 떼강도, 승려, 과거에 낙방한 시골선비, 무당, 장사치 등등 다양한 인간들을 청석골이라는 하나의 작은 공간안에 집어넣고도 질서를 유지할 수 있었는지에 포커스를 맞춰야 한다.

그것은 힘센 인간, 꾀 많은 인간, 눈치 빠른 장사치, 신명을 부르는 무당, 글 아는 선비, 인격의 도야가 있는 스님.. 등등 다양한 인간형들이 각자 자기 분야의 극점을 찍고 와서.. 자기 분야의 고수, 달인, 명인이 될 때 얻은 깨달음으로, 그 여유로 타인의 전문분야를 존중해 주는 것이다.

자기 분야에서 최고가 된 스님, 최고가 된 농사꾼, 최고가 된 장사치는 어떤 일의 1 사이클이 진행되는 전체과정을 알기 때문에 타인을 존중하고 배려하는 방법을 안다. 난폭한 산적들과 어울려서도 마찰하지 않고 질서를 유지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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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론은 공식은 있다는 거다. 단지 공식을 못찾아서 못하고 있을 뿐이다. 영화도 그렇고 정치도 그렇다. 다른 분야도 마찬가지다. 공식은 분명 있지만 대부분 그 공식을 거꾸로 적용하고 있다.

예컨대 딴나라 알바들이 서프를 모방하면 어떻게 될까? 놀부가 흥부 따라하다 망하고 팥쥐가 콩쥐 따라하다 망하듯 망한다. 영화사들이 쉬리, 실미도, 동막골, 태극기의 흥행공식을 잘못 분석해서 망하듯이 망하는 것이다.  

노무현 대통령이 작전을 걸었을 때 딴나라가 콜을 하고 따라오면 걸려들어서 망하고 그 반대로 가도 역시 입지가 좁아지고 행동반경이 축소되어 망한다. 이래도 망하고 저래도 망하므로 방법은 대통령의 입을 틀어막는 수 밖에 없다.

공식은 있다. 그러나 보통은 공식을 거꾸로 적용해서 망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막말로 뜬걸로 착각하고 막말하다가 전여옥처럼 망한다.

공식은 있다. 한나라당이 사는 방법도 있다. 지금 한나라당을 둘로 쪼개되 두 한나라당이 50 대 50으로 팽팽하게 경쟁하며.. 싸우면서 크다가 막판에 합치는 방법이 있다. 이명박이 살려면 지금 한나라당을 깨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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