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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001 vote 0 2006.03.06 (22:53:21)

제목 없음

이명박은 자신에 대한 유권자의 상당한 지지가 박정희를 연상시키는 그의 수구성향 때문이라고 믿는 모양이다. 실제로는 그 반대인데도 말이다. 이명박은 불도저로 뜬 것이 아니라 청계천으로 뜬 거다.

청계천 복원의 아이디어는 보수가 아니라 진보에서 나왔다. 유권자는 그가 진보적 가치와 보수적 가치를 절충할 수 있는.. 열린사고와 개방적인 태도를 가진.. 유연한 인물로 판단하거나 혹은 기대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유권자를 실망시키고 있는 그의 최근 발언들은 그가 자신의 성공원인을 거꾸로 분석하고 있음을 드러내고 있다. 그는 닫힌사고에 폐쇄적인 태도를 가진 인물임이 확인되어가고 있다.

그는 서울시장으로 성공한 편이지만 그 성공방정식에 지나치게 몰입하고 있다. 작은 성공에 쉽게 도취하는 것은 소인배의 특징이다. 이명박은 딱 거기까지다. 그는 서울시장이나 할 작은 인간이다.

그는 자신의 성공이 수구에 충실했기 때문으로 믿고 있다. 착각이다. 강금실에 대한 비난만 해도 그렇다. 유권자들은 이명박의 ‘밝음’을 보고 지지했는데도 그는 도리어 강금실의 ‘밝음’을 비난하고 있는 것이다.
 

무거운 정치는 가라

8, 90년대는 무거운 시대였다. 전두환의 독재도 무거웠고 DJ의 방북도 무거웠다. 열사들의 투쟁도 무거운 것이었고 50년 만의 정권교체도 무거운 것이었다. 그 시대는 총체적으로 분위기가 무거웠다.  

원래 그렇다. 처음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을 때는 묵직하게 간다. 그 씨앗이 튼튼하게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묵직하게 북을 돋아주는 것이다. 그 묘목이 비바람에 넘어지지 않도록 묵직하게 땅을 다져주는 것이다.

건물을 지어도 그렇다. 처음 기초를 놓고 대들보를 올릴 때는 묵직하게 간다. 그러나 그 열매를 수확할 때는 즐겁게 수확하는 것이 맞고, 그 완성된 건물의 인테리어는 밝게 가는 것이 맞다.

8~90년대가 씨앗을 뿌리고 묘목을 심고 기초를 놓고 대들보를 올리는 무거움의 시대라면 2000년대는 그간의 성과를 수확하는 신명의 시대이다. 의식과잉의 묵직한 시대가 가고 국민계몽의 묵직한 시대가 가고.. 너나없이 즐겁게 축제를 벌이는 신바람의 시대가 도래하고 있다.

이명박은 확실히 유권자의 기대를 배반하고 있다. 박근혜 역시 마찬가지다. 하기사 그들이 지금 노무현 대통령과 참여정부의 가벼움을 고발하는 것으로 득점을 올리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그들은 유권자의 진짜 속마음을 모른다.

참여정부가 세련되지 못한 측면을 노출한 것은 사실이다.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이를 고발해서 유권자의 걱정을 덜어주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그러나 유권자는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가벼운(?) 우리당의 폭주(?)를 잘 견제해 주고 있기 때문에 계속 이 방향으로 가도 된다고 믿고 있다.

● 우리당과 참여정부는 가벼워서 문제다.
● 조중동과 한나라당이 가벼운 우리당의 폭주를 견제해 주고 있다.
● 그러므로 한나라당의 견제역할을 믿고 계속 우리당에 정권을 맡겨도 된다.

이것이 시대의 흐름이라는 것이다. 처음 발동이 잘 안걸려서 문제지 한번 발동이 걸리면 관성의 법칙에 의하여 그 방향으로 계속 가는 것이다. 사실이지 지난 3년간은 발동이 잘 안걸렸다.

탄핵도 그렇고, 행정수도 이전도 그렇고, 파병문제도 그렇다. 발동이 걸리려다가 픽픽거리며 꺼진 것이다. 그래서 우리당에 대한 압박도 많고 속도조절 요구도 많지만 그래도 가는 방향은 대체로 지지하고 있다.

지금 주가가 오르고 경제상황이 호전되고 있다는 사실이 그러하다. 남북문제도 그렇고 부시문제도 그렇다. 이제는 대략 발동이 걸린 것이고 한번 발동이 걸리면 자체의 관성에 의해서 흐름을 타고 계속 가는 것이다.

역시의 흐름이 무거움을 통한 시스템의 안정에서 가벼움을 통한 가속도 효과로 크게 방향을 틀어버렸다. 그 방향전환 과정에서 많은 시행착오가 나타났다 해서 다시 무거움으로 되돌아가는 일은 절대로 없다.  
 

역할게임에 중독되지 말라

태조 이성계의 건국은 건물의 기초를 놓는 일이니 묵직하게 지반을 다지는 것이 맞고, 태종 이방원의 계승은 건물의 대들보를 올리는 일이니 또한 묵직한 걸로 올려주는 것이 맞다.

차기는 DJ 태조도 아니고 노무현 태종도 아닌 세종의 치세다. DJ가 묵직한 거함을 건조해서 항구에 띄웠다면, 노무현 대통령이 암초도 많은 복잡한 항구를 우여곡절 끝에 잘 빠져나온 셈이다.

차기 정권은 항구를 빠져나온 배가 넓은 대양에 이르러 순풍에 돛을 달고 달리는 격이 될 것이다.

구질서는 가고 신질서가 온다. 질서 교체의 과도기에 DJ의 묵직함과 노무현의 냉철함이 소용되었다. 그러나 다음은 신질서가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는 시대이다. 밝음이 요구되는 시대이다.

보수의 대표주자로 나서서 청계천 복원이라는 진보의 가치를 덥썩 받아들인 사람이 이명박이다. 보수의 도그마에 묶이지 않고 진보를 받아들이는 유연함을 보인 것이다. 그래서 이명박은 2002년 그 시점에서 밝고 긍정적인 가치를 대표하는 인물로 비쳐졌다.

그러나 그는 조중동식 반사신공에 열중한 나머지 불도저의 무거움을 자랑하는 전략적 오판을 저지르고 있다. 조중동이 노무현과 참여정부에 ‘가볍다’는 낙인을 찍어주는 걸로 재미를 보자 그 재미에 빠진 것이다.  

● 현정권은 밝지만 아마추어다.. 조중동의 흠집내기
● 딴정권은 밝으면서도 프로다.. 이건 상당히 먹히는 공식.
● 딴정권은 현정권과 달리 어둡고 무겁다.. 이건 망하는 공식.

하여간 정치는 토끼 아니면 거북이다. 토끼는 잦은 실수가 문제고 거북이는 느린게 문제다. 토끼의 실수는 연습하면 치유될 수 있지만 거북이의 느림은 원초적으로 극복이 불가능하다.

이명박은 앞서가는 노무현 토끼의 실수를 지적하기 위하여 스스로 뒤쳐진 거북이가 되기로 포지션을 정한 거다. 그렇다면 다음 경주는 해보나마나. (나라면 곧 죽어도 토끼 하지 거북이 안한다. 미쳤냐?)

상대방의 실수를 부각시키기 위해 역사의 흐름을 무시하고 그 반대편으로 자기의 포지션을 가져가는 것은 최악의 선택이다. 본능적으로 반대로만 달려가는 인간이 있다. 그런 인간은 반드시 죽는다.
 

인물이 아니라 세력이다

정치는 세력 대 세력의 싸움이다. 그러나 표면적으로는 사람에 대한 지지로 나타난다. 즉 특정인을 지지하는 것이다.

이는 정당이 세력간 이해관계를 반영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기도 하고 유권자들이 정당보다 사람을 지지하는 것이 자신의 이해관계를 반영하기에 유리하다고 판단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세력에 대한 지지를 개인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는 순간 몰락하고 만다. 이명박은 점차 정몽준이 되어가고 있다. 세력에 대한 지지를 사람에 대한 지지로 착각하고 있는 것이다.

2002년 대선에서 정몽준에 대한 상당한 지지는 정몽준 개인에 대한 호감 보다는 노무현 후보에 대한 압력의 성향이 강했다. 노무현이 끝까지 단일화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었기 때문에 노무현을 압박하기 위해 정몽준을 지지하는 척 한 것이다. 정몽준은 이를 자신에 대한 지지로 착각했던 것이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이명박에 대한 유권자의 지지는 우리당과 노무현에 대한 무언의 압박이다. 유권자는 이명박을 포용해 주는 식의 개방성과 유연성을 가진 우리당과 노무현을 원하는 것이다.

마찬가지다. 강금실에 대한 지지는 강금실 개인의 능력에 대한 확신이 아니다. 우리당과 노무현이 더 밝고 긍정적이고 개방적이고 역동적으로 변해야 한다는 민심이 반영되고 있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강금실이 대통령 후보가 된다해도 강금실 개인을 지지한다기 보다는 강금실로 대표되는 세력을 지지하는 것이다. 그것은 강하고 밝고 역동적이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인 세력에 대한 지지다.

다음 대선도 그렇다. 표면에서는 사람과 사람의 인기대결처럼 보이겠지만 밑바닥에서는 세력과 세력의 실력대결로 간다. 인기대결로 착각하고 개인의 인기몰이에 치중하는 자는 반드시 정몽준 된다.  

세력대결로 가는 자가 최후에 승리한다. 밝고 긍정적이고 미래지향적이고 역동적인 가치를 주장하는 세력은 승리하고, 무겁고 부정적이고 과거지향적이고 퇴행적인 행태를 보이는 세력은 패배할 것이다.

지금 나타나고 있는 여론도 그러하다. 우리당은 집권당에 여당이다. 유권자들의 여당에 대한 의사표시 방법과 야당에 대한 의사표시 방법은 다르다. 우리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은 우리당이 지금 변해야 한다는 신호다.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도는 한나라당 지지자의 위기의식에 따른 세결집이다. 이것이 여론의 함정이다. 이들은 한나라당의 변화를 바라지 않는다. 우리당 지지자는 우리당을 변하게 할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이용하는 데 반해, 한나라당 지지자는 그 반대의 목적으로 여론조사를 활용하는 것이다.

이 때문에 우리당의 낮은 지지율은 우리당이 조만간 변한다는 전제하에 도리어 희망이 되고, 한나라당의 높은 지지율은 한나라당의 현상유지를 더 굳게 할 따름이어서 도리어 절망이 되는 것이다.  
 

유권자는 언제라도 최선을 택한다.

유권자는 큰 선거로 갈수록, 또 선거막마지로 갈수록 냉철해진다. 또 유권자는 꿩 먹고 알 먹으려 한다. 자부심을 주는 진보적 가치와 이득을 주는 보수적 가치를 동시에 충족하려 한다.

정치에서 주도권이 중요한 이유는 이 때문이다. 주도권을 쥔 자가 두가지 상충되는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켜 줄 수 있다. 열린 사고의 유연성이 필요한 것도 이 때문이다. 닫히고 폐쇄된 자는 모순되는 두 가치를 동시에 충족시킬 수 없다.

왜 주도권이 중요한가? 주도권이 없는 자는 상대방이 진보로 가면 자동으로 보수로 가는 식의 청개구리 정치를 벗어날 수 없기 때문이다. 강금실이 밝음을 취하자 본능적으로 어둠을 취하는 이명박의 청개구리 현상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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