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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607 vote 0 2021.06.21 (12:49:58)

    일본 카레집 알바가 사타구니 털을 음식에 넣었다. 이른바 바이트테러다. 놀랄 일은 아니다. 봉건시대에도 하인들은 요리에 침을 뱉었다. 유럽 귀족들은 팁으로 무마했고 미국인들은 식당을 가도 믿을 수 있는 단골집만 가게 되었다. 한국은 다행히 이런 하층계급의 적대행동이 다른 나라에 비해 약하다. 팁을 주지 않는다. 


    주체성과 타자성의 문제다. 인간은 원래 피아구분을 한다. 히틀러가 독일로 건너간 이유는 오스트리아는 민족이 18개라 희망이 없다고 봤기 때문이다. 언어가 다르고 관습이 다르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방법이 없다. 만인 대 만인의 투쟁이 벌어진다. 진을 빼고 학을 뗀다. 중요한 것은 이것이 인간의 본능이라는 점이다. 


    영역본능에 서열본능이다. 알바생은 고객을 자기 영역에 침입한 적으로 간주한다. 서열을 확인하고 한편이 되는 절차를 밟으려고 한다. 이는 논리가 아니라 본능이고 무의식이고 호르몬이라서 말로 설득되지 않는다. 상대를 자극하고 되돌아오는 반응을 봐서 적군인지 아군인지 판단하려는 것이다. 일단 집적거려 본다.


    신고식 시킨다. 소대장 길들이기 한다. 면신례라고 하고 신참례라고 한다. 양산박에 들어가려면 민간인을 한 명 살해하고 와야 한다. 도적이 되겠다고 찾아왔는데 알고보니 경찰의 끄나풀이라면? 무간도 실사판 찍어주는 거다. 경찰은 알고보니 도둑이고 도둑은 알고보니 몰래 잠입한 경찰이다. 경계하지 않을 수 없다.


    우리는 이런 것에 쓸데없이 에너지를 빼앗긴다. 정치가 해결해야 한다. 그래서 공자가 한말씀 던져준 것이다. 의리를 배워서 인간이 되라고. 문제는 문명중독이다. 우리는 교양과 예절을 배운 문화인이므로 이것이 인간의 타고난 본능이 아니라 극소수 양아치의 비뚤어진 행동으로 착각하며 자신이 그런다는걸 모른다.


    배운 자도 학벌이다 인맥이다 치면서 문재인이 3D를 삼디로 읽었다는 이유로 왕따시키려고 신호탄 올린다. 민주당에도 대학교수들도 이런 것이 만연해 있다. 진중권은 본인이 먼저 사타구니 털을 뽑아서 음식에 넣었다는 사실을 모른다. 유전자에 새겨진 본능으로 보면 일본 알바생이나 진중권의 듣보잡 논리나 똑같다.


    이회창의 요즘은 고대 출신도 기자 하냐? 하는 말도 같다. 무의식중에 차별본능이 튀어나온다. 왜 차별하는가? 나와 다르기 때문에? 천만에. 원래 차별한다. 초등학교 교실에서는 냄새가 다르다는 이유로, 중학교 교실에서는 나이키 신지 않았다는 이유로, 임대주택 산다는 이유로 차별한다. 그게 차별할 근거가 되나? 


    상관없다. 언제는 이유가 있어서 차별했나? 부족민은 수시로 벌어지는 축제로 서열본능을 억누른다. 일본인은 벌거벗고 가마를 맨다. 왜 훈도시만 입고 마쓰리를 할까? 발가벗어야 페르몬을 느끼는 것이다. 동료들의 땀냄새를 맡아야 인간은 안정감을 느낀다. 현대인은 스포츠 행사와 야외공연으로 땀냄새를 공유한다.


    원시시대부터 인간은 낯선 사람은 보는 대로 죽였다. 마을 입구에 해골무더기를 쌓아놓았다. 문명중독 때문에 우리는 인간의 그러한 본질을 잊어먹었다. 그리고 자신이 차별하고 있다는 사실을 모른다. 바이트테러는 조선시대 하인들의 권리였다. 담뱃불을 붙여도 양반은 부싯돌을 잘 못쳐서 하인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하인은 야무지게 세 모금 빨고 담뱃대를 건넨다. 그 모습이 참으로 아니꼽지만 참아야 한다. 대감댁 문지기 권세는 하늘을 찌른다. 신참이 고참 집에 인사를 오면 하인이 문전박대 한다. 엽전을 바쳐도 이 푼돈으로 네 마누라 치맛감이나 끊어줘라며 던져버린다. 처벌하려고 하니 전국의 하인들이 들고 일어날 판이다.


    세상이 이런 권력게임에 의해 작동한다는 사실을 파악하는게 중요하다. 순식간에 갑을이 바뀌고 그때마다 태도를 바꾸는게 인간이다. 마이크 잡으면 관종짓 하는게 인간이다. 눈꼽만 한 구실이 있으면 백배로 부풀려 어떻게든 애를 먹인다. 한강 의대생 사건에서 아버지 행동이다. 호의가 계속되니 권리라고 착각한다.


    소수자 문제, 페미문제, 노조문제, 시민단체 활동도 같은 권력게임이다. 우리가 이것을 옳고 그름의 팩트문제로 착각하므로 해결되지 않는 것이다. 애를 먹이려고 애를 먹이는 거다. 인간은 좋은 것을 선택하는데 관심이 없다. 선택권을 유지하려고 애를 먹이는 것이다. 결과에는 관심이 없다. 자신이 핸들 쥐려는 것이다.


    핸들을 쥐려면 차가 운행하고 있어야 한다. 차가 멈추면 핸들 놓아야 한다. 차가 운행하는 동적상태를 유지하려고 애를 먹인다. 상호작용의 랠리가 끊어지지 않고 이어지게 만든다. 어떻게든 상대가 반응하도록 만든다. 사과하라고 한다. 사과하면 사과하는 자세가 틀렸다고 말한다. 애초에 사과에는 관심이 없었다니깐.


    굴복시키는게 목적이다. 제압하는게 목적이다. 인정해야 한다. 그것이 사회를 긴장시키는 플러스알파다. 뭘 몰라서 그러는게 아니라, 사실을 오해해서 그러는게 아니라, 애를 먹이려고 애를 먹인다. 인간은 상대방을 애먹일 수 있는 모든 상황에서 반드시 애를 먹인다. 만약 애를 먹이지 않고 곱게 보내준다면 어떨까?


    만만하게 보고 괄시한다. 무시당하지 않으려면 애를 먹일 수 있는 모든 찬스에 애를 먹여야 한다. 종업원은 커피에 침을 뱉는다는 사실을 고객이 알게 해야 한다. 그래야 고객이 알바에게 공손해진다. 상대를 골탕먹이려고 침 뱉는게 아니다. 내가 침을 뱉는다는 사실을 상대가 알게 하려고 침을 뱉는다. 위세행동이다.


    애를 먹여놔야 분위기 파악하고 팁이라도 던져주고 점잖게 행동한다. 어느 나라든 돈 있는 부자들이 점잖고 예의바르다. 왜? 당해봤거든. 부자들은 언제든 하인들이 커피에 독을 탄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하인들을 존중하는게 자신이 명대로 사는 길이라는 사실을 알고 조심하는데 졸부들은 그걸 모르고 사고를 친다.


    내가 갑질 한 번 해보려고 개돼지처럼 일해서 돈 벌었는데 갑질도 못하게 하면 어쩌냐? 내 평생소원은 오직 이것뿐. 늘 갑질 하면서 한풀이 하기. 영역본능은 자신의 영역이 어디까지인지 경계선을 확인해 두려는 것이다. 누가 혼내주면 만족한다. 갑질을 일삼는 자는 매우 때려줘야 한다. 유전자가 그걸 원하니까.


    정치적 올바름이니, 서방진영에 대한 비판적인 태도이니, 원주민 존중이니 하는 것도 일종의 이런 것이다. 한국의 반일이나 중국의 전랑외교도 한풀이 행동이다. 갑질하면서 상대를 떠보려고 한다. 미국은 일단 기본적으로 연방에 대해서 각을 세우고 갑질한다. 민주주의가 알고보면 시골출신의 텃세연합에 갑질연대다.


    이것은 옳고 그름의 판단문제가 아니라 권력의 조정문제다. 갑질을 없애면 기세가 죽어 망하고 놔두면 폭주한다. 어느 쪽이든 멸망한다. 유행이든, 패션이든, 트렌드든, 입소문이든 갑질할 의도가 빤히 보이는 것이다. 얼리어답터도 그게 갑질이다. 제품을 먼저 써보고 아직 구경 못한 사람에게 갑질하며 우쭐대는 것이다.


    어떤 사람이 BTS가 뜬 이유를 알아냈는데 BTS가 전문가와 마니아들의 기득권을 거부하고 자유롭게 개판쳤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미국이든 일본이든 전문가와 마니아가 잔소리 해서 뭘 못한다. 랩은 그렇게 하는게 아냐. 재즈는 그렇게 하는게 아냐. 기본이 안 되어 있구만. BTS는 쿨하게 무시하고 그냥 질러버린다.


    박재범이 흑인의 드레드 머리를 했다가 욕 먹은 사태가 그렇다. 박재범은 흑인문화를 존중하는 의미에서 그렇게 했지만 흑인들은 가만있지 않는다. 동양인을 존중해서 눈 찢는 동작을 하는 백인도 있다. 하지마라면 하지 말아야 한다. 왜? 갑질하려고 갑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동물권 논쟁도 마찬가지다. 논쟁이 필요해?


    갑질은 그냥 하는 거다. 누가 갑이냐고? 미국은 애완동물을 키우는 사람이 더 쪽수가 많다. 힘으로 붙으면 누가 이기냐고? 한국이 차별금지법 통과에 애를 먹는 것도 갑질 때문이다. 논리? 필요없어. 팩트? 관심없어. 누가 손에 쥔 권력을 순순히 내려놓겠는가? 부동산 알박기로 선점하나 얼리어답터가 먼저 써보거나 같다.


    왜 얼리어답터는 찬양하고 알박기는 비난이냐? 난 단지 부동산 얼리어답터였을 뿐이야. 영화를 먼저 보고 자랑하는 거나 기레기가 주식 사놓고 호재를 보도하여 매수를 유도한 다음 팔아치우는 거나 본질은 같다. 세상은 그런 권력질에 의해 작동한다. 소인배 권력질을 없애면 기세가 죽어 나라가 망하고 방치해도 망한다.


    그것이 조직의 생장점이라는 사실을 알고 살려 나가야 하는 것이며 적절히 브레이크를 걸어서 힘을 빼줘야 한다. 그러라고 정치가 있는 것이다. 검찰이 기세를 올리는 것도 같다. 공자가 의리를 가르친 이유를 생각해야 한다. 인간은 권력을 떠나서는 살 수 없다. 관제권력 추구하면 좌파고 사설권력 추구하면 우파다.


    신규권력 추구하면 좌파고 기득권력 추구하면 우파다. 좌파든 우파든 권력지향이라는 본질은 같다. 방향이 다를 뿐 만인은 사타구니 털을 뽑아서 카레에 넣고 있다. 시골사람이 하면 텃세고 강남사람이 하면 기득권이고 표현이 다를 뿐. 이것은 타고난 본능이지만 동물의 행동이다. 의리를 배워서 인간이 되어야 산다.


    갑질을 하더라도 허가받은 갑질을 하라는게 교양이고, 문화고, 에티켓이고, 매너다. 음악가의 폭풍연주를 비난할 사람은 없다. 연주 좀 한다고 사람 기죽도록 그렇게 멋지게 연주하는게 예의냐? 이런 말은 내가 들어본 적이 없다. 반대로 청중 기죽이는 완벽한 연주를 보고 박수치는 인간 많더라. 문화권력으로 풀기다.


    정치도 권력이고, 자본도 권력이고, 문화도 권력이다. 갑질이고 텃세다. 권력에는 기세라는 플러스알파가 있고 기세를 죽이면 사회가 망한다. 놔둬도 망한다. 그것은 조절되는 것이다. 지도자가 방향을 잘 가리켜야 한다. 권력과 권력이 충돌하면 사람이 죽어 나가기 때문이다. 권력을 긍정하되 한 방향으로 잘 이끌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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