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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798 vote 0 2021.03.28 (02:14:30)

    동기는 거짓이다


    양아치가 행인을 공격했다. 왜 그랬을까? 양아치에게 물어보면 '쟤가 날 째려봤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저 사람이 지나가며 어깨를 부딪혀 놓고 사과도 안했다'고 말할 수도 있다. 그게 동기일까? 그런데 말이다. 당신이 양아치라면 무슨 대답을 하겠는가? 별로 할 말이 없다. 


    그냥 양아치가 양아치짓을 한 것이다. 건들거리는게 양아치다. 양아치가 건들거리는데 무슨 이유가 있겠는가? 양아치는 기회를 노리고 있다가 빌미를 잡으면 양아치짓을 한다. 조중동은 언제나 문재인을 공격한다. 물어 뜯는다. 이유는? 없다. 무의식 깊은 곳을 들여다 보자. 


    양아치는 자기 구역을 지배하려 한다. 권력서열을 확인하려고 한다. 이는 동물의 본능이다. 양아치 자신도 모른다. 타겟이 포착되면 그냥 화가 나고 심술이 난다. 행위는 무의식 차원에서 일어나고 대부분 그냥 하던 짓을 반복한다. 첫 번째 했기 때문에 두 번째 하는 것이다. 


    중요한 것은 이기려고 한다는 점이다. 양아치가 이겼다. 째려보기 싸움에 이기고 시비걸기 싸움에 이긴다. 구역을 확인했고 서열을 높였다. 그래서? 기세를 유지했다. 양아치는 주눅들지 않았다. 일진은 잘나간다는 표현을 쓴다. 왜 일진일까? 맨 앞에서 나가면 일진이다.


    잘나간다는 말이 무슨 뜻일까? 기세를 올린다는 말이다. 맨 앞에서 기세를 올리는 자가 일진이다. 버스에서 일진이 앉는 자리는 정해져 있다. 맨 뒷자리다. 버스 전체를 감시할 수 있는 자리다. 동물은 누가 자기 뒤에 있는 것을 싫어한다. 누가 뒤에서 공격할지도 모르니까. 


    엘리베이터를 탈 때는 엘리베이터 안의 모든 사람을 볼 수 있는 뒷쪽 모퉁이에 선다. 반대로 여성은 출입문 쪽 버튼 앞에 선다. 조폭은 심지어 식당이나 커피집을 가더라도 가게 전체를 볼 수 있는 위치에 앉는다. 이건 동물적 본능이다. 그래야 기세를 유지할 수 있으니까.


    동기가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동기는 하필 그 사람을 상대로, 하필 그 시간에, 하필 그 장소에서 행동한 이유를 설명할 뿐이다. 맹수는 언제든 사냥감을 물색하고 있다. 맹수는 초식동물을 사냥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양아치나 일진도 피해자를 사냥하려고 그러는 것이다.  


    사냥하려는게 진짜 이유고 하필 그 사람이, 하필 거기서, 하필 그 시간에 걸린 것은 동기다. 동기는 구조론으로 보면 질과 입자 다음 힘에 해당한다. 질은 범인에게 에너지를 준 것이다. 입자는 이기려는 것이다. 일진이든 양아치든 질에 해당하는 진짜 원인은 기세의 유지다. 


    기세를 유지하는게 첫째고 자신이 이길 수 있는 만만한 타겟을 찍는 것은 두 번째 이유이며 범인이 동기라고 말하는 것은 세 번째이며 세 번째는 시간과 장소와 피해자를 특정할 뿐이다. 범인은 동물적인 본능으로 기세를 유지하고 권력을 과시하고 구역을 지배하려고 한다.


    이길 수 있는 만만한 상대를 고른다. 그러다가 타겟을 발견한 것이다. 문재인에게 왜 그러는가? 진중권은 왜 그러는가? 조중동은 왜 그러는가? 첫째, 이겨서 구역을 장악하고 서열을 확인하고 사나운 기세를 유지하려고, 둘째, 문재인이 만만하니까, 민주당이 물로 보이니까.  


    셋째, 문재인의 부동산 정책이 실패했으니까. 문재인이 백신을 구해오지 못했으니까. 이 중에서 조중동 짐승은, 진중권 짐승은 뭐라고 대답하겠는가? 첫째 이유와 둘째 이유는 절대 말하지 않는다. 셋째 이유를 동기라고 떠벌인다. 왜? 그게 가장 말하기 쉬우니까. 사실이다. 


    진짜 이유는 자신도 모른다. 그냥 설명하기 좋은 것을 말하는 것이며 그것은 자신의 내부에 가득찬 에너지가 아니라 상대방이 준 빌미다. 트집거리다. 성범죄자는 성범죄자니까 그렇게 하는 것이다. 하던 짓이니까. 잘할 수 있으니까. 그런데 피해자에게서 동기를 찾는다.


    쟤가 날 화나게 했잖아. 날 쏘아봤잖아. 내게 반말을 하더라구. 핑계다. 동기는 가짜다. 애초에 범행대상을 물색하고 있었다. 혹은 범죄를 저지를 개연성을 가지고 있었다. 누구든 걸리면 혼내줄 생각을 갖고 있었다. 누가 나를 만만하게 보나 하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거다.


    구역을 장악하고, 권력서열을 과시하고, 기세를 유지하고, 계속 잘나가는 일진으로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었다. 왜? 그래야 호르몬이 나오니까. 호르몬이 나와야 기세가 유지되니까. 진짜 이유는 기세를 유지하려고, 이기려고다. 긴장과 흥분을 끌어내려고 그러는 거다.


    그 공기를 전파하려는 거다. 위세를 부리고, 거들먹거리고, 분위기를 장악하고, 흐름을 지배하려는 것이다. 그 사나운 공기 안에 머무르려는 것이다. 그럴 때 팽팽해진다. 희열을 느낀다. 중독성이 있다. 한 번 했다면 두 번째는 더 쉽다. 더 기세가 오른다. 시건방을 떠는 것이다.


    동기는 진짜 이유가 아니다. 에너지를 주는게 진짜다. 무엇이 그에게 행동할 에너지를 주었는가를 규명해야 한다, 동기는 시간과 장소와 대상을 설명할 뿐이다. 그건 중요하지 않다. 문제는 사람들이 가짜 이유라도 아무러나 말이 되기만 하면 그냥 그대로 받아들이는 거다.


    새벽 한 시에 성추행을 저질렀다. 왜 그랬느냐고 물어보면 여자가 왜 새벽에 거리에 위험하게 다니냐. 말세잖아. 혼내주려고 그랬다고 대답한다. 당신이 범죄자라면 어떻게 대답해야 할까? 그냥 성욕 때문에 그랬다고 할까? 그건 경찰을 약올려주는 멋진 대답이 아니잖아.


    범죄자는 이기려고 한 것이다. 이기는 방법이 성추행이다. 이기는게 목적이므로 경찰을 이기고 기자를 이기고 독자를 이기고 시청자를 이기고 국민을 이기려고 한다. 밤길에 돌아다니는 개념없는 여자를 혼내서 도덕을 바로잡고 질서를 회복했다고 큰소리를 친다. 재밌잖아.


    애초에 범죄자는 범죄를 저지를 목적을 가지고 있다. 구역을 지배하려고 하기 때문이다. 누구든 만나면 서열확인을 하려고 한다. 그게 범죄다. 성욕도 2차적이다. 이기려는 것이 일차적 원인이고 성욕은 이기는 방법으로 선택된 이차적 수단이다. 어떤 방법으로 이겨먹을까?


    성욕이 자연스럽구만. 다른 걸로 시비를 걸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기 때문이다. 낯선 사람 앞에서는 어색해서 주저하게 되는데 성욕발동이면 어색함을 이길 수 있지. 그래 성욕으로 밀어보는 거야, 그래야 덜 쪽팔린다구. 성욕이 낯선 사람을 건드리는 유일한 수단이다.


    그럼 성욕 말고 다른 대체재가 있나? 없다. 동기는 왜 하필 그 장소에서 그 시간에 그 피해자를 대상으로 범행했느냐를 설명할 뿐 범인에게 행동할 에너지를 준 진짜 원인을 설명하지는 못한다. 사건을 일으켜서 기세를 얻어야 다음 사건을 연결할 수 있다는게 진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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