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이라는 게임의 요령
인생은 영역확보, 서열확인, 상호작용이라는 세 가지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나가는 게임이다. 시험을 잘 치르는 요령은 어려운 문제는 패스하고 쉬운 문제부터 하나씩 풀어가는 것이다. 쉬운 문제를 다 풀고 시간이 남으면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도 좋다. 가장 중요한 것은 피아구분이다. 적이냐 아군이냐? 어려운 문제는 적군이다. 쉬운 문제는 아군이다. 일단 아군부터 챙기고 적군의 문제는 나중 생각하자. 적군의 뒷담화에는 신경 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적군이니까. 적이 화가 났다면 작전성공이다. 아군이 등 뒤에서 총질하는건 견딜 수 없다. 타자성과 주체성이다. 적군은 타자다. 아군은 주체다. 인생은 타자성 속에서 주체성을 건설하는 게임이다. 기본 베이스는 타자성이다. 사방이 모두 적이다. 적진에 홀로 버려져 있는 셈이다. 영역확보의 문제다. 우리는 당연히 내나라, 내가족, 내집에서 내가 태어난다고 믿지만 천만에. 우주 안에서 고아다. 내 영역을 확보하는 절차를 밟아야 나의 영토가 된다. 보통은 인사를 나누고, 신고식을 하고, 통과의례를 거치면 우리편이 되었다고 믿는다. 순진하게도 말이다. 그런데 과연 그러한가? 내가 장악해야 아군이다. 물론 집단에 따라 다르다. 문제는 어리광이다. 우리는 엄마의 보호를 받고 선배와 국가와 이웃과 동료의 도움을 받으므로 세상은 당연히 내 편이고 다른 모든 사람은 나를 돕기 위해서 존재한다고 착각한다. 나를 돕지 않으면? 울어버릴테야. 뒹굴어버릴테야. 어리광 작전이다. 삐쳐서 말 안하고 밥 안 먹고 구석탱이에 쭈그리고 앉아 있으면 누가 와서 챙겨주겠지. 보듬어주겠지. 천만에. 그건 미성년자에게만 해당된다. 그런데 어리광 전략이 통할 수도 있다. 한무제 때 곽거병과 위청의 예가 그렇다. 어린 곽거병은 황제의 조카로 태어났고 나이가 있는 위청은 양치기 노예로 태어났는데 어쩌다가 황후의 동생이 되었다. 누나가 출세하는 바람에 묻어간 거다. 황후의 동생이나 황제의 조카나 신분은 같은 황족이다. 그런데 출생당시 기준으로는 황자와 노예로 다르다. 그게 위청에겐 평생의 트라우마가 되었다. 곽거병은 구김살 없이 자라나 당당하게 싸우다가 졸지에 죽었고 위청은 노예로 태어나 전전긍긍 하며 살다가 욕을 먹었다. 역사는 곽거병을 높이 평가한다. 곽거병의 어리광이 장점이 될 수도 있고 단점이 될 수도 있다. 곽거병의 어리광은 먹혔지만 위험했다. 그는 워낙 유능했기 때문에 부하를 막 대하고 교만하게 굴어도 병사들이 군말없이 따라주었다. 그런데 리스크를 높였다. 조심성 없이 나대다가 죽었다. 반면 위청은 소심해서 공을 세우고도 인정받지 못했다. 안철수의 어리광이 젊었을 때는 통했지만 나이가 들면 통하지 않는다. 곽거병이 오래 살았다면 부하에게 배신당해 죽는다. 부하들이 충성한 이유는 한무제가 특별히 정예를 붙여주었기 때문이다. 알렉산더도 오만하게 굴다가 죽었다. 그래서 독살설이 있는 것이다. 젊은이의 오만은 귀엽지만 노인의 오만은 추태다. 어리광 전략이 때로는 통하기 때문에 턱없이 어리광으로 밀다가 안철수 꼴 난다는 거다. 우리는 왕자나 공주로 태어나지도 않았잖아. 중요한건 우리 앞에 놓여진 게임이다. 스테이지를 깨야 다음 게임으로 넘어간다. 영역확보와 서열확인을 통한 피아구분이 먼저고 본 게임은 그다음이다. 적과 아군의 구분이다. 뒷담화 하는 사람은 적이므로 신경 안써도 되지만 적이 많아도 곤란하다. 이쪽에 적이 하나 생기면 저쪽에 우군을 하나 만드는 식으로 대응하자. 적에게 잘 보여서 인정받으려고 애쓸 필요없다. 능력이 있다면 적을 꼬셔서 내편으로 만들 수도 있지만 특히 필자처럼 사회성이 부족해서 못하는게 많은 사람은 포기하는 게 빠르다. 맥주거품이 잔에 넘치게 따라서 휴지로 테이블을 닦는 실수를 30년째 하고 있는데 고쳐지지 않는다. 그래서 막걸리로 갈아탔는데 이번에는 국순당이 탄산을 집어넣더라. 해보자는 거냐? 막걸리를 흔들지 않고 맑은 술로 마시는 회피기동으로 버텨본다. 하여간 노래도 못하고, 춤도 못하고, 체조도 못하고, 잡기는 다 못한다. 못하는 것을 포기하고 잘하는 것을 해야 한다. 초보자는 단점의 보완이 먹히지만 고수는 장점의 극대화가 먹힌다. 재능있는 학생이 고수의 레슨을 받아 단점을 고치면 바로 성공한다. 이런건 학생시절 이야기고 프로가 되면 피아노 레슨을 해줄 사람이 없다. 인생은 실전이다. 어리광 부리고 도움을 바라다가 인실좆을 당한다. 인생 최후의 게임은 단체전이고 단체전은 하나만 잘해도 스카웃 된다. 무난한 선수보다 특징적인 선수가 낫다. 인생은 딱 두 가지다. 영역확보와 서열정리. 그다음은 그것을 연주하는 상호작용. 영역확보와 서열정리를 줄여서 말하면 피아구분. 인생을 하나의 작품이라고 생각하자. 우여곡절이 있고, 드라마가 있고, 잘나갈 때가 있고, 자빠지고 다시 일어설 때가 있다. 그리고 후배들에게 교훈을 남긴다. 완전성을 추구하기다. 잘할 필요는 없고 잘할 가능성을 보여주는게 좋다. 왜냐하면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나기 때문이다. 인생 최후의 대결은 단체전이며 내가 소속된 팀 안에서 쓸모를 인정받으면 되는 거다. 역사는 단판승부가 아니라 장기전이기 때문이다. 이쪽에서 잃은 만큼 저쪽에서 따먹어야 한다. 지는 게임을 계속할 이유가 없고 다른 곳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어가야 한다. 적군에게 아부할 이유가 없다. 어려운 문제는 적군이므로 상대해 주지도 말자. 너랑 안놀아. 절교다. 쉬운 문제만 이뻐하자. 못하는게 하나 포착되면 잘하는 것을 하나 만들자. 정 안되면 직업을 갈아타자. 적군의 공격에 내가 상처입을 이유가 없다. 보통은 말들한다. 네가 어떻게 내게 이럴 수가 있어? 그럴 수가 있지. 다 적군인데. 그들은 당연히 내편이라는듯이 말한다. 나를 도와준 적도 없으면서 말이다. 내가 왜 네 편이야? 옛날 만화 천하무적 홍대리는 회피기동에 능했다. 부장님이 잔소리를 할 때마다 마음 속으로 애국가를 부른다. 애국가는 지루하지만 하나의 도피처가 된다. 인생은 타자성 속에서 주체성을 건설하는 게임. 미션을 받아서 스테이지를 하나씩 깨나가는 것. 아군의 뒤통수는 신경쓰이지만 적군의 비난은 무시. 그게 적을 약올려주는 방법. 아군인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적군이면? 피곤하다. 피아구분 잘해야 한다. 모두가 적이고 타자고 남이고 깨뜨려야 할 나의 상대. 내가 조금씩 따먹어서 내 편을 만들어야 한다. 그것이 인생이라는 게임의 룰이 되는 영역확보와 서열정리. 지는 싸움을 오기로 계속하지 말고 쿨하게 패배 인정하고 다른 쪽에서 새로운 전단을 열 것. 그러다가 포트폴리오가 너무 많아져도 피곤. 이기는 게임을 설계하려면 먼저 천하인이 되어야 하는 것. 신을 내 편으로 만들고, 환경을 내 편으로 만들고, 역사와 진보와 문명의 편에 들어야 한다. 그게 기세를 만들어 좋은 운이 들어올 확률을 높이는 것. 뒤통수 안 맞으려면 이게 게임이고 전쟁이라는 사실을 간파하고 있어야 한다. 믿다가 배신당했다고 변명하지만 사실은 어리광 부리며 의존하다가 동료와 손발을 못 맞추고 팀플레이가 안 되어 버려진 것이다. 안철수처럼 어리광 부리면 다들 지쳐버린다. 내 편이 적보다 많으면 인생은 성공.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그게 일이기 때문. 일은 일이다. 무의식 속에서 호르몬이 작용해 혹시 내가 버려진게 아닐까? 엄마를 찾아야 해. 하고 두리번거리므로 괴롭다. 우리는 철이 든 어른이잖아. 이제부터 내가 엄마다. 등 뒤에 적이 있으므로 불안하다. 등 뒤에 신을 배치하면 안전하다. 진리와 역사와 진보와 자연과 문명이 뒷배가 된다. 기세를 타는 방법이다. |
국순당이 탄산을 넣다니..ㅋㅋㅋㅋ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