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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4096 vote 1 2021.04.02 (11:59:52)

    강한 개인의 시대


    동호회는 지고 유튜버가 뜬다. 패거리가 사라지고 개인이 도드라지는 시대다. 21세기는 강한 개인의 시대다. 그들은 스마트와 SNS라는 신무기로 무장하고 있다. 강한 개인의 시대에 우리는 더 똑똑해지고 더 긴밀해져야 한다. 스마트로 똑똑해지고 SNS로 긴밀해진다.


    우리가 고전하는 이유는 위엄을 잃었기 때문이다. 몰려다니며 패거리 행동을 하므로 위엄을 잃는다. 폭넓게 산개하여 곳곳에 개인호를 만들고 각자 위치를 지켜야 한다. 음모론이 일시적으로 기세를 올리는 데는 도움이 되지만 쪽 팔린다. 몰려다니는 패거리로 보여진다.


    힘은 기세에서 나오고, 기세를 얻으려면 모여야 하는데, 모이면 몰리고, 몰리면 죽는다. 모이되 몰리지 말아야 한다. 흩어져 있다가 리더가 신호탄을 쏘면 일제히 모일 수 있어야 한다. 그리고 다시 흩어지기를 반복해야 한다. 강한 개인의 시대에 필요한 개인전술이다.


    병사는 많은데 장교가 없고, 엘리트는 많은데 리더가 없다. 이것이 우리의 당면한 현실이다. 노빠는 장교가 아니라 병사다. 병사는 소집에 응하고 명령을 따라야 한다. 장교는 판단하고 책임져야 한다. 병사들의 기세에 장교까지 휩쓸린다면 그 군대는 죽은 군대가 된다.


    엘리트는 도구를 가지고 문제를 해결하는 사람이고, 리더는 자신을 희생시키는 방법으로 깃발을 꽂아서 큰 싸움판을 벌여놓고 무리를 초대하는 사람이다. 엘리트의 도구는 방해자를 제거하는 마이너스고, 리더의 깃발은 무리를 초대하는 플러스다. 바라보는 방향이 다르다. 


    엘리트는 자신의 기술을 뽐낼 뿐 타인을 초대하지 않는다. 엘리트는 남들이 갖지 못한 인맥과 정보와 미디어와 글재주라는 도구를 가지고 있다. 장교는 사병의 기세에 휘둘리기 쉽고 논객은 글의 기세에 말려들기 쉽다. 논리가 그럴듯하고 조중동에 먹어주면 넘어간다.


    판단을 글로 옮겨야 하는데 촌철살인의 치고 나가는 기세에 판단을 맞추다가 노무현 죽이고 박원순 죽인다. 도구를 장악하고 우월적 지위를 누리므로 대중과 서 있는 층위가 다르다. 자기 존재를 과시하며 대중과 틀어진다. 리더와 장교와 병사 간의 호흡은 깨지고 만다.


    좌파 엘리트의 비열함과 역량 있는 장교단의 부재를 들킨 것이 우리가 쪽을 팔게 된 원인이다. 신상철같이 상태가 안 좋은 사람은 걸러내야 하는데 방법이 없다. 한겨레, 경향은 배반했고 우리 쪽에 언론이 없다는게 약점이다. 생각하면 이것이 다 생태 또라이들 때문이다.


    생태주의는 시어도어 카진스키가 시조라 하겠는데 유나바머로 불렸던 유명한 폭탄테러범이다. 우편폭탄을 대학에 보내서 교수를 여럿 잡았는데 수십 년간 잡히지 않고 활약해서 명성을 얻었다. 이 양반은 툰베리와 마찬가지로 아스퍼거다. 사회부적응자의 신세한탄이다.


    한국에 와서는 지식인 중심의 신흥 사이비종교가 되었다. 이런 자들이 자칭 진보라며 활개를 치고 있으니 우리가 도매금으로 몰려 쪽을 팔았다. 온난화 위기에 생태주의는 필요한 의제가 되지만 사이비의 주술로 빠져도 안 된다. 진보가 과학의 엄격함을 잃으면 안 된다.


    문제는 사고방식이다. 우주는 그 자체로 불완전하고 위태롭고 모순에 가득찬 것이며 그 모순의 힘에 의해 작동하는 것이다. 우리가 막연히 완전하다고 믿는 것은 대칭되는 것이다. 대칭은 교착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움직이지 않으면 나를 해치지도 않을 테니 좋은 거다?


    그게 수동적인 자세다. 움직이지 않는 것은 죽은 것이라 에너지가 없다. 산 노무현은 무섭고 죽은 노무현이 좋다는 식이라면 비열하다. 모험과 도전 없이 안전만 찾아다니는 수동적 자세로는 내 한몸이나 건사할 뿐 70억 인류를 책임질 수 없다. 결정적으로 쪽을 팔린다.


    인간은 살아있다. 정이 아니라 동이다. 움직이는 것과 동조화 된다. 대칭을 깨는 비대칭에 의해 세상은 움직이며 비대칭은 원래 폭주의 가능성을 안고 가는 위태로운 것이다. 완벽하고 편안하고 안전하고 조용하고 극락 같고 천국과 같은 곳은 원래 없다. 그게 있으면 안 된다.


    그게 사회적 동물인 인간의 사회화를 방해하기 때문이다. 인간은 운명적으로 위태로운 존재다. 인간은 개인으로 태어나서 사회로 들어갔다가 다시 독립하여 개인으로 우뚝 선다. 그리고 죽는다. 처음의 개인과 나중의 개인은 다르다. 환경을 장악했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환경이 갑이고 인간은 을이다. 패거리에 가담하여 환경과 맞선다. 환경과 상호작용하는 게임에 이겨서 내가 환경을 장악하고 독립한다. 그것이 인생이다. 완전성은 그 가운데 있다. 패거리로 들어갔다가 다시 독립하여 강한 개인으로 일어서는 과정은 위태로운 것이다.


    개인으로 고립되면 말라 죽고 패거리에 들어가면 폭주한다. 그 위태로움을 연주할 수 있어야 한다. 파도를 타는 서퍼처럼 흐름에 올라타면서 파도에 휩쓸리지는 말아야 한다. 파도를 이기고 패거리의 기세를 이기는 그것이 예술이다. 기세를 추구하되 기세를 이겨야 한다.

 

    에너지를 추구하되 에너지를 이겨야 한다. 권력을 추구하되 권력을 이겨야 한다. 권력과 기세와 에너지의 노예가 되면 안 된다. 인간은 위험 앞에서 결속된다. 위험이 없으면 다들 자기 집에 짱박혀서 기어나오지 않는다. 그러므로 위험이 없는 이상사회는 멸망사회다. 


    역동성을 가지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사회가 정답이다. 인간은 설레임과 스트레스를 안고 가는 존재다. 인간은 어차피 죽지만 물려줄 이야기를 하나 남기면 성공이다. 인간은 완전성을 추구한다. 그 완전성은 조용하고 안전하고 평화롭고 심심하고 죽은 완전성이 아니다.


    정지해 있는 무언가에 도달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는 이야기의 완전성을 추구해야 한다. 완전한 것은 대칭되고 변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사건을 다음 단계로 전달할 수 있는 역동적인 것이며 사건의 연결에 필요한 요소들이 골고루 갖추어진 것이다.


    그것은 기세다. 기세를 얻으면 완전하다. 돌은 기세가 없고 생명은 기세가 있다. 흩어지면 기세가 없다. 말라죽는다. 모이면 몰린다. 그곳이 궁지다. 몰려도 기세를 잃게 된다. 흩어졌다가 일제히 모이는 과정에 기세가 있다. 그러므로 모여도 애초에 크게 모여야 한다.


    작게 모이므로 몰리는 것이다. 모이되 유유상종의 패거리가 아닌 인류 단위로 모이고, 국가 단위로 모이고, 문명 단위로 모이고, 역사 단위로 모여야 한다. 기세는 효율성에 의해 만들어진다. 효율성을 얻으려면 벽을 등져야 한다. 링줄을 등지려다가 코너에 몰리는 것이다. 


    보수는 좁은 곳에 몰려서 압사하고 진보는 넓은 곳에 흩어져서 각개격파 된다. 우리는 달라야 한다. 스마트의 영리함과 SNS의 긴밀함으로 무장하고 뭉치기와 흩어지기를 자유자재로 해야 한다. 프레임에 의존하면 말싸움에 이길 수 있지만 그것이 나중 발목을 잡는다.


    상대가 왼쪽으로 가면 무조건 오른쪽으로 가는 프레임 전술이 의사전달을 편하게 하여 반짝 기세를 올리는데 도움이 되지만, 그러다가 오류가 드러나도 방향전환을 못하게 된다. 기세 뒤에 매달리지 말고 기세 위에 올라타야 한다. 리더와 장교단은 그 기술을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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