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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3819 vote 0 2021.03.28 (21:37:11)

    기세부여가 진짜다

     

    동물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하나는 영역순찰이다. 개가 산책을 나서는 것과 같다. 둘째는 서열확인이다. 한바탕 힘겨루기를 해야 관계가 정립된다. 상호작용은 그다음이다. 영역을 확보하고 관계가 정립되면 비로소 동기가 포착되어 상호작용을 시작한다. 


    동기부여는 대략 거짓이고 기세부여가 진짜다. 에너지 부여가 진짜다. 동기에 이르기까지 이전단계에 답이 있다. 절차를 밟으면서 기세가 일어나고 관성을 성립되고 시너지 효과를 일으킨다. 동기는 행동을 촉발한다. 그런데 힘이 있고 상대를 만나야 행동을 한다. 


    미성년자가 이성을 만난들 동기가 될 수 없다. 호르몬이 나오지 않기 때문이다. 힘을 얻는게 먼저고, 만나는게 두 번째고, 동기는 그다음이다. 명문대 입학은 에너지 부여다. 대학에 입학했다면 영역을 획득한 것이다. 회사에 합격해도 마찬가지로 영역확보가 된다. 


    입시에 떨어지고 구직에 실패하면 사회와 겉돌게 된다. 비빌 언덕이 없다. 에너지가 없다. 타인에게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없다. 지갑도 없이 백화점에 가는 꼴이다. 동기고 뭐고 간에 의미가 없다. 서점가의 처세술 코너에 진열되는 동기타령은 사실이지 공허하다.


    막연하게 자신감을 가져라. 매사에 긍정하라. 불가능은 없다 하고 사기 치지 말고 양심적으로 먼저 영역확보, 관계정립의 절차부터 하나씩 밟아가라고 조언하는게 맞다. 동기타령은 욕망을 긍정하여 욕망에 따른 죄의식을 덜어주는 방법으로 독자에게 아부하는 짓이다. 


    무엇이 다른가? 동기는 무에서 갑자기 돌출한다. 갑툭튀다. 운에 달려 있다. 즉 개소리다. 논리적 근거가 없다. 기세는 다르다. 사건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일어난다. 사건과 사건을 연결하는 것이 기세다. 하나의 사건이 끝났을 때의 여력으로 다음 사건을 일으킨다.


    양의 피드백을 이루는 에너지의 잉여가 기세를 만든다. 그런데 머리에 꼬리를 연결할 수는 있어도 꼬리에 머리를 연결할 수 없다. 기관차에 객차를 연결할 수는 있어도 그 반대는 없다. 객차는 기관차를 끌지 못하기 때문이다. 영역확보 서열확인이 동기에 선행한다. 


    여행을 하거나 독서를 하는 것도 영역확보가 된다. 동호회에 가입하거나 취미생활을 하는 것도 영역확보다. 가족을 얻거나 주택을 구입할 수도 있다. 차를 사거나 땅을 일구어도 좋다. 뭔가 사건을 연결할 꼬투리가 있어야 한다. 그게 추상적 영역이라도 상관없다. 


    역사의 편, 진리의 편, 진보의 편, 문명의 편, 자연의 편에 가담해야 한다. 천하인이 되어야 한다. 마음으로 천하를 획득하기다. 아프리카에 가뭄이 들어도 내가 고통을 느껴야 한다. 거기에 안 가봤지만 가상의 영역이 된다. 사이버 공간의 가상영역이라도 도움이 된다.


    많은 독서와 여행과 체험이 필요하다. 다른 피부색, 다른 종교, 다른 언어, 다른 성별, 다른 계급에 속하는 사람들과 접촉해봐야 내 영역이 넗어진다. 개는 오줌을 뿌려서 영역을 획득한다. 내 소유의 토지가 아니라도 내 추억이 묻어있고 내게 익숙하면 나의 영역이다.


다음 관계정립은 상호작용할 물리적 대상을 얻는 것이다. 배우자와의 만남, 친구와의 만남, 동료와의 만남이 그러하다. 사랑이나 의리로 관계를 정립할 수 있다. 결정적으로 내가 이겨야 한다. 내가 먼저 말을 걸 수 있는 관계라야 한다는 말이다. 경쟁관계는 아니다.


아기는 엄마를 이긴다. 꼬박꼬박 말대답 한다. 스승과 제자의 관계도 이기는 관계다. 제자는 얻는게 있다. 스승도 얻는게 있다. 점장과 알바의 관계도 마찬가지다. 서로 이기는 윈윈관계다. 보스와 부하의 관계라도 같다. 원하는 것을 얻을 수 있는 이득이 되는 관계다. 


내 편에 속해야 한다. 적이면 곤란하다. 피아구분 들어간다. 경쟁관계는 좋지 않다. 주체냐 타자냐다. 주체가 되어야 한다. 타자성이 성립하면 상대방의 행동을 지켜보고 내 행동을 결정해야 한다. 내게 주도권이 없다. 남의 눈치를 봐야 한다면 내가 지는 게임이다. 


안철수의 간보기 정치 말이다. 결론적으로 내 존재가 받아들여져서 내 영역이 획득되고 내가 사건을 주도하여 내게 이득이 되는 내가 이기는 게임이 설계될 때 비로소 동기가 포착되어 행동이 촉발된다. 영역이 없으면 총이 없고 내가 지는 만남은 총알이 없는 셈이다. 


총도 없고 총알도 없는데 동기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총을 획득하고 총알을 장전하면 기세가 오른다. 흥분한다. 긴장한다. 업 된다. 설레인다. 자신감이 넘친다. 당당하게 말을 걸 수 있다. 내가 먼저 의견을 낸다. 그때 황건적이 출몰하면 바로 도원결의 들어가 준다. 


유비와 관우 장비가 실력과 평판과 명성을 얻은 것이 영역이다. 만날 사람을 만난 것이 관계정립이다. 황건적 토벌이라는 동기가 작동해준다. 영역을 획득하고 관계를 정립하기 어렵다. 동기부여는 쉽다. 먹고 말거야. 치토스! 하면 그게 동기가 된다. 그런데 거짓이다.


SNS에서 활약할 만한 실력을 갖추는 것이 영역확보다. 진보나 보수 진영에 속하는 것은 관계정립이다. 그다음에 촛불이라는 동기가 발동된다. 최순실의 국정농단이라는 동기가 포착된다. 동기부여는 쉽다. 서랍을 열었더니 최순실의 태블릿이 있었다. 터뜨려보자.


서랍을 연다. 태블릿을 입수한다. 방송사에 제보한다. 너무 쉽잖아. 그 이전에 국민이 분노가 임계에 도달해 있었다는 사실은 간과한다. 최순실은 눈에 보인다. 태블릿도 눈에 보인다. 사대강도 눈에 보인다. 눈에 보이는 걸로 미디어에 떠들기 쉽지만 진짜는 아니다. 


삼류 처세술 장사치들이 동기를 팔아먹는 이유는 그게 쉬워 보이기 때문이다. 손만 뻗으면 태블릿, 제보만 하면 보도, 보도만 하면 촛불, 촛불만 들면 탄핵. 얼마나 쉽냐? 영역획득과 관계정립은 어렵다. 노무현이 뿌린 씨앗이 와신상담 절치부심 10년에 결실을 이룬다. 


유비가 실력을 기르고 명성을 얻기는 어렵고 관우와 장비를 만나기도 어렵다. 공부를 하고 무술을 익히고 명성을 얻는 데 10년이 걸린다. 황건적의 토벌은 쉽다. 황건적이 거기에 있으니까 그냥 달려가면 된다. 하룻만에 도달한다. 그러나 실패한다. 현시창이다.


실력도 없고 동료도 없는데 성공할 리가 없다. 영화에서는 쉽다. 우연히 동기가 부여되는 사건이 일어난다. 자빠져도 미녀 무릎에 자빠진다. 쏟아도 미남 옷자락에 커피를 쏟는다. 첫눈에 반한다. 현실에서는 불가능하다. 좋은 학벌, 높은 신분, 많은 독서가 필요하다.


충분한 경험, 진실한 친구, 믿을 만한 동료가 있어야 동기가 작동한다. 솔직하게 인생의 진실을 말하면 책이 안 팔린다. 입에 달달한 거짓말을 해줘야 한다. 불편한 진실을 말해보자. 인간을 움직이는 근원은 이기는 게임이다. 기세가 거기에 있다. 그것이 주체성이다. 


사건이 꼬리에 꼬리를 물 때 기세가 있다. 서랍의 태블릿, 손석희의 보도, 100만 시민의 촛불, 국회의 탄핵, 헌재의 탄핵인용, 대통령 선거까지 치고 나가는 기세가 있다. 관성력이 작용한다. 내가 선창하면 다른 사람이 호응해준다. 내가 불렀을 때 친구들이 응답한다.


내가 프로포즈를 했을 때 수락해준다. 내가 부르면 달려와 준다. 그러나 현실은 만만치 않다. 프로포즈에는 거절이 다반사. 부르면 잠수타기가 다반사. 선창하면 째려보기가 다반사. 인사하면 외면하기가 다반사. 그게 현실이다. 타자성은 실패다. 남남이면 지는 게임.


내 영역을 얻고 내 게임을 이루어야 한다. 나의 작품, 나의 아이디어, 나의 뿌린 씨앗, 나의 비빌 언덕에서 진짜 이야기는 시작된다. 그러므로 큰 사건에 가담해야 한다. 작은 사건에 승률은 잘해봤자 반반이다. 역사단위 문명단위 인류단위의 큰 승부에는 항상 이긴다.


프로필 이미지 [레벨:22]이금재.

2021.03.29 (00:03:01)

이념갈등, 노사갈등, 지역갈등, 세대갈등, 성소수자갈등, 인종갈등, 기술갈등, 한일갈등, 미중갈등.. 등등등

하다가 요새는 남녀갈등

그리고 진/보갈등. 이왕이면 진보갈등이 좋을듯. 다른 걸 포함하니깐.

[레벨:4]고향은

2021.03.29 (13:44:58)

"입시에 떨어지고 구직에 실패하면
사회와 겉돌게 된다 - 비빌 언덕이 없다
- 에너지가 없다
- 지갑도 없이 백화점에 가는 꼴이다"

"양의 피드백을 이루는 에너지의 잉여가
기세를 만든다"

>
현실에서 실제로 일어난
성공경험의 축적이 기세를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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