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시스템 무에서 유가 나오는게 신통한 것이다. 무는 걱정할 이유가 없다. 없기 때문이다. 상대할 이유가 없다. 유는 막으면 된다. 어디에 있는지 빤히 보이니까. 무에서 유가 나오면 곤란해진다. 갑작스런 돌풍, 갑작스런 흥행, 갑작스런 기세는 막을 수 없다. 그것은 원래 없었기 때문이다. 있으면 대비할 수 있는데 없는 것은 대비할 수도 없다. 날벼락처럼 들이치는 그것은 기세다. 기세를 만들어내는 자가 이긴다. 기세는 원래 없었는데 일정한 조건에서 수학적으로 도출된다. 에너지 보존의 법칙을 거스르지는 않는다. 자원은 보존되고 내부질서만 만들어낸다. 그런데 질서는 자원의 숫자가 일정한 정도로 담보되어 있어야 한다. 수학에 의지하기 때문이다. 숫자가 없으면 기세도 없다. 혼자서는 질서가 없다. 둘이라도 질서가 없다. 둘은 평등하다. 셋이면 2 대 1로 편 먹고 소외되고 차별이 일어난다. 그것은 갑자기 생겨나는 것이다. 셋이면 유비, 관우, 장비 삼형제처럼 결속하기도 하고 한 여자와 두 남자처럼 서로 다투기도 한다. 그때부터 지휘자의 역량이 중요해진다. 하모니와 앙상블이 중요해진다. 실력보다 예의가 중요해진다. 대중은 숫자가 있으므로 질서를 만들어낼 수 있지만 엘리트는 불가능하다. 중권이들이 김어준을 질투하는 이유다. 자신에게는 없는 것이 김어준에게 있기 때문이다. 링 위에서 일대일로 붙으면 엘리트가 이길거 같은데 대중이 쪽수를 만들어오면 김어준에게 갑자기 없는게 생겨나서 곤란해진다. 갑자기 기세가 생기고 방향이 생기고 힘이 생겨버린다. 진중권은 그야말로 날벼락을 맞는 것이다. 자연에서는 저절로 기세가 만들어진다. 대표적인 것이 불이다. 우주공간에서 성냥불을 켜면 어떻게 될까? 잠시 타다가 꺼진다. 불꽃이 어디로 가야 할지 방향을 정할 수 없다. 불꽃은 가운데 모여 있다. 밖에서 산소가 공급되지 않는다. 내부에서 이산화탄소가 빠져나가지 않기 때문이다. 우주공간에서 불을 지피기는 어렵다. 지구에는 신기하게 금방 방향이 만들어진다.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오른다. 질서가 만들어진다. 입력부와 출력부와 의사결정부가 발생한다. 그런 결정은 순식간에 일어난다. 저절로 된다.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니다. 아궁이에 불을 지펴보면 안다. 불이 조금 타다가 꺼져버린다. 연기가 빠져나갈 방향을 못 찾기 때문이다. 흐린 날에 바람이 역류하기라도 하면 불은 꺼지고 만다. 로켓 스토브나 터보라이터를 보면 알 수 있다. 방향이 맹렬해져서 기세를 잘 보여준다. 불을 지펴보면 불이 나름대로 고집이 세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인간이 원하는 대로 타지 않고 자기 타고 싶은 데로 탄다. 불이 원하는 것은 산소가 한 방향으로 들어와야 하며 입구가 좁아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가 갖추어지면 폭발적으로 연소된다. 이는 우리의 상식과 다르다. 입구가 커야 불이 잘 들어갈 것 같은데 실상은 반대다. 좁은 공간 효과 때문이다. 좁아야 내부에 진공이 만들어져 공기를 빨아들이며 그 속도가 불꽃 내부로 강하게 침투하여 연소를 돕는 것이다. 안철수들의 삽질은 입구를 넓히다가 망하는 것이다. 모닥불 한 번 안 지펴본 자다. 진중권의 무식도 같다. 입구가 넓을수록 기세는 감소하는데 엘리트들은 항상 반대로 생각한다. 아무나 들어갈 수 있다면 아무도 들어가지 않는다. 중도는 입구가 넓어서 정치가 흥하기 어렵다. 진입장벽이 없으면 진입하는 사람도 없다. 자체 권력이 만들어지지 않는 이유다. 한낮에 뜨거워진 공기의 대류현상도 그러하다. 메뚜기떼의 이동도 그러하다. 극장가의 흥행도 그러하다. 신곡의 유행도 그러하다. 대중은 좋은 곡을 원하는 게 아니다. 권력있는 곡을 원한다. 노래를 즐기는게 아니라 노래의 전파과정에서 동료를 지배하려고 한다. 권력이 있다. 물이 바람이나 불이나 대중이나 흥행이나 이윤이나 권력이나 모두 일정한 숫자가 되어야 시스템이 작동한다. 입구가 좁아야 꼬리에 꼬리를 물게 되며 꼬리에 꼬리를 물어야 먼저 진입한 자가 권력을 가진다. 그럴 때 기세가 만들어진다. 숫자가 많을수록 방향성은 두드러진다. 거센 급류를 이룬다. 그것은 원래 없다가 갑자기 발생하므로 상대가 대응하지 못한다. 민중만 할 수 있고 엘리트는 절대 할 수 없다. 적들이 노무현과 문재인을 반드시 죽여야 하는 이유다. 자기네는 절대 못 하는 것을 노무현과 문재인이 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들은 화를 낸다. 노무현이 원래 없던 것을 만들어냈기 때문에 공평하지 않다고 생각한다. 상고 나온 노무현을 서울대 나온 진중권이 이겨야 정상인데. 일대일로 붙으면 서울대가 이기는데. 노무현이 기세라는 암기를 들고나와서 억울하다. 기세를 다룰 줄 모르는 자신의 무식을 인정하지는 않고. 보일러 기사는 아는데 진중권은 모른다. 대중은 아는데 엘리트는 모른다. 세상의 모든 비밀은 그곳에 있다. 기세를 가진 자가 이긴다. 타이밍을 조절하여 밀고 당기며 기세를 연주하는 자는 무적이 된다. 없는 것이 갑자기 생기면 적들은 당황한다. 기세에 대응하지 못한다. 있는 것은 보이는데 없는 것은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기세는 없다가 갑자기 생기므로 막을 수 없다. 적들은 노무현이 음모를 꾸몄다고 생각한다. 보이지 않으니까. 그래서 노무현을 죽인다. 사람을 죽이지 않고 기세를 막는 방법은 없으니까. 그들이 뻔뻔한 살인자 된 이유다. 그런데 있다. 기세는 준비되어 있다. 아는 사람은 미리 볼 수 있다. 기세가 보이고 결이 보이고 방향이 보인다. 흐름이 보인다. 입구와 출구와 연소실이 보인다. 그것을 조절할 수도 있다. 내가 원하는 타이밍에 기세를 터뜨릴 수 있다. 그 이치를 아는 자가 천하를 가지는 법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