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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3460 vote 0 2017.08.23 (18:47:09)

     

    질, 입자, 힘, 운동, 량은 분명히 순서대로 작동하지만 의사결정에 있어서의 시간차는 없다. 그러나 외부에서 관측하면 시간이 걸려 보인다. 이렇게 말하면 헷갈릴 수 있다. 설명하기가 용이하지 않은데 전체와 부분의 관계다. 비유하면 대대, 중대, 소대, 분대, 병의 순서다. 대대가 이동한다면 병도 이동하고 있다.


    그러나 병이 이동하고 있다면 그냥 어떤 병사 한 명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대대가 움직일 때 동시에 병이 움직인다는 말은 모든 병사가 움직인다는 말이고, 병이 움직일 때의 병은 그냥 어떤 병사 한 사람을 말하는 것이다. 여기에 관측의 문제가 있는데 대대가 움직일 때는 병사가 무리에 섞여서 포착되지 않는다.


    대대는 움직이지 않고 특정한 병사 한 명만 움직인다면 관측자 눈에 잘 보인다. 질이 움직이면 량도 움직이지만, 그 량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량이 움직이면 보인다. 몸이 움직일 때 손도 몸에 붙어 있으므로 당연히 손도 함께 움직이지만 손의 움직임은 보이지 않는다. 손만 움직이면 그 움직임이 잘 보인다.


    버스가 가면 그 버스를 탄 승객도 가는 거지만, 승객은 제자리에 가만히 앉아있는 것처럼 보인다. 서울에서 부산까지 가도 움직임이 포착되지 않는다. 버스는 멈추고 승객만 움직이면 당연히 움직임이 보인다. 이런 이유로 해서 외부 관측자의 눈에는 질, 입자, 힘, 운동, 량의 순서대로 움직임이 포착되는 것이다.


    질이 움직였을 때 량도 움직이지만 량은 질에 량이 포함되므로 이 부분은 논하지 않는 것이다. 질에 입자가 포함되고, 입자에 힘이, 힘에 운동이, 운동에 량이 포함되므로 동시에 결정된다. 그러나 외부의 관측자의 눈에 전달되는 것은 다르다. 물고기의 움직임으로 보자. 질은 결합한다. 물고기는 물과 결합한다.


    물고기는 전방을 주시하며 주변환경과 자신을 결합시킨다. 이때 물고기 전체가 해당되지만, 주로 뇌의 의사결정이 중요하고 나머지는 대부분 대기상태다. 대대가 이동할 때 300명의 병사가 모두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에 대기하고 있지만 실질적인 의사결정은 대대장 한 명이 한다. 병사 300명의 대기상태는 무시한다.


    대대장 한 명의 의사결정만 논하는 것이다. 그러나 사실은 완전군장으로 연병장에 집합한 병사 300명 모두가 그 의사결정에 참여하고 있다. 그런데 안 쳐준다. 대대장 한 명만 외부의 전화를 받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그 상황에서는 대대장 한 명이 질이다. 그러나 사실은 병사 300명 모두가 질에 포함된다.


    물고기로 보면 뇌가 질을 이룬다. 뇌를 제외한 다른 부분도 대기상태로 개입하지만 논외다. 의사결정은 뇌에서만 일어난다. 입자는 독립한다. 독립한다는 것은 외력에 의지하지 않는 것이다. 물고기가 몸을 가눌 수 있어야 한다. 우리는 그냥 물고기가 있다고 믿지만 그냥 있는 게 아니고 제대로 중심잡고 있다.


    죽은 물고기를 보면 알 수 있다. 배를 뒤집고 물결에 흔들리며 이리저리 떠다니고 있다. 살아있는 물고기는 물결에 휘둘리지 않으니 에너지의 독립이다. 신체에 대한 통제권을 자신이 가져야 한다. 질이 외부와 교감하는 물고기의 눈과 뇌라면 입자는 몸을 가누는 상체다. 실제로는 물고기 전체가 뇌와 연결되었다.


    편의로 의사결정이 일어나는 눈과 뇌에 주목한다. 상체뿐 아니라 하체도 입자의 자세제어에 관여하지만 상체가 더 중요하다. 다음 힘은 부레를 운용하는 것이다. 물고기가 잠수하려면 부레를 뒤로 보내야 하고 수면으로 상승하려면 앞으로 보내야 한다. 물고기는 부레를 움직여서 자신의 진행방향을 결정한다.


    여기서 대칭이 조직된다. 진행방향과 반대방향의 대칭이다. 공간의 방향이 힘에서 결정된다. 질과 입자와 힘과 운동과 량이 모두 대칭을 구성하지만 외부 관찰자의 눈에는 힘의 대칭만 관측된다. 뇌 안의 대칭은 알수없다. 운동은? 물고기가 꼬리쳐 나아간다. 우리는 물고기가 꼬리치는 것을 보고 운동을 인식한다.


    그 이전단계라고 해서 물고기가 운동하지 않은 건 아니다. 눈동자가 움직이는 질의 운동, 몸을 가누는 입자의 운동, 부레를 움직이는 힘의 운동은 외부 관측자 눈에 포착되지 않을 뿐이다. 그러나 눈썰미가 있는 사람은 모두 관측할 수 있다. 량은 물고기 움직임의 값이니 물결이나 소리로 외부에 전달되는 것이다.


    외부의 관측자는 물고기의 뇌가 질을, 몸통이 입자를, 부레가 힘을, 꼬리가 운동을, 흔적이 량을 결정한다고 알지만 이는 관측자 자신의 사정이 반영된 거다. 질, 입자, 힘 과정은 내부에서 일어나므로 외부에서 잘 보이지 않는다. 중요한 건 동시에 움직여도 순서가 있다는 거다. 단계를 건너뛸 수 없기 때문이다.


    투수가 와인드업 자세를 하면 질이다. 이때 몸 전체가 움직인다. 그러나 외부의 관측자는 별로 주목하지 않는다. 그냥 서 있는 것처럼 보이기 때문이다. 투수가 몸 전체의 에너지를 모으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다. 그냥 팔힘으로 공을 던지는 거 아녔어? 아니다. 체중으로 던진다. 몸 전체를 모두 쓰는 거다.


    그러나 공을 놓는 시점은 오직 손끝의 감각이 중요할 뿐이다. 마지막 량 단계는 오직 손가락 끝만 움직이고 나머지는 확실히 빠진다. 관측자 눈에 가장 명확하게 포착되는 것은 운동단계다. 팔을 크게 휘두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잘 포착되지 않을 뿐 모두가 관계한다. 포수가 총을 쏜다면 몸 전체가 사격에 관계한다.


    사격자세가 좋아야 한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죄다 중요하다. 그러나 우리는 그저 손가락만 움직여서 총을 쏜다고 믿는다. 쏘는 순간 호흡을 멈춰야 하므로 몸 전체가 사격에 관여하는 것이다. 질은 결합한다. 먼저 포수와 총이 결합하고, 손가락과 방아쇠가 결합하고, 방아쇠와 공이가 결합하고, 공이와 뇌관이 결합한다.


    뇌관과 흑색화약이 결합하고 흑색화약과 장약이 결합하고 장약과 탄환이 결합한다. 이때 몸, 손가락, 방아쇠, 공이, 뇌관, 흑색화약, 장양, 총알, 탄두의 순으로 결합한다. 더 세부적으로 따지면 수십 개가 결합한다. 이들은 분명 순서가 있다. 실제로는 동시다. 손가락이 방아쇠를 당김과 동시에 총알은 튀어나간다.


    시간차는 거의 없다. 기계적으로 다 연결되어 있으므로 방아쇠에서 탄두까지는 하나의 막대기로 봐도 무방하다. 그래도 미세하게 시간차는 있다. 시간차는 있지만 시간차가 의미있는 것은 아니다. 어쨌든 외부의 관측자 눈에는 이 과정이 보이지 않으므로 타겟이 총알에 맞은 것만 보인다. 화살이 날아가는 과정만 본다.


    분명히 시간차는 존재한다. 그런데 왜 시간차가 없다고 하는가? 외부 관측자에게는 있지만 내부 결정자에게는 없다. 투수가 공을 던진다면 몸 전체의 에너지를 끌어모아 공 하나에 결집시킨다. 공의 입장에서는 에너지의 증폭이다. 그 과정에 에너지의 방향이 꺾이는 것이다. 먼저 방향이 꺾여야 다음 에너지가 증폭된다.


    공간에서 진행방향이 꺾이고 시간에서 에너지가 증폭된다. 지렛대의 원리를 떠올려도 좋다. 시간이 걸릴수록 증폭된다. 움직이는 도르레를 쓴다면 도드레 숫자가 많을수록 힘이 증폭된다. 힘이 증폭되려면 사전에 진행방향이 꺾여야 한다. 시간의 길이는 공간의 거리에 비례하며 공간의 비례는 에너지 낙차에 비례한다.


    공간의 대칭이 시간의 호응에 앞서는 이유는 반드시 방향이 꺾어야 하기 때문이다. 볼펜으로 글자를 쓴다면 볼펜 촉에 힘이 집중된다. 인체와 팔의 힘이 볼펜촉에 결집된다. 그러나 실제로 글자를 쓰는 것은 뇌 안에서 일어난다. 글자는 볼펜이 쓰는게 아니라 사실은 뇌가 쓰는 것이다. 뇌와 손가락 사이에 시차가 있다.


    뇌의 명령이 볼펜에 전달되는데 시간이 걸리는 것은 힘을 증폭하기 때문이고 실제 의사결정은 뇌 안에서 금방 일어난다. 타자를 친다 해도 손가락이 못따라갈 때가 있다. 뇌는 글자를 쳤는데 손이 못쳤다. 필자의 글에 오타가 많은게 그 때문인데 손가락이 느려서다. 의사결정은 일어났지만 에너지 증폭에 실패했다.


    외부 관측자 눈에는 분명히 시간차가 있는듯이 보인다. 어쨌든 뇌가 글자를 치는 의사결정과 손가락이 자판을 치는 집행 사이에는 약간의 시차가 있다. 그러나 의사결정 자체는 동시에 일어난다. 피아니스트는 1초에 20개를 친다. 뇌와 손은 동시에 움직이는 것이다. 어쨌든 손가락이 뇌의 명령을 앞지를 수는 없다.


    가끔 무의식중에 손가락이 뇌를 앞질러서 쳐버리는 수도 있지만 그건 무의식이므로 안쳐준다. 정리하면 의사결정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에 시간차가 없이 동시에 일어나지만 그 집행은 에너지를 증폭하는 과정에 방향전환의 문제가 끼어들어 약간의 시차가 있다는 말이다. 외부의 관측자 눈에는 더 큰 차이가 있다.


    방향전환 문제가 있으므로 절대 앞지를 수 없다. 이는 근원의 비가역성이니 엔트로피다. 모든 의사결정은 방향전환의 절차를 거치며 그 과정에 에너지를 증폭시킨다. 에너지가 증폭된다는 것은 힘이 세지는 게 아니라 한 점에 집중된다는 말이다. 투수의 팔이 길어야 에너지가 증폭된다. 커쇼는 웃고 류현진은 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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