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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20 vote 0 2017.08.19 (12:40:40)

     

    구조론의 출발


    양파껍질을 계속 까면 최후에 무엇이 나올까? 아무것도 없다. 틀렸다. 껍질들의 방향과 순서가 있다. 양파껍질을 계속 까면 최후에 질서가 나온다. 우리는 눈을 부릅뜨고 무언가를 보려고 하므로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친다. 방향과 순서를 보고도 보지 못한다. 감추어진 내면의 질서를 보는 눈을 얻어야 한다. 그것이 깨달음이다.


    구조론과 구조론 아닌 것의 차이다. 요구되는 것은 거대한 발상의 전환이다. 뭐든 까보면 안에서 뭐가 나온다고 믿는 사람과는 진지한 대화를 할 수 없다. 백인은 영혼이 희고 흑인은 영혼이 검다는 식이다. 땅콩을 까면 알맹이가 나오고 사람을 까면 영혼이 나온다는 믿음 말이다. 틀렸다. 사람을 까봐도 나오는 건 전혀 없다.


    악당의 영혼에는 악의 원소가 스며 있고 착한 사람의 영혼에는 선의 원소가 스며 있다는 식이다. 틀렸다. 선악을 결정하는 원소는 없다. 원자론적 사유는 틀렸다. 아무것도 없더라는 허무주의로 도피해도 좋지 않다. 분명 무언가 있다. 구체적인 알맹이는 없지만, 대신 추상적인 질서가 있다. 다만 인간이 추상에 약한 게 단점이다.


    선악을 결정하는 원소는 없어도 선악을 결정하는 질서는 있다. 알맹이는 없어도 껍질은 있다. 인간은 사회라는 껍질을 쓰고 있다. 거기에 선악을 결정하는 질서가 분명히 있다. 좋은 껍질을 쓰면 좋은 사람이 되고 나쁜 껍질을 쓰면 나쁜 사람이 된다. 외부의 껍질에 의해 결정되므로 상대적이다. 그러나 그 질서는 절대적이다. 


    구조론은 상대주의이면서 절대주의다. 결과는 상대적이나 원인은 절대적이다. 결과보다 원인이 중요하다. 원인측은 에너지를 태우고 있고 우리는 그 에너지를 통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 측면보다 절대적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 그러므로 구조론은 절대주의다. 인간의 관측은 상대적이고 에너지의 질서는 절대적이다. 


    우리는 상대로 관측하고 절대로 통제한다. 문제는 마인드다. 세상을 대하는 기본적인 태도와 자세와 입장이다. 포지션이다. 세상과 나 사이에 금긋는 방식이다. 에너지가 없는 외부 관측자의 포지션에 서면 안 된다. 에너지를 가진 내부 통제자의 포지션에 서야 한다. 그럴 때 완전히 다른 세상을 보게 될 것이니 곧 깨달음이다. 


    무언가 눈으로 보려고 하면 안 된다. 분별하고 비교하고 평가하려고 하면 안 된다. 통제하려고 해야 한다. 남녀를 분별해도 좋지 않고 남녀를 비교해도 좋지 않고 남녀를 평가해도 좋지 않다. 한일을 분별해도 좋지 않고 한일을 비교해도 좋지 않고 한일을 평가해도 좋지 않다. 기본적으로 세상과 나 사이에 금을 잘못 그었다.


    관측하면 선과 악의 이원론이 얻어진다. 통제하면 에너지 질서의 일원론이 도출된다. 자연에는 오직 에너지의 방향과 순서가 있을 뿐이다. 보려는 색깔도 없고 전해지는 맛도 없고 맡으려는 냄새도 없고 들으려는 소리도 없고 느끼려는 촉감도 없다. 계에 태워진 에너지의 질서가 있을 뿐 나머지들은 모두 인간의 관념이다. 


    답은 에너지다. 관측자의 개입도 에너지를 이룬다. 에너지가 둘이므로 틀렸다. 이중기준의 오류를 저지르고 있는 것이다. 사건의 질서를 추적하려면 하나의 에너지를 운용해야 한다. 인간이 관측한 역순으로 에너지가 진행하므로 관점을 이동시켜야 한다. 에너지의 방향과 순서 하나만으로 모든 것을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예컨대 벤처기업의 성장성을 논한다면 그 업체가 어떤 아이템을 가지고 있느냐를 보려고 할 뿐 그 업체가 내부에 어떤 의사결정구조를 조직해놓고 있는지를 살펴보지는 않는다. 애플이든 MS든 아이템은 대개 외부에서 주워온 것이다. 아이템은 외부에서 관측되지만 내부 의사결정구조는 일을 시켜봐야 알 수 있는 것이다. 


    본질은 의사결정구조의 차이다. 내적인 조직의 통제가능성이며 외적인 환경변화에의 대응능력이다. 에너지의 운용능력이다. 아마존은 그게 다르다. 페북도 수준이 다르다. 다르게 통제하고 다르게 대응하며 다르게 운용한다. 그들은 특별히 좋은 아이템을 가지고 출발한 게 아니라 평범한 아이템으로 다르게 의사결정했다. 


    초기 아마존의 경쟁자는 백만 개나 있었다. 페북보다 싸이월드가 먼저 있었다. 망한 기업들은 의사결정구조가 망해서 망한 거다. 몽구차의 멸망은 오너의 생색내기 경영 때문이다. 기본에 충실해 고장 안 나는 차를 만들면 기술자가 권력을 갖지만, 비싼 전자장비를 옵션으로 붙여 고가품을 히트시키면 CEO에게 칭찬이 간다. 


    육군이 잘해서 이기면 사병이 칭찬을 듣고 공군이 신무기로 잘해서 이기면 히틀러가 칭찬을 듣는다. 덩케르크 사태의 이유를 알 수 있다. 대부분 기본에 충실하기보다는 신무기로 어째보려고 했다. 회사를 띄우기보다 자기를 띄우려고 한다. 그러다가 돌발적인 리스크에 대응하지 못해서 망한다. 망하는 건 정한 공식이 있다. 


    롯데고 현대고 마천루 짓다 망한다. 흥하는 건 공식 더하기 확률이다. 좋은 소식은 늦게 온다. 경쟁자가 모두 죽는데 시간이 걸리기 때문이다. 관측본능을 극복하고 깨달아 추상적 사고를 익혀야 한다. 통제가능성 관점을 가져야 진짜가 보인다. 통제하고 대응하고 운용하라. 안을 통제하고 밖에 대응하고 에너지를 운용하라.


    태초에 무엇이 있었는가? 에너지 방향성이 있었다. 1은 성질을 갖출 수 없다. 우리는 어떤 1의 존재로부터 사유를 시작한다. 틀렸다. 완전성의 복제로부터 사유를 시작해야 한다. 태초에 하느님이 있었다. 우주가 있었다. 아담이 있었다. 빛이 있었다. 말씀이 있었다. 원자가 있었다. 태초에 어떤 것이 있었으며 그것은 1이다.


    틀렸다. 태초에 1은 있을 수 없다. 어떤 것이 있으려면 그것을 있게 하는 그 무엇의 존재가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시간과 공간의 문제다. 어떤 것이 있다는 것은 관측자인 인간이 건드렸을 때 반응한다는 거다. 어떤 것이 있는데 일체의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유령 같은 것이라면? 그것은 없는 것이다. 반응해야 존재한다.


    반응한다면 그 반응의 출발점이 있어야 한다. 타자의 배트에 투수의 공이 맞았다면 공의 진행방향이 꺾인다. 그 의사결정의 시작점이 있어야 한다. 외국인 선교사가 배를 타고 개항을 요구하며 조선을 방문한다. 어디까지 왔을 때 조선이 반응하는가? 왕의 반응을 포착해야 조선을 발견한 것이다. 제주도 앞바다를 지나갔다?


    조선에 온 것이 아니다. 우리는 물질이 작은 원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마다 고유한 속성이 있으며 그러한 성질의 차이로 분별이 가능하다고 믿지만, 막연한 말이다. 원자니 속성이니 하는 모호한 단어 뒤로 숨은 것이니 비과학적 접근이다. 원자는 쪼개지지 않으니 역시 반응의 문제이며 속성은 관찰되니 역시 반응문제다.


    어떻게 반응하는가는 어떻게 작용하는가에 달렸다. 즉 어떤 것이 속성이 어떻다는 것은 반대로 그것을 관찰한 관찰자의 감각세포가 어떻다는 즉 역설적 자기소개가 된다. 양자역학의 세계로 들어가면 그러한 관찰자의 입장은 무의미해진다. 그런 것에 반응하지 않는다. 우리가 관측도구로 삼는 눈, 코, 귀, 입, 몸을 무시한다.


    그렇다면? 관측대상 그 자체의 고유한 내적 질서를 근거로 삼아야 한다. 관측자가 개입하면 틀어지기 때문이다. 나는 짜장면이 좋다거나 혹은 짬뽕이 좋다거나 하는 건 짜장면이나 짬뽕 그 자체와 무관한 관측자의 입맛에 대한 보고다. 인간이 들이대지 않아도 관측대상이 스스로 질서를 내밀어야 한다. 첫째는 출발점이다.


    양파껍질을 까면 껍질들의 방향과 순서가 있다. 1번은? 건드렸을 때 반응을 하는 시작점이다. 문제는 그 시작점이 엉뚱한 곳에 있다는 점이다. 우리가 구리와 납의 무게를 개량하지만 무게는 지구중심에 있다. 구리와 납은 관계가 없다. 한국에서 1킬로그램이 미국에서도 1킬로인가? 달에서도? 지구중심과 가까울수록 무겁다.


    반응이 엉뚱한 데서 일어나므로 관측은 무효다. 우리가 사물을 관측하는 방법은 사실은 인간의 자기소개다. 우리는 사물의 비중을 재는데 지구를 이용하지만 양자역학 단계로 깊이 들어가면 중력을 쓰는 방법은 비과학적이 다. 신뢰할 수 없다. 어떤 1은 존재할 수 없다. 1은 반응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응점을 도출해야 한다.


    최소 2라야 센터가 반응점을 이룬다. 당구공을 건드렸다. 당구공이 반응하려면 무게중심이 당구공 전체를 장악해야 한다. 그러지 않으면 깨진다. 깨지면 당구공의 질량을 관측할 수 없다. 깨지면 반응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불을 관측하려면 불을 꺼트리지 말아야 한다. 비누거품 꺼지면 관측실패다. 대표자 1점의 도출이다.


    최소 2라야 1점이 도출된다. 반응하면 그 정보를 읽을 3이 있어야 한다. 전달하려면 4가 있어야 한다. 정보 1, 대표 2, 읽기 3, 전달 4, 수용 5가 계 내부에 갖추어져 있다면 우리는 그것을 관측할 수 있다. 에너지를 태우는 다섯 개의 양파껍질이 하나의 질서를 이룬다. 하나의 존재자가 된다. 어떤 소립자든 벗어날 수 없다.


    외부 에너지 작용을 처리하는 닫힌계의 내부질서가 반드시 있는 것이다. 어떤 것이 있다고 치고 그것을 건드리면 그대로 밀려간다.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반응하는게 특이하다. 지구에서는 대부분 중력 때문에 반응한다. 중력의 영향을 받지 않는 소립자는 무사통과다. 1초에 1억 개의 소립자가 내 엄지손톱을 지나가고 있다. 


    반응하지 않는다. 무와 가깝다. 내적 질서는 대칭에 의해 도출된다. 반작용한다는 것은 힘의 진행방향을 바꾼다는 즉 맞선다는 말이다. 맞서려면 그 맞서는 최초지점이 결정되어야 한다. 어떤 존재든 그 일점을 도출할 수 있는 구조가 있다. 배트와 접촉한 이후 어떤 상태에 도달했을 때 공이 튀어나가는가? 대표성의 문제다.


    그것이 양파껍질이다. 우리가 쓰는 시간과 공간은 그 껍질의 일종이다. 에너지와 밸런스와 대칭과 호응과 데이터가 껍질을 이루며 우리는 그중에서 공간대칭과 시간호응을 알지만 그것의 정확한 의미는 모른다. 시공에 셋을 더해 다섯이 계를 이루고 있다가 외력의 작용에 반작용하며 그 과정에 내적 질서를 복제해 전달한다.


    우리는 이 질서를 복제하여 만유를 이해할 수 있다. 사물의 관측은 원시적인 방법이고 구조의 복제가 진실하다. 깨닫지 않으면 안 된다. 당신은 저 세계에 있다. 이 세계로 넘어오지 않으면 안 된다. 관측의 귀납세계에서 복제의 연역세계로 점프하지 않으면 안 된다. 사고방식을 바꾸지 않으면 안 된다. 말이 안 통해서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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