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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156 vote 0 2017.09.07 (11:15:58)

     

    타인을 돕는다는 것


    좋은 요리일수록 좋은 접시에 담아야 한다. 남을 돕는다는 것은 좋은 일이다. 그러므로 합당한 절차가 필요하다. 진보는 이를 망각한다. 자신이 선의를 가졌으므로 마음껏 어리광을 부려도 된다고 생각한다. 유치하게도 말이다. 좋은 것은 예리한 것이며 예리한 것은 상처를 준다. 위태롭다. 그러므로 애들은 가라. 이건 어른들의 진지한 이야기다.


    마광수는 유아틱했다. 그는 마침내 엄마의 자궁 속으로 회귀하고 말았던 거다. 이건 필자의 표현이 아니다. 검색하면 나온다. 엄마의 자궁은 완벽하게 보호받는 공간이다. 그는 젊은 나이에 천재에 교수에 시인이었다. 이 정도면 완벽하다. 그는 절대자의 시선으로 세상을 내려보았다. 아기는 절대자다. 방바닥에 똥을 싸도 칭찬을 듣는 게 아기다.


    그는 죽을 때까지 아기의 어리광을 벗어나지 못했다. 그는 급진적인 주장을 하면서도 투사의 마음을 가지지 못했다. 사회적 타살이 맞다. 강의실에서 수업 중에 끌려가는 것은 망신이 아니라 영광이다. 투사라면 말이다. 그는 투사답지 않게 불평을 늘어놓았다. 아기처럼 말이다. 마광수를 비난하자는 게 아니다. 이게 우리나라 진보의 현주소라는 거.


    유아틱한 진보를 벗어나야 한다. 자신에게 무제한 까방권을 주는 정의당 진보는 곤란하다. 자신이 선한 의도를 가졌으므로 뭐든 용서되어야 한다는 식은 오만이다. 자신은 아기니까 똥을 싸도 칭찬을 들어야 한다며 마구잡이로 똥을 싸질러대는 것들에게 하는 말이다. 절대자의 시선을 버려야 한다. 조금이라도 어른이 되어야 한다. 철 들어야 한다.


    진보는 남을 돕는 것이다. 도움을 구하는 사람은 사실 권력이 필요한 것이다. 인간은 돈이 없어서 불행한 것이 아니라 권력이 없어서 불행하다. 돈은 권력을 얻는 수단의 하나일 뿐. 당신이 남을 돕고자 한다면 그 사람에게 권력을 주어야 한다. 그런데 당신은 권력이 없다. 권력이 없으므로 권력을 줄 수 없다. 당신은 남을 도울 능력이 없는 것이다. 


    인정할 건 인정하자. 능력도 없는 주제에 뭘 도와? 물론 사고로 다쳤다든가 이런 상황에서의 긴급구호는 일종의 사회적 보험인데 곧 윤리와 도덕이다. 우리는 윤리와 도덕이라는 보험에 들었으므로 누가 돌발적으로 어려운 지경에 처하면 당연히 보험금을 내야 한다. 내가 남을 구하면 남도 나를 구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런 건 당연히 해야 할 의무다.


    이걸로 도왔다고 생색내면 곤란하다. 그게 낯간지러운 짓이다. 불우이웃돕기 성금 이런 건 사회적 보험금이다. 선행이 아니라 의무다. 부자가 더 많이 의료보험금을 내는데 그건 선행이 아니고 당연한 거다. 원래 사회가 공적부조 시스템을 잘 설계해야 하는데 업무가 귀찮으니까 그냥 선행이다 하고 칭찬으로 대신하는 게 편법이지 잘하는 게 아니다.


    선행을 강요하는 사회는 사실 공무원들이 일하기 싫어서 편법을 쓰는 것이다. 세금을 정확하게 때리기 힘드니깐. 강제세금이나 자발적세금이나 기분차이다. 그렇다면 진짜 도움은 무엇인가? 일단 가족끼리 돕는 건 돕는 게 아니다. 부모가 자식을 돕는 건 나중 자식이 효도로 갚기를 바라고 하는 게 아니다. 가족은 타인이 아니다. 돕는 건 타인이다.


    자위행위를 하면서 내 오른손이 꺼추를 도왔어요. 이런 소리 하면 미친 거다. 가족에 대한 책임은 돕는 게 아니고 그냥 당연한 상호작용이다. 돕는다는 것은 결국 타자를 돕는 것이며 근데 타자를 왜 돕지? 타자는 적이다. 적은 죽여야 한다. 돕는다는 것은 타인에게 권력을 준다는 건데 당신은 권력이 없으니까 그 권력을 줄 수 없고 결국 도울 수 없다. 


    대개 자선이라는 이름의 심리적 쇼핑이며 그 쇼핑은 추악하다. 자선이라고 말하지만 그게 권력행사다. 낼 세금이나 제대로 내라. 자선을 하지 말라는 말이 아니다. 그것을 선이라고 생각하고 까방권을 획득했다고 믿는 순간 악이라는 말이다. 그것은 보험금을 내는 것이며 당연한 의무다. 일종의 사회적인 세금이다. 당신이 지역에서 돈을 벌었다면? 


    주변 마을 사람들이 배가 아프므로 위장약 사줘야 한다. 시골에서 펜션을 하려면 돼지 잡아서 마을잔치 열어줘야 한다. 이게 돕는 건가? 조폭에게 삥을 뜯기는 건 조폭을 돕는 것인가? 장사하면 돈을 뜯는 무리가 나타난다. 물리적으로 그들에게 권리가 있다. 텃세가 있다. 실제 그들에게 권력이 있는 것이다. 물론 당신은 법과 제도의 방패를 쓴다.


   법과 제도는 2차적이고 지역 텃세는 자연의 물리현상이니 원초적이다. 어떻든 상대방이 당신의 행동에 맞대응할 힘이 있으면 권력이다. 상대방의 권력을 인정해야 한다. 당신이 법과 제도를 동원해 그들의 권력행사를 막을 수 있듯이 상대방도 패거리를 동원하여 맞설 수 있다. 그다음은 당신의 문제해결 능력에 달렸으니 실무차원에서 접근하라. 


    돈으로 풀든 한바탕 붙어보든 당신이 하기에 달려있고 그들은 언제라도 권력을 원한다. 놔두면 당신의 모든 의사결정을 간섭하려 든다. 서열 정하자고 나온다. 그렇다면 제대로 돕는 방법은 두 가지가 있는데 하나는 도제식 권력복제다. 내가 부하를 착취하는 대신 부하도 다른 사람을 착취하는 피라미드 구조를 만들고 이걸 돕는다고 사기치는 거다.


    병장은 상병을 돕고, 상병은 일병을 돕고, 일병은 이병을 돕는데 그게 돕는 건지 갈취하는 건지는 애매하다. 만화가들이 이 수법으로 갈취하는데 문하생이라고 한다. 상대의 고혈을 빨아먹으면서 너는 내 제자야. 데뷔시켜줄께. 10년만 내 밑에서 개고생해. 나도 그렇게 이 바닥에서 터를 다졌지. 내가 너를 돕는 거야. 다른 만화가들은 얄짤없어.


 이 봉건피라미드 수법 먹힌다. 스승은 제자를 착취하고 제자는 스승이 되어 또 다른 제자를 착취한다. 근데 요즘은 인구감소로 대학이 망해서 교수 자리가 없어졌으니 시스템 멸망이다. 또 다른 방법은 도원결의식 권력창출이다. 이건 맹세를 하고 평등한 가족을 구성하는 거다. 결혼도 이 구조에 포함되는데 이 경우는 돕지만 돕는다고는 말하지 않는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돕는다는 말은 처참하고 사랑한다는 말이 예쁘잖아. 사람을 사귀면 솔로에서 커플로 신분상승을 하는데 주변에 나 건드리면 남친을 불러서 패줄 거야 하고 위세를 부린다. 까방권 획득이다. 공원에서 데이트 하는 아베크족은 조폭도 안 건드린다. 남자가 여친을 보호해야 한다는 사명감에 붙타서 죽기살기로 달려들기 때문이다. 


    가끔 철없는 고딩이 사고를 치기는 한다. 걔들은 철이 없으니깐. 이런 권력을 창출하는 건데 보통 사랑이라고 하지 그걸 돕는다고 말 안 한다. 사랑한다는 말은 권력을 준다는 말이다. 상대가 나를 통제하도록. 그러므로 돕지 말고 사랑하라. 사랑은 자신을 통제할 권력을 주는 것이다. 그 권력을 주지 않고 말로만 사랑한다고 떠벌이는 것은 구라다.


    그 외에 부조금 내기라든가 주식회사제도라든가 다양한 상호부조, 공적부조의 방법이 있지만, 본질은 권력창출이며 권력창출하려면 도원결의를 해야 한다. 즉 구성원이 서로 평등해야 한다는 거. 유비, 관우, 장비 삼 형제처럼 같은 침대에서 자고 같은 솥의 밥을 먹어야 한다. 상하관계가 되면 돕는 게 아니라 권력을 소비하는 것이니 거래행위 된다. 


    도원결의는 인지의신예로 가능하니 공자가 발굴한 고급기술이다. 이 기술을 터득하라. 마광수는 예를 건드린 건데 인지의신의 절차를 거치지 않았으니 무례해졌다. 어린아이의 행동이다. 어린이와 부모는 이미 인지의신이 세팅되어 있다. 신은 믿음이니 부모가 믿어준다. 의는 사랑이니 부모가 사랑한다. 지는 서열이니 부자간에는 서열이 있다. 


    인은 타자가 아니라 한 편이라는 건데 마광수의 언어는 한편에 속한 사람끼리 쓰는 거다. 잡아먹으려고 덤비는 적군 앞에서 약점 보이지 말라는 말이다. 이문열은 마광수의 적이다. 칼로 찌르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다. 그런 상황에서 침실에서나 쓰는 말을 쓰면 약점을 들키는 것이다. 당연히 칼이 들어온다. 절대 거대담론을 무시하지 마라. 죽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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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광수는 자궁 속의 아기처럼 천진했습니다. 문제는 그 공간이 자궁 밖이었다는 거. 진보를 보호하는 자궁은 진보세력의 광범위한 연대입니다. 그 연대를 조직하려면 거대담론이 반드시 필요한 거지요. 마광수는 거대담론을 부정하고 조영남 같은 쓰레기와 어울렸습니다. 조영남이 마광수를 보호해줄 리가 없잖아요. 제 앞가림도 못 하는 판에. 


프로필 이미지 [레벨:19]id: 배태현배태현

2017.09.07 (13:23:36)

하여 동지들끼리 대화할때는 내용에 집착하지 말고 조직구조에서 일의 맥락에 따른 응수타진,즉 이심전심이 이루어져야 하는군요.

잘 읽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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