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마에의 호통이 필요한 이유 조계종과 태고종에 적을 둔 비구승과 사미승이 대략 3만여를 헤아린다지만 죄다 밥이나 축내는 똥덩어리들일 뿐이다. 배용균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따위 깨달음과 별 관련이 없는 가짜들에는 수 많은 스님들이 몰려와서 감상을 했다지만, 김기덕의 진짜에는 한 명의 스님도 오지 않더라. 전혀 반응하지 않는다. 공명하지 못한다. 소리가 나지 않는다. 울림과 떨림이 전해지지 않는다. 소통하지 못한다. 왜? 죄다 똥덩어리들이기 때문이다. 똥덩어리들에게는 똥덩어리라고 분명히 말해줄 필요가 있다. 이런 때 강마에의 호통이 필요하다. 프로와 아마의 차이는 크다. 높은 경지 위에 더 높은 경지가 있다. 까마득하다. 큰 산을 만나서 큰 충격을 받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15년간 미학적 관점을 말해왔지만 여전히 독자들은 논쟁적 관점에 머물러 있더라. 혹 미학적 관점을 얻은 사람이 있더라도, 말을 시켜보면 즉시 논쟁모드로 돌변한다. 왜냐하면 아직 입이 떨어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논쟁적 관점이 아니면 설사 생각이 있어도 말을 뱉어내지 못한다. 왜? 머리 속에 입체적 모형이 그려져 있지 않기 때문에. 마음 속 깊은 곳의 말주머니에서 덩어리째 통말을 불러내지 못하는 것이다. 논쟁모드는 반사놀이다. 상대방의 말을 받아치기만 하면 된다. 핑퐁시합과 같다. 그 입으로 내뱉는 언어의 절반은 서브를 올려주는 상대방에 의존하는 것이다. 그럴 때 낚인 것이다. 낚여서 하는 말이 진짜일 수야 없지. 제 안에서 차고 넘치고 농익어 곰삭은 것이 울음으로 토해내는 덩어리째 통말이어야 한다. 울컥 하는 것이어야 한다. 그래야 진짜다. 상대방 말에 낚여서, 코를 꿰여서, 주거니 받거니 하며, 빈대붙고 껌붙고 바지가랑이 붙잡고 따라오는 쪼가리 말로는 표피의 흉내는 가능할지언정 진정한 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언어의 밀도가 다르기 때문이다. ● 논쟁적 관점 - 깨달은 사람이 깨닫지 못한 사람을 깨우쳐 준다. 깨달은 사람이 점점 늘어난다. 세상이 바뀐다. ● 미학적 관점 - 아는 사람이 모여서 깨달음의 문화를 퍼뜨린다. 무대의 수준을 높이고 공연의 수준을 높이고 관객의 수준을 높인다. 그 완성된 문화를 자연스럽게 느끼는 사람들이 몰려든다. 점차 공명한다. 만인의 가슴에 울려퍼져서 모두의 삶의 태도가 바뀌면 세상이 한꺼번에 바뀐다. 문화는 사치다. 깨달음은 사치다. 내 인생의 절반을 투자하여도 좋았던, 아니 인생 전부를 걸어도 좋았던 커다란 사치. 사치를 하려거든 사치스럽게 해야 한다. 100억짜리 연주라도 고장난 녹음테이프로 지나가는 길에 흘려 들어서는 그 인생에 굵은 방점 하나 찍어주지 못한다. 흔적 남기지 못한다. ‘조사가 서쪽에서 온 뜻은?’ ‘뜰앞의 잣나무로다’.. 라고 말해줘도 머리 속에 완성된 한 그루의 잣나무를 그리는 사람은 없고.. 백과사전 펴들고 ‘소나무과의 상록교목이라’.. 운운하는 자들만 많다. 안 통한다. 꽉 막혀있다. 노상 끽다거를 입에 달고 살아도 주인과 손님이 마주한 그 자리, 그 무대, 그 드라마를 머리 속에 그려내는 사람은 없다. 머리속에 끽다거 한발 장전하고 이럴 때 끽다거 한발 쏴줘야 하나.. 타이밍만 노릴 뿐이다. 무엇보다 미학적 관점을 획득해야 할 것.. 100억짜리 작품을 그리고 싶은가? 간단하다. 화폭에 10억짜리 다이아몬드 열개 박아놓으면 백억짜리 그림 된다. 백억도 넘게 받을 수 있다. 100만원짜리 작품을 팔고 싶은가? 간단하다. 만원짜리 현찰 백장 구해서 덕지덕지 붙여놓으면 된다. 누구라도 할 수 있다. 너무나 쉽다. 그래도 어렵다고? 어휴! 말을 말자. 더 이상 어떻게 잘 설명할 수 있다는 말인가? 그렇다. 미학이란 제한된 공간에 어떻게 최대한 우겨넣을 수 있는가이다. 다이아몬드는 유리보다 밀도가 높다. 그래서 빛을 휘게 한다. 금은 은보다 밀도가 높다. 그래서 변하지 않는다. 최대한 우겨넣으면 된다. 그래서 잣나무고 그래서 끽다거다. 조주는 적어도 토를 달지는 않았다. 상대방 말에 토를 다는 식으로는 밀도가 낮다. 그 언어의 절반은 서브를 올려준 상대방 것이므로 일단 반은 빼고 들어간다. 당연히 밀도가 낮을 수 밖에. 달항아리에는 아무 것도 없다. 그런데 왜 밀도가 높은가? 하긴 평생 달을 쳐다본 적이 없는 도시인의 마음에 달이 떠 있지 않은데 밀도가 높을 리 없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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