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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154 vote 1 2009.01.07 (20:40:11)


세 가지 악독에서 벗어나길

‘열심히 하겠다’ 뭐 이런 류의 감상은 불필요. 중요한건 ‘지적인 용기’. ‘지적 용기’는 진리 그 자체를 냉정하게 바라보는 시선.

‘구조’ 하면 건축이고, 건축은 이공계. 이공계의 마음으로 보면 보일텐데. 달마실은 이전부터 ‘깨달음’을 강조하다 보니, ‘노자, 장자, 라즈니쉬’류의 잘못된 사상에 영향을 받아서, 애초에 선입견을 가지고 덤비니 사람들이 ‘NO’는 아는데 ‘YES’를 몰라. 그 선입견 버려야 할 것.

진리는 자연의 본성이고 자연은 저절로 뻗어나가는(physica) 것. 뻗어나가는 것은 당연히 ‘YES’지 ‘NO’가 아니라.

노자, 장자가 성인에게 무위의 도를 실천하라고 한 것은 자연의 본성을 닮은 바 저절로 돌아가는 시스템을 만들어 놓고 더 이상 개입하지 말라는 뜻인데 아무것도 모르는 농부들이 무위하다가 굶어죽어.  

항상 하는 이야기지만, 빛은 있고 어둠은 없으며 (여기서 존재론의 구분지는 ‘있다/없다’ 판정) 어둠은 그 빛의 강약을 나타내는 즉, 밝음과 어둠의 대칭이며(여기서 구분지는 ‘옳다/그르다’ 판정)이니, 세상에는 오직 YES(긍정)가 있을 뿐이며, 그 YES의 ‘옳은 진행’과 ‘그른 진행’이 있고, 그 옳지 않은 진행이 NO라.

● 빛의 반대는 없다. 빛은 절대로 존재한다.
● 빛의 운동에서 ‘밝음’과 ‘어둠’이 있다. 밝음과 어둠은 상대적이다.
● 밝음과 어둠은 ‘질, 입자, 힘, 운동, 량’에서 네번째 운동이므로, 두번째 입자를 나타내는 빛에 종속되는 하위개념이다.

세상 모든 음양, 남녀, 강약, 상하, 좌우, 전후, 원인과 결과, 시작과 끝, 밤과 낮으로 대칭되는 이항들은 ‘질, 입자, 힘, 운동, 량’ 중에서 네번째 운동에 의해서 생겨나는 것.

모든 부정(NO)은 그 네번째 운동의 강약을 설명하는 것이며, 따라서 모든 부정적 사고는 긍정적 사고 YES에 종속되는 것이며, 독자적으로 성립할 수 없어. 구조론은 YES를 따라가는 것. 부디 ‘노자, 장자, 라즈니쉬’ 독에서 벗어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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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가지 악독이 있는데, 그 하나는 마르크스 독이라. 마르크스 독은 기독교 독에서 나온 것인데 문제는 기독교의 원죄설. 이건 폭력이라. ‘넌 죄인이다’ 해서 일단 상대를 굴복시켜 놓고 윽박지르는 논법 말이지. 이건 막강해서 어찌 해볼 수 없어. 완전 이명박식 불도저 압박이야.

상대는 심판관이고 이쪽은 죄인이니 정상적인 소통이 불가능. 문제는 마르크스의 ‘자본가 환원주의’ 논법 역시 원죄설과 판박이라는 점. 요즘은 뭐든 ‘신자유주의’ 탓을 해대니 진지한 토론은 애초에 불가. 무조건 ‘자본주의 때문이야.’ ‘신자유주의 때문이야.’ 그래서 어쩌라고?

신자유주의라는 놈을 붙잡아서 목을 비틀어 놓으면 되나? 그런데 그놈을 어디가서 잡지? 워렌 버핏을 묶어오랴? 소로스냐? 그린스펀인가? IMF 사무실에 폭탄을 던지랴? 이건 도무지 토론을 가로막는 폭력 그 자체라. 그냥 화를 내고 핏대를 세우며 욕을 해줄 뿐 대책은 무.

문제가 있으면 구조적으로 접근해서 밑에서부터 하나하나 풀어가야 하는 거지. 예컨대 부동산이 오르면 은행을 조여서 유동성 관리를 해야할텐데, 유동성은 놔두고 ‘신자유주의 때문이야!’ 그래서 어쩌라고? 고함만 지르면 되나? 도무지 답이 나오는 방향으로 이야기를 풀어가야지.

두번째 큰 악독은 앞에서 말한 노자, 장자, 라즈니쉬 독이라. 장자 이 양반이 특히 궤변가인 혜시와는 소싯적 친구라. 상대방 말꼬리만 잡고 늘어지는 것. 시스템을 못 만들고 다른 사람의 시스템을 공격할 뿐. 스스로 비주류를 형성하고 주류에 저항하는 것으로 구석에서 틈새시장을 열어갈 뿐. 아웃사이더로 만족하고 구석에서 점방 차리는 부류들. 정말 벗어나야 혀.

구조론은 한 마디로 공돌이들이 만든 걸로 보면 돼. 공돌이들은 다만 집을 지을 뿐 거기에 진보도 보수도 없고, 도그마도 교조주의도 없어. 그딴 짓에 한눈 팔다가는 집이 무너지기 때문. 집을 지으면 그냥 짓지 진보적으로 짓고 보수적으로 짓겠나? 기도하면 집이 지어지나? 혁명하면 집이 지어지나? 신자유주의 때문이라 욕하면 집이 지어지나?

집짓기에서 중요한건 진보나 보수가 아니고, 1층을 짓기 전에는 누구도 2층을 먼저 지을 수 없다는 사실. 이건 하느님도 어쩔 수 없어. 무조건 1층이 먼저야. 왜냐하면 건축의 본질은 지구 중력의 밸런스고 당연히 지구에서 가까운 데 부터 시작해야 하거든. 중력이라는 본질에 눈이 갔는가 이거지.

큰 집을 짓는게 합리주의. 그 집은 커서 방이 여럿이라 무슨 주의도 다 수용해. 그 집이 점점 커져서 도시가 되고, 그 도시가 점점 커져서 문명이 되니, 무슨 주의 어쩌구 하며 종파 따지고 다툴 일이 없어. 다투는 이유는 집이 좁기 때문인데 구조주의 건축가가 2층 올리면 돼. 구조론은 목수라서 언제라도 원하는 집을 지어줘. 주문대로 배달이야.

세번째 악독은 눈물짓고 콧물 짜는 감상주의 악독인데, 진지하게 사랑을 논하려고 하면 감상적으로 이해를 해서 무슨 말을 못꺼내게 만드는 것. 사랑이란 어원으로 보면 마음이 뻗치는 것. 자석처럼 끌어당기는 것. 합리주의는 먼저 집을 짓고 다음 도시를 건설하는 바 그 도시에 사람이 모여들고, 시장도 생기고, 번화가도 생기고, 백화점도 들어서고 그러지. 즉 끌어당긴다는 말. 그게 사랑.

모든 사상가는 이런 소리 저런 소리 늘어놓다가 결국 사랑으로 돌아가게 되어 있어. 왜냐하면 사랑은 태양처럼 무한공급이기 때문. 무한공급이 되어야 완전하지. 구조론은 완전성의 과학이고 그 완전성에 있어서 최후의 화룡점정은 동력의 무한공급. 근데 찌질한 언니들은 그게 안돼. 무한이 아나고 항상 유한이야.

목마른 이가 물을 찾는 것은 사랑이 아니라. 그 사람은 물을 마시고 만족하여 떠나갈 사람. 그 샘이 세상의 목마른 이를 위하여 넉넉히 준비하고 있는 것이 사랑이라. 사랑은 곧 미학인데 보석이 빛나는게 미학이지 보석을 탐내는게 미학이 아니라. 다들 거꾸로 알고 있어. 스스로 보석이 될 생각은 않고 보석을 탐내기만 해. 탐내고 있으니 무슨 말을 할 수가 없어. 어떻게 말해도 꼭 반대로 받아들이거든. 완전 180도로 반대여. 말할수록 나만 손해.

기독교-마르크스 악독에 걸리면 대화가 안돼. 폭력이야. 소통은 불가. 라즈니쉬 악독에 걸리면 태업. 안해. 무조건 NO. 등돌리고 앉아서 콧방귀나 흥. 그러면서 지가 양반인줄 알어. 그러니 내 글을 10년 읽어도 무슨 소리하고 있는지 몰라. 감상주의 악독에 걸리면 신(神)을 보지 않고 사람만 쳐다봐. 스스로 빛이 되려고 하지 않고 곧 만족해버려. 진도 안 나가.

내가 원하는 것은 내가 25년 전에 그랬듯이 새벽 두 시에 정신이 번쩍 들어 남산 한바퀴 돌고 오는 거야. 몸이 후끈 달아오르니 그거 식혀야지. 거대한 출발점에 섰을 때의 설레임이지. 그런데 아냐. 그 사람들에게는 사랑이 목적이니까 이미 목적지에 도착해서 만세부르고 만족해버려. 이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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