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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768 vote 0 2008.11.26 (20:11:33)

구조론을 쓰고

처음 수학을 발견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을 것이다. ‘이제 끝났다. 답은 나왔고 이 길을 쭉 가기만 하면 된다. 모든 것은 이 안에 있다.’ 처음으로 총을 발명한 사람, 화약을 발명한 사람, 종이를 발명한 사람, 전기를 발견한 사람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그렇게 들떴을 것이다.

그러나 과연 그럴까? 수학은 누구에 의해 발견되지 않았다. 전기는 발견했는데 모터는 발명하지 못했다. 총을 발명하기는 했는데 명중률이 떨어진다. 화약을 발명했는데 성능이 형편없다. 처음부터 다되는 것은 없다. 그것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었다. 그리고 그 시작은 잘 조명되지 않는다.

망원경을 처음 발명한 사람은 이렇게 말했을지 모른다. ‘이제 끝났다. 망원경의 배율만 높이면 된다. 별자리만 관찰하면 된다. 이제 우주의 비밀은 다 풀린거나 마찬가지다.’ 그러나 한가닥 비밀을 풀수록 새로운 의문은 일어난다. 양파껍질 까듯 계속 나온다. 무수히 새로운 도전에 직면하게 된다.

인류에 공헌한 진짜 위대한 것을 발견한 사람은 제대로 조명되지 않았다. 돈과 연결되는 실용성 있는 것을 만들어야 칭찬을 듣는다. 구조론은 어떤 것일까? 시작의 시작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한가닥 끈을 잡았다. 모퉁이 돌아서 저 끈을 끝까지 따라가면 무엇이 나올까?

모든 문제의 해답이 이곳에 있다. 왜냐하면 구조론은 문제와 해답 그 자체를 논하기 때문이다. 물론 설계도 만으로 건축할 수는 없다. 어쨌든 건축의 문제는 설계도의 문제다. 이미 설계도를 얻었다면 핵심은 잡은 거다. 자재조달과 시공기술 따위는 다른 차원의 문제다.

세상은 구조다. 이 말을 부정하는 사람은 없다. 그러나 구조를 말하는 사람은 없다. 구조주의도 있기는 있는데 그 안에 구조가 없다. 껍데기는 버젓이 있는데 그 안에 알맹이가 없다. 환장할 노릇이다. 그래서 구조론을 지었다. 구조주의가 말하고자 하는 구조 그 자체를 만든 것이다.

구조는 정보의 구조, 포지션의 구조, 밸런스의 구조, 구조체의 구조, 시스템의 구조 이 다섯 형태로 존재한다. 구조론은 이들의 상관관계를 해명한다. 구조주의는 있는데 그 안에 어떤 구조가 있는지 몰랐다면 이상한 거다. 그 안에 이런 구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만으로도 대단한 진전이다.

사람들은 자신이 이해하지 못하는 것이 있으면 ‘무조건 명명하기’ 수법을 쓴다. 그렇게 명명한 것이 기, 정, 귀신, 유령, 요정, UFO 따위다. 라디오를 이해하지 못하면 라디오 안에 작은 요정이 살고있다고 믿는 식이다. 라디오는 방송국의 복제다. 어떤 이해못할 것이 있으면 더 위의 어떤 것이 있다.

그 안에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위에 있다는 사실을 아는 것이 중요하다. 1층에 어떤 이해하지 못할 일이 일어나면 2층에 무언가가 있다. 선에서 이상한 일이 일어나면 각에 무언가 있고‘ 각에 이상한 일이 있으면 입체에 무언가 있고’ 입체에 이상한 것이 있으면 밀도에 무언가 있다.

한 차원 위를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그것이 구조를 이해한다는 것이다. 서랍 안에서 이상한 일이 있으면 방 안에 쥐가 살고 있는 거다. 방안에 이상한 일이 있으면 집에 뭔가 있고 집에 이상한 일이 있으면 마을에 무언가 있고 마을에 이상이 있으면 국가에 문제가 있는 거다.

여자와 남자 사이에 트러블이 있으면 사회에 문제가 있는 거다. 사회에 마찰이 있으면 국가에 문제가 있는 거다. 국가에 트러블이 있으면 지구촌 인류의 공동체에 문제가 있는 거다. 단지 고개를 들어 한 차원 더 높은 곳을 바라보기만 해도 저절로 문제가 풀려버린다. 구조는 참으로 쉽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기 때문에, 서로 ‘너 때문이야’를 남발하며 교착되어 버린다. 개인의 문제는 사회가 풀고, 사회의 문제는 국가가 풀고, 국가의 문제는 인류가 풀어야 한다. 이것이 구조적 접근법이다. 1층에 비가 샌다면 2층의 천장을 수리해야 한다. 더 높은 곳을 바라보지 않으면 안 된다.

지난 십수년간 구조를 이야기해 왔지만 여전히 어떤 공허를 느낀다. 과연 이것이 사람들에게 제대로 전달이 될까? 더 쉽게 쓰는 방법이 있을까? 너무 어려운가? 사실 내가 생각해도 어렵다. 그러나 핵심은 쉽다. 정보가 모여서 앞과 뒤, 위와 아래의 포지션을 만든다. 이것이 어려운가?

남자와 여자, 음과 양, 밤과 낮, 산과 강, 자본가와 노동자들은 그러한 포지션들이다. 포지션은 주변에서 무수히 관찰할 수 있다. 너무나 잘 아는 것이다. 그런데도 어렵다면? 나는 할 말이 없다. 포지션이 모여서 밸런스를 만든다. 어떤 대립되는 둘이 있다면 반드시 둘을 동시에 통제하는 제 3자가 있다.

밸런스 역시 주변에서 무수히 관찰할 수 있다. 밸런스가 모여서 일의 1단위인 구조체를 만들고 구조체가 모여서 시스템을 만든다. 이런 정황 역시 쉽게 관찰된다. 학교를 다녀도 1명, 1분단, 1반, 1학년, 1학교 식으로 계속 동그라미를 만들어 나간다. 나무도 풀도 사슴도 개미도 마찬가지다.

항상 세포, 개체, 군, 종, 생태계를 만든다. 뭔가 단위를 만들어야만 외부와 소통하고 자기 정체를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계를 만들어 외적으로 성장해 나간다. 인류문명도 그러하고 지구상의 생태계도 그러하다. 진보하고 발전한다. 주변에 무수히 있다.

구조는 어렵다. 왜냐하면 일부 수학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그 부분이 나의 약점이라는 거다. 그러므로 오류가 있을 수 있다. 구조는 역설이고 그러므로 뒤집어진다. 거울 속에 거울이 있다면 상의 좌우가 몇 번 바뀌었느냐는 식이다. 우선 내 눈동자가 거울이고 뇌 속에 또 거울이 있다.

빛이 사물을 거쳐 눈으로 들어오는 과정 자체가 반전이다. 그걸 눈에서 한번 반전하고 뇌에서 다시 반전한다. 반전에 반전을 거듭하므로 충분히 오류의 위험이 있다. 그러나 이런 오류는 소소한 것이다. 본질은 동그라미다. 중간에서 단을 만들어 매듭을 짓는다. 그러므로 오류가 증폭되지 않는다.

그러므로 구조는 쉽다. 마이너스 곱하기 마이너스는 플러스이듯 반전에 반전은 다시 본래이므로, 구조는 하나의 단위를 거칠 때 마다 오류가 시정되므로 무리가 없다. 그러므로 구조는 쉽다. 쉽게 썼다. 그런데도 이해가 안 된다면 낙담할 밖에. 더 이상 어떻게 쉽게 쓸 수 있다는 말인가?

학자라면 어렵게 써도 탓하는 사람은 없다. 누군가가 자동차에 대한 이론을 만들면 다른 사람이 그 이론을 토대로 자동차를 만들어 보인다. 그렇게 분업이 되기 때문이다. 그러나 구조론은 처음부터 끝까지 전체과정을 혼자 책임져야 한다. 아직까지는 분업이 되지 않는다. 언젠가는 되겠지만.

이제 내가 이론을 만들었으므로 그 이론을 적용하여 효용성을 증명하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그것은 너무나 쉬운 것이다. 구조적인 안목과 철학을 가지고 구조적인 삶, 미학적 삶을 견지하기만 해도 된다. 다행히 좋은 조짐이 있다. 일부이나마 구조론의 효과가 실용성있게 나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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