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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4578 vote 0 2008.02.20 (00:42:19)

세 가지 깨달음에 대하여

교종이 먼저 나오고 선종이 나중 나왔다. 소승이 먼저 나오고 대승이 나중 나왔다. 교종과 소승에 비해 선종과 대승이 더 진보한 깨달음의 경지다. 더 수준이 높다. 그리고 최종적으로는 돈오돈수다. 무엇인가?

깨달음은 세 가지가 있다. 첫째는 세상을 깨닫는 것이다. 자연의 이치를 깨닫고, 우주의 원리를 깨닫고, 만유의 법을 깨닫고, 세상의 인연을 깨닫고, 금강경의 색즉시공 공즉시색을 깨닫는 것이다.

이는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다. 석가의 인연개념은 논리학의 인과율과 통하고, 연기개념은 헤겔의 변증법과 통한다. 금강경의 색즉시공 긍즉시색은 아인시타인의 상대성이론과 통하고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의 원리와도 통한다.

그런데 과학으로 증명될 수 있다면 굳이 깨달음이라 말할 것이 없다. 교과서의 학습만으로 충분한 것이다. 깨달음이 깨달음인 것은 학습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차원이 다르다. 그러므로 이는 진정한 것이 아니다.

둘째는 나를 깨닫는 것이다. 마음을 깨닫는 것이다. 평상심을 깨닫는 것이다. 일상성의 부조리를 깨닫고 실존적 의미를 깨닫는 것이다. 이는 과학으로 증명되기 어렵다. 그러므로 깨달음의 본의에 가깝다.

그런데 모호하다. 그래서 어쩌자는 것인지 불분명하다. 명확한 결론이 없다. 검증할 수 없다. 그러니 가짜가 많다. 사람을 좁은 방에 가둬놓고 호흡이니 요가니 수련이니 하며 체조 비슷한 것을 시킨다. 사이비다.  

진정한 것은 무엇인가? 세번째 소통을 깨닫는 것이다. 이심전심을 깨닫는 것이다. 나와 너의 경계를 허무는 것이다. 울림과 떨림에 의한 공명됨을 깨닫는 것이다. 널리 하나가 되는 것이다. 완전성을 깨달음으로 가능하다.

소통의 결론은 미학이다. 미학은 눈에 보인다. 자기 스타일이 있고 그 스타일에 의한 일관성이 있기 때문이다. 전체를 한 줄에 꿰어내는 등뼈 같은 것이 있다. 관통하는 것이 있다. 그러므로 검증할 수 있다.

손에 잡히는 구체적인 결실이 있다. 그러므로 속일 수 없다. 소통의 영역에는 사이비가 없다. 가짜가 없다. 모방할 수 없다. 소통은 영감을 준다. 전파된다. 인간의 삶을 바꾼다. 은연중에 스며든다. 모두를 닮게 한다.

모두 닮고 모두 변하여 그 리듬에 동조된다. 그러므로 빛난다. 그래서 미학이다. 강약과 고저와 장단을 조절하여 맥놀이를 전파하는 무게중심이 있기 때문이다. 소통은 접점을 필요로 하고 그 입력과 출력의 접점에서 감응된다.

세 가지 깨달음이 있다. 첫째는 세상, 둘째는 나, 셋째는 세상과 나의 소통이다. 그러므로 명상은 언제라도 신과의 대화다. 신의 완전성과 감응하기다. 그 대화로 얻는 것은 신의 문법이다. 신은 신 자신의 언어로 말한다. 그것이 미학이다.

미학은 자연에서 발견된다. 산은 우뚝하고 물은 그 산을 휘감아 돈다. 물은 산을 조각하고 산을 그 물에 자기 모습을 비추어 보인다. 산과 물이 그렇게 하나로 어우러져 춤 추면 바람과 숲과 뭇 생명있는 것들이 일제히 가세한다.

미학은 자연이 대화하는 언어다. 산과 물이 대화하고 바람과 숲이 대화하고 사슴과 물고기가 대화하는 그 언어다. 그 자연의 완전성의 표상으로서의 신과 인간이 대화하는 언어다. 언어를 넘은 언어다.

그 언어를 득하였는지가 중요하다. 아기는 말을 배워서 깨닫고 소년은 글자를 배워 깨닫는다. 인간은 미학의 언어를 배워서 깨닫는다. 신과 대화하는 문법을 얻어서 깨닫는다. 그리하여 존재의 완전성 그 자체로 소통하기다.  

왜 돈오돈수인가? 이미 그 무대에 올랐기 때문이다. 이미 마이크 잡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한 곡조 뽑아야 한다. 그것이 미학의 세계다. 소통의 세계다. 라디오를 틀면 곧 소리가 나와야 한다. 동조화 되면 그러하다.

인간은 이미 자연의 일부로서 신의 품 안에 있기 때문이다. 산은 우뚝해서 완전하고, 물은 흘러서 완전하고, 새는 지저귀어 완전하고, 인간은 그 모두와 동조되고, 그 모두와 닮고 그 모두와 소통하므로 완전하다.

그 미학을 증명할 수 있다면,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명확한 컨셉을 가지고 일관되게 밀어붙여서 완전성의 극점을 통과할 수 있다면, 그렇게 자기 그림을 그려낼 수 있다면 완전하다. 소통하여 하나되므로 완전하다. 그러므로 돈오돈수다.

교종에 뒤이어 선종이 나온 것은 미학을 깨닫는 것이야말로 진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소승에 뒤이어 대승이 나중 나온 것은 소통으로 하여 모두가 닮고 모두가 하나되고 모두가 공명하게 되는 것이 진정한 것이기 때문이다.

금강경은 던져 버려야 한다. 논리학과 물리학을 배우고 구조론을 배우는 것이 차라리 빠르다. 수련한다며 좁은 방에 갇혀서 구들장 지고 앉아있는 미련한 짓도 그만두는 것이 좋다. 소통으로 바로 가고 미학으로 바로 가야 한다.

물에 뜨는 법을 먼저 배우고 그 다음에 헤엄을 쳐 나아가겠다면 절대로 헤엄치지 못하다. 먼저 자전거의 균형을 잡고 그 다음에 전진하겠다면 끝내 자전거타기를 배우지 못한다. 미학으로 바로 가지 않으면 끝내 깨닫지 못한다.

돈오돈수가 아니면 깨닫지 못한다. 어떻게 컨셉을 얻고 일관되게 밀어붙어야 하는지 그 등뼈같은 것을 얻지 못하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 그것을 어떻게 삶의 화폭 위에 그려내야 하는지를 깨닫지 못하기 때문에 깨닫지 못한다.

강약과 고저와 장단을 조절하고 그것을 리듬 위에 태워내게 하는 무게중심을 찾지 못하기 때문에 삶의 화폭 위에 마저 그려내지 못한다. 자기 스타일을 찾지 못한다. 완전성의 극점을 통과하지 못한다. 관통하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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