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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13625 vote 0 2008.01.15 (21:30:43)

깨달음을 권하며 3

사람마다 마음 속에 악기 하나씩 있다. 대금인지 퉁소인지 플루트인지 바이얼린인지 하나씩 있다. 깨달음은 내 마음 속의 악기를 연주하기다. 누구나 연주할 수 있지만 제대로 연주하는 사람은 드물다.

어쩌다 한 번 연주할 수 있는 사람 많아도 지속적으로 연주할 수 있는 사람 드물다. 그 연주로 관객의 마음 끌기에 성공하는 사람 드물다. 더 나아가 그것으로 새로운 문화의 양식을 만들어낼 수 있는 사람은 드물다.   

무엇인가? 우리는 다만 개인의 깨달음을 구함이 아니라 깨달음을 넘어 새로운 삶의 형태를 창출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것은 함께 하는 것이다. 그것은 현재 진행형이다. 그것은 구체적으로 결실을 일구어내는 것이다.

내가 깨달았다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것으로 공동체의 문화를 만들고 삶의 양식을 만들고 사회의 모럴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멋지게 사는 것인지 그 정답을 본보기로 살아내기다.

깨달음의 세계에 등뼈 같은 것이 있어야 한다. 깨달음의 세계를 지탱하는 무게중심이 찾아져야 한다. 점차로 가지를 쳐 나가고 큰 흐름의 기세를 만들어 나가는 그 무언가가 찾아져야 한다. 멋진 그림이 나와주어야 한다.

그것은 이상주의의 세계다. 청산별곡의 세계일 수도 있고, 죽림칠현의 세계일 수도 있고, 지란지교의 세계일 수도 있다. 옛 사람의 무릉도원일 수도 있고, 길동형님의 율도국일 수도 있고 꺽정형님의 청석골일 수도 있다.

제임스 힐튼의 샹그릴라일 수도 있고, 토마스 모어의 유토피아일 수도 있다. 상상속의 이야기를 현실공간으로 끌어내기다. 바로 달마실이다. 우리는 건설하려는 것이다. 전범을 보이려는 것이다. 삶의 최종적인 완성된 모습 말이다.

깨달은 사람이냐 혹은 미처 깨닫지 못한 사람이냐를 구분하여 따지려 든다면 유치한 거다. 그런 구분은 필요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깨달음의 세계를 진정으로 받아들이냐다. 그대 이상주의를 받아들이느냐다.

새로운 삶의 형태를 긍정하느냐다. 그 세계에 발을 들이밀기다. 우리들의 무릉도원에, 우리들의 청산별곡에, 우리들의 유토피아에 가담하느냐다. 신대륙으로 가는 우리들의 항해에 그대 함께할 것이냐다.

선장으로 가든, 항해사로 가든, 갑판장으로 가든, 아니면 일개 선원으로 가든 혹은 승객으로 타고 가든. 우리가 새로이 창출한 공동체의 문화에, 새로운 삶의 양식에, 그 새로운 사회의 모럴에 찬동하느냐다.  

요리는 요리사의 손끝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함께 요리를 먹고 마시는 사람들의 마음에서 마음으로 전파되는 공감에서 완성된다. 그 돋구워진 흥과 불어제치는 신바람으로 완성된다. 그것이 진짜다.

도자기는 흙묻은 도공의 손끝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1250도의 고열을 내는 가마 속에서도 도자기는 완성되지 않는다. 진가를 알아보는 대안목을 만나고서야 완성된다. 그렇게 도공의 마음이 전해지고서야 비로소 완성된다.

마찬가지. 깨달음은 어떤 사람의 개인적인 자각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깨달음은 거대한 소통의 세계 열어젖힘이다. 파급된다. 공명된다. 울림과 떨림을 낳는다. 더 많은 사람을 전율하게 한다. 메아리치고 그 다음에 완성된다.

사람마다 마음 속에 악기 하나씩 품었다. 그 악기가 마침내 제 울음소리를 토해낼 수 있을 것인가이다. 음은 결코 연주자의 손끝에서 완성되지 않는다. 객석에서 그 음악을 듣는 청중들의 공감에서 최종 완성된다.

작곡가의 의도와, 연주자의 실력과, 청중의 안목이 공명할 때 완성된다. 신(神)의 완전성과, 구도자의 살아내기와, 동반자의 흥이 어우러져서 완성된다. 달마실이 건설하려는 것은 우리 한바탕 어우러질 그 무대이다.

그 빛나는 완성 속에서 깨달은 사람과 깨닫지 못한 사람의 구분은 무의미하다. 깨달음은 그런 것이다. 보여줄 수 있는 것은 잘 가꾸어진 정원이다. 마음 속에 악기 하나 품은 모든 사람을 초대하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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