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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벨:30]id: 김동렬김동렬
read 14074 vote 0 2017.03.23 (14:27:07)

     

    질의 전략이냐 입자의 전략이냐. 주코프의 방법이냐 로멜의 방법이냐. 오자병법이냐 손자병법이냐. 시스템 전쟁이냐 창의적 전쟁이냐. 보편성이냐 특수성이냐. 합리주의냐 실용주의냐. 상부구조냐 하부구조냐. 세력전략이냐 생존전략이냐. 늘 하는 이야기다. 항상 후자가 인기가 있다. 나쁜게 인기가 있다. 왜냐하면 여러분의 상태가 안 좋기 때문이다.


    좋은 방법은 제왕이 쓰는 방법이고 나쁜 방법은 산적이 쓰는 방법이다. 영화든 만화든 주인공은 제왕이 아니라 산적이다. 홍길동이나 임꺽정이 주인공인 만화는 많아도 명종임금이 주인공인 만화는 없다. 우리는 홍길동이나 임꺽정의 성공비결을 추구하지만 그들은 성공하지 못했다. 실패한 사람의 방법을 쓰니 당연히 실패한다. 이기는 법을 따르자.


    영화로 말하면 미장센과 편집의 대결이다. 미장센 하면 프랑스요 편집 하면 소련이다. 소련은 망했지만 그들은 짧은 시간에 뭔가 보여줬다. 그것은 사회주의 철학이다. 마르크스주의가 아니다. 마르크스는 과학적 사회주의를 주장했지만 그 안에 과학은 없었다. 그리고 소련이 전성기에 잠시 그 사회주의 과학을 보여주었다. 거기에 건질게 있는 거다.


    필자가 유교합리주의를 말하지만 괴력난신을 반대하는 유교의 어떤 측면을 말하는 거지 제사 지내고 효도하고 이런건 아니잖는가? 제사는 유교와 상관없는 중국의 전통적 관습이다. 공자가 제사를 발명한건 아니라는 말이다. 공자가 효도를 발명한 것은 아니다. 그 전에도 중국에는 노인숭배가 있었다. 게르만족은 여성숭배가 있었다. 성모신앙이다.


    유태인들의 신앙과 카톨릭의 성모신앙은 다른 거다. 원래 기독교에 성모는 없었다. 모계사회 전통이 남아있었던 게르만족의 영향으로 갑자기 성모의 비중이 커진 것이다. 기독교를 만들어낸 유태인들이 카톨릭을 거부한 것은 당연한 일. 천사니 뭐니 이런 것들은 아랍 신앙이다. 원산지는 인도다. 인도의 신화가 이란을 거쳐 카톨릭에 유입된 것이다.


    이런 곁가지 얼떨리우스들을 쳐내고 본질을 논해야 한다. 소련은 망했지만 그 이유는 마르크스가 삽질했기 때문이고, 사회주의가 추구한 과학은 다르다. 그 과학이 일정한 성과를 냈고 스푸트니크를 쏘아올렸고 미국을 쫄게 만들었다. 오래가지 못했지만 거기에 건질 것이 있다. 우리는 유교의 어떤 핵심을, 그리고 사회주의 어떤 핵심을 건져야 한다.


    그것은 보편주의와 합리주의다. 특수성을 부정하고 일반성을 강조한다. 조연보다 주연에 힘을 실어준다. 그런데 관객들은 맛깔난 조연에 열광한다. 유해진 떴다. 유해진 떠서 한국영화가 미국에 수출되나? 관객이 조연을 좋아하는 이유는 자신의 인생이 조연이기 때문이다. 주연 누가 있나? 회사에서는 사장이 주연이고 가정에선아기가 주연이다.


    특수성의 추구는 작은 나라나 변두리 국가의 특징이다. 동네축구를 구경한다면 선수 한명 한명에게 관심을 두지만 월드컵을 관전한다면 못하는 팀은 일단 관심 밖이다. 우승팀 하고도 메시 한사람에게 관심이 쏠린다. 정상의 경지를 보고싶은 거지 인생극장 보려는거 아니다. 감동과 눈물보다 월등한 기량을 보고싶은 것이다. 다른 지점을 주목한다.


    이게 중요하다. 한국은 변두리인가 중심인가? 미국인들은 세계문제에 관심없고 국내문제만 신경쓴다. 아메리카라는 대륙이 하나의 세계다. 그래서 아직도 외계인타령하는 사람이 있고 샤킬 오닐처럼 지구가 평평하다고 믿는 사람도 있다. 외부세계에 신경쓰지 않으니 내부를 여럿으로 쪼개야 안심이 되는 것이다. 한 넘이 독주하는 꼴을 못보는 거다.


    유럽처럼 나라가 쪼개져 있으면 이웃나라에 밀리지 않으려고 과학에 신경쓴다. 미국인 특유의 비과학적 태도는 미국을 세계로 착각하고 그 세계를 안정시키려는 심리다. 진보와 발전은 해롭다고 여긴다. 외부를 보지 않으므로 경쟁하지 않고 경쟁하지 않으므로 진보는 해로운 것이다. 조선왕조의 선비들처럼 새로운 것은 분란을 야기한다고 믿는다.


    그렇다. 한국은 조용한 변두리인가 아니면 여럿으로 쪼개진 채로 치열한 경쟁의 한가운데 있는가? 거기에 따라 태도가 갈린다. 일베충은 한국을 조용한 변두리로 여긴다. 경상도 촌구석에 사니까. 비현실적인 자아도취의 세계로 빠진다. 그러나 로마라면? 이탈리아는 작은 반도다. 알프스로 막혀서 섬이나 마찬가지다. 그들은 변두리로 여기지 않았다.


    알렉산더 이래 그리스가 이탈리아보다 컸지만 오히려 그리스가 변두리로 밀려났다. 배를 타고 지중해를 돌아다니다보니 서쪽에 스페인 있고, 남쪽에 카르타고 있고, 북쪽에 게르만 있고, 동쪽에 아랍세계가 있어 자신들이 중앙에 있다고 믿게 된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은? 북중일러미 사이에 끼어 중앙이 되었는가 아니면 미국꼬붕 되어서 변두리인가?


    우리가 미국 꼬붕이라고 보면 변두리다. 북중일러미를 바퀴살로 보면 바퀴축이 되어 중앙이다. 변두리가 될지 중앙이 될지는 자신이 결정한다. 중국편이든 미국편이든 가담하는즉 변두리가 된다. 고래싸움을 잘 말려서 신호등 역할을 해줘야 한다. 한중일 대화해로 가서 미국을 견제해야 한다. 전략은 쓰기 나름이다. 미장센이냐 편집술이냐를 보자.


    프랑스 영화가 망한게 미장센에 집착하다가 망한 것이다. 미장센은 퀴즈문제 비슷하다. 화면 안에 뭔가 암시가 있고 복선이 있고 장치가 있다. 그걸로 단서를 삼아 관객과 대화한다. 주인공이 촛대를 만졌다면 촛대와 관련하여 뭔가 사건이 일어난다. 관객들은 악당이 저 촛대로 주인공을 등뒤에서 찌르지 않을까 걱정한다. 힌트를 찔러주는 것이다.


    서스펜스다. 히치코크 영화다. 그런데 이게 연극이다. 히치코크 영화는 연극으로도 성공한다. 왜 연극이 아닌 영화여야 하는가다. 문학작품을 연극으로 올렸다가 성공하면 영화로 찍는다. 근데 이게 문학이야 영화야? 문제는 미장센으로 가야 평론가들이 밥먹는다는 거다. 왜냐하면 설명충이 설명해줄 건수 많거든. 설명해도 맨스플레인 욕 안먹거든.


    잘난 프랑스 설명충들 밥먹이다가 망한게 프랑스 영화다. 편집술로 가면 카메라로 관객을 때린다. 난폭하다. 전함 포템킨이 그렇다. 사실 별거 아닌데 엄청 과장해놨다. 카메라가 이쪽과 저쪽을 정신없이 오간다. 점잖은 프랑스 신사들이 보기에는 야 러시아 공산당놈들 사기치는 것 좀 봐. 역시 공산당놈들은 거짓말쟁이라니깐. 오버가 너무 심하네.


    작은 소동을 뭐 카메라 장난으로 아주 천하대란이 일어난것처럼 묘사해놨다. 잠 자던 돌사자가 벌떡 일어서고 장난이 아니다. 그러나 현대의 영화발전은 모두 카메라 장난이다. 그림으로 관객을 줘팬다. 화살이 관객 얼굴로 날아와 꽂힌다. 존 포드의 역마차때부터 그랬다. 아파치 인디언과 말과 마차가 사막을 정신없이 질주한다. 혼을 쏙 빼놓는다.


    이래도 되나? 그래도 된다. 하여간 미장센 위주로 가면 조곤조곤 설명할 건덕지가 있는데 편집은 그런거 없다. 직접 봐라. 구조론은 소련의 방법을 따른다. 그게 더 과학에 가깝기 때문이다. 세잔 이래 인상주의 그림은 인간의 시각효과에 대한 과학적 탐구다. 빛이 어느 각도에서 들어와야 정물화의 질감이 살아나는지다. 눈부심을 어떻게 그리는가?


    여기서 중요한 것은 미장센으로 공들이기보다 편집으로 장난치는게 더 쉽다는 거다. 스필버그가 가짜 상어 아가리를 막 들이대서 관객을 놀래킨 것이 그러하다. 조스는 저예산 영화다. 이건 간단한 카메라 장난이다. 전문지식 필요없다. 말이 별로 없으므로 누구나 잘 알아듣는다. 프랑스 영화는 말이 너무 많아서 프랑스 사람만 알아듣는데 말이다.


    무엇인가? 구조론은 어떤 한 가지 핵심을 장악한 다음 대량복제해서 물량공세를 퍼붓는 소련식 사회주의 과학철학과 맞다. 틀린건 마르크스 혁명이론이지 소련의 사회주의 과학철학이 아니다. 개방성과 보편성을 추구한 것은 소련이 옳았다. 거기서 빼먹어야 한다. 소련은 수십개나 되는 민족이 거대연방을 이루었으므로 개방화와 보편화로 가야 했다.


    타지키스탄 애들이나 키르키스탄에서 온 애들이 뭘 알아듣겠는가 말이다. 어차피 대사는 못알아들으므로 그림으로 조지는 거다. 전함 포템킨은 대사를 이해못해도 된다. 우리가 세계시장을 다 먹자면 대사 필요없고 그림으로 승부해야 한다. 어차피 싸이노래 못알아듣고 한류 드라마 이해못한다. 한국말을 모르니 배우가 국어책을 읽어도 상관이 없다.


    한국말 모르면 김민희가 발연기해도 연기를 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소룡이 액션만 잘하면 되지 거기에 대사까지 감칠맛나게 해줘야 되는가? 이것이 구조론의 방향성이다. 물론 방향만 맞으면 다 되는게 아니고 내용도 충실해야 하지만 일단은 방향이 중요하다. 내용은 그 다음에 고민할 일. 영화는 그림만 좋으면 된다. 주제의식은 나중 고민하자.


    구조론이 질만 있는게 아니고 입자와 힘과 운동과 량이 받쳐줘야 한다. 그러므로 구조론에서 강조하는 질의 전략만으로 다되는건 아니고 오자병법으로 다되는건 아니지만 일단 큰 틀에서 전략을 잘 짜야 된다. 전략이 엉키면 안희정꼴 나는 거다. 초반에는 이재명의 촐싹대기를 꾸짖어서 충청도 양반행세로 떴는데 막판에 가니 양아치 짓을 하고 있다.


    완벽한 요리는 필요없다. 일본처럼 우동집을 300년간 할 필요없다. 어떤 한 가지 핵심을 장악한 다음 대량복제해서 프랜차이즈 물량공세로 막 뿌리는게 한국방식이다. 한국은 쉽게 간다. 한국에서만 먹히는 특수성 찾지 말고 세계시장에 먹히는걸 발굴해서 개방주의 보편주의 일반화로 밀어붙여야 한다. 꼼꼼한 마무리보다 거칠어도 속도 빨라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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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건 큰 틀에서 한국의 방향성 곧 국가전략을 말하는 것입니다. 이 글 읽고 식당하는 분이 조미료 팍팍 넣고 대강 요리해서 떨이로 막 뿌리면 되는구나 하면 안 됩니다. 국가전략이 그렇다는 거고 개별상품은 다른 거죠. 구조론에 질만 있는건 아닙니다. 질은 결합한다고 했으니 우리는 한북중일러미를 결합해서 돈을 벌어야 합니다. 일본처럼 까탈스럽게 굴면서 아쉬우면 네가 와라 이런 배짱노선으로 가면 망합니다. 우리는 중간에서 표준을 만들고 교통정리만 해야 합니다. 외골수 전문가 방법은 필요없다는 거죠. 제주도에서 식당하는 분이라면 고객들에게 니가 제주도 바깥 어디로 가겠느냐 어차피 제주도 안에서 먹을 거라면 제주도 기준에 맞춰라 이러지만 서울은 그렇게 하면 안 되는 거죠. 서울은 일본과 미국과 중국과 대만과 베트남과 러시아까지 모두의 기준에 맞추어야 합니다. 조금 덜 되어도 모두가 납득하는걸 해야 합니다. 프랑스 영화의 미장센은 아는 사람만 아는 것이고 스필버그 영화의 이미지는 모두가 납득하는 것입니다. 일단 대사가 별로 없으니깐.


    제가 아이폰 3.5인치보다 안드로이드 대화면이 정답이라고 주장한게 그렇습니다. 곧 죽어도 세계시장을 노려야 합니다. 중국사람은 컴퓨터도 없고 아이패드도 없습니다. 스마트폰 하나로 채팅하고, 게임하고, 영화보고, TV보고 쇼핑하고 다해야 합니다. 작은 화면으로 못합니다. 이게 보편주의라는 거죠. 초딩도 쓸 수 있고, 사막에서도 쓸 수 있고, 시베리아에서도 쓸 수 있다면 품질이 조금 허접해도 상관없습니다. M16이 AK보다 맞기는 잘 맞지만 그게 중요한게 아니죠. 소통이 윗길입니다. 일단 통해야 합니다. 진흙탕 정글에서 M16은 안 통합니다. 돈 없는 중국에서 작은 화면은 안 통합니다. 한국은 작은 나라이니까 기발하고 재치있는 특수성, 전문성으로 승부하겠다는 생각이면 곤란하고 그럴수록 오히려 세게 가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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